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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1/17 12:33:25
Name Neanderthal
Subject [일반] 아메리칸 프로그레스 또는 아메리칸 트래지디...
미 동부지역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이주민들은 이제 슬슬 서쪽으로의 진출을 모색합니다. 미국의 국부 가운데 한 사람이 토머스 제퍼슨 같은 인물도 서부의 개척은 신이 미국 이주민들에게 부여한 사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를 흔히 프런티어 정신이라고도 부르는데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서쪽으로 진출하여 터전을 잡았고 마침내 미국은 대서양 연안과 태평양 연안을 아우르는 거대한 국가가 되었습니다.

이런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을 잘 보여주는 그림이 하나 있습니다. 존 가스트(John Gast)라고 하는 브루클린 출신의 화가가 1872년에 그린 [American Progress]라고 하는 그림이지요. 그는 이 그림을 당시 미 서부 지역의 여행 가이드 책을 시리즈로 출판하고 있던 출판업자 조지 크로퍼트의 의뢰를 받고 그렸습니다.





이 그림을 가만히 보면 당시 미국의 프런티어 정신이 그대로 잘 드러나 있습니다. 반투명한 가운을 입고 한 손에는 책을 다른 손에는 전보를 보내는 데 사용하는 전선을 쥔 여신은 이제 신생국으로서 막 성장의 길을 걷고 있는 미국을 상징합니다. 그녀는 서쪽으로 거침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그녀의 아래로는 서부 개척을 위해 동쪽에서 서쪽으로 진출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그들은 농토를 개간하고, 철도를 놓고, 전신주를 설치하면서 서쪽으로, 서쪽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그림에서 아직 문명화하지 못한 신대륙의 동쪽 끝에서 서쪽 끝가지 완전하게 문명화된 대륙으로 만들겠다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그림에는 또한 불편한 진실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그림의 왼쪽 부분을 보십시오. 미국을 상징하는 여신이 서쪽을 향해서 당당하게 진출하고 있는 동안 왼쪽 끝에는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다급하게 도망을 치고 있는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들소들]이 보이실 겁니다. 바로 그렇습니다. 미국에 정착하고 서부로 나아가고자 한 이주민들에게 있어서 이들은 내쫓아야 할, 문명화에 걸림돌이 되는 걸림돌들이었습니다. 그들은 병원균이었고 제거해야할 해수(害獸)이였습니다. 이 그림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그런 당시의 생각을 가감 없이 보여주고 있습니다. 은유는 없습니다. 직설적이고 노골적인 묘사만이 보일 뿐입니다.

당시 서부를 개척한 많은 백인들의 집에 이 그림이 걸렸었다고 합니다. 이 그림이 그들에게는 분명히 힘을 주는, 자신들의 사명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는 그런 존재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본인들의 삶의 터전을 송두리째 잃고 쇠락의 길로 걸어갈 수밖에 없었던 아메리카 원주민들에게 이 그림은 어떤 의미로 다가왔을까요? 아메리칸 프로그레스가 아니라 아마도 [아메리칸 트래지디(American Tragedy)]는 아니었을까요?


본문은 Cynthia Barnett의 책 [Rain: A Natural and Cultural History]의 내용을 참고해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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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충달
15/11/17 13:04
수정 아이콘
세상 모든 일은 양면성이 있는 것 같아요. 정보가 너무 넘쳐나는 요즘이야말로 이렇게 뒤집어 볼줄아는 시선, 비판적 시선이 요즘 더 중요해지지 않나 싶습니다. 잘 보고 갑니다.
tannenbaum
15/11/17 13:05
수정 아이콘
어릴적 티비에서 서부개척시대 영화를 보면 선량한 백인 마을에 인디언들이 약탈하러 공격하고 희생을 감수하며 퇴치하는 내용이 나오곤 했습니다 그때는 백인 = 좋은 사람, 유색인종 = 나쁜사람이라 생각했었죠

나중에 침략자들에게 모든 걸 빼앗긴 한 많은 사람들이란 걸 알았을 때 참 미안하고 죄송했습니다
Faker Senpai
15/11/17 13:22
수정 아이콘
미국, 호주, 뉴질랜드 그외 여러자그마한 나라들...
특히 미국 인디언들수가 적은수가 아니였는데 정말 많이 죽었다고 하네요.
15/11/17 13:38
수정 아이콘
뉴질랜드는 일방적으로 당하진 않았습니다... 마오리족은 서구 국가들이 뉴질랜드에 들어왔을 때 서양 상인들과 거래해서 총을 사서 무장한 부족도 있었고 영국 식민지 군과 정면으로 붙어서 이긴 후 총독 관저를 털어서 총독이 군함으로 튀어서 총덕 업무를 군함에서 본 적이 있을 정도니까요... 이런 일이 있어서인지 마오리 부족 100여부족과 영국은 상호 조약을 맺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맺어진 와이탕이 조약이 번역 꼼수를 이용한 불평등 조약이였다는게 문제였지만요.
Faker Senpai
15/11/17 14:27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윤하홀릭
15/11/17 13:43
수정 아이콘
Manifest Destiny ("명백한 운명") 그 자체인 작품이죠. 이런 신념으로 생각해보면 ISIS도 별로 다르지 않다능... 걔네들의 요점은 산업화가 아니라 순수한 중세시대로 역주행하려는 미개화일뿐.
종이사진
15/11/17 14:27
수정 아이콘
불법체류자를 추방하려면 먼저 스스로 떠나야...
15/11/17 16:00
수정 아이콘
개척가 정신으로 개발한 이후에 그네들 삶도 그닥.. 무슨 소설이었지...(기억나는거라곤 마지막에 젖물리는거 밖에 -0-)
Neanderthal
15/11/17 16:34
수정 아이콘
저도 안 읽어봐서 확신을 할 순 없지만 혹시 존 스타인벡의 [분노의 포도]가 아닐지요?...--;;;
15/11/19 00:17
수정 아이콘
네 맞습니다 :D 시대는 차이가 많이 나지만..(아마 경제대공황쯤인걸로) 서쪽으로 어쩔 수 없이 쫒겨난 백인가족이 겪는 개척가의 다른 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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