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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5/10/08 11:59:39
Name endogeneity
Subject [일반] 폴크스바겐 소송...승소 가능성에 대한 전망 엇갈려
http://biz.chosun.com/site/data/html_dir/2015/10/07/2015100702052.html


이번 소송 얘기가 처음 나왔을 때부터 궁금했던 게
통상 한국 소비자가 수입차를 매입할 때 매도인은 국내 딜러사이고 제조사는 본국의 본사든 한국의 지사든 계약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이번 소송의 주위적 청구원인이라는 '사기에 의한 계약의 취소'란
정확히는 민법 110조 2항에 의한 '제3자의 사기에 의한 계약 취소'를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었습니다.

참고로 민법 110조는 이런 내용의 규정입니다.



[제110조 (사기,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① 사기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는 취소할 수 있다.
② 상대방있는 의사표시에 관하여 제삼자가 사기나 강박을 행한 경우에는 [상대방이 그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경우]에 한하여 그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다.
③ 전2항의 의사표시의 취소는 선의의 제삼자에게 대항하지 못한다.



이 조문의 '의사표시'를 '계약'이라고 바꿔 읽어도 무방합니다.
1항과 2항의 가장 큰 차이는 후자의 취소를 하려면 계약 상대방이 사기 사실을 알거나 알수 있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2항의 취소가 1항의 취소보다 요건이 까다롭습니다.

이번 사건에 대입하면 국내 폭스바겐 구매자가 자동차 매매계약을 취소하려면
폭스바겐의 기만행위를 국내 딜러사가 알거나 알 수 있었어야 했다는 것입니다.
그것도 매매계약을 체결한 당시에 말입니다.(첫 소송의 원고 두분의 경우 2008년, 2009년입니다.)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민법 110조 2항에 의한 취소를 해야만 할 상황이라면
주위적 청구는 거의 무조건 배척된다고 예상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가 궁금했는데, 이 기사를 보면 이렇습니다.



[그러나 바른은 국내 딜러사가 폴크스바겐의 대리점 역할을 했기 때문에 폴크스바겐 본사와 한국 법인을 상대로 계약을 취소하는 것은 전혀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 변호사는 “폴크스바겐 측이 본격 재판이 시작된 뒤 계약 당사자 문제를 주장할 수도 있지만, 국내 구매자들의 입장은 그렇지 않다”며 “딜러사와 제조사는 사실상 한 몸으로 봐야한다”고 했다. ]




종래의 민법 110조 2항의 확립된 해석론으로는 계약 상대방의 대리인 등이 사기를 친 경우는 2항의 적용이 없습니다.
그건 3자의 사기가 아니라 계약상대방 자신의 사기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통상의 수입차 거래에서 딜러사가 제조사의 대리인 역할을 하는데 그치는 것인지는 의문이고
국내 딜러사와 해외 제조사가 공동피고가 되었던 사건에서 대법원도 매매당사자는 당연히 딜러사라는 취지로 판단했습니다.
(대법원 2014. 5. 16. 선고 2012다72582 판결)

한마디로 폭스바겐과 딜러사가 한몸이라는 식의 주장이 실제로 위력을 발휘하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 경우 사기 취소는 1항이 아닌 2항에 터잡아, 폭스바겐이 아닌 딜러사에게 주장되어야 하는데
딜러사가 이 모든 사태를 2008년부터 알고 있어야 했다는 주장은 무리이므로 주위적 청구가 살아남기 어렵게 됩니다.

그동안 언론을 통해서도 충분히 소개되었지만 이 사건 소송은 주위적 청구인 대금반환과, 예비적 청구인 손해배상으로 이뤄지는데
사기 취소가 인정되는 경우 가장 많은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고 피고가 금액 부분만 따로 다툴 방법이 없는 반면에
손해배상의 경우 책임이 인정되는 경우조차 배상액 산정과정을 통해 실제 지급금액이 대폭 줄어들 수 있는 점에서
원고 입장에선 전자에 비해 후자가 특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중고차 가격하락분, 연비 증가분 등에 대해 원고측에 유리한 감정결과가 채택되는 등
소송진행 여하에 따라 만족스런 배상액을 얻어낼 가능성도 충분히 열려있고
아직 정부측 조사결과 등 이 문제와 직결된 기초사실이 충분히 확정되진 않았습니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소송진행의 실익이 있는지 없는지를 딱 잘라 말하는 건 불가능합니다.


다만 주위적 청구의 인용가능성이 생각보다는 높지 않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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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10/08 16:17
수정 아이콘
원고소송대리인 측이 기존 판례의 취지와 달리 아무리 단순 비교 액수에서 크다지만 입증하기 어려워보이는 주장을 하는 이유에는 혹시 또다를 것이 있을까요. 피고 국내 딜러상과 제3자인 제조사를 "사실상 한 몸"으로 볼 수 있는 이후의 어쩌면 그럴 법한 근거라거나? 추가적인 사실에 따라 굳이, 쉽게(?) 갈 길도 있는 것 같은데 예비적 청구가 있다지만 역시 그냥 액수는 무시할 수 없는 걸까요. 돈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인 것은 아니지만 그게 그냥 전부인 건지, 잘 모르겠지만 궁금하네요.
별개로 잘 모르겠는거 읽는 재미(?)가 쏠쏠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괜찮으시다면 지금처럼 종종, 계속 좀 어떻게? (...)
endogeneity
15/10/08 18:31
수정 아이콘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을 수 있겠죠.
일단 사건의 규모를 키우면 가령 폭스바겐이 피해자들과 합의를 진행할 때 협상에서 유리해질 수 있고
한편 이 사건에선 사기에 의한 취소를 주장함에 있어 중요 난관중 하나인 '고의' 증명이 상대적으로 손쉬운 편인 점도 있고
일단 사건을 진행하면서 법원에서 이 주장을 어찌 받아들이는지 보고 판단하자는 것이었을 수도 있겠죠.
개냥이
15/10/08 18:15
수정 아이콘
좋은 글 감사합니다.

하자담보책임 쪽으로 구성하지는 않았을까 궁금하네요
endogeneity
15/10/08 18:40
수정 아이콘
본문에서 언급된 대법원 판례에선 원고측이 실제로 하자담보책임으로 '완전물급부청구권'을 주장했다가 배척되었는데
(딜러사에게는 민법 581조에 의한 담보책임으로서, 제조사에겐 '하자담보책임을 부담하기로 하는 특약'에 의한 담보책임으로서)

확실하진 않지만 이 사안에선 손해배상의 청구원인은 아마도 민법 750조인 것 같습니다.
본문에서 언급한 문제 때문에 제조사를 상대로 하자담보책임을 묻는 것도 거의 어렵다고 생각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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