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게에 요즘 진상손님 이야기가 많이 오가네요. 하긴 오늘 이야기할 것도 진상은 진상이죠. 그것도 국가적인 스케일에서의 막장 진상짓. 얼마 전에 제가 썼던 안되겠소 프로이센을 가릅시다 이야기처럼 이것도 보헤미아의 하사가 관련되어 있는데, 그 이야기는 차츰 하도록 하죠.
나르비크. Narvik. 뭘 떠올리실지는 모르겠는데, 테일즈위버에 나르비크란 지명이 있다더군요(주사위의 잔영은 언제쯤 나온댑니까?). 롤에도 나르라는 챔피언이 있었고... 뭐,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나르비크는 저~기 유럽 한참 북쪽에 있는 최북단 항구도시 중 하나입니다. 노르웨이 소속.
나르비크 항이 위치한 위도가 북위 68도입니다. 한반도가 북위 37도인 걸 생각해 보시면 어마어마한 높이죠. 음... 얼음장 항구로 유명한 블라디보스토크가 북위 43도, 동계 전투 삼대장 중 하나였던 모스크바(나머지 둘은 스탈린그라드와 장진호죠)가 북위 55도. 더 놀라운 건, 북극에서 나르비크 항까지의 거리가 남극에서 세종과학기지까지의 거리보다
짧다는 겁니다(세종과학기지는 킹 조지 섬에 위치해 있는데 이 섬의 위도는 남위 62도).
그런데, 이 도시가 특이한 것은, 그렇게 높은 위도에도 불구하고 온도가 그 위도대의 다른 도시들에 비해서 꽤나 높은 편이라는 겁니다. 연평균 기온이 3.8도라는데... 비슷한 위도의 무르만스크 항(러시아)은 연평균 0.56도, 아르한겔스크 항(역시 러시아)는 연평균 1.3도, 아나디리(역시 러시아, 아시아 최북동단 구석)의 경우는 아예 영하... 참고로 고작 2~3도 차이인데 별것 아니네 하면 오산입니다. 서울과 포항의 연평균 기온 차이가 정확히 1.7도거든요(서울 12.5, 포항 14.2, 이상 죄다 출처는 위키피디아). 그리고 겨울철의 서울과 포항을 생각해 보시면...
하여간에 이러한 기후적 특성 덕분에(북대서양 해류가 아주 큰 역할 하고 있죠), 나르비크는 냉대 습윤 기후로 분류되고(쾨펜의 기후 구분에 따르면 Dfc라고 하는데 공돌이인 저로서는 가물가물한 얘기네요), 오늘 이야기할 모든 이야기를 관통하는 매우 중요한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바로
부동항이라는 거죠.
룰레오. Luleaa, 혹은 Luleå. 얘는 나르비크와는 정반대에 있는 스웨덴 최북단의 항구입니다. 나르비크야 들어본 분이 한둘 있을지 모르겠지만 룰레오는 역시 (HoI2나 크킹 같은 역설사 게임을 하신 분이 아니라면) 생소하겠죠. 지도를 봅시다.
이미지 출처
http://wikitravel.org/en/Lule%C3%A5
우측 하단 Gulf of Bothnia(보트니아 만)라고 되어 있는 부분 위에 걸터앉아 있는 항구가 룰레오입니다. 보트니아 만은 발트 해의 최북단이죠.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묶어서 발트 3국이라고들 하지 않습니까? 바로 그 발트 해입니다. 한때는 스웨덴이 잘나가던 시절에 발트 해를 로마 시대의 마레 노스트룸(지중해를 그냥 우리 바다라고 한 거죠. 그 주변이 다 지네 땅이니까) 쓰듯이 쓴 곳인데 다 잘라주고 저기가 최북단이 되었습니다. 뭐 여하간...
이 발트 해가 상당히 골때리는 특징이 있는데... 바다 주제에
겨울에 얼어붙는다는 겁니다.
언뜻 이해가 가지 않을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네요. 아니, 멀쩡하게 반대편은 무슨 기후적 특성이 어떻고저떻고 평균 기온이니 북대서양 해류니 뭐니 하면서 실컷 따뜻하다고 해 놓고서는 그 반대편에 그리 멀어 보이지도 않는(실제로 나르비크 - 룰레오간 직선거리는 대충 서울서 부산 거리입니다) 항구가 뭔 차이가 있어서 겨울에 싸그리 얼어붙나? 이렇게 생각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게 말입니다... 문제는 발트 해의 염도, 즉 소금기에 있거든요. 어차피 제가 뭐 해양학을 전공한 것도 아니니 위키피디아에 나와 있는 관련 자료를 최대한 줄여서 쓰겠습니다.
