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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09 11:23:05
Name 스테비아
File #1 7090941.1.jpg (13.9 KB), Download : 57
Subject [일반] 한글 사랑에 평생을 바친 오리 전택부 선생 이야기


이 글은 크복절 기념으로 쓸 줄 알았는데 크복절이 만우절이어서 좌절하고(https://pgr21.com/?b=8&n=61383&c=2367848) 한글날 점심때야 멘탈을 부여잡고 쓰는 글입니다ㅠㅠ



한글날은 단순히 한글 창제를 기뻐하기 위해 만든 날이 아닙니다. 일제 강점기 시절, 민족 지도자들이 겨레말과 글자를 살려 나라를 되찾고 독립을 이루겠다는 마음에서 만든 날로, 당시에는 가갸날로 불렸습니다.

일제의 탄압 속에서도 한글 학자와 민족 지도자들이 한글 맞춤법을 만들고, 국어사전을 만들어 독립을 준비했습니다. 한글날은 나라를 되찾고 일으킬 준비를 다짐한 날이고, 한글을 살리고 빛내어 온 국민이 똑똑하게 해주어 민주주의와 경제발전을 하게 해준 진짜 경사스런 국가 기념일입니다.

하지만 1990년, 대한민국 정부는 한글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습니다.
공휴일이 많아서 나라살림이 어렵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물론 그 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습니다...는 다음기회에)

국경일과 공휴일은 다른 개념입니다.
국경일은 국가에서 법으로 정한 날로, 현재 5대 우리나라는 국경일을 지키고 있습니다. 삼일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입니다.
공휴일은 법으로 정한 휴일로, 국경일과는 겹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습니다. 제헌절은 국경일이지만 공휴일은 아니지요.

황당한 것은,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면서 국경일에서 기념일로 격이 떨어졌다는 것입니다.
하늘이 열린 날이라는 개천절은 남아있는데요.(석가탄신일, 크리스마스 다 쉬는날이지만 국경일은 아닙니다. 개천절의 미스테리...)

그렇게 기념일로 떨어진 한글날이 2012년 다시 공휴일로 돌아오기까지, 평생을 바쳐 이 날을 지켜 온 사람이 있습니다.
오리(吾里) 전택부 선생입니다.




일본에 의해 해산된 YMCA를 20년 만에 재건하기도 했던 전택부 선생은, 이후로 '새벗'과 '사상계'등의 잡지 주간을 맡으며 계속해서 한글 사랑 운동을 전파해 오던 중이었습니다. 그러다 한글날이 공휴일에서 제외되었다는 소식을 듣자, 한글날 국경일 제정 범국민 추진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한글날을 승격시키기 위해 고령의 나이에도 만방으로 한글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2001년. 김대중 전 대통령께 쓴 편지의 일부분입니다.

[김대중 대통령님, 얼마 전에 대통령께서는 주 5일 근무제 실시를 지시한 바 있습니다. 선진 제국이 다 그 제도를 채용하고 있고, 대통령께서 직접 지시하신 것이므로 어느 누구도 감히 반대하지 못하고 순순히 따를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때까지 경제논리를 가지고 한글날 국경일 제정을 반대하던 사람들은 이번에는 어떤 논리를 가지고 나올지. 휴일을 52일이나 더 늘리면서 한글날 국경일 하루 휴일을 반대할 수 있겠습니까?]


이 편지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전달되었고, 담당 비서관으로부터 전택부 선생에게로 전화가 결려왔습니다. 감사와 당부를 마치고 나오던 전택부 선생은, 그만 쓰러지고 맙니다. 하지만, 지팡이를 짚고 다시 한글 사랑을 전파하기 시작합니다.


["그 때 내가 거기서 죽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죽어서 나왔더라면 신문에도 크게 보도가 되고, 또한 한글날도 빨리 국경일로 제정이 되었을 텐데 하느님도 야속하지 그때 죽지 못한 것이 한이 됩니다."]


2002년. 한글인터넷주소추진 연합회를 설립한 전택부 선생은, 정권이 바뀐 뒤에도 새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습니다. 마찬가지로 한글날을 국경일, 그리고 공휴일로 복원시켜달라는 글이었지요.

지나가는 이야기로... 어떤 날은 사석에서 전전 대통령을 탈탈 털기도 했습니다. 노태'우' 대통령은 한글날을 무시하는 '우'를 범했지만, 노무'현' 대통령은 한글날을 국경일로 만드는 '현'명한 대통령이 되기를 바란다고요(...)

["생애의 마지막 소원은 한글날이 국경일이 되어 달력에 빨간 글씨로 살아나는 것이다."]

두 가지 소원 중 하나는 이루어졌습니다. 2006년에요.
2006년. 한글날은 기념일에서 국경일로 다시 승격되었습니다.
하지만 빨간 날, 공휴일이 되기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노령의 선생에게는 너무도 긴 시간이었습니다.

2008년, 한글날의 공휴일 승격을 이야기하기 위해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날 기회가 생겼습니다. 평소 "내가 죽고 한글날이 빨간 날이 되어야 한다"던 선택부 선생은, 갑작스럽게 청와대에서 대통령을 만날 일정이 무산되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평생을 한글 사랑과 민족 사랑에 바친 그는, 그 충격으로 곡기를 끊고 향년 93세를 일기로 소천하게 됩니다.

2013년, 한글날은 법정공휴일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선생께서 그토록 원하던 '빨간 날'이 되었지요.




뱀다리1) 오리 전택부 선생님의 오리는 안정적인 그 오리가 맞습니다(...)
이름에 오리 부(鳧)자가 있어 어릴때 "오리야~ 오리야~" 하고 불렸는데 그걸 쿨하게 호로 쓰셨다고;;

뱀다리2) 비슷하게 오리를 호로 쓰신 분은 이순신느님을 살려내는데에 지대한 공을 세우신 오리 이원익 선생님이 있습니다. 광명출생으로 저와 지연으로 얽힌 분이지요(...)

