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이 스타크래프트 / LOL 등의 PC 게임을 좀 더 주로 다루는 커뮤니티이긴 하지만, 언제부터 우리 겜돌이들이 PC 게임 콘솔 게임 휴대용 게임 가려가면서 게임했습니까. 레벨 파이브의 레이튼 교수 시리즈 정도 되면 지적 유희를 좋아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은 스콜라쉽 커뮤니티 PGR임을 고려해보면, 아마도 많은 분들이 즐겨보셨을거라 생각합니다.
이 레이튼 교수 시리즈 같은 경우 아시다시피 본편인 미스테리 추리 여행 어드벤쳐물과, 여행 도중에 만나게 되는 '수수께끼' 물이 혼합된 복합 장르인데, 이 '수수께끼'들 중에 절대다수를 차지하는것이 위에 스크린샷에 있는것 같은 '수학 퍼즐' (Mathematical puzzle) 입니다.
레이튼 교수가 세상에 태어나기 한~참 전 저 어릴적에, 이런 수학 퍼즐들을 우연한 계기에 PC 통신에서 접했다가 푹 빠져서, 어린 나이에도 관련 커뮤니티를 여기저기 발발대며 쑤시고 다니고, 운영자들에게 질문 메일을 보내고, 얼마 발매 되지도 않은 책들을 사서 모으는등 정말로 미쳐 살았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 제게 정말 제 입맛에 꼭 맞는 사이트가 한군데 있었는데, 바로 이쪽에 관심이 있으신분들은 많이들 아실 Puzzlist 박부성 교수님의 수학 퍼즐 사이트입니다. 이제는 도메인 사이트가 다 망해서 웹 아카이브에서 밖에 찾아 볼 수 없지만, 애초에 별다른 그림과 사진 없이 텍스트로만 이루어진 사이트라서, 아카이브에 보존이 굉장히 잘 되어 있습니다. 혹시 관심있으셨거나, 이 글을 읽고서 수학 퍼즐에 관심이 생기신분들은 한번 둘러보시길 권유합니다.
며칠 후 직접 교보문고에 발품을 팔아서 검색해본 결과 비록 숙녀 혹은 호랑이라는 책은 수입 도서 코너에조차 존재하지 않는 책으로, 수입 신청을 해야 몇달 후에나 받아볼 수 있는 책으로 밝혀졌지만, 그 외에도 그 작가분이 쓴 수많은 수학 퍼즐 책중 딱 한가지가 국내에 발매되어 있더라구요. 누구보다 빠르게 교양 수학 코너로 가서 찾아낸 책의 자태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 두둥! -
? 책 제목도 촌스럽고 표지도 촌스럽고... 게다가 이 판본을 읽어보신분은 아시겠지만 편집 방식도 겁나게 촌스럽습니다. 책 앞부분만 보면 이게 수학 퍼즐 책인지 아니면 더럽게 못 쓴 교과서인지 헷갈릴 정도에요. 처음에는 솔직히 어린맘에 굉장히 실망했습니다. 그렇게 재밌는 The lady or the tiger 시리즈를 쓴 작가 책이 이렇게 노잼 제목에 촌스러운 책이라니, 힘이 쭉 빠지더라구요.
그래도 선입견은 나쁜거니까, 어디 그래 읽어나 보자는 생각으로 교보문고안에 있던 식당에 들어가서 책을 펴고, 앉은자리에서 4시간 미래로 워프하며 책의 절반을 정복하고, 다음과 같은 세가지 깨달음을 얻습니다.
1. 이 책은 개꿀잼이며 아직 반이나 남은것이 너무 행복하다.
2. 이 책의 제목은 마치 수많은 영화 제목들이 그러했듯이 한국에 발매되며 마개조 당했으며 실제로는 책 제목마저 개꿀잼이다.
3. 영어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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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략한 책 소개
http://used.kyobobook.co.kr/product/viewBookDetail.ink?cmdtBrcd=7254913606764&orderClick=LIP&Kc=SEBLBkusedsearch
이 책은 한국의 마개조판 제목에 나와있듯이, 수학 퍼즐중에서도 '논리 퍼즐'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작가인 레이먼드 스멀리언은 논리학을 전공했으며, 마술사로도 활동한 경험이 있고, 동양학에도 큰 관심이 있는 사람으로,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만큼 유연한 글쓰기 솜씨와 유머, 위트를 가지고 있어, 논리 퍼즐에 대한 흥미 여하를 떠나 글이 굉장히 술술 읽힙니다.
책의 구성 자체도 굉장히 훌륭한게, 이 책의 마지막 부분은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라는 수학적으로 굉장히 어려운 개념에 대해 다룹니다. 근데 처음부터 찬찬히 읽어나가다보면 신기하게도 그것을 수학 문외한도 이해할 수 있어요. 당시 중학교 2학년 수준의 수학 교육만을 받은 저도 이해할 수 있었으니까 확실하게 보장할 수 있습니다.
공부한다는 마음가짐을 가질 필요도 없이 단순히 책에서 내는 문제를 흥미를 가지고 조금씩 풀어가기만 해도, 나중에는 신기하게 그 어려운 괴델의 정리가 쏙쏙 이해가 됩니다. 그만큼 '모두가 즐거워할 수학 퍼즐' 에서 '복잡한 논리학의 정리'로 서두르지 않고 정말로 천천히, 한단계 한단계씩 나아가는 전개가 나중에 책을 다 읽고 되새겨 보면 정말로 일품입니다.
넌센스 퀴즈 - 이런 넌센스 퀴즈의 본 바탕은 논리 퍼즐이야 - 이런 문제 알지? 이것도 논리 퍼즐이야 - 논리 퍼즐들 몇개 소개해줄게 - 논리 퍼즐 재밌었지? 이걸 논리학 기호로 나타내면 이래 - 퍼즐 몇가지 더 보자 - 방금 니가 푼 퍼즐은 괴델의 불완전성 논리와 연관이 있어 (??)
마치
[누나랑 당일치기로 여행갔다 오자, 누난 너 남자로 생각 안해 손만 잡을게 손만...] 이라는 말에 같이 여행을 갔을뿐인데 정신을 차려보니 상견례를 하고 있는 그런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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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레이튼 교수를 재밌게 하셨거나, 평소에 수학 퍼즐에 관심이 좀 있으셨거나, 네이버 캐스트 수학 부분에 재밌는 글이 많다고 느끼셨거나, PGR에 가끔 올라오는 몬티 홀 등등의 수학 문제를 재밌어 하신분, 그리고 이 글 처음에 제가 낸 문제를 풀고 '피식'이라도 하신분이라면, 이 책,정말 강력하게 추천합니다.
만약 평소에 '수학? 그거 완전 핵노잼 학문 아니냐?' '이과 망했으면' '수학만 아니었어도 지금 박보영이 내 애인일텐데' 등의 생각을 하시는분들께는... 좀 약하게나마 추천합니다. 크크. 논리학은 여러분이 싫어하는 수학과
정말로 아주 조금 달라요!! 논리학 꿀잼이에요! 저도 문과 나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