일단 발트 해의 지도를 먼저 보시죠.
이미지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altic_Sea
그리고 발트 해의 출구를 찾아보세요. 지도 서남쪽의 해협이 발트 해의 출구입니다. 다시 말해서 나머지 지역은 죄 육지로 막혀 있다는 거죠. 그리고 대서양, 여기서는 유럽이니 북해의 소금기가 쳐들어오려면 저 조그마한 해협을 굽이굽이 뚫고 심지어 역주행을 하는 심산으로 달려들어야 겨우 도달할까 말까라는 건데 이래서야 뭐 소금기 전달이 제대로 되겠습니까? 덕분에 발트 해의 염도는 보통 바다(약 3.5%)의 1/5 ~ 1/7 수준에 불과한 정신나간 염도를 보여주고 있습니다(약 0.5~0.8%). 그나마도 룰레오 항은 한참 북쪽에 있으니 염도가 낮은 축이라고 쉽게 예상할 수 있죠. 게다가 수심이라도 깊으면 모르겠는데 발트 해의 수심은 평균 55m에 불과합니다(황해의 수심이 평균 44m인데 스케일 측면에서 발트 해는 황해와는 비교를 거부하죠. 발트 해의 면적은 황해의 네 배와 맞먹습니다).
뭐 이런 결과로, 평균적인 겨울(Mild Winter)만 와도...
이미지 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altic_Sea#Hydrography
뽀까닥. (지도와 비교해 보시면 정확히 어디가 문제인지 감이 잡히실 겁니다.)
자 그럼 이제 얘들이 어떻게 엮이냐라는 세 번째 문제가 나옵니다. 이 나르비크와 룰레오 사이에 키루나라는 도시가 있어요. 소속은 스웨덴. 인구는 고작 1만 8천. 참고로 면적이 비슷한(키루나 지역 전체가 아니라 시가지만 따진 겁니다. 시가지 뺀 나머지 영역은 거의 경상북도에 대구시를 더한 만큼이에요) 상계동의 인구는 2001년 기준 26만 1천(...) 아예 키루나 전체와 경상북도 + 대구시를 비교하면 2만 3천 vs 510만(...) 마치 치하 전차에다가 옵티머스 프라임을 붙인 듯한... 이야기가 너무 매니악해지니 이쯤합시다.
뭐 하여간 인구는 이 모양인데 이게 만만치가 않은 도시입니다. 이 도시 사람들은 광업으로 먹고 사는데 여기에서
일 년에 뽑아내는 철광석의 양이 무려
2천 6백만 톤이거든요. 에, 이게, 어느 정도냐면, 우리 나라의 수송량을 놓고 이야기했을 때, 2011년 기준 중앙 + 영동 + 태백 + 경부선, 그러니까 제대로 화물노선 역할을 굴리는 선로란 선로는 죄다 합치고 보는 수준이 되어야 저거 하나에 맞먹습니다. 요 몇 년 새에는 땅까지 옆으로 슬그머니 옮겨 파면서까지 아주 채굴에 열을 올리고 있죠. 광산이 개발된 지 백 년이 넘었는데 그간 뽑아먹은 철광석의 양이... 무려 9억 5천만 톤. 그 많은 쇠들은 다 어디로 갔는지 귀신이 곡할 노릇이군요 이거. 아참, 우리 나라 화물열차의 수송량에 대한 출처는
https://www.google.co.kr/url?sa=t&rct=j&q=&esrc=s&source=web&cd=1&ved=0ahUKEwjJ8oqxxtTLAhVF2qYKHVZeBiYQFggaMAA&url=http%3A%2F%2Fwww.index.go.kr%2Fcom%2Fcmm%2Ffms%2FFileDown.do%3Bjsessionid%3DAxZYEgOPQpoHBQJn9a5ulpTukae3hfXDdVILnvIYlH0K666a24PaLNnCCpz11fwv.wasgams2_servlet_engine1%3Fapnd_file_id%3D1250%26apnd_file_seq%3D3&usg=AFQjCNHrcRsRA0qFGIKzFBMfQjm7UGjnRw&bvm=bv.117218890,d.dGY&cad=rja <- 여기.
