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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9/05 03:24:54
Name bergy10
Subject [일반]  나의 음악 이야기. 그리고 이승환.
사실 가요를 잘 찾아서 듣는 사람이 아닐 뿐더러, 이젠 20년이 다 되어가는 고등학교와 대학 1~2학년 시절의 음악이 아니면.
노래들 제목도 잘 모르는게 많은 사람이기도 하고, 현 시점에서는....
그냥 듣기편한 이지 리스닝 계열의 팝과 클래식, 아님 가끔씩 맘에 드는 가요들 운전하다 듣고 찾아보는 수준이지만.
저 스스로 음악에 환장했던 시절이 존재하긴 했습니다.

10대 후반, 고등학교 시절. 드럼을 배우겠단 열망에 안그래도 평일은 밤 10시에 끝나는 고등학교인데 주말엔 음악학원에 몰래 다녀버리고,
그 일은 아버님의 7번 아이언이 제 등짝을 강타하게 되는 비극을 불러왔지만,
그렇다고해서 그일이 내인생은 Born to Rock 이다.. 를 외치던. 당시에 그런 제 사고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못했습니다.

그 후에 드럼은 못배우고 얼굴은 못따라가니, 목소리라도 세바스찬 바하의 허스키함을 닮아보고자.
목소리를 바꾸겠다며, 일부러 거친 목소리로 노래를 불러대며 90년대 초반 당시 고교생들에겐 정학 사유이던 노래방 출입.
걸릴일은 드물었어도 들어갈때 좀 겁났던건 사실입니다. 실제로 교련선생님을 노래방 화장실앞에서 보고 바로 도망간적도 있고...흐흐.

지금 생각함 재밌던 시절이죠..크크크. 여튼 스무살 넘어가면 나의 꿈이 완성될 것이라며. 남들이 아무리 알아주지 않을 지라도.
대학 입학 이후엔 기필코 대학가요제에 나가겠다던, 락에 완전히 정신세계가 함몰되어 있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뭐, 그 꿈은 고3시절을 거쳐, 대학에 입학하며 내가 좋아서 선택한 전공의 공부라는게...
진짜 만만치 않다 못해 사람잡는 일이라는걸 일찌감치 깨닫고 나선 포기했습니다만.

90년대 초반 당시, 문민정부의 출범을 기점으로 하여.
금지곡들의 일제 해금과 동시에 해외 발매 시점에서 최소 1~2년은 기다렸어야 하던 락 음반들의 출시 1~2주후 한국 발매.
또 꿈도 꿀수없던 금지곡이 거의 없는 한국 라디오의 최신곡 방송을 가능케한 환경의 변화.
락에 빠져들던 제 입장에선 이렇게 좋을수가 없었죠. 당시에는.

여하튼 락이 최고다..라며 들었던 그당시 3대 빅밴드.
건잰로지즈. 모틀리 크루. 메탈리카에.
그리고 익스트림. 퀸스라이크, 슬로터. 거기에 슬로우곡 듣고 싶으면 스키드 로우에 댐 양키즈, 사이공 킥.
이들의 음악을 듣다가 나중에는 너바나와 펄잼에 환장하였고,
그래도 마지막엔 제 음악적 정체성을 U2와 R.E.M 에서 찾게 되었었네요.


생각이 난 김에, 그 당시 노래 몇개만 들어 본다면.

우선, 익스트림이 More than words 로만 평가받을 밴드는 아니죠.
오히려 제가 진짜 좋아했던 노래는 이 노래...
근데 이것도 어쿠스틱이라 좀 그렇긴 하지만, 3 Sides to Every Story 앨범을 들어보시길 강추합니다.

"Hole Hearted"





그리고 이건 뭐....대다수의 분들이 다 아실 그냥 그런 흔한 노랜데.
들으면 좋아!!! 그냥 좋아!!!  그런 노래죠. "Sweet Child of Mine"
사실 전 이 뮤비를 어렸을때 보면서 노래보다 액슬로즈의 신명남이 더 좋았다는...





..그리고, 그닥 유명하지 않은 밴드이지만 보컬의 목소리와 곡들로,
독특한 분위기를 만들며 사람을 끌어당기던 Queensryche.
특유의 합창과 허스키하면서도 뭔가가 묘한 그 보컬. 사라진게 아쉬운 밴듭니다.





네. 이런 노래들 듣고 살다가....중학교 마지막 겨울방학에.
당시로선.....참 뭐랄까. 저 스스로는 락을 좋아하지만 왜 그가 좋은지 정의내리고 표현하기가 어려운,
그런 선호의 감정을 가지게 만든 절대 동안과 맑은 미성의 한국 가수. 이승환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락이 아닌 가요를 맘에 들어하네?" 라는 어린나이의 치기어린 감성에 좀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이 동안 노친네는 제가 가장 좋아하는 가수중의 한명이 되어 버렸구요.

