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위키에 정리되어 있는걸 봐도 되지만 가급적 연도별로 시기를 나눠서 최초 및 특기할 사례등을 중심으로 데쓰메탈이라는 음악이 탄생하는데까지 어떠한 밴드들과 음악들이 영향을 줬는지 정리해보고자 쓰는 글입니다.
당연히 저도 다 알거나 전부 들어본게 아니고 제가 지금까지 들었던 음악들을 포함, 메탈 관련 커뮤니티를 비롯해 다양한 사이트 및 웹매거진 등 음악평론가들내지 매니아들이 작성한 리뷰등을 종합해서 올려보는 글이니 보고 부족한 부분은 같이 채워나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데쓰메탈의 연대를 살펴보는 것이 글을 쓰는 주된 목적이고 가능한한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사례 위주로 살펴보고자 하여 아예 하드락에서부터 헤비메탈, 스레쉬메탈에서 데쓰메탈까지 이어지는 연계나 이에 해당하는 밴드들의 언급이나 설명은 제외될 수 있습니다.
영국의 하드록 밴드 더후(The Who)의 2집 앨범 A Quick One(1966)에 수록된 트랙 Boris The Spider에 당시로써는 최초로 그로울링 보컬이라고 볼만한 시도가 등장했습니다. 물론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제대로 된 그로울링 보컬의 그것이라고 보긴 어렵지만 당대로써는 기념비적인 시도였던 것만은 분명하죠.
벨기에의 프록락 밴드 유니버스 제로(Universe Zero)의 2집 Heresie(1979)는 50분이 넘는 러닝타임 동안 단 3트랙에 불과할 정도의 프로그레시브 특유의 실험적이고 대곡지향적인 시도와 더불어 당대 최초로 '온전히' 하쉬보컬로만 보컬라인을 선보였습니다. 해당 시기에 이미 영국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와 그들의 세례를 받은 헤비메탈 밴드들이 속속 등장하여 NWOBHM의 총아인 쥬다스 프리스트(Judas Priest)를 비롯해 모터헤드(Motorhead), 후에 데스메탈의 탄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게 되는 베놈(Venom) 등이 이미 활동하고 있었을 무렵이지만 풀랭쓰 앨범의 모든 벌스를 클린보컬이 전혀 함유되지 않은 탁하고 거칠며 사나운 하쉬보컬로만 녹음하는 시도는 분명히 이전의 밴드들의 작업물에선 찾아볼 수 없는 것이었고 이는 그 자체만으로도 선구자적인 시도로써 역사에 기록되게 됩니다.
여기까진 사실 직접적으로 데스메탈의 탄생에 관련이 있다고 보기보다는 최초의 사례를 열거한 느낌이고
1983
스위스 출신의 메탈 밴드인 헬헤머(Hellhammer)의 초기 데모 앨범들에 이르러서는 당대 메탈씬의 주류였던 쓰레쉬메탈과는 어느정도 구분되는 멜로디와 곡 구조적인 발전, 그리고 마치 지하실에서 녹음한 듯한 특유의 조악하고 드러운 프로듀싱이 선보여지게 됩니다. 이 조악한 프로듀싱은 장르특유의 마이너 감성과 결합되어 이후에도 많은 밴드들이 의도적이든 현실적(당연히 금전적인 문제겠죠)으로든 데쓰메탈과 거기서 파생된 하위장르들의 특성 중 하나로 자리잡습니다.
데스메탈의 파이오니어로 일컬어지는 밴드 중 하나인 데쓰(Death)의 전신이었던 만타스(Mantas)의 풀데모테잎인 Death By Metal에서 최초의 데스메탈 밴드로써의 그로울링 보컬이 시도되어집니다. (다만 이 당시 보컬은 프론트맨인 척 슐디너가 아닌 Kam Lee였습니다)
1984
메탈리카, 엑소더스, 테스타먼트 등의 등장으로 일약 헤비메탈의 성지로 일컬어지던 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에서 결성된 밴드 포제스드(Possessed)는 Death Metal이라는 이름의 짧은 데모를 발매하게 됩니다. 음악적인 특성 자체는 리프의 활용이나 곡 전개 스타일, 드럼의 비트 등등 아직까지 쓰레쉬메탈 특유의 그것에서 완전히 독립되었다고 보기 어렵지만 데쓰메탈이라는 단어를 대대적으로 대중들에게 알린 것만으로도 영향력은 충분했죠.