이렇듯 어마어마한 광산이 개발되었는데 이걸 가만 두고 볼 스웨덴이겠습니까? 광산을 개발했으면 다음 수순은 뭐겠습니까? 당연히 수송을 할 기반을 죽죽 깔아야죠. 당시나 지금이나 각광받는 수송 수단은 바로 철도였습니다. 스웨덴의 철광선 - 거기 말로는 Malmbanan이라고 하는데 이게 Malm(철) + banan(선)이라서 철광선이라 통합니다 - 이 부설된 게 바로 이 시기였죠(연도는 19세기 말, 영어에서도 그냥 Ore Line으로 통합니다). 정상적이었으면 그냥 별 문제 없는 이야기였을 겁니다.
아 근데, 문제가... 선로를 처음 깔 때는 나르비크도 스웨덴령이었는데 선로를 깔고 나서 나르비크를 포함한 서부 스웨덴이 휙
독립하겠다고 나가버린 겁니다(...) 요게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노르웨이 왕국입니다. 뭐, 부동항에 선 깔고 수출해서 돈 좀 만지려는 스웨덴만 새 됐죠.
근데 스웨덴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기껏 깔아놓은 거 놀려두기도 그렇고, 노르웨이 입장에서도 괜히 강짜 부렸다가 스웨덴이 철수해 버리면 또 자기들 입장에서 새 되는 판이니(애초에 나르비크에서 다른 데로 통하는 열차선로가 없었습니다. 피오르드 일대가 보통 공사하기 어려운 게 아니라서), 그렇게 기묘하게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서 발맞추어 굴리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그랬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철광을 실어나르는 건 죄다 스웨덴 열차고, 노르웨이 열차는 해산물 등의 서플라이를 수송합니다(정확히 하면 생필품은 북쪽으로, 나르비크에서 잡힌 생선들을 남쪽으로. 물론 나르비크에서 다른 곳으로 갈 열차선로가 없기 때문에 별수없이 스웨덴을 경유합니다. 나르비크 물가가 장난이 아닌 한 이유).
하여간 그렇게 노르웨이는 중개 상인 노릇을 해 먹으면서 (지금도 그렇지만) 짭짤하게 수익을 올리고 있었죠. 요게 바로 나르비크와 룰레오를 잇는 철광선의 배경입니다. 나르비크가 소속된 지역이 오포텐(Ofoten) 지역이라 해서 나르비크에서 국경까지의 노르웨이측 구간은 오포트바넨(Ofotbanen)으로 통하고, 거기서부터 스웨덴까지는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말므바난(Malmbanan)으로 통합니다. 선로 및 그 관리 책임은 각 소속 국가가 가지구요(단선이라 환적하기도 애매한 판에 화물차까지 가질 수는 없었죠).
그런데...
유럽을 제패하겠다는 망상에 빠진 웬 미친 콧수염 보헤미아 하사가 다른 곳도 아니고 독일에서 뙇 하고 나타나고 세계 대전이 발발하면서 문제가 꼬이기 시작합니다.
왜 꼬이느냐... 독일의 물자 수입원은 대체로 다음과 같았거든요. 기름은 루마니아의 플로에슈티 유전에서 충당하고, 희귀물자(Rare materials)는 몰로토프-리벤트로프 조약으로 뒷거래를 마친 소련에서, 그리고
철광을 바로 이 스웨덴에서 수입하고 있었습니다. 아 근데, 전쟁이 터지고 나니까 이놈의 철광 수입이 몹시 아쉬워지는 거에요. 전쟁이 어디 돈이 한두 푼 들어갑니까? 총알 다 쓰면 채워야죠, 전차 고장난 거 수리해야죠, 병사들 태울 차량 준비해야죠(물론 독일군의 현실은 그냥 알보병이 다수였지만), 하다못해 전장에서 먹을 깡통도 보급해야죠... 이게 다 돈이고 철 아닙니까. 그러니 철 소비가 정신나간 스케일로 불어난 이상 수입을 하기는 해야겠는데... 이렇게 놓고 보니, 앞서 이야기한
룰레오 항이 겨울만 되면 꽁꽁 뽀까닥 얼어붙는다는 사실이 총통의 뒷통수를 벅벅 간지럽히고 있었던 겁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독일군이 감행한 작전이 작전명 베저 강에서의 훈련, 바로 베제뤼붕(Weserübung)이었던 겝니다.
작전의 개요는 대충 이렇습니다.