근데, 이 노친네가 저번 주말에 "불후의 명곡" 이라는 프로그램에.
본인의 노래를 부를 아이돌 여가수의 아버지와 비슷한 나이가 되어 나와 버렸습니다.
어느새 50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을 보면 참 많은 감정이 교차하네요. 어려보이는 모습은 여전하지만.
10대이던때에 20대의 그를 만났고, 40을 바라보는 나이에 이젠 50을 바라보는 그를 봅니다.
좋아하는 가수가 같이 나이를 들어가는 느낌이 이런 것인가 봅니다.

마지막으로. 아래가 지난 주말, 그가 노래를 불렀던 영상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에도, 목소리에 큰 변화 없이 예전처럼 노래를 불러주는 그에게 감사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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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세기
12/09/05 07:25
수정 아이콘
노래 잘 들었습니다.
근데 이승환 65 년생이던데....저 얼굴이 어떻게 우리나이로
48살인가요???? 말도 안돼...
맨발낭자
12/09/05 08:39
수정 아이콘
와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승환옹~ 유머러스함과 저 외모는 정말.... 이번 불후는 몬가 조금 아쉬움이 2주했어도 됐을텐데 흑흑!!
스프링젤리
12/09/05 09:03
수정 아이콘
저.. 'Hole Hearted' 는 Pornograffitti 앨범 수록곡인데요..
3 sides to every story 앨범 추천하시면서 2집 곡을 링크하셔서 '3집에 저런 노래도 있었나' 잠시 당황을..

'3 sides to every story' 앨범에서 our father 과 stop the wolrd 정말 좋아합니다!!
12/09/05 14:21
수정 아이콘
다른 앨범인거 알고 있습니다. 다만 3 sides to every story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크크.
저는 Stop the world 랑 Seven Sundays, 그리고 Tragic Comic을...흐흐흐.
바람모리
12/09/05 09:20
수정 아이콘
락은 잘 모르지만 저도 이승환노래는 참 많이 좋아합니다.
워크맨을 가지게 된 후 천일동안이 있는 앨범부터 용돈을 모아서 구입했네요.
오토리버스라는 기능이 딸린 워크맨을 처음 사용할때의 신기함이란..
5집이었나.. 가족이 있는 앨범까지는 테이프로 샀고 그다음부터는 CD를 샀죠.
CD플레이어를 처음 만질때의 기분이란..
내가 듣고 싶은 노래를 빨리감기 없이 들을수가 있다고?
혹은.. 되감기없이 한노래를 반복해서 들을 수 있다고?

언제나 부족하기만 했던 용돈을 모아서 산 그 테이프들과 CD들은 지금 죄다 어디로 간걸까..
하루사리
12/09/05 10:19
수정 아이콘
저는 세월을 한방에 맞아 늙어가는데 승환옹은 세월이 비껴가는군.ㅠㅠ
갠 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가수분 인데 고등학교때 무적 콘서트 라이브 씨디 4장 짜리였나요?
매장에서 구매했더니 점원 누님이 노래 들을 줄 안다며 이어폰 하나 주신게 기억나네요. 흐흐
12/09/05 15:05
수정 아이콘
공짜 이어폰이요? 세월을 한방에 맞기 전까지는 꽤 대단하셨을듯한 느낌이 듭니다. 크크.
Hook간다
12/09/05 10:30
수정 아이콘
변해가는 그대라는 곡이 정말 죽여주죠... 승환옹.... 변해가는 그대란 노래를 불렀던 영상도 급 보고 싶어졌네요..

락이라고 해봐야 전 퀸, 오아시스, 블러... 메탈리카? 밖에 모르는 락의 R자도 모르는...ㅜㅜ
눈시BBver.2
12/09/05 10:46
수정 아이콘
We are the Dream Factory!
잠수병
12/09/05 11:13
수정 아이콘
이승환.. 정말 최고죠. 제 10대때 우상이었고

지금도 가끔 열정적인 공연 영상들 보며 저도 힘을 얻기도 하네요.
그리메
12/09/05 11:17
수정 아이콘
이승환의 가족이 제게는 최고의 명곡인데 천일동안을 FX가 불러버려서 감흥이 떨어졌다는...불후의명곡 이야기입니다.
왜 가족은 아무도 안불렀는지 후후..
12/09/05 11:21
수정 아이콘
어린 시절엔 남자라면 무조건 닥치고 Rock이라 생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
(물론 지금도 제겐 Rock의 피가 흐른다고 자위하곤 합니다.)

공장장님의 공연은 매년 빠지지 않고 참여합니다. 몇 십번을 라이브로 들었지만, 질리기는 커녕 더욱 빠져들게 되는...

