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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1/10/23 16:16:55
Name sungsik
Subject [일반] 나는 꼼수다? 이해할 수 없는 광해군의 중립외교

광해군에 대한 평가가 좋은 이유는 3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임란 때, 왕세자 시절의 그의 행보.
두 번째는 대동법의 추진
세 번째는 중립외교입니다.

첫 번째의 경우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없을만큼 그의 행보가 뛰어났지만
정작 진짜 중요한 왕이 되었을 때의 그의 모습입니다.

두 번째의 경우 광해군은 대동법의 기본이 되는 선혜청을 시작한 왕일 뿐인 것이지
정작 대동법의 전국적 확장에 대해 상당히 회의적이었으며,
결정적으로 선혜청 그 자체를 굉장히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왕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인 특히 사람들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그래서 인조는 더더욱 까이는)
중립외교에 대한 부분인데 사실 광해군의 중립외교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중립외교는 말 그대로 외교술일 뿐입니다.
전쟁은 아무리 날고 기는 외교를 할 지라도 전쟁이 일어날 상황이 되면 일어날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집니다.
그럼 일어날 거 같은 전쟁을 위해 외교술과 함께 동시에 이루어져야하는 것은?

당연히 전쟁대비입니다.
선조의 경우에는 임란전에 대한 대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백성들에게 전쟁 전에 무리한 전쟁준비로 민심을 고려하지 못해 미안하다고 할 정도였음에도)
전쟁준비를 하지 않았다고 비난을 받습니다.

그런데 광해군의 경우에는 북방에서 누르하치의 성장을 뻔히 지켜보고 있었음에도
그리고 그것을 걱정해 '중립외교'를 펼쳤음에도 내부적으로는 언제 있을 지 모르는
전쟁에 대한 대비를 전혀하지 않습니다.

그럼 전쟁대비 대신에 그가 했던 것이 무엇이냐?

바로 궁궐공사입니다.
궁궐공사의 이유는 너무나 명확합니다. 바로 왕권강화지요.
조선의 왕들은 끊임없이 왕권 강화를 위해 노력했는데 그럼에도 대부분의 왕들이
사화나 선위쇼등의 정치적인 방법을 하며 왕권강화를 이뤄내려 노력했습니다.

형제들을 죽이고 여러 사화를 일으키는 건 정치적인 방법이지만
궁궐공사는 전혀 다른 방식입니다.

그런데 그 궁궐공사의 규모가 납득가능한 수준이었냐. 그것도 아닙니다.
그가 지으려던 궁중 가장 큰 궁인 인경궁의 건물 수는
기록상으로 경복궁의 10배가 넘는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그렇다고 인경궁만 지으려고 했던 것도 아니고
경덕궁 역시 동시에 건축되기 시작합니다.
임란전 때 불타버린 창덕궁이나 창경궁의 경우야 이해가 가지만 밖으로는 전쟁의 위험성이 날로만 높아져가는데,
내부로는 궁궐공사에 빠져있다. 이걸 어떻게 이해야할까요?

개인적으로는 이것을 이렇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실제 광해군은 커져만가는 후금의 성장에 대해 걱정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선택에 갈림길에 놓여진 것이지요.
첫 번째는 궁궐공사. 두 번째는 외세침략에 대한 방비입니다.

만약 광해군이 진정으로 뛰어난 왕이었다면 당연히 후자를 선택했어야합니다.
그럼 광해군의 중립외교의 진짜 목적이 명확해지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광해군은 전자를 택하고 후자를 포기해버립니다.
하지만 포기한다고 그게 그냥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고
궁궐공사는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바로 이 중립외교라는 방법을 택한 것 뿐이라는 것을요.


실제 광해군 대에 변방방비에 대한 우려가 상당히 심각했습니다.
그리고 본인도 서북의 오랑캐를 대비하라며 교지를 내리기도 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와 동시에 인경궁이라는 사상 초유의 대규모 토목 공사가 시작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국가의 대부분의 재정을 궁궐공사의 투입하면서,
서북쪽의 방비가 불안하다며 신하들을 다그치기만 급급합니다.

실제 전유형이 인경궁 공사를 중지하고 외세에 대한 방비에 집중하자라는 상소가 올라오지만 가볍게 무시합니다.

또 이상윤등이 군사를 징발해 보낼 것과 궁궐공사를 정지해 민폐를 덜고 오로지 방비를 할 것을 요청하지만 무시합니다.