훗날 쓰레쉬메탈 빅4로 일컬어지는 슬레이어(Slayer)의 EP앨범인 Haunting the Chapel에서 당대의 쓰레쉬메탈에서 보다 차별화된 곡 구조를 선보입니다. 어둡고 사악하며 어딘가 뒤틀려있는듯한 모난 멜로디가 강조되는 리프들이 적극적으로 도입되었으며 잉베이 맘스틴 등을 위시로 유행했던 정돈되고 깔끔한 기타 솔로가 아닌 혼돈스럽고 난해한 기타 솔로가 선보여집니다.
1985
이듬해 슬레이어와 포제스드는 각각 Hell Awaits와 Seven Churches라는 정규앨범을 발표하게 됩니다. 각각의 앨범 모두 쓰레쉬메탈의 역사에서도 지대한 음악적 영향력을 행사했을 뿐 아니라 특히 Seven Churches의 경우 최초의 정통 데스메탈 앨범이라고 볼만한 여지도 남겨져 있습니다. 쓰레쉬메탈 특유의 팜뮤트 중심의 리프에서 어느정도 탈피하여 지속적인 멜로디로 가는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이후 등장하는 데스메탈 밴드들의 이정표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되어 집니다.
1986
브라질의 데쓰레쉬 밴드 세풀투라(Sepultura)는 그들의 데뷔 앨범이었던 Morbid Visions에서 당대 주류였던 스레쉬메탈 씬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사용되었던 기타 주법인 다운피킹 대신 트레몰로 피킹을 적극적으로 시도하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디스토션이 잔뜩 먹여진채 다운튜닝된 일렉기타의 트레몰로 사운드가 전해주는 그 잔악한 파괴성은 향후 많은 데스메탈 밴드들의 대표적인 작법과 연주 스타일로 자리잡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특기적인 부분.
같은 해 플로리다 데스메탈의 효시로 불리우는 모비드 엔젤(Morbid Angel)의 역사적인 데뷔 앨범 Abominations of Desolation가 녹음을 마치고 발매될 예정....이었으나 당시 최종 아웃풋의 퀄리티를 두고 멤버들간 레이블간의 불화가 있었고 리더인 트레이 아작소스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비공개로 묻힌채 해당년도가 아닌 공식 1집 앨범인 Altars of Madness(1989)의 발매보다도 이후인 1991년에 데모의 형태로 공개되었습니다.
1987
밴드의 리더인 척 슐리너는 84년 밴드의 이름을 Mantas에서 Death로 변경하였고 87년 그들의 공식적인 데뷔 앨범인 Scream Bloody Gore를 발매합니다. 앞서서 차곡차곡 구축해왔던 데스메탈만의 고유한 요소들을 전부 적절하게 배합하였고 헤비한 프로덕션을 통해서 쓰레쉬메탈과는 이제 완전히 차별화되는 결과물을 만들어내는데에 성공했습니다. 세풀투라나 포제스드를 쓰레쉬메탈로 분류할지 데스메탈로 분류할지는 매니아들에 따라 이따금씩 이견이 나오기는 하나 데쓰에 이르러서는 이 앨범을 더 이상 쓰레쉬메탈의 아류라거나 동일한 장르의 바운더리에서 보기 불가능할 정도로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하는데에 성공했습니다.
