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상인은 화장실 세면대 하수구에 걸린 머리카락 및 이물질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는 긴 막대형태의 플라스틱 제품을 파는 사람이었고, 장님은 선글라스를 끼고 지팡이를 짚고 있었다.
왜 시비가 붙었는지는 모르나 잡상인은 장님이 사실은 장님이 아닐 것이라고 주장하며 장님을 윽박지르고 있었다. 장님은 자신의 눈이 진실로 멀었음을 강조함과 더불어 잡상인의 지하철에서의 허가되지 않은 판매에 대해 가열찬 비판을 가했다.
그 싸움을 흥미롭게 지켜보던 어떤 사람은 문득 장님이 정말 장님일지가 궁금해져서 참을 수가 없었나보다. 그래 갑자기 일어나서 장님을 향해 주먹을 뻗었더니 장님이 화들짝 놀라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싸움을 구경하던 사람들은 갑자기 등장한 공격자 때문에 모두 놀랐으며 곧 장님이 장님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잡상인은 의기양양해졌고 장님은 씩씩거릴 뿐이었다. 이제 싸움이 끝나나 싶었는데 궁금증을 해소해서 흐뭇한 얼굴로 자리에 돌아가던 공격자에게 어떤 할아버지가 요즘 젊은 것들은 싸가지가 없다는 소리를 했다. 가짜 장님은 갑자기 주저앉더니 엉엉 울기 시작했다. 나이먹고 새파란 것들에게 별꼴 다본다는 거였다.
정말이지 비교적 젊었던, 장님에게 주먹질 하는 시늉을 했던 청년은 얼굴이 시뻘개지더니, 누구에게랄것도 없이, 댁들이 장님의 고통을 아냐며, 우리 아버지가 진짜 장님인데 장님인척 하는 것들은 정말 참을수가 없다고 그러면서 소리를 질렀다.
그러자 그 청년과 비슷한 연배로 보이는 여자가 아 씨발 정말 짜증나서 죽겠네, 다들 좀 지하철에서 시끄럽게 하지 좀 말라고 씹어 뱉듯이 조곤조곤 말했다.
이제 지하철은 약한 냉방에 힘입어, 묘한 흥분의 열기로 가득찬 상태에서, 마찬가지로 묘한 몇초의 정적이 흘렀다. 무슨 사고가 일어날 것 같은 순간이었다. 몇몇은 벌써 스마트폰으로 동영상을 찍고 있었다.
그 몇초를 틈타 마침내 나는 자리를 박차고 일어난 청년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았으니 이제는 더 걱정할 것이 없었다. 잠을 청하고 한시간가량 지나 신기하게도 내가 내릴 역에서 눈이 떠졌다.
눈을 뜨자 아까의 그 싸움은 꿈이었는가 생각될정도로 아무런 흔적도 남지 않았다. 핏자국 같은건 없었으니 다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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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 잠실역에서 복정역으로 가기 위해 8호선 열차를 탔는데
타자마자 씩씩거리며 자리를 맡고 그 옆자리에 자기 노트 자리를 마련한 뒤
옆 자리(노트 자리)에 앉으려는 사람에게 온갖 욕를 하던 분과
지하철이 출발하자마자 눕는다 - 일어난다 - 제자리 점프 - 다시 눕는다 를 무한 반복하는 분이 계셨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