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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4/08/02 16:42:22
Name Duvet
Subject [일반] 명량해전 승리의 기반을 마련해준 배설?
배설은 보통 사극에서보면 겁많고 찌질이에 이순신에게 대들다가 도망간 소인배, 무능한 장수로 그려집니다.

그도 그럴께 명량해전이 일어나기전에 도망을 쳐버러셔 결국 임진왜란이 끝나고 잡혀 참수를 당했으니까요.


그런데 재미난건 명량해전에서 승리를 이끌 13척의 배가 남아있던건 배설의 공이 지대했다는거지요.

주로 칠전량해전에서 원균이 개박살나자 배설이 원균의 말을 무시하고 12척의 배를 이끌고 도망갔다고 알려져있는데 실록에서는 오히려 적선 8척을 깨부수는 유일한 성과를 낸게 배설입니다. 적이 야습을 가할때 김완과 함께 맞서싸우기도 하고 원균이 먼저 도망치자 도망치지않고 남은 경상우수영 배를 이끌고 돌아갑니다. 이때 배전이 보전한 병력과 배가 명량해전의 조선수군의 대부분이었습니다.

배설이 이렇게 뒷수습을 안했다면 명량해전의 대승은 있기도 힘들었죠.

배설 말고도 다른 배들도 알아서 도망가고 임지첨사 홍견 같은 경우는 10척 넘게 데리고 도망갔다가 명량해전 이후에야 수군에 복귀합니다.
그걸보면 배설이 겁이나서 도망갔다고 할 수는 없겠죠.


8월 18일
회령포에서 배설이 끌고 도망쳤던 전선 10척을 입수하여 그나마 수군의 구색을 갖춤.



여기까지만 끝났다면 배설은 아마 칠전량해전의 참패를 잘 수습해서 명량해전의 대승의 기반을 닦은 뛰어난 장수로 기록되었을겁니다.


실제로도 이순신은 배설에 대해 딱히 불만을 드러내지 않고 자기 심복인 권근과 교체될때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그걸 보면 나름 유능한 장수였다고도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인데

배설은 칠전량패전 이후 공공연히 조정과 전쟁에 대해 반감을 드러내고있었습니다.
교서에 절하기를 거부하고 조정과 전쟁에 반감을 대놓고 드러내며 많이 두려워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27일 을유, 맑다.
배설이 와서 만났는데, 많이 두려워하는 기색이었다. 나는 "수사는 어찌 피하려고만 하시오!"라고 하였다.
─ 이순신, 『정유일기』 7월 27일.


혹자는 PTSD라고 하네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칠전량해전의 참패를 겪고 전쟁에 대한 두려움과 원균을 대장에 두어 전쟁을 말아먹게한 조정에 대한 반감이 그대로 맺힌게 아닌가 싶습니다.

거기다 이순신은 13척으로 133척을 이기자라는 이야기를 하는데 배설로서는 이게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야 라는 생각이 들겠죠.
이순신도 원균처럼 부하들을 다 사지로 보낼려고 하냐 라는 의심이 들었던것일수도 있습니다.


결국 배설은 도망칩니다.

이순신은 이에 대해 일기에 그냥 한줄로 담담하게 '배설이 달아났다' 라고 만 썼습니다.

여기서 재미난건 배설이 왜군 점령지대를 거의 단신으로 돌파해버렸다는겁니다. 나름 후덜덜한 인물입니다.


이후 전쟁이 다 끝나고 1599년 배설은 사로잡혀 참수됩니다. 이때 사람들을 모아두고 반란 음모같은 이상한짓을 꾸몄다가 조정이 배설의 부친과 형제를 붙잡아 인질로 잡은 후 배설을 체포해서 처형했습니다.

공황장애가 있었던걸로 보이고 또 조정에 대한 반감이 상당했었던걸로 보입니다.




