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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24/06/17 22:42:07
Name Fig.1
Subject [일반] [역사] 예나 지금이나 같은 킥보드 문제 / 전동 킥보드의 역사 (수정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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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
시작하기에 앞서 자료 조사를 하면서 가장 애를 먹었던 부분은 킥보드와 스쿠터의 차이가 무엇인지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장 여부로 킥보드와 스쿠터를 구분합니다. 하지만 영어로는 안장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스쿠터입니다. 킥보드는 ‘수영 발차기를 연습할 때 사용하는 물에 뜨는 직사각형 판’을 의미하죠.
 
그러면 왜 우리나라에서는 스쿠터를 킥보드라고 부르는 걸까요? 1999년 K2 Sports에서 출시한 스쿠터 브랜드 킥보드Kickboard 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 제품은 2000년 4월 한국에 처음 들어와 대학가를 시작으로 인기를 끌었고, 킥보드라는 브랜드 이름이 일반 명사가 된 것이죠.

이 글에서는 보드형 바닥이 있고, 두 발이 보드 위에 얹는 형태의 탈 것을 스쿠터라고 정의하고 조사했습니다.



Fig.1 킥보드는 로스트 테크놀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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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1 1916년 오토페드를 타고 있는 영국의 참정권 운동가인 플로렌스 노먼 부인]

최초의 전동 스쿠터는 뉴욕의 롱아일랜드 시티 오토페디드 컴퍼니Autoped Company of Long Island City 에서 1915년에 출시했습니다. 앞바퀴를 동력으로 하는 155cc 4기통 가솔린 엔진을 탑재해 시속 57km까지 달릴 수 있었죠. 게다가 보관이 용이하도록 핸들 바가 접혔는데요. 무게가 110kg에 육박해 휴대용으로 쓰였는지는 미지수입니다.

오토페드의 가격는 100달러로 당시 미국인들 평균 연봉이 687달러인 것을 감안하면 2~3달 치 월급에 해당했지만 그래도 자동차보다는 저렴했기 때문에 “가격이 매우 저렴해서 거의 모든 사람이 구입할 수 있다고”고 광고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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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2 미국 우정국에서 오토페드를 사용하는 모습]

오토페드는 미국 우정국과 경찰청과 계약을 맺기도 했고, 캘리포니아 해변에서는 관광용 대여 사업을 하기도 했죠. 오토페드는 저렴(?)하고 쉽게 탈 수 있었기 때문에 불량 청소년들과 갱단들에게도 퍼졌습니다. 그리고 브루클린, 퀸스, 맨해튼에서 이들의 난폭 운전이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죠. 이런저런 이유에서 판매가 부진했고, 1921년 미국 생산이 중단되었습니다.



Fig.2 할리우드 스타들의 이동 수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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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3 오토글라이드 광고 ⓒAACA Library]

오토페드의 몰락 이후 스쿠터가 사라지나 싶었는데, 1929년 미국에서 대공황 시기에 되살아납니다. 당시 가장 유명했던 스쿠터 모델은 오토글라이드auto.glide 였습니다. 엔진을 제조하던 쿠시맨Cushman 이라는 회사에서 대공항으로 엔진이 팔리지 않자 자사 엔진을 탑재한 값싼 스쿠터를 제작한 것이었죠. 의자와 전조등을 추가해 우리나라에서 의미하는 스쿠터의 모습을 보입니다. 오토글라이드는 저렴하고 연비가 좋아 인기를 끕니다. 쿠시맨 스쿠터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군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전쟁 전후에도 자동차 대안으로 사용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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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4 1938년 험프리 보가트와 앨런 젠킨스가 워너 브라더스의 경비원에게 스쿠터를 타고 과속을 하다 제지당하는 모습 ⒸGetty Images, via Mashable]

또한 스쿠터는 할리우드의 넓은 스튜디오 부지를 돌아다니는 이동 수단으로 쓰였는데요. 험프리 보가트Humphrey Bogart 와 같은 스타들이 스쿠터를 타고 있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히며 더욱 인기를 얻게 되었죠.

그러나 1930년대 들어 미국의 교통법규가 강화되고 청소년들의 운전에 대한 규제 수위도 높아지면서, 오토글라이드는 판매에 직격탄을 맞게 되었습니다.



Fig.3 이탈리아의 낭만, 베스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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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5 로마의 휴일에서 나오는 베스파]

2차 세계대전 당시 항공기 부품을 만들던 이탈리아의 피아지오Piaggio는 전쟁이 끝난 후 연합군에 의한 제재 및 항공기 제작 수요가 없어 어려움을 겪었는데요. 피아지오는 1946년 항공기 부품을 만들던 기술을 응용해 스쿠터 베스파Vespa 를 제작합니다.

