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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1/09 15:30:11
Name Alan_Baxter
Subject [일반] [스포 거의 없음] 끝나면서 시작되는 영화 - 클라우드 아틀라스
* 최대한 스포가 없게 쓰겠습니다. 하지만, 이해를 돕기위해서, 다소 내용이 들어갈 수 있으니 만약 거슬리는 부분이 있으시다면,
말씀해주셔요.


영화가 끝나는 순간, 주위에는 감동이나, 먹먹함 혹은 영화를 즐겼다는 감탄사 보다는
"이 영화 어렵네" 라는 소리가 많이 들렸습니다. 저 또한, 장장 3시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잠시동안 감동했었지만, 이내 사그라들기를 반복했습니다.  결말부 조차 벅차오를 만한 부분은
잘 없었고, 있어도 바로 장면이 전환되어 감동을 느낄새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영화가 끝나고 인터넷에 각종 리뷰를 보거나 혼자서 곰곰히 생각을 정리하면서 부터,
소름이 돋기 시작하고, 다시 한번 보고 싶기 까지 했습니다...

왜 이 영화는 끝나면서 부터 시작될까요? 그리고, 왜 영화를 볼때는 감동이 적었을까요?
(영화의 주제와 비슷한 질문입니다.)

이 영화는 여섯가지 스토리가 뒤죽박죽 섞이는 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시간도 1849년 부터 2346년까지, 공간도 태평양 향해 부터, 파괴된 지구까지 500년의 시공간을 걸친 여섯개의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는데요. 여섯가지 스토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공식홈페이지 발췌)


Story1 1849년 태평양 항해
샌프란시스코로 향하는 배를 탄 애덤어윙은 항해중 큰 병에 걸리고, 그를 치료하던 동승객 의사에게 의지한다. 그러나 그 의사의 살해대상자가 되면서 생존을 위한 싸움과 모험을 하게된다.

Story2 1936년 벨기에 ~영국
방탕한 생활로 곤경에 처한 젊은 천재음악가 로버트프로비셔. 그는 유명 작곡가의 비서로 지내면서 걸작 ‘클라우드 아틀라스 육중주’를 작곡하지만 유명작곡가의 음모로 저작권을 두고 협박을 받고 파멸 하게된다.

Story 3 1974년 샌프란시스코
핵발전소에 숨겨진 거대음모를 단신으로 추적하는 열혈 여기자 루이자레이의 스릴러

Story 4 2012년 현재 영국 런던
큰 성공을 했으나 주위사람들의 음모로 사채업자에게 쫓기다 강제로 요양원에 갇히게 되는 출판업자. 요양원의 비인간적이고 독재적인 규율에 반항하여, 요양원의 동료들과 탈출 계획을 세워 그 곳을 벗어나게 되는 모험극

Story 5 2144년, 미래국제도시 NEO SEOUL
인간들의 필요에 따라 착취당하다 죽여지도록 계획되어진 복제인간이 만들어지는 미래세계. 자각을 시작한 한 클론이 인간들의 비인간적인 폭력성에 맞서게 되는 SF 액션

Story 6 2346년, 문명이 파괴된 미래의 지구
모든 문명이 인간의 탐욕으로 멸망한 아포칼립스 미래에서 자신의 섬과 가족을 잔학무도한코나족 악당들로부터 지키려고 싸우는 젊은 청년의 액션 활극

이를 정리하자면 다음과 같은데요.

연도        배경                        버스마크소유자(배우)            주제        장르
1849        남태평양                아담 어윙(짐 스터게스)                우정        미스테리
1936        스코틀랜드               로버트 프로비셔(벤 위쇼)        욕망        로맨스
1973        샌프란시스코        루이자 레이(할리 베리)        진실        스릴러
2012        영국               티모시 캐번디시(짐 브로드벤트)        자유        코미디
2144        네오서울                손미451(배두나)                    존엄        SF
2321        빅섬                         자크리(톰 행크스)                용기        판타지


서로 다른 시대, 서로 다른 배경, 서로 다른 주인공, 서로 다른 주제, 서로 다른 장르로 이 영화는 첫번째 이야기에서,
네번째 이야기로, 다섯번째 이야기로, 여섯번째 이야기로 짧은 2초에, 길면 몇분 간격으로 배경이 달라집니다.
또한, 여섯가지 이야기를 따로 떼서 보면 솔직히 너무나 평범하고 전형적인 클리셰를 지닌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가장 재밌게 느껴졌던, 네오서울 손미 이야기도 "복제인간이 자유를 깨닫는다" 는 주제 자체는 어디서 많이 본 이야기 입니다.

