전에 피지알에 비슷한 내용을 썼다가 지웠는데 홍차넷에 더 보충해서 작성했던 글을 더욱 보충해보았습니다.
항생제 (Antibiotics) 는 박테리아, 세균, 병원균 등으로 불리우는 이들을 죽이는 약물입니다. (일명 "마이신" 이라고 불리는데 이는 우리나라에서만 불리는 이름으로 항생제를 "마이신" 라고 불린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습니다. Aminoglycoside계와 Macrolide계 항생제들의 이름이 ~마이신으로 끝나는 것들이 많은데 그 중 카나마이신이 일본에서 개발되었고 60~70년대 우리나라에서 카나마이신을 대표적인 항생제로 인식하고 모든 항생제를 "마이신" 이라고 불렀다는 설이 우세합니다.) 유행성 질병을 일으키는 원인 중에 작년에 유행했던 그 유명한 메르스나 천연두처럼 바이러스와 말라리아를 일으키는 열원충처럼 기생충에게는 안타깝게도 항생제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합니다. (물론 예외가 있습니다.) 병원성 세균들이 우리 몸에 감염되었을 경우만 항생제를 투여해서 치료할 확률이 있는 겁니다. 물론 세균이 우리 몸에 침입했을 경우 우리의 면역시스템이 먼저 극복합니다. 그렇지 못한 경우 항생제의 도움을 받아야죠.
항생제
항생제는 원핵세포인 세균과 진핵세포인 우리 인간 세포의 차이점을 이용해 공격하여 효과를 나타냅니다. 그 중 한가지 예를 들면
1. 가장 처음으로 개발된 항생제가 그 유명한 페니실린 (Penicillin) 입니다. 원핵세포 (박테리아, 세균은 원핵세포입니다.) 는 우리 몸을 이루고있는 진핵세포과 달리 세포벽이라는 것이 있는데 페니실린은 이 세포벽합성을 방해해서 세균을 터트려 파괴시켜버립니다.
2. 그에 대한 반격으로 오랫동안 사용해온 페니실린에 대항해 많은 세균들이 β-lactamase 라는 효소를 분비해서 페니실린 (페니실린계, 세파계 등이 β-lactam구조 가지고 있습니다.) 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이를 페니실린 내성균이라 부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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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이에 또 인간은 β-lactamase를 저해하는 β-lactamase inhibitor을 페니실린계 항생제에 조합하여 투여하고 있습니다. Clavulanic acid (β-lactamase inhibitor) + Amoxicillin ( Penicillin계 항생제) 로 조합된 항생제가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항생제 중 하나입니다.
인간과 세균들이 끊임없는 신무기개발로 군비경쟁을 하고 있는 셈이죠. (돌연변이와 자연선택)
이 외에도 다른 기전의 항생제들이 있는데 대부분이 원핵세포와 진핵세포의 차이를 공략하는 것들입니다. 물론 그에 따른 세균들의 반격도 있구요. 이 곳도 돌연변이와 자연선택이 이루어지는 진화의 전쟁터입니다.
살짝 다른 이야기이지만 암세포 (암세포는 우리 세포와 같은 진핵세포입니다.) 를 죽이는 항암제의 경우, 글리벡처럼 몇몇 표적항암제를 제외하면 세포분열하는 것을 공격하므로 아군, 적군 피아를 가리지 않고 공격합니다. 물론 암세포가 훨씬 빠르게 세포분열을 하므로 더 타격을 받겠지만 우리 몸의 세포도 느리지만 끝임없이 세포분열을 하고 심지어 머리카락이나 손발톱 등은 비교적 빠르게 세포분열을 합니다. 따라서 항암제를 장기 복용시 머리카락이 빠지고 손발톱이 빠지는 부작용 등이 생깁니다.