베스파는 당시 패전 이후 열악한 이탈리아의 경제 사정과 도로 상황에 맞아떨어지며 이탈리아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얻게 됩니다. 게다가 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오드리 햅번과 그레고리 펙이 베스파를 타는 장면이 나오며 세계적으로도 인지도를 얻게 되었죠.



Fig.4 60년 만에 부활한 킥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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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5 1985년에 등장한 고페드]

앉아 타는 스쿠터가 발전하는 사이 두 발로 서서 타는 스쿠터는 암흑기를 맞이했는데요. 1985년 스티브 패트몬트Steve Patmont 가 고-페드Go-Ped  특허를 취득하면서 다시 두 발로 서서 타는 스쿠터가 주목받기 시작하죠. 고-페드는 처음에는 가스 구동식 스쿠터였지만, 2001년 리튬이온 배터리로 작동하는 전기 스쿠터를 출시합니다. 이 2001년 모델인 후버보드Hoverboard 에는 바퀴에 서스펜션을 갖추면서 승차감이 훨씬 좋아졌죠.



Fig.5 킥보드 공유 서비스의 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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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6 2017년 시작한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버드]

오늘날 전동 킥보드의 인기는 누가 뭐래도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가 등장하면서부터입니다. 공유 서비스가 등장하기 이전 전동 킥보드는 주로 레저용으로 사용되다가 공유형 전동킥보드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이동 수단으로 사용되기 시작합니다.

스쿠터 대여 서비스는 2012년 캘리포니아에서 시작한 스쿠터 네트웍스Scooter Networks 가 최초입니다. 두 발로 서서 타는 스쿠터 공유서비스의 최초는 2017년 역시 캘리포니아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버드Bird 입니다. 참고로 스쿠터 네트웍스는 2018년에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로 확장했고 2019년 버드에 합병되었고, 버드는 2023년 12월 파산신청을 했죠.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 ‘킥고잉’을 필두로 ‘씽씽’과 ‘고고씽’ 등의 전동 킥보드 공유 서비스 업체들이 생기면서 전동 킥보드가 대중화됩니다.

하지만 전동 킥보드에 대한 인식은 좋지 않은데요. 사용자들의 무단 주차와 난폭운전으로 인한 사고가 끊이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8년 최초로 전동킥보드로 인한 보행자 사망 사고가 발생했고, 2021년 전동 킥보드 관련 법이 개정되었죠. 파리에서는 2023년 9월부터 사용을 금지했습니다.



Fig.6 혁신에서 생산 중단까지, 세그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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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gure.7 2001년 등장한 세그웨이]

가장 미래적인 형태의 스쿠터가 무엇일까 하면 단연 세그웨이입니다. 세그웨이는 여러 의료용 장치를 발명한 것으로 유명한 딘 카멘Dean Kamen 이 2001년 12월에 공개한 1인용 스쿠터입니다. 참고로 그가 개발한 의료용 기기로는 휴대용 인슐린 펌프, 서류 가방 크기의 신장투석기,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는 휠체어 등이 있죠.

세그웨이는 자이로 센서로 구동되어 자동으로 중심을 잡고 몸의 움직임만으로 방향 전환이 가능한 스쿠터로 최대 20km의 속도를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격이 거의 천만 원대를 호가하였고, 안정성 문제, 타 이동 수단에 비해 장점이 명확하지 않은 점 등으로 인해 인기가 사그라듭니다. 2015년에는 중국의 나인봇이 세그웨이를 인수하고, 2020년에는 생산이 중단되죠.



Reference.
- Mike Hanlon. (2016). (The original) 100 year-old motorscooter up for sale. NEW ATLAS. URL : https://newatlas.com/original-scooter-eveready-autoped/45714/
- Unkown. (2021). The amazing history of motorised scooters. ANADUE. URL : https://www.anadue.com/post/the-amazing-history-of-motorised-scooters
- Vespa Hompage. URL : https://www.vespa.com/us_EN/timeline/
- 민병권. (2019). [토요워치]전동킥보드 원조는 1915년 美 '오토패드'...고가에 의자 없어 흥행 실패. 서울경제. URL : https://www.sedaily.com/NewsView/1VPHCS6LED
- 박혜민. (2020). [번역기도 모르는 진짜 영어] scooter. 중앙일보. URL : https://www.joongang.co.kr/article/23875686#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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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치블루
24/06/17 22:49
수정 아이콘
여전히 도시마다 있기는 한데 조금 불편해도 걍 전동자전거를 쓸 때가 많습니다.
아무래도 킥보드보다 자전거가 안전해서요...
24/06/18 08:19
수정 아이콘
저도 킥보드는 불안해서 잘 못타겟어요..흐흐
액티비아
24/06/17 23:17
수정 아이콘
세그웨이는 대표 추락사가 제일 기억에 남아요. 찾아보니 창업자나 발명자는 아니고 회사 인수하고 몇개월 후에 일어난 사고었군요.
그리고 버드가 2017년에서야 시작했다는 것도 처음 알았네요. 그때 한국 스타트업은 잠시 모빌리티에 미쳐있었나 봅니다.
+ 우리나라에서 처음 서비스한 회사는 킥고잉(욜롤로)으로 알고 있습니다.
24/06/18 08:23
수정 아이콘
세그웨이 대표 사망사고는 정말.. 세그웨이 몰락의 상징적인 사건인 것 같아요
+ 킥고잉이 2018년 9월, 고고씽이 2019년 4월이군요 정정 감사합니다!
24/06/18 00:12
수정 아이콘
대공항->대공황

