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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3/10 11:34
추신에 적어두셨지만, 이 글도 [주어 없는 저격글] 이라고 장문의 댓글이 달릴 가능성이 있다는 걸 우려하신 듯 합니다?
그나저나 저도 예전엔 조금이라도 마음 상하면 자존심 때문에 꿋꿋이 사과 안하고 버팅기던 때가 있었던 것 같은데, 이젠 그런 걸 조금 놓아버린 것 같기도 하네요..
16/03/10 11:35
안그래도 그게 신경이 정말 쓰여서요. 근데 정말 어제까지도, 내일도 바쁠 예정이라 지금 아니면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썼습니다 껄껄.
그리고, 놓으면 확실히 편해지더군요. 원래부터 늘 두드려맞고 살아서 자존감이 없어서인지는 몰라도 크크.
16/03/10 11:39
전 스스로 자존감이 강한 편이라 생각했던지라.. 지고는 못 사는 편이긴 했어요. 어떻게든 사과를 받아내고 싶어했었는데 - 그래서 침소봉대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구요. 큰 흐름에선 내 잘못이 더 크지만, 상대도 잘못한 게 있다고 어떻게든 흠을 잡아서 5:5 로 만들고 싶은. 그런 것들 말이에요.
예전엔 먼저 사과하면 진 거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지나놓고 생각해보면 제게 먼저 사과했던 사람이 더 오랫동안 좋은 기억으로 남더라구요. 저도 누군가에겐 그런 기억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생각을 하곤 합니다...
16/03/10 11:46
그렇더라구요.
여담이지만, 저한테 패드립 쳤던 그 친구는 지금도 저랑 가장 친한 친구 중 하나입니다. 전 이야기도 않는데, 종종 그 때 이야기 꺼내면서 미안해하더군요. 서울에서 일 진짜 많다고하면서도 제 결혼식때 한달음에 내려왔었습니다.
16/03/10 13:17
저격글은 아니어도 그분들께 유효한 이야기이긴 한 것 같습니다. 이 글을 읽었다면 한번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제 평소 모습도 반성하게 되네요.
16/03/10 11:43
사과하기 정말 힘들긴 하죠.특히 받아들이는 쪽에서 만족할 정도는...
다만...그래도 뻔뻔한건 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이 나라 어디에서든.
16/03/10 11:48
뭐 죽는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전 요즘 그렇게 생각하려고 합니다.
'내가 아무리 속상하고 억울해도 죽으라 할 수는 없으니까 뭐~' 하면서요.
16/03/10 11:48
[쿨하게 사과하라]는 책을 누가 추천해줘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사과한다고 지는 것도 아니고, 여러 사례를 분석해 본 결과 책임인정이 두려워 사과를 하지 않았을 때보다 사과를 했을 때가 손실이 더 적었다는 결과를 보고서는 잘못했다 싶으면 바로 '쿨하게' 사과하고 잊어버립니다. 그게 저한테도 더 편하더군요.
16/03/10 11:49
제 회사 상사중에 제 입사 첫 날부터 '난 니가 그냥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를 시전하는 상사가 하나 있는데,
사과해도 괴롭히고 사과 안해도 괴롭히고 해서 정말 고민했는데, 그냥 괴롭힘이 끝날 때 까지 사과만 하니까 조금 덜해지더군요. 크크.
16/03/10 12:12
물론 군대에서처럼 "죄송합니다!" "죄송하면 군생활 끝나냐?" 같은 경우도 있지만... 저도 직장인 초년병 때 사고 많이 쳐서 죄송합니다 했더니 제 상사가 나중에는 저라는 사람을 조금씩 이해해 주더군요. 그래도 괴팍한 상사때문에 힘들긴 했지만 훨씬 나았습니다 크크
16/03/10 12:03
한국에서는 먼저 사과한다는게 모든 책임을 자신의탓으로 돌린다는 의미가 큰 것 같습니다.
49를 잘못한 사람에게 51을 잘못한 사람이 먼저 사과를 하면 사과를 먼저 했다는 사실만으로 51을 잘못한사람이 100의 책임을 뒤집어쓰게 되거든요. 근데 또 아래리플처럼 내가 미안한데 너도~~ 되버리면 욕먹는건 마찬가지고..
16/03/10 12:04
개인적으로는 '내가 미안했다 하지만 너도~' 식으로 나오는 헛사과 제외하면 바로바로 받고 잊어버리는 편이라 다른 사람들은 어떨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런거 없이 순수하게 잘못을 사과해도 '개뿔 쇼하고 있네' 라는식으로 나오는 사람들이 많다보니까 사과하기 어려워지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16/03/10 12:24
A에게 51의 잘못을 한 B가 B에게 49의 잘못을 한 A에게 내가 모든걸 잘못했으니 사과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A들은 어 그래 사과는 받아줄게 다음에 그러지 말라면서 모든 책임을 B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니 나도 잘못했지만 너도 잘못하지 않았냐라고 충분히 말할 수도 있는 것이죠.
16/03/10 13:22
뭐 사과를 못하는 분들은 죽는 병에 걸린 거고,
진심어린 사과를 해도 꼭 광장에 매달고 목을 잘라 효수를 해야 직성이 풀리겠다!! 하는 분들은 그분들 나름대로 '효수 못하면 등짝에 큼지막하고 아픈 종기가 생기는 병(그거 못한다고 그 병 가지신 분들이 죽지는 않길래 이정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에 걸리셨나 하고 삽니다 전.