덴마크 - 노르웨이 가는 길목. 접수.
노르웨이 - 나르비크 접수해야 부동항을 손에 넣고 영국을 입체적으로 포위할 수 있다. 내친김에 그 항구를 베이스로 잠수함도 좀 풀고. 접수.
스웨덴 - 덴마크하고 노르웨이 먹으면 알아서 설설 기겠지.
굳이 벌집 건드릴 필요 없다. 패스.
이것만 이야기하기에는 배경이 조금 더 복잡하긴 합니다. 이 시점에서 소련이 땅 좀 접수하겠답시고 핀란드를 상대로 겨울전쟁을 벌이고 있었는데 영국과 프랑스 측에서 진지하게 지원병을 보내는 문제로 노르웨이를 들들 볶았던 게 독일을 자극하기도 했거든요. 게다가 영국 측에서도 "야 독일 애들이 나르비크 접수하면 어쩌지?" 하면서 처칠(그 유명한 윈스턴 처칠 수상 맞습니다. 다만 이 때는 수상은 아니었구요)이 계속해서 "우리가 먼저 노르웨이에 선빵치죠?" 하고(점령까지는 안 가고, 나르비크 항 앞에다가 기뢰를 잔뜩 깔아놓아서 아예 배가 못 다니게 하는 게 목적이긴 했습니다) 실제로 실행 단계까지 거의 넘어갔구요. 간발의 차(하루이틀 정도. 독일군 4월 8일 나르비크 기습, 영국군도 같은 날 작전을 개시는 했는데 한발 늦었다는군요)로 독일군이 먼저 선빵을 때려서 그렇지...
하여간에 이러한 과정을 거쳐서 독일군과 영국군이 엉뚱한 노르웨이에서 격돌하는(...) 어이없는 구도가 발생합니다. 독일의 해군은 무슨 뭐 특전 U보트대니 Z 계획이니 말만 거창했지 여기서 탈탈 털린 덕분에 나중에 고생깨나 하게 되죠. 근데 해전보다 더 골때리는 게 육전의 양상이었어요.
개전 첫 2년을 보면 연합군이 무슨 빗자루 쓸려나가는마냥 줄줄이 깨지기만 한 것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연합군이 승리를 거둔 지역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게 바로 여기, 이 노르웨이 지역이었어요. 연합군이 독일군을 산지에다가 몰아놓고 소규모 유격전이나 하는 독일군을 스윕하면 깔끔하게 이 전역이 완성될 수 있었는데... 아 글쎄...
노르웨이 방면 연합군 사령관(이하 사령관) : 여보세요?
사령부 : 야, 당장 철수해.
사령관 : 예? 아니 여기 애들 지금 독일군 싹싹 밀고 포위 섬멸까지 앞두고 있는데 무슨 철수요?
사령부 : 시끄럽다. 닥치고 철수나 해!
사령관 : 무리한 말씀을 하십니다. 이유를 설명해 주십시오.
사령부 :
죽고 싶어? 프랑스가 지금 완전히 털렸단 말이다, 이 멍청아!
이걸 지켜보던 독일군 산악부대장 에두아르드 디틀(Eduard Dietl) : 우린 살았다!
그러니까 원래 불귀의 객이 되었어야 할 독일군이 엉뚱하게도...
이 본좌와(당시에는 38사단 사단장을 맡아서 멀~리 후방 슈테틴(Stettin, 전후 폴란드로 넘어가서 슈체친(Szczezin)이 된다고 이야기했었죠)으로 좌천난 상태였습니다만 프랑스를 쓸어버릴 작전을 입안한 게 이 사람입니다)...
이 본좌(가운데 수화기 걸치고 고글 만지작거리는 콧수염 아저씨. 아 참고로 이 사진 되게 유명한 사진입니다. 이 아저씨 앞에서 통신병들이 쓰고 있는 기계가 그 유명한 에니그마거든요) 덕분에
상대의 본진이 털려서 졸지에 노르웨이가 무주공산이 되었고, 그걸 별 어려움 없이 접수하면서 결국 전술적으로는 육해 양쪽에서 박살났으되 전략적으로는 독일군이 이긴 뭔가 기묘한 결과가 나온 겁니다(...)
