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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5/02/03 15:15:09
Name 마술의 결백증명
File #1 1735468098_bookadd.jpg (2.84 MB), Download : 245
Subject [일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 이거 겁나 야한 소설이었네요


특별한 계기없이 어쩌다 중국 소설가 옌렌커의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라는 소설을 읽게되었습니다.
아, 생각해보니 몇가지 계기는 있었네요
한 몇달전에 pgr유머게시판에서 해당 소설에 흥미를 가지도록 출판사에서 만든거로 보이는 광고이미지를 본적이 있고요(그래서 방금 찾아서 추가해봤습니다)
또 한강 소설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관련하여 아시아권에서는 옌렌커가 노벨문학상에 근접했다는 평가를 알고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딱히 기대를 가지고 읽었던건 아니고 대부분의 고평가받는 소설이 그렇듯 적당히 고리타분하고 심심할 것으로만 생각했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펴든건 옌렌커가 서문에 이것은 10만자도 되지않는 아주 짧은 책이다라고 써서 함 볼까 한겁니다.
여기서부터는 어느정도의 책 내용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일단 책 내용을 요약하자면 옌렌커가 서문에 밝혔듯이 [사랑과 존엄]입니다.
굉장히 닳고 닳은 개념으로 사실 특별할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어떤 소설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사랑과 존엄이 포함되지 않는 예술물이 없을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이 특별함을 가지는 것은 집중과 파고듬 덕인 듯 합니다.
그다지 길지않은 십만자 안에 정말로 인간의 사랑과 존엄만을 꽉꽉 넣었고 그 극치는.. 뭐라 할까요
19금으로 완성이 됩니다.

해당 소설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라고하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고려될 수준의 문학적 성취를 가진 작가가 마음먹고 섹스를 묘사했을때 어느 수준까지 닿을 수 있나]
를 잘 보여준다고 봅니다.

옌렌커는 정말로 진득하게 여러 차례에 걸쳐서 성교를 묘사하는데
그 수위가 가감없고 적나라하여 대단한 수준의 몰입감을 선사합니다

소설을 다 읽고 난 후 관련하여 정보를 찾아보다가 이 소설이 한국에서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알게되었습니다.
왜 그다지 알려지지도 않은 중국의 소설을 가져다가 한국에서 드라마화를 하는지 모르는 사람입장에서는 의아할수도 있는데
이게 소설을 읽고나면 100퍼센트 영화제작의 의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와... 이거 영상화하면 개쩔듯...?
이라는 심상에 닿을 수 밖에 없거든요

그런데 제가 드라마를 보지는 않았으나 시청한 사람들의 감상만 읽고도 대충 어떤 드라마일지 짐작이 가더군요
어쩌면 당연하게도 드라마의 평가는 좋지 않았습니다

뻔한 삼류 에로드라마라는 평.
살색밖에 안나오는데 그것도 진부하기 그지없다는 평
그럴수밖에요 진짜 소설의 스토리 또한 어디 야동에나 나올법한 거고
정말로 소설 내내 살색밖에 안나오는데요

이것은 영화의 한계이기도 할겁니다
소설의 성적묘사는 한계없이 계속되는데 그 끝이 보이지 않을 것 같은 야설의 범람속에서 묘한 것이 싹틉니다
바로 사랑입니다

결국 섹스의 끝에는 사랑이 있다
이 단순한 교리를 영상물에서는 드러내기가 쉽지않습니다
그러나 주인공 우다왕의 속내를 있는 그대로 표현할 수 있는 소설에서는 그 마음 씀씀이가 가슴을 절절하게하는 무언가가 있어요

시작은 단순한 정욕이었을지라도
국가와 가정, 군대 안에서 거세당하였던 우다왕이 점점 인간성을 되찾아가는 흐름이 일품입니다.
그리고 마침내는 이 사랑의 행위야말로 가장 인간다운 것임을 독자도 깨닫게 됩니다.