영건 도감이 두 궁궐(경덕궁과 인경궁)의 역사가 엄청나고 용도가 끝이 없는데다
흉년까지 들었고 현재 군병을 일으키니(명나라의 원군요청) 백성들이 버틸 수가 없다.
그러니 둘 중에 제발 하나라도 그만두자고 하는 것도,
너희들이 공사재료를 절약하지 않아 낭비하여 공사가 이렇게 오래 끌리게 된 것이다라고 화를 내며 거절합니다.

엄대인이란 자는 궁역을 정지하고 방비를 위해 산성을 다시 수리할 것을 청했지만 역시나 무시합니다.
(전쟁대비를 위한 산성 수리도 궁궐공사를 위해선 과감하게 포기하는 부분입니다.)

생원 안여행이 변방의 위급함을 조처하기 위해 궁궐공사를 정지하자고 했지만 무시당합니다.

지사 심돈은 병력 군량마련등을 요청하며 지금은 궁궐 공사를 중지하고 오로지 방비에만 힘쓰자.
했지만 이미 절반이나 했는데 어떻게 정지하느냐고 거절합니다.

이창정이란 자는 궁궐 역사 중지를 아뢰는 상소를 올리다가 파직까지 당합니다.

형조판서 조정은 궁궐공사를 정지하고 군졸을 가려 훈련시켜 위급한 상태에 대비하자고 하지만
요귀의 재앙 때문에 공사를 멈출 수 없다.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거절합니다.

장만은 잠시만이라도 상황이 진정될 때까지만 공사를 중지하자라고 하니
공사를 중단함으로써 인심이 더욱 붕괴될 텐데 왜 그런 생각은 하지 못하는가. 하며 화를 냅니다.

이충이 차자를 올려 지금 도감의 미포가 다 떨어져가 꾸려갈 방책이 없으니
한 궁궐의 공사만이라도 중단하여 백성의 힘을 펴지도록 하다고 하지만
역시나 자신이 알아서 하겠다라고 하며 무시합니다.


실제 실록에서는 군사를 징발하고 군량을 운송하는 것이 당장에 급한데도
밤낮으로 일삼는 것이라고는 오직 궁궐을 짓는 것 뿐이어서 산속의 나무가 다 베어졌고
세금을 거두라는 명령이 성화와 같아 백성들의 힘이 고갈되었으며
구름에 닿을 정도로 웅장한 궁궐을 짓느라 영차영차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으며
공사의 비축이 다 떨어지니 관작까지 팔았다. 라고 평합니다.

자.. 이걸 어떻게 봐야할까요.
내부적으로 궁궐공사에 미쳐 외세의 침략에 방비는 하지 않으면서
국가의 미래를 걱정하는 신하들의 상소와 행여 있을지 모르는 전쟁 대비조차 포기하며,
겉으로는 중립외교를 외친듯 대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자신의 욕망을 위해 국가의 미래가 걸린 일은 꼼수로 해결하려고 했던 모습.
과연 이런 광해군의 행보를 대체 어떻게 봐줘야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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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떡집
11/10/23 16:46
수정 아이콘
저는 광해군의 심시티를 볼때마다 왕권강화라는 목적을 위해 궁궐공사라는 수단을 쓴 것이 아니라 건설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네..건설 덕후의 건설에 관한 열정!!!! 바로 그겁니다.

.....죄송합니다. 그럴리는 없겠지요.
11/10/23 17:12
수정 아이콘
오 이런건 몰랐습니다 전혀.
역시 아무리 외교방향이 좋았다고 하더라도, 언행일치 안되는 부분이 있다면 지지받기가 힘들겠죠.
확실히 똑똑한 왕이었는데 이런 부분이 한계인건가요.

근데 또 임란 직후 조선이 얼마나 피폐했을지는 짐작이 가서
무리한 전쟁준비가 힘들지도 몰랐겠네요(근데 목숨이 달린 일이니 힘들더라도 무조건 해야만 하는 일이었네요)
게다가 이건 말이 안되겠죠. 피폐해서 국방비는 없는데, 궁궐 건축비는 있다면.

결국 광해군 스스로 반정의 빌미를 준건 분명히 있군요.
굳이 명에게서 거리를 두려던 그 모습 뿐이 아니더라도.

근데 이런 생각도 듭니다.
궁궐 무리하게 짓는 걸 안했다고 할지라도.. 과연 왕자리를 지킬수 있었을까 싶네요.
조선사람들 청나라 건국된지 백년이 지나도 은근히 업신여기고 이런게 기록 드러나는거 보면
사대라는게 상상이상으로 강력했던거 같아서요.
11/10/23 18:24
수정 아이콘
한 사학자(한명기)께서는 광해군의 궁궐 건축에 대한 집착을 광해군의 소심한 성격과 왕권강화에의 의지로 해석하고 계시군요.