사실 독일군이 완벽하게 이긴 것도 아니긴 합니다. 일단 수송선을 엄호할 해군이 죄다 박살났고, 게다가 전투의 결과로 나르비크까지 같이 작살이 나는 바람에 결국 별수없이 나르비크를 확보하려던 독일의 계산도 무위로 돌아가고 여태까지 그래와꼬 아패로도 개속(...) 룰레오로 수송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몇 년 지나니까 전쟁 쫑... 민폐도 진짜 이런 민폐가... 부들부들
그러니까...
독일 : 야 노르웨이! 너 나르비크 내놔!
노르웨이 : 드... 드리겠습니다!
독일 : 필요 없어!!!!
(자료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Battles_of_Narvik#Land_battle)
하여간 이러니 가히 철광석의 난이라 표현할 수밖에요. 나중에 스웨덴이 독일한테 더 저항할 수 있었는데도 손발 맞춰줬다는 욕도 한 바가지 들어야 했고... 물론 중립국으로 남은 덕에 제3국으로 유대인 10만 명을 구한 라울 발렌베리(Raoul Wallenberg) 같은 사람이 나올 수도 있기는 했습니다만(불행하게도 강철의 대원쑤가 있던 소련에 의해 납치, 처형되었습니다).
약간 의아한 것은, 철도가 그것만 깔린 건 아니었다는 겁니다. 스웨덴의 철도망은 의외로 역사가 굉장히 오랜 편이라, 이미 그 시절에 룰레오 항이 아닌 스톡홀름, 발트 해의 입구 격인 예테보리, 심지어 덴마크를 코 앞에다 두고 있는 말뫼에까지 철도가 다 깔려 있었다는 거죠(전쟁이 났던 시점에서 이미 이 철로들은 80년 가까이 된 물건이긴 했습니다만 그만큼 보수는 했겠죠). 물론 룰레오에서 배편으로 가는 게 훨씬 싸게 먹히긴 했을 텐데, 겨울철에 룰레오 항이 얼어버리면 선택이고 나발이고 없었을 테니 말입니다.
의문은 의문으로 남겨두고, 하여간 철광석 때문에 어지간히도 두 나라를 애먹였던 독일이 패퇴하고 난 후, 지금도 광산에서는 철을 캐고 그걸 열심히 나르비크로 수송해 나르고 있습니다. 가끔씩 이윤 문제로 노르웨이와 스웨덴 둘이서 드잡이질을 벌이기는 합니다만(...) 극히 최근인 2008년에도 보조금 문제로 오포트바넨 회사가 날아간 일도 있었다고 하니... 역시나 돈 문제는 중요하죠. 특히나 이런 국가간의 문제가 끼어 있다면 더더욱.
현재 이 철광석이 지나는 철도도 가~끔, 정말 가아아아아아아아아~~~~~끔 여객열차가 다니기는 합니다. 하루 한 편이던가 두 편이던가... 그럴 만도 한 게 나르비크의 인구도 키루나와 비슷한 1만 9천 수준이라 여객열차가 자주 다녀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거든요. 에, 우리 나라로 치면, 설라무네 거 봉화군이라고 아십니까? 백두대간협곡열차니 뭐니 하면서 띄워주는 분천역 있는 바로 거기인데 거기 인구가 2013년 기준 3만 3천, 나르비크의 거의 1.8배 가량입니다(...)
서울 이야기는 아까 했으니까 부산 가지고 이야기해 보면, 명왕 문재인 의원의 지역구로 있는 사상구의 총 인구가 약 26만이고, 면적은 나르비크 쪽이 56배 더 넓으니(나르비크 2023, 사상 36) 사상구 인구가 지금 사는 땅의 758배만큼 넓은 땅에서 살아야 인구밀도가 똑같아질 겁니다. 말이 758배지 그러면 경상남북도 합친 거거든요(...) 쉽게 말해서 어마어마한 깡촌이라는 거죠... 그놈의 철광석만 아니라면. 그러니 여객열차가 뭐 다닐 껀수가 있겠습니까 뭐가 있겠습니까. 특이사항이 있다면 나르비크 역은 유레일 패스가 통하는 국가의 여객철도역 중 최북단입니다(현재 여객열차가 다니는 최북단 역은 일반적으로 러시아의 무르만스크 역이라고들 합니다. 사실 그거보다 조금 더 위에 몇 역이 더 있지만 별볼일없는 애들이고).
고로 중앙 영동 태백선처럼 오포트바넨-말므바난 얘들은 그저 철광이나 수송하는 화물산업열차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겝니다. 이렇게요...
출처
http://www.skyscrapercity.com/showthread.php?t=576900&page=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