뭐 사실 배설의 모습이 사람들의 일반적인 모습이 아닐까합니다. 13척으로 133척과 맞서 싸우라니 아무리 봐도 무모하고 말도 안되는 전투라고 밖에 볼수없고 이미 배설은 칠전량해전에서 대장의 삽질로 큰 참패를 맛본경험이 있죠. 그때문에 전쟁에도 회의가 생기고 두려움도 생기고 더군다나 13척으로 133척을 이기자는 이순신은 그냥 적진으로 돌격하자는 원균과 똑같이 보였을겁니다. 또 대장이 부하들의 목숨을 다 날려버리는구나 라고 생각했겠죠.

막말로 사지를 벗어나 간신히 살아나왔는데 이번에 또 13척으로 133척과 맞서 싸우라고 하니 아니 이 xx가 라는 소리가 나왔을지도 모릅니다


배설의 모습은 그래서 일반적인 반응으로 보이고 그래서 더더욱 이순신이 일반인의 범주를 넘는 위대한 인물이라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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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8/02 16:55
수정 아이콘
명량 초반에 SNL 아저씨가 나와서 진지한 표정으로 딴지를 거는데 저도 모르게 왠지 웃음이...
CJ 제작영화라 그런지 SNL출연진들이 간간히 보이던데 설마 김민교까지 나오지않을까 걱정해면서 영화를 봤네요. 크크
(김민교씨는 너무 개그이미지가 강해서 진지한 분위기랑 안어울릴까봐.)
Lightkwang
14/08/02 17:23
수정 아이콘
저도 그 생각이!!
SNL생각이랑... 최민식씨 보면서는 자꾸 악마를 보았다 생각이 나서 몰입이 ㅠ-ㅠ
태연­
14/08/02 20:07
수정 아이콘
내가 출정하면 안되냐? 내가 출정하면 안돼? 내가 출정할수도 있잖아?
왜사냐건웃지요
14/08/02 17:03
수정 아이콘
배설의 시각이 일반적인 시각이긴하죠
배설은 하는짓과 이름이 너무 맞아서 죽을때까지 잊어버리지 않을듯..
abyssgem
14/08/02 17:15
수정 아이콘
뭔가 PGR의 정체성에 걸맞는 그것에 관련된 연구가 또 진척되었나 했는데, 그 배설이 아니었군요.

제목만 보고 이순신 장군께서 그 용무가 급하셔서 잠시 지체가 된 덕에 명량해전이 잘 풀린 측면이 있나 했습니다.
Lightkwang
14/08/02 17:23
수정 아이콘
PGR정체성에는 참 맞는 분인데...
14/08/02 17:26
수정 아이콘
칠천량의 패전이 너무 커서 전투피로증같은게 온 건 아닌가 싶네요
14/08/02 17:32
수정 아이콘
거기에 조정과 지휘관에 대한 불신이 겹친듯
14/08/02 17:49
수정 아이콘
그래서 영화에서 배설에 대한 부분이 걸리더군요
전투양상은 좀 그럴듯하게 바꾸더라도 사람 하나를 완전 답 없는 꼴통으로 만들어버리다니ㅠㅠ
14/08/02 18:25
수정 아이콘
처음에 작전할때도 지금 붙으면 다 죽어요.. 우리라도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정도로 하고
도망가는걸로 처리했으면 좋았을텐데. 게다가 활맞아 죽고.. ㅠㅠ
도로시-Mk2
14/08/02 19:47
수정 아이콘
찌질이가 아니고 나름 잘싸운 장수였군요.

그렇지만 최후가 안습 ;;
일찍좀자자
14/08/02 20:04
수정 아이콘
배설이랑 김기태감독이랑 닮았네요...
하위권팀 이끌고 정규리그 2위 포스트시즌 3위의 성적을 냈고 다음해 그만둔 게 배설의 행보랑 비슷하다는 생각을 잠시 해봤습니다
14/08/02 22:38
수정 아이콘
300 후속편 전개가 꽤나 판타지스럽다고 하던데 역사대로 하기엔 돈벌기 힘든가 보네요(..)
14/08/03 01:49
수정 아이콘
어짜피 그 10척 더 있었다고 칠천량의 대패의 역사가 바뀌지 않았겠지요..?
마스터충달
14/08/03 06:00
수정 아이콘
배설이 급 불쌍하게 느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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