해당 소설을 두문장으로 요약하라면
[상투적이라고 여겨질 수있는 사랑이라는 소재를 극한까지 집요하게 치몰아서 결국 그 존엄성을 깨닫게 만드는 소설]
이라는 문구를 추가하겠습니다

요즘 세상은 되게 바쁘고 별천지 투성입니다
온갖 기발한 소재와 상상이 넘쳐나는 가운데서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우공이산과도 같은 묵묵함으로 감동을 줍니다

좀더 자극적으로 독후감을 적고 싶었는데
사실 읽은지 좀 된지라 읽은 직후의 뜨거움을 살려서 적기가 쉽지않네요
적당히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우리 우다왕이 사모님의 부름을 받고 2층에 올라간 후의 뒷내용을 조금 인용하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는 자신이 이처럼 급하게 서두르는 이유를 알지 못했고 단지 혈류가 머리 위로 곧장 거꾸로 솟구친다는 사실을 느끼고 있을 뿐이었다. 희미한 어둠 속에서 그는 류롄이 마치 자신을 사로잡을 올가미처럼 위층에서 기다린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는 함정 안으로 달려가는 자신의 욕망과 열정을 통제할 수 없었다. 그녀의 하얀 피부가 국수 가락처럼 굶주린 거지 하나를 유혹하고 있었고 갸름하고 불그스레한 그녀의 얼굴이 농익은 참외처럼 그의 갈증난 목과 초조한 손을 끌어당기고 있었다. 목욕할 때부터 그는 이미 위층에 있던 그녀의 피부 깊숙한 곳에서 풍겨 나오는 물푸레나무 향기를 맡았고, 그 달콤함에 유혹된 불타는 욕망과 불을 향해 뛰어드는 나방의 충동은 이미 사랑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바치겠다는 용기로 변해 있었다. 그때 이미 원래부터 취약하고 부실했던 그의 내면 가장 깊은 곳의 진지와 보루는 완전히 점령당했다. 그 순간, 그는 옷만 입으면 곧장 위층으로 뛰어 올라가 그녀가 도대체 자신이 어떤 일을 해주기를 바라는지,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는 나무팻말에 적힌 문구의 감춰진 의미와 비밀이 무엇인지 분명히 확인할 태세였다. 그는 신비한 동굴을 발견한 아이처럼 동굴 안이 어떤 모습인지 끝까지 들어가 보고 싶어 다급한 심정이었다. 서둘러 위층으로 올라가 그녀의 침실 문을 열어젖히고 모든 걸 분명하게 확인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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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qualright
25/02/03 15:18
수정 아이콘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 아니었나요?
영화 솔직히 보고 너무 실망하긴 했습니다. 야하긴 한데 그게 다일 뿐이고, 문제는 여배우 연기력이 너무 최악이라서 공감이 안감;

영화가 대체 뭘 말하고 싶었는지를 모르겠더라구요.
마술의 결백증명
25/02/03 15:25
수정 아이콘
드라마가 아니라 영화였군요
나름대로 변호를 해보자면 예를 들어 야구 경기를 보는데 9회말에 극적인 역전 만루홈런으로 승리했다
이러면 현장에서 느꼈을 때는 엄청 신이나고 개쩐다고 생각하겠지요
그런데 똑같은 내용을 영화로 만들고 당시 경기를 못봤던 사람이 그 영화를 관람한다고 생각하면
뭐야 이거 각본이 그냥 개억지네라고 넘길수도 있겠지요

마찬가지로 진짜 단순한 스토리도 극에 달하는 묘사와 함께하니 진실된 스토리로 변모한다.. 라는게 제 독후감의 요지입니다
무적LG오지환
25/02/03 16:19
수정 아이콘
극장에 개봉도 했고, OTT에 업로드 된건 여러편으로 쪼개서 한 특이한 행보를 보였던 걸로 기억해서 영화도 드라마도 맞을겁니다? 크크
철판닭갈비
25/02/03 15:30
수정 아이콘
뭐 사실 고전으로 찬양받는 작품들도 내용 들여다보면 요새 우리가 생각하는 막장드라마나 야설 뺨치는 수준의 내용이 있어서...
그냥 문학 자체가 우리네 사는 이야기를 담는거죠 뭐
그래서...영화 시간대 북마크 혹시...?
마그데부르크
25/02/03 15:50
수정 아이콘
고전 추천 좀 부탁 드립니다
철판닭갈비
25/02/03 16:09
수정 아이콘
당장 떠오르는건 폭풍의언덕, 달과6펜스, 테스, 롤리타, 안나 카레리나 정도 입니다...크크
기무라탈리야
25/02/03 17:03
수정 아이콘
노르웨이의 숲도 이젠 고전이죠...?
Darwin4078
+ 25/02/03 17:47
수정 아이콘
이분야의 고전으로는 차탈리 부인의 사랑, 북회귀선 등이 있습니다.
아니면, 혼자 뜨는 달, 여인추억 시리즈...?
살려야한다
25/02/03 16:14
수정 아이콘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감사합니다.
25/02/03 16:19
수정 아이콘
오 밀리의서재에 있네요. 감사합니다.
햇님안녕
+ 25/02/03 17:16
수정 아이콘
갑자기 흥미가 돋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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