임란 와중 소실된 궁궐 때문에 이러지러 거처를 옮겨야 했던 왕의 체면이 많이 깎였던 듯싶고요,
소심한 성격은,
적장자가 아닌 차자의 처지에서 갑자기 왕위에 오르게 되고
이런 불안한 기반 위에 안팎에서 불어닥쳤던 광해군의 왕위에 대한 위협(반란)의 존재와
그 대응책으로 행한 행위(폐모살제)와 이 와중에서의 신료 간의 권력타툼이 왕의 정서상태를 불안정하게 했다는 것입니다.

"왕이 일찍이 지관 이의신에게 몰래 말하기를 "창덕궁은 두번이나 큰일을 치러서 나는 머물고 싶지 않다"라고 했다. 그것은 대개 노산군과 연산군이 폐위된 사건을 가리키는 것이다. 의신은 "고금의 제왕가에서 피할 수 없었던 변란들은 궁전의 길흉에 달린 것이 아니라 오로지 도성의 기가 쇠하였기 때문에 그런 것입니다. 속히 옮길 곳을 점쳐야 합니다(천도론)"라고 했다. 왕은 이후에도 창덕궁에 거처하지 않았다(광해군 5년 1월 기미)."

위에 제기된 천도론은 신료들의 강렬 반대에 부딫혀 실행되지 않았지만, 이후 추진된 광해군의 신궁 축성의지까지 신하들이 반대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해석입니다(cf. 광해군의 궁궐 건축에 대한 서술은 논문의 표시된 페이지 기준 pp.185~193에 나옵니다).

이외에도 논문은 광해군에 대한 평가 전환의 연원과 기타 광해군 관련사항을 서술하고 있으니, 관심 있으신 분은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www.dbpia.co.kr/search/search_total_dbpia.asp?sO=&sF=&sQ=&sP1=&sP1N=&sP2=&sP3=&sP4=&sP5=&sP6=&sP7=&sP8=&f1=&f2=&f3=&f4=&s1=&s2=&s3=&s4=&autoid=tot_all&A=&AA=&tsQ=%EA%B4%91%ED%95%B4%EA%B5%B0+%ED%8F%AD%EA%B5%B0&tsF=v_F0
불같은 강속구
11/10/23 18:29
수정 아이콘
글쎄요, 그 당시 상황에서 조선이 전쟁준비를 하고 있으면 후금은 그걸 어떻게 볼까요?
수백년동안 명의 속국이었던 나라, 또 임진왜란때 명의 도움을 받은 나라가 병력을 모으고 군비확충하면 후금으로서는 조선이 명과 힘을 합쳐 자신들에게 대항하겠다는 징후로 인식할것 같습니다.
임란전의 대비와는 전혀 상황이 다르죠. 그때는 일본이 쳐들어오면 막아내야겠다는 의지의 표현이고 광해군으로서는 어떻게해서든 전쟁을 피하겠다는 거니까요. 그리고 그 당시 피폐한 조선의 상황에서 전쟁대비를 한다고 전력이 그다지 나아졌을것 같지도 않습니다. 궁궐공사하는것 못지 않게 백성들의 원성을 샀겠죠. 또한 실록의 부정적 기록은 서인들이 작성한 자료라는 점에서 필터링을 좀 해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 글과는 별개의 얘기지만 오항녕교수가 조선의 힘이라는 책에서 광해군 재평가 운운하며 무리한 궁궐공사를 비롯해 여러가지 실정?들을 묶어 광해군 깎아내리기 작업을 했었죠. 궁궐공사부분은 어느 정도 수긍이 가긴 하지만 그 외에 광해군을 평가하는 부분에서는 시각이 너무 편파적이고 비논리적인 내용이어서 짜증을 냈던 기억이 나네요. 마치 당시 쿠테타를 일으켰던 서인측의 대변인이 아닌가 싶더군요.
lupin188
11/10/23 23:25
수정 아이콘
저도 경복궁 재건을 왕권강화 하기 위한 방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간택받아 오른 선조처럼 정통성부분에서 약했으며(적장자는 커녕 서장자도 아닌 차자 였으니깐요), 즉위직전에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영창대군에 의해 밀려날 뻔하기도 했으니깐요. 그래서 임란으로 인해 실추된 왕의 위상과 함께 정통성 확보를 위해 무리수를 둔 것이라 생각합니다. 물론 군사력을 키울려고 해도 신하들이 극구 반대 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저 누구들처럼 명나라만 믿으면 된다고 이야기 할 것이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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