항생제의 내성
항생제는 일반적으로 단기간 사용하는데 이 때는 개인별로 내성이 거의 없습니다. 혈압, 당뇨, 콜레스테롤 약처럼 우리 몸에 직접 작용하는 약들인 경우 장기 복용 후 우리 몸에서 내성이 생기기도 해서 (우리 몸에 작용하는 약물들은 주로 우리 몸의 세포표면 receptor에 결합하거나 결합을 방해하거나 해서 효과를 발휘하는데 내성이 생기면 receptor 수가 증가하거나 감소하는 방법 등으로 약물의 효과를 감소시킵니다.) 투여 용량을 높이거나 좀 더 단계가 높은 약물을 쓰곤 하지만 항생제는 우리 몸에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서 들어온 세균에게만 작용 (물론 세부적으로 기전이 다른 항생제들도 있고 복잡합니다.) 하므로 내가 항생제를 많이 먹었다고하더라도 치료가 완료되었다면 다음에 항생제를 또 먹을 때 (우연히 내성이 생긴 균이 들어오지 않는 이상) 내성이 생겨서 효과가 없는 게 아닙니다. 다만 우리 몸에 존재하는 유익한 세균인 장내유산균들도 감소해서 설사 등을 부작용이 발생하기는 합니다. ( 대사시스템을 induction했을 경우 문제가 있을 수 있고 drug-drug interaction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지만 그건 아주 장기 복용해야하고 모든 약물에서 그런 것도 아니구요.)
그럼 도대체 항생제 내성이 무엇이냐라고 물으실 수 있는데, 우리가 항생제를 사용하다보면 우연히 돌연변이가 생겨 내성균이 생기고 그 내성균이 만연하게 되고 결국 그 내성 세균류가 일반화되어 기존 항생제가 효과가 없어지는 것을 말합니다. 즉 미시적으로 우리 몸 안에서 생기는 게 아니라 거시적인 시점으로 내성균이 만연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항생제를 계속 먹어서 치료가 완료되면 그 균은 사라지는 것입니다. 항생제를 먹다 안먹다하면 (내성균양성실험실이 되는 거죠) 내성균이 생겨날 확률이 높아집니다. 즉 여러가지 이유로 항생제를 장기 복용하게 되면 내성균이 생겨날 확률이 높아지고 그 내성균이 그 집단에 퍼져 내성균주가 일반화되면 바로 처음 쓴 그 항생제는 효용성이 없어지는 겁니다. 따라서 항생제는 짧은 기간 그리고 빠짐없이 먹어야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세포분열이 느리고 내성균주가 자주 발생하는 결핵에 항생제를 장기 사용할 때 극단적으로 잘 나타납니다. 우리나라는 결핵유행국가로 지정되어있다니까 중요하죠.
항생제를 전인류가 아껴써야하는 공공재라고 생각하시면 되고 후손들이 쓸 항생제를 위해서 항생제 남용으로 인한 내성균 일반화를 막아야합니다. 우리나라도 항생제를 많이 사용하는 편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생제는 필요한 부분에 적절하게 사용되어져야하고 정해진 기간동안 꾸준히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 빠짐없이 사용해야 합니다. 안타깝게도 새로운 항생제가 한참 동안 개발되지 않고 있습니다. 근래엔 거대제약회사에서도 새로운 항생제 개발에 대한 의지가 별로 없는 것 같구요. 응급하게 필요한 약보다는 매출이 많을 것으로 기대되는 약들을 개발하려고 하는데 주로 선진국들에서 판매될 비교적 안전하면서도 장기 복용할 수 있는 약들에 대한 연구가 집중되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당뇨, 혈압, 고지혈, 우울증 치료제 등 같은 약물들이죠.
또 위험한 게 우리들이 키우는 가축들에게 쓰는 항생제입니다. 이 항생제들은 아픈 애들에게만 쓰는 게 아니라 광범위하게 사료나 식수에 무차별 살포하므로 가축에게 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은 일종에 내성균을 키우는 대규모 배양 공장과 같습니다. 또 강력한 항생제를 무차별적으로 사용하는 최상위 종합병원 (어쩔수 없죠. 치료하다치료하다 안되어서 오신 환자들이라) 에 MRSA (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 VRE (Vancomycin-Resistant Enterococci) 같은 항생제 내성이 있는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나는 것도 무서운 일입니다. 메르스 사태에서도 아시겠지만 종합병원은 무서운 곳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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