감동이 짧은 이유도, 그렇다고 해서 깊은 감동을 줄 수 없었던 이유도 이와 같습니다. 하지만, 서로 별로 상관없는 영화끼리의
관계를 파악하는 순간, 이 영화의 진짜 주제에 한 걸음 다가선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서로 영감을 주는 관계로 보면 1-2, 2-3, 3-4, 4-5, 5-6 으로도 얽혀있고, 변하지 않는 현실로 보면 1-5 2-4 3-6로도 얽혀있습니다.
또한, 중간 중간 물을 통해서, "악상"을 통해서, 그 때 그 때 상황을 통해서 장면 전환을 통해 영화의 변주를 느낄 수 있을 것 입니다.

예를 들자면, 영감을 주는 관계의 측면에서 살펴보면 1의 주인공이 쓰는 항해기는 2의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를 쓰는데에
영감을 주고, 5의 손미는 6에서 신이됩니다.  변하지 않는 현실의 측면에서는 과거나 미래나 누군가를 착취하는 건 바뀌지 않고,
과거나 미래나 인류는 멸망당할 위기에서서 구원 받아야 할 존재이며, 과거나 현재나 한 개인은 탐욕을 지니고 있죠.
제가 말씀드리지 않은 부분도 있는데, 보시고나서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한 스토리에서는 나오지 않는 이유가 다른 스토리에서 나오기도 하고, 같은 행동이 스토리에 따라 전혀 다른 결과를 낳기도 합니다.

이 영화는 이러한 하나의 스토리와 하나의 스토리 뿐만 아니라, 영화 전체적으로도 확장시킬 수 있습니다. 개인의 탐욕과 폭력이
점점 반복되어, 회사, 국가, 지구로까지 확대되어 나아가고, 주인공 또한 단순한 사랑을 가지는 사람에서 종국에는 누군가의 희망인
존재로서 나타나기 까지 합니다.



이 영화는 다운 받아서 대충보거나 혹은 집중해서 보지 않으면, 혹은 복잡한 영화를 싫어한다면 매우 재미없고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저도 지인이나 PGR 여러분들께 추천드리긴 힘듭니다.

하지만, 디테일을 좋아하거나, 영화가 끝나도 영화를 즐기고 싶다면 잠시 스쳐지나간 소품이 다른 스토리에도 나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고, 1명의 배우가 시대, 인종, 성별, 나이를 초월해 여러 역할을 하는(1인 다역)의 재미도 느낄 수도 있고, 마크버스를 지닌 주인공이 시대에 따라서 어떤 현실에 놓여져 있고 그 현실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는지의 재미도 느낄 수 있다고 봅니다.

영화에 나오는 '클라우드 아틀라스 6중주'는 감독인 톰 티그베어가 직접 작곡한 곡으로 같은 멜로디가 서로 다른 악기와 어울러지면서 다채로운 변화를 즐길 수 있는데, 영화도 서로 다른 주제이긴 하나, 같은 줄기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가 이 영화를 보고 느꼈던 부분 중 가장 큰 감동을 느낀 부분은,

"우리의 삶은 우리들만의 것이 아니다. 우리가 태어나서 부터 죽을때까지, 우리는 과거와 현재의 타인들과 엮여있으니까. 우리가 저지르는 모든 악행과 선행으로부터, 우리의 미래가 탄생하는 것이다"  

라는 손미의 말처럼, 하나의 스토리에서는 해결되지 못하고 결국 비극으로 끝나지만 과거 혹은 미래에서 결국 이루어진다는 것입니다...
그 것은 결국 저에게 "가능성이 없는 일 일지라도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간다면, 결국 의미있는 일이다." 로 느껴졌습니다...

누군가에겐 "똥 같은 영화" 그리고 타임지에 "최악의 영화" 라고 해도, 저에겐 지금까지 남아있는 깊은 감동으로 남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한번 더 보고 이번엔 관계에 대해서 좀 더 생각한 후에, 스포가 가득한 해석본(?)을 올리고 싶네요.

결론은 저에겐 손을 꼽을 정도로 좋은 영화였지만, 주위 분들에게 보라고 추천은 하지 못할 영화로 정리하겠습니다.