오늘도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잘 읽고 갑니다.
24/06/18 08:23
수정 아이콘
아니 이런 기초적인 실수가ㅠㅠ 부끄럽네요..
척척석사
24/06/18 00:38
수정 아이콘
한국에서는 버드가 기계 자체는 제일 좋았는데 당시 기준으로 가격이 딴거 두배에 패스같은 것도 없어가지고 쫄딱 망했던 기억이 나네요
지금 킥보드들은 다들 그 때 버드 가격보다 높아서 이제 정말 싼 맛에 탈 수는 없고 편하려고 타는걸로..
임작가
24/06/18 07:40
수정 아이콘
quick board로 알고 있던 1인...
액티비아
24/06/18 12:43
수정 아이콘
퀵보드 라고도 많이 쓰더라고요. (저는 씽씽이라고 부릅니다...) 전동 킥보드는 더이상 킥을 하지 않으니, 사실 퀵보드가 더 좋은 표현일지도 모르겠네요. :)
도로교통법에 쓰이는 표기가 킥보드라서, 이쪽이 표준어라고 봐야 할 듯 싶습니다.
시무룩
24/06/18 08:28
수정 아이콘
출퇴근용으로 쓴 적이 있었는데 보호구를 착용하고 타면서도 위험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더라구요
퇴사하면서 팔아버리고 그 이후로는 아예 쳐다보지도 않게 되더라구요
전기를 이용하고 크기도 작아서 잘 활용하면 정말 좋은 이동수단이라 생각하는데
잘 활용하기 위한 환경을 만드는게 너무 어려운게 큰 문제네요
빼사스
24/06/18 10:45
수정 아이콘
기본적으로 자전거는 내가 힘을 써야 속도를 내거나 줄이는지라 좀더 컨트롤이 쉬운 반면, 킥보드는 손가락 하나로 전기 힘을 좌우하는데 이게 컨트롤이 여간 쉽잖아서 사고가 날 경우 크게 다칠 듯하더군요. 더군다나 작은 바퀴에 요철 진동도 상당하고 다닐 수 있는 곳도 차도뿐이라...
24/06/18 10:51
수정 아이콘
세그웨이는 안전하기만 하면 한번 타보고 싶네요 크크크크
24/06/18 11:05
수정 아이콘
왠지 모르겠지만 차도에서 기함급 킥이나 전기자전거는 본 적이 없는데 모노휠은 몇번 본거 같네요
타는 사람이 아니지만 보는 입장에서 뭔가 무서워요
24/06/18 11:29
수정 아이콘
서울에서는 종종 탔는데 위험하긴 해도 택시 끊겼을 때 유용했네요. 일본에서는 오토바이 번호판 붙어 있던데 참 일본스러운...
인간실격
24/06/18 13:39
수정 아이콘
전동킥보드 불법주차 문제는 진짜 극혐입니다. 대놓고 도보 한가운데 세우는 인간이하 것들이 너무 많은데 단속이 안되니까 업체에서는 방치하고 시에서는 신고 플랫폼 유지하기 비용적으로 귀찮으니까 카톡방 만들어놓고 거기다 신고하라고 책임전가해놓고 자랑이랍시고 홍보를 하고 있어요. 그냥 서울처럼 전부 견인으로 빨리 바뀌었으면 좋겠네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24/06/18 14:03
수정 아이콘
좋은글 늘 감사합니다
24/06/18 17:51
수정 아이콘
그냥 킥보드라는 물건이 한계가 있죠.
저도 공유킥보드 열심히 탔는데 두번 넘어지고는 안 탑니다.
문제는 두번 넘어진게 아니라 왜 넘어졌는지를 모르겠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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