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그냥 싸우라고 좀!...--;;


얼마 전 피지알 공식 금강불괴 게나디 골로프킨과 멕시코산 핸썸가이 카넬로 알바레스와의 일전을 기대하는 글을 올렸었습니다. 그때 몇 분께서 대전 성사가 어려울 것 같다고 예측을 하셨는데 실제로도 일이 약간 그런 분위기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알바레스는 얼마 전 아미르 칸을 6라운드 KO로 잡고 WBC 미들급 타이틀을 방어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WBC 미들급 "잠정" 챔피언이 바로 게나디 골로프킨이라는 겁니다(골로프킨은 WBC만 잠정 챔피언이고 나머지 기구들인 WBA, IBF, IBO에서는 정식 챔피언입니다). 하늘 아래 두 태양이 뜰 수는 없으니 둘 사이에 우열을 가려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런데 여기에는 좀 히스토리가 있습니다. 원래 WBC의 회장인 술레이만은 작년 11월 21일 카넬로 알바레스(당시 도전자)와 미구엘 코토(당시 챔피언)가 WBC 미들급 타이틀을 놓고 일전을 벌일 때 못을 박았었습니다. 승자가 누가 됐든 그 승자는 무조건 다음에 골로프킨하고 붙는다고요. 그런데 알바레스가 타이틀을 따내고 난 후 술레이만에게 "지곤조기!"를 외쳤습니다. "지금은 곤란하다. 조금만 기다려달라!" 지금 바로 골로프킨하고 붙긴 좀 그렇고 대결을 준비할 시간을 좀 달라는 거였습니다. 좀 빡치긴 했지만 그땐 일단 술레이만 회장도 좋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알바레스는 얼마 전 1차 방어전을 골로프킨이 아니라 영국 출신의 아미르 칸하고 한 거지요.

문제는 WBC에서 이 시합 전에 알바레스에게 아미르 칸과의 시합 후 무조건 15일의 시간 동안 골로프킨측과 협상을 해서 시합을 성사시켜라! 라고 최후통첩을 했다는 것입니다. 만약 칸과의 시합 후 15일이 지난 시점까지도 양측이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WBC가 직접 나서서 공개입찰로 시합을 추진하겠다고 한 것이지요.

여기서 공개입찰이라고 하는 것은 양 선수 간에 시합이 성사가 안 될 때 양 선수 측 프로모션과는 별도로 복싱기구가 시합을 공개입찰에 부쳐서 가장 많은 금액을 제시하는 프로모션에게 시합 개최권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카넬로 알바레스나 게나디 골로프킨은 본인들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시합 개최권을 따낸 프로모션에서 지불하는 대전료를 받고 그 프로모션이 지정하는 날짜에 그 프로모션이 지정하는 장소에서 무조건 시합을 해야만 하는 겁니다.

아미르 칸과의 시합 후 15일이라는 시한이 지났고 협상이 지지부진하자 드디어 WBC가 공개입찰이라는 칼을 빼들려는 찰라, 어제 카넬로 알바레스와 골든보이 프로모션은 기자회견을 자청해서 알바레스가 WBC 미들급 타이틀을 반납한다고 선언해 버립니다. 한 마디로 "이렇게는 못싸워!" 그러고는 챔피언이 타이틀을 그냥 포기하겠다고 선언해버린 겁니다.

WBC는 즉시 게나디 골로프킨을 WBC 미들급 정식 챔피언으로 인정했습니다. "잠정"이라는 꼬리표가 떨어져 나간 거지요. 여기까지만 보면 결론은 "알바레스는 쫄보!"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좀더 내부의 사정을 깊이 들어가 보면 이야기가 약간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합니다.

일단 골든보이 프로모션의 입장은 파이를 좀 더 키워서 크게 한판 붙자! 인 것 같습니다. 골든보이 프로모션의 수장 오스카 델 라 호야도 기자회견장에서 "이 시합은 메이웨더 대 파퀴아오 수준으로 키워서 성사시킬 수 있는데 무엇하러 다급하게 시간에 쫓겨서 시합을 해야 하느냐?"고 반문했지요. 금액이 커지면 골로프킨에게 떨어질 떡고물의 양도 커질 텐데 그건 그쪽도 좋은 거 아니냐는 거죠. 한 마디로 "소를 최대한 키워서 잡아먹어야지 왜 송아지 때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냐?"라는 겁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미국 시장에서의 절대 갑(甲)은 알바레스지 골로프킨이 아니라는 겁니다. 시합 날짜와 장소도 우리가 정하고 시합 체중은 몇 kg로 할지, 무슨 글러브를 사용할 건지도 우리가 하라는 대로 하라는 거지요. 미국 복싱시장에서 멕시칸들의 영향력과 카자흐스탄 이민자들의 영향력은 비교를 할 수가 없는 게 현실입니다. 내가 갑(甲)인데 왜 을(乙) 좋을 일을 시키냐는 겁니다.

골로프킨 측도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습니다. 괜히 "알바레스 쫄보~~!!! 아~하하하하~~!!!"하고 기름을 들이부었다가 정말로 알바레스와 골드보이 프로모션에서 "어, 그래? 좋아! 시합 안 해!" 해 버리면 지금까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큰돈을 만질 기회를 놓쳐버리니까요. 골로프킨 측에서는 "협상은 계속 하고 있고 저쪽에서 좀 무슨 사정이 있는 것 같다."정도로 두루뭉술 넘어가고 있는 중입니다.

시합성사 정말 어렵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