PS. 네오 서울 스토리의 분장은 저 또한 보기 불쾌하고 그랬지만, 일본틱한 방이나 중국적인 요소 같은건 서울이 아시아의 중심으로 자리잡았다는 뜻으로 해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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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01/09 15:45
수정 아이콘
관심 있던 영화인데 생각없이 영화 보는 걸 좋아하는 편이라 망설여지네요.
좋은 글 감사합니다.
Alan_Baxter
13/01/09 15:48
수정 아이콘
생각없이 영화 보시는 편이라면, 보실 때 정~말 생각없이 그냥 주인공만 기억하고 따라가시면 됩니다.
깊은 감동적인 부분만 없을 뿐 엄~청 지루하진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다 보고 나서, 엔딩에서 느끼는 부분(?)도 있고, 인터넷에 보시면 각종 리뷰글을 통해 다시한번 느끼는 부분이 있을 테니 너무 걱정 안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요.
13/01/09 15:56
수정 아이콘
책을 보고 극장가야하는건가요
Alan_Baxter
13/01/09 15:57
수정 아이콘
아니요.. 책은 오히려 더더욱 난해하고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냥, 편하게 보시고 나서 이해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인간흑인대머리남캐
13/01/09 16:04
수정 아이콘
헉 오늘 개봉했군요. 예매하러 고고싱~ 리뷰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13/01/09 16:09
수정 아이콘
보고 싶어 졌네요.. 매트릭스 1 이후 워쇼스키 감독 영화에 만족한 적이 없었는데..
공안9과
13/01/09 17:04
수정 아이콘
간만에 꽂혀서 보고, 놓친 연결고리들을 찾기 위해 리뷰도 찾아보고, 급기야 책까지 주문했지만...
영화관 관객들 대부분은 중반부 이전에 졸 것 같습니다.
일부 매니아들만의 걸작으로 남을 것 같네요.
제작비가 어마어마 할텐데, 이러다 워쇼스키 남매는 재기불능 상태에 빠지는 것 아닌지...
Backdraft
13/01/09 17:27
수정 아이콘
워쇼스키형님누나가 참 세계관을 드럽게 넓게도 잘 만드시는지라..
보고또보고 해야할 영화가 하나 늘었네요..
모십사
13/01/09 21:41
수정 아이콘
영화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는 상태( 있다면 무릎팍 도사를 봤다는 것 정도)만 가지고 영화를 봤는데 .... 영화가 조금씩 이해가 되기까지 거의 절반의 시간이 필요하더군요. 그리고 나서야 제각각의 이야기들이 정리가 되던데 문제는 앞에 진행된 이야기들이 어렴풋한 기억만 남거나 아예 뭘 했는지도 모른 채 절반 정도부터 이해가 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결국 저 같은 사람들에겐 두 번을 봐야 그나마 이해가 되는 영화라 보여지는데 과연 두 번을 볼만큼 흡입력이 있는 영화인지는 의문이 들더군여. 영화가 상당한 런닝타임을 자랑하는 만큼 또 보고 싶다는 강한 의지를 품게끔 해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는 않은 거 같았습니다.
해서 절반의 이해가 전혀 안타깝지 않은 영화로 기억될 거 같습니다.
저처럼 아예 배경지식이 전무하신 분이라면 오히려 이 리뷰를 보시고 대략적인 영화의 전개도는 머리에 그려두고 가시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불쌍한오빠
13/01/09 21:53
수정 아이콘
최근 워쇼스키의 작품들을 보면 너무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만 만들어서 이제 한물갔구나~라는 확신을 했었는데...
오늘 클라우드 아틀라스 보고오니 통렬한 자아비판을 하게 되네요
이야기가 계속 왔다리 갔다리 하게 되는데 영화가 워낙 길다보니 그냥 다 이해하게 되네요 크크크
미국에서 망하고 벌써 토렌토도 떴지만 이런 영화는 극장에서 한번 봐야죠~
배두나도 굉장히 중요한 역할로 나옵니다
가장 중요한 역이라고 봐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상영시간이 170분으로 상당히 긴 편이지만 이런 굉장한 이야기를 담아내려면 3시간정돈 필요한 법이죠 크크크
13/01/13 23:27
수정 아이콘
토렌토가 아니라 토렌트"torrent"입니다.
Courage0
13/01/09 22:54
수정 아이콘
저도 괜찮게 보고 왔습니다.
왜 이러한 영화를 만들었는지 워쇼스키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영화라고 느꼈네요
보는 도중에 왜? 2부작 정도로 만들지 않았을까? 특히 마지막에 분장씬을 보면서 상당히 많은 편집을 한 듯 한데...
왜 나눠 만들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면서.. 이야기를 통해서 한번에 일관되게 말하고자 하는 바가 있었다고 그냥 이해하게 되더군요.
나름 재미있고 배우들 고생 많이 했을 듯 하더라고요.
담배피는씨
13/01/10 00:57
수정 아이콘
지루한 감은 없었습니다..
참 따로 본 사람과 누가 누구 다 맞춰 보는 재미가 있는것 같습니다..
불량공돌이
13/01/10 01:31
수정 아이콘
한번쯤 보고는 싶은데, 영화관에서 보기엔 같이 볼만한 사람이 없고, 집에서 보기엔 집중력을 잃지 않을 자신이 없네요.
13/01/11 12:36
수정 아이콘
꼭 챙겨보고 싶네요. 감사합니다 ^^ 블록버스터 다음으로 이런 영화는 꼭 돈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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