같은 해에 영국에서는 네이팜 데스(Napalm Death)가 Scum을 발표하며 그라인드코어라는 장르를 세상에 드러내게 됩니다. 이 앨범이 정녕 최초의 그라인드코어 앨범인가에 대해선 리스너들간에도 의견이 분분하나 이후에 등장하는 그라인드코어의 기준점이라는 것에 이견을 제시하는 이들은 없습니다. 그라인드코어는 그 태생적으로는 메탈이 아닌 펑크계열에서 탄생한 장르였으나 특유의 난잡하고 지저분한 절제되지 않은 사운드(물론 여기엔 그 특유의 조악한 소위 지하실 녹음상태도 단단히 한 몫했습니다)를 만드는 요소들은 그라인드코어 본연의 음악적 특색일뿐만 아니라 이후에 등장하는 데스메탈 밴드들의 특징 중 하나로 자리매김합니다.
브라질 출신의 Sarcofago는 데뷔앨범인 I.N.R.I. 를 통해 앞서 언급되었던 음악적 특색인 트레몰로 피킹의 강조 및 특유의 드러운 지하실 사운드, 굉장히 저음인 보컬, 블래스트 비트의 비중 대폭 증가와 같은 요소를 도입하였으며 이러한 요소들은 그대로 후대로 이어지게 됩니다.
1988
네이팜 데스의 뒤를 이어 영국 리버풀 출신 그라인드코어밴드 카르카스(Carcass)가 데뷔 앨범인 Reek of Putrefaction을 발매합니다. 카르카스는 네이팜 데스보다는 펑크의 그것 대신 메탈의 방법론을 보다 충실히 이행하며 이후에 데쓰/그라인드가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합니다. 고어하고 끔찍한 앨범자켓과 발음을 뭉개서 도저히 알아들을 수도, 부클릿을 보면서 들어도 도무지 이해할 수도 없는 노래가사, 초고속의 BPM에서 노트를 극한으로 쪼개며 스네어드럼을 부숴버릴듯한 소위 블래스트 비트의 활용은 이후에 데스메탈 밴드에 있어서도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합니다.
한편 네덜란드에서 결성된 데쓰/쓰레쉬 밴드인 Pestilence는 그들의 데뷔앨범인 Malleus Maleficarum을 발표했고 이 앨범은 아직 쓰레쉬적인 색체가 조금 남아있긴 하나 기술적으로는 완전히 데스메탈의 그것을 차용하며 보다 테크니컬적인 요소를 적극적으로 반영한 앨범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1989
대망의 89년 모비드 엔젤은 드디어 데스메탈 역사상 최고의 역작 Altars of Madness를 세상에 공개합니다. 이제 데쓰메탈은 쓰레쉬메탈에서 완전하게 벗어나게 되었으며 밑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심연과 미궁을 헤매는 혼돈스러움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죽음의 공포와 광기가 앨범 전체에 서려 있습니다. 단순히 난잡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앞서 언급된 공포, 광기, 심연, 미로 등의 이미지들을 표현하기 위해 해당 요소를 연상시키게끔 하는 멜로디가 연속되는 리프들이 적재적소에 잘 배치가 되어있으며 마치 귀신이 씌인듯한 기타 솔로잉은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도 이 앨범을 불멸의 데스메탈 마스터피스로 언급하게 합니다.
모비드엔젤과 같은 플로리다 템파 출신의 에이시스트(Atheist)는 향후 데스메탈계의 레전설급 끝판왕 레이블로 자리잡는 명 프로듀서 스콧 번즈를 위시로한 모리사운드(Morrisound) 스튜디오에서 데뷔 앨범 Piece of Time을 발매했으며 이 앨범은 데쓰메탈에 기교적인 요소를 보다 더 진화시키는 쪽으로 발전하게끔 하는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하게 됩니다. 따라서 이 앨범을 테크니컬 데스메탈의 출발점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않습니다
동년도 미시간주 출신의 Repulsion은 데뷔앨범이자 지금까지도 그들의 유일한 풀랭쓰 정규 스튜디오 앨범인 Horrified를, 그리고 캘리포니아 출신의 Terrorizer 역시 데뷔앨범인 World Downfall을 각각 발매했고 이 앨범들은 데스메탈과 그라인드코어를 조합하여 두 장르의 융합을 꾀하며 이후 데스메탈 사운드의 특성으로 자리매김하는데 영향을 끼칩니다.