16/03/10 12:10
저는 제 유일한 장점이 잘못하면 군소리 없이 사과하고 토 안다는 점이라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남자는 변명하는 거 아니다라고 아버지가 늘 말씀하셔서 그랬는 지는 몰라도 뭐... 그리고 사과하는 게 지는 거라고 생각해 본적도 단 한번도 없어요. 그런데 사회생활하고 이런 저런 사람 만나보니까 사과하면 지는거야라고 철석같이 믿으며 신념을 관철하는 사람들이 많긴 참 많더라구요. 전 사실 그 심리가 잘 이해가 안가긴합니다. 그렇게 이기면(이기는 것도 아니지만) 그 분들은 기분이 좋은가요? 자신의 소중한 무언가를 지켜낸 뿌듯함 같은게 느껴지는 걸까요?
16/03/10 13:24
뿌듯함이라면 쉽게 뿌듯함을 포기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아무리 봐도 죽는 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니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우리는 너그러이 이해해줍시다. 사람이 죽는다는데 어쩌겠습니까. 낄낄.
16/03/10 13:37
저도 비슷한 사람입니다
누군가와 트러블이 생겨서 냉전시간을 갖는 것을 극도로 싫어합니다 분명 상대방 잘못이 커 보여도 그렇게 어색한 시간을 가지는게 싫어서 어지간하면 제가 먼저 내가 미안하다 라고 사과해서 푸는 편입니다 연애에 있어서도 싸운 커플들의 전형인 남자친구는 여자친구를 쳐다보고 여자친구는 먼산 쳐다보거나 땅바닥 쳐다보고 있는 그러한 모습을 가장 싫어하고 피하고자 합니다 사귀기 전에 서로 알아갈때도 그런 상황을 가장 싫어하며, 무슨 일이 있거든 혼자서 속으로 삭히지 말고 꼭 말해줘서 내가 고칠 수 있게 해달라고 자주자주 이야기를 해서 그런 일을 미연에 방지하는 편이지요 생각해보면 진짜 다들 자신의 잘못을 곧바로 시인하고 원만하게 잘 지내면 좋을텐데 그 미안하다 잘못했다 한마디를 못해서 일을 크게 벌리는경우가 너무너무 많지요.... 안타까운 일입니다
16/03/10 14:28
저랑 다른 의미에서 반대시네요. 저는 상대방의 사과 한마디 없이 혼자 풀리는 성격입니다. 친구하고 두 번다시 안 볼 것처럼 싸우고 나서 다음날 만나면 인사하는 그런.. 이상하게 밤에 자고 일어나면 전날 싸운 게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지더라고요. 주변 반응은 반반입니다. 혼자서 저절로 풀린다니 속은 편하겠다는 부럽다형 or 너만 풀리면 다냐하고 화내는 분노형. 근데 결국 한 쪽의 전의가 없어졌기 때문에 싸움이 흐지부지되어버려요.
어쩌면 사과를 받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제가 사과하는건 익숙한데 상대방이 저에게 사과하는건 어쩐지 부담이 됩니다. 전 '이응이응 미안' 이런 사과는 안 한 것만 못하다고 생각하고요. 각 잡고 '진심으로 미안합니다'라고 사과하는건 경찰서에 갈 만큼 심각한 상황일 때 받는 사과라고 생각해서요. 그 중간이 저에겐 어려운 것 같네요. 사과하는 것만큼 사과 받는 것도 참 복잡합니다. 그런 면에서 세인트님이 부럽네요.
16/03/10 14:44
받아야 할 사과는 받아야죠. 전 머리로는 그렇게 생각하지만 마음에서 그 사과를 부담스러워해서 그게 잘 안되네요. 눈 뜨고 당하는것도 꽤 씁쓸합니다.
16/03/10 14:49
진심어린 사과를 한다면 어지간히 삐뚤어지지 않는이상 그 진심이 분명히 전해집니다. 알고보니 그 진정성 역시 쇼였다 아니다는 그 이후의 행보의 문제, 즉 별개의 문제이구요.
알량한 자존심은 버리지 않은채 사과랍시고 한다면 퍼플레인사태나 Bergy10님 사태와 똑같은 일이 벌어질 겁니다. 이건 특정인 저격이 아니겠죠. 분명히 잘못된 일이었고 pgr의 흑역사였지만, 그로인해 분명히 저나 다른 사람들도 그리고 그 해당 사람들도 서로 인정하고 반성할 일입니다. 쿨하고 힙해보이고 싶은 것은 알겠지만 오히려 진심어린 사과를 하고, 이후의 사과에 걸맞는 더 나아진 행동을 보인다면 그게 더 쿨하고 힙한것이 아닐가 싶습니다.
16/03/10 15:14
맞는 말씀이십니다. 그런데 왜 전 진정성 없는 사과만 봐도 기분이 풀리는 걸까요.
사실은 풀린게 아니라 어딘가에서 쌓여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니 겁부터 나네요...
16/03/10 16:35
'누가 [더] 잘못했느냐'를 따지지 않기란 힘든 일이지요.. 거기서 전세계 공통(마더테레사를 포함한 극소수 성인 제외) 아전인수 패시브가 발동되지 않는 것 또한 드문 일일 테구요. 갈등에서 한 쪽의 일방적인 잘못이 일어나는 일이 드물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그렇기에 먼저 자신의 잘못만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것이 힘들고 또 그렇기에 귀중하지 않나 싶습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6/03/10 17:00
사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제 아내는 저랑 20년 가까이 어릴적부터 친구로 지내다가 결혼한 케이스인데도, 요즘 절 보고 '너 너무 사과 자주함! 진정성이 없어보여 이것아!!' 라고 합니다 ㅠㅠ 물론 정확하게 제가 뭘 잘못했고 니가 왜 섭섭한지 설명해주면 대게 풀리긴 합니다만...조마조마합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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