뱀다리3) 똑같은 글을 블로그에 썼는데 영 맘에 안 들어서 피지알에 옮겨서 고쳐썼습니다. 긴장을 하니까 자동으로 문맥이 그나마 살아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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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병기캐리어
15/10/09 11:28
수정 아이콘
이런분들이 늘어나야 직장인은 행복해집니다....
스테비아
15/10/09 11:38
수정 아이콘
우리에겐 한글날과 같이 사라진 국군의날이 있습니다!! 군인은 못 쉬어도 민간인은 쉴 수 있게!!
근데 정권이 바뀌고 추진해야지 지금 했다가는 거시기...좀...
15/10/09 11:31
수정 아이콘
전택부선생님의 도움으로 오늘의 한글날 국경일 및 공휴일이 있었군요..
스테비아
15/10/09 11:39
수정 아이콘
얼마전에 탄생 100주년 기념식이 있었더라구요.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ilf_or_kr&logNo=220502844131
LowTemplar
15/10/09 11:34
수정 아이콘
큭 오리정승과의 지연이라니 저와도 지연이 (...)
스테비아
15/10/09 11:41
수정 아이콘
피지알 광명정모 가나요?크크
금천구 구로구 영등포구 시흥시 부천시까지 일곱 분 정도만 더 모아봅시다(...)
현금이 왕이다
15/10/09 15:58
수정 아이콘
저도 20년 넘게 광명에서 살았습니다 크크
스테비아
15/10/09 21:59
수정 아이콘
여섯 분 남았...?
Outstanding
15/10/09 11:44
수정 아이콘
선생님 덕분에 휴일 수당 받으며 일하고 있네요. 감사합니다!
The HUSE
15/10/09 11:46
수정 아이콘
헉. 그러네요.
어차피 할 일. 돈이라도...ㅡㅡ;;
스테비아
15/10/09 11:47
수정 아이콘
제 이상형이 감사할 줄 아는 사람인데 님 아...아닙니다
The HUSE
15/10/09 11:45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근데 한글과 컴퓨터의 원리는 무슨 상관일지. 크
스테비아
15/10/09 11:46
수정 아이콘
읽고 보니 이상한 부분을 긁어왔네요ㅡㅜ 빼는게좋겠습니다
15/10/09 12:01
수정 아이콘
광명얘기 나와서 말인데 광명시에 오리 이원익 기념관도 있죠
스테비아
15/10/09 21:58
수정 아이콘
사회과부도 시간에 많이 배웠는데 정작 한번도 안가봤네요...
대청마루
15/10/09 12:38
수정 아이콘
좋은 글 덕분에 좋은 분을 알아가네요. 감사합니다.
귀한 우리 글을 지켜오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저 분들이 있기에 우리가 편하게 살고있지 않은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요즘 유행하는 야민정음인가? 그거 너무 싫어요... 대가리를 머가리 라던가 귀여워를 커여어 라던가 하며 일부러 바꿔쓰는거 안했으면 좋겠습니다-_-;

그리고 덕분에 생각난건데 아산시청 홈페이지(http://www.asan.go.kr)에서 한글날 기념으로 이순신체를 무료 배포하고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은 다운받아보세요. 궁서체랑 비슷하면서도 좀 더 투박하면서 강렬한 느낌이라 괜찮은듯 합니다. (사직서에 딱 어울리는 필체라는 의견이...크크;)
-안군-
15/10/09 16:37
수정 아이콘
사직서.. 크크크...
근데,가서 보니까...진짜로 진지함이 철철 넘칩니다!!
스테비아
15/10/09 21:57
수정 아이콘
이거 맘에 드네요 흐흐 감사합니다~~!
아수라발발타
15/10/09 12:51
수정 아이콘
한글날과 별 관계는 없지만 여기 피지알에서도 어줍잖은 영어쓰시는 분 너무 많습니다(이건 저도 많이 쓰기는 하는데 본문에도
"멘탈을 부여잡고..." 그냥 "마음을 다잡고...."등 얼마든지 좋은 표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줄임말 쓰는것은 좋은데 적어도 소통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스테비아
15/10/09 21:58
수정 아이콘
그래도 한동안 워딩이라는 말이 자주 보였는데 요즘엔 안보이더라구요 흐흐
-안군-
15/10/09 16:39
수정 아이콘
피지알은 글쓰기 버튼이 무거워서, 글 자체도 묵직해지는 것 같습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오늘 우리가 이렇게 쉴 수 있는게, 공짜가 아니었군요...
스테비아
15/10/09 21:58
수정 아이콘
자게는 묵직해야 한다...?
비르지타폰슈베덴
15/10/09 18:05
수정 아이콘
아주 옛날에 KBS에서 사랑방중계 라는 프로그램에 원종배 아나운서 정영일 영화평론가와 함께 고정손님으로 출연하시던게 기억납니다
스테비아
15/10/09 21:59
수정 아이콘
전택부 선생님에 대해 찾아보니 그런 프로그램도 있더라구요. 어떤분인지 궁금한데 남은 건 책 뿐이네요..ㅠㅠ
비르지타폰슈베덴
15/10/10 10:29
수정 아이콘
그당시 출연하신 사랑방중계 몇꼭지가 유튜브에 있으니 한번 보시는 것도 좋을듯 제기억에 아주 온화하신 분이셨어요
한글날만기다려
15/10/09 23:47
수정 아이콘
추천 드립니다.~
스테비아
15/10/10 00:36
수정 아이콘
감사합니다~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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