1990
이젠 자타가 공인하는 데쓰메탈의 성지가 된 플로리다주 템파의 모리사운드 스튜디오에서 오비츄어리(Obituary)가 작년에 이어 2집 Cause of Death를 발매합니다. 보다 느리고 헤비한 사운드로 무장했으며 특유의 묵직함을 간직하면서도 익스트림 음악의 기준으로 탁월성이나 야만성을 모두 희생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또한 데스메탈 내에서도 독자적인 하나의 양식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으며 데스메탈의 고전으로써 여전히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1991
90년대에 접어들면서 메인스트림으로써의 메탈의 생명력은 죽었지만 그 반작용으로 트랜드에 합류하길 거부하는 매니아들에 의해 그 장르적인 깊이는 더욱 깊어졌고 이는 데스메탈의 경우 오히려 쓰레쉬메탈의 아성을 넘보며 더더욱 중흥기를 맞이하는 결과를 불러오게 됩니다. 뉴욕에서 결성된 서포케이션(Suffocation)은 해당년도 그들의 데뷔앨범인 Effigy of the Forgotte을 발매하였고 매니아들은 이제까지는 마주한 적 없었던 새로운 데쓰메탈 사운드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소위 꿀꿀이 창법으로 불리우는 횡경막을 극도로 울리는 그로울링에 대한 보컬의 스타일로 다소 호불호에 관한 논란이 있었으나 세션들이 선보이는 그야말로 완벽하게 가다듬어진 사운드는 데쓰메탈의 또다른 이정표로 자리잡게 됩니다. 리프 속에서 단계적으로 빨라지는 연주, 속사포 팜뮤트, 벌새 날개짓 같은 피킹 등등 도저히 인간의 연주라고 생각하기 어려운 이들의 음악은 비인간적이고 잔혹하기 그지 없었으며 그 특성을 그대로 따 부르털 데쓰 메탈(Brutal Death Metal)의 아버지로 불리우게 되었습니다.
데쓰메탈의 본고장인 북미와 달리 북유럽에서는 블랙메탈이 보다 득세하고 있는 실정이었으나 그럼에도 메탈 강국답게 데쓰메탈도 그 나름대로의 영역을 구축하는데 성공했습니다. 스웨덴의 디스멤버(Dismember)는 당시에 카니지(Carnage)와 카보나이즈드(Carbonized) 멤버들을 포함하고 있었는데 다소 어수선한 멤버구성 속에서도 블랙메탈스러운 트레몰로 멜로디를 중심으로 스웨디시 데쓰메탈 사운드를 정립하는데 성공. 이후 스웨덴 데쓰메탈의 주요계보는 디스멤버와 인툼드(Entombed)를 중심으로 한 스톡홀름의 선라이트 스튜디오를 통해 이어지게 됩니다.
p.s. 데쓰메탈이라는 큰 줄기하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한 타 밴드나 장르 위주로 언급되었고 당연하지만 비어있는 부분도 많고 미처 언급하지 않은 밴드들도 많습니다. 가급적이면 선구자적이고 이정표에 해당하는 사례들 위주로 언급했으니 부족한 부분들은 댓글로 많이 채워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p.s.2. 데쓰메탈의 영향을 부분적으로 받았지만 아예 별개의 장르로 분리된 장르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가장 대표적으로 멜로딕 데스 메탈 등)
p.s.3. 그 외 기타 음악관련 잡담은 여기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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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 저도 나름 들었따고 생각하는데 조예가 깊으시네요...
예전 다음카페 같은 곳에서 연대기 쓰시던 분들(주혹새라던지.,. 악숭이라던지...) 많았는데 그 시절이 그립네요.. 요즘엔 음악을 찾아 듣는다는 느낌이 없어 들려서 좋은노래만 듣다보니..
반가운이름들도 보이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