이제는 음악보다도 그의 그 똥고집과 그 집착을 더욱 롤모델로 삼게되네요.

ps.
올해 공연에서는 드디어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냈지요.
무한앵콜제 끝에 목이 상해서 다음날 공연을 못하는 엄청난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으니...
역시 육체적인 한계는 있기는 한 모양입니다.
리콜한방
12/09/05 11:31
수정 아이콘
제가 좋아하는 이승환 노래 Best 10

- 꽃
- 그늘
- 위험한 낙원
- 당부
- 잘못
- 루머
- 만추
- 울다
- 애원
그리고 변해가는 그대.
12/09/05 17:46
수정 아이콘
주로 두글자 노래들을 좋아하시는 군요..^^

개인적으로 저역시 '꽃' 좋아합니다.
무적 콘써트에서 불렀던 '너의 나라' 도 아주 좋아합니다.
그리고 오래전 한창 사랑과 이별을 번복할때 '눈물로 시를 써도' 듣고 참 많이 울었던 기억입니다.

어느 계절에 머무나
그대 떠난 계절이 또 있을까
이별의 흔적은 뒤늦게 찾아오니
떠나는 그대를 잡지 못했나

그날 가만히 내 눈을 바라보다
그대 눈물을 흘렸죠
그것이 마지막 진한 입맞춤되어
나 역시 뒤돌아 울지요

기나긴 날 이제는 어떡하나요
눈물로 시를 써도 그대는 없는데
세월이 또 누구를 기다리나요
세상에 둘도 아닌 당신인 것을

사연이 너무 많아 찢어버린 편지
그댄 그 의미를 아나요

사랑은 말이 없는 것을..
민주인후아빠
12/09/05 11:50
수정 아이콘
고등학교3학년 당시 The Show Tour 1992~1993(테이프2개???)를 사기위해서
학교앞 레코드 가게를 매일 가게 했던 사람.
(제일 친한친구 빌려줬는데(정말 빌려주기 싫었음) 친구형이 잊어버렸다는 소식을 듣고 절교할까 생각도 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막내동생이 모든 CD를 사기 시작했죠..
GreatObang
12/09/05 12:22
수정 아이콘
어떻게 사랑이 그래요. 라이브로 오랜만에 들으니 눈물이 날 정도더군요.

개인적으로 이승환 최고의 곡으로 뽑는 곡은 화려하지 않은 고백입니다.
Lainworks
12/09/05 12:30
수정 아이콘
이승환 스스로도 글 쓰신 분이랑 비슷한 락 키드였죠. 낙원상가 근처에서 오태호랑 같이 사슬달고 공연하고 그랬다는데....

그래서 당시 최고의 기타 유망주였던 오태호 데리고 오버그라운드 가서 발라드 한다고 당시 락씬에서 이승환을 가열차게 깠었죠. 지금도 락씬에서는 발라드가수가 락질한다고 무시하고.
12/09/05 12:35
수정 아이콘
흠...승환옹의 오랜 팬으로써 댓글을 남기지 않을수가 없네요..
승환옹~ 오랜시간동안 언제나 제대로 음악을 만드는 장인이었으니 언젠가 더 높은 평가를 꼭 받기를 바랍니다.
11집을 또 기대해보게 되네요..왜 그런지 8~10까지는 잘 안듣게 되는데 좀 더 들어봐야 겠어요..

첨언으로 Extreme의 이야기가 위에 나와서 너무 반가웠습니다.
개인적으로 Nuno의 광팬입니다. 포르투갈계라 하던데 외모부터 범상치 않은거 같습니다.
제가 아스날은 별로 안좋아해서 Bergy님과 축구호불호는 다르지만 음악적으로는 호불호가 많이 겹치는듯하네요..^^
12/09/05 15:27
수정 아이콘
범상치 않은 정도가 아니라, 고등학교때 같은반 여자애들이 핫뮤직에 나온 누노 사진을 보면서 다들 이사람 이름이 뭐냐고 물어봤었다는...
잘생긴 주제에 머릿결까지 비단같아 가지고는...크크크. 거기에 기타까지 잘치다니.
저도 누노 엄청 좋아했습니다. 다만...U2라는 못생기고 나이 더럽게 많은 밴드가....크크크.

+) 아스날 그래도 이젠 좀 쓸만해 졌어요. 흑흑.
12/09/05 13:00
수정 아이콘
흐흐흐.. 익스트림 왠지 반갑네요...
대학 음악동아리 시절때 맨날 친구들끼리 누노가 더 낳냐, 잉베이가 더 낳냐(응?) 로 싸우던 기억이 새록새록.. ^^;;
12/09/05 13:27
수정 아이콘
12~4년 전쯤 광주 친척집에 놀러갔다가
전남대인가? 에서 콘서트를 보고 난 후 팬이 되었죠.

한번은 아는여자의 오빠이름이 이승환이라,
그 후 새롭게 보여서 여자친구가 되버린 경험도 있습니다 크크..
12/09/05 14:49
수정 아이콘
변해가는 그대는 정말이지...
노래방서 따라 부르면 성대가 간질간질 해져요.
스타바보
12/09/06 01:12
수정 아이콘
어느 음반 평론가가 이승환 5집에 대해 "이승환 음악의 벽인가, 한국 대중음악의 벽인가" 라고 평한 게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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