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누구나 To-do 리스트가 있을 겁니다. 봐야할 것, 해야할 것, 가고 싶은 곳, 먹고 싶은 것 등등. 저한테는 <인 디 에어>는 조금 다른 리스트에 있었습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봤던가?' 리스트였습니다. 그러니까, 소설은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영화도 띄엄띄엄 본 거는 같은데, 끝까지 본 적은 없던 그런 영화였습니다. 그래서 오늘 어쩌다보니 각 잡고 처음부터 끝까지 보게 되었습니다.
저에게 <인 디 에어>는 굉장히 친절하고, 정중하지만, '지금 당신은 어디서 누구와 함께 있나요?'를 계속 물어보는 영화였습니다. 굉장히 극적이거나 혹은 빵빵 터지는 류의 영화는 아니지만 아이러니컬한 농담과 씁쓸한 뒷맛이 맴도는 영화라고 하고 싶습니다.
영화는 해고 전문가인 주인공, '라이언 빙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 상의 상당히 많은 매력은 좋은 각본에도 있지만, 조지 클루니에게도 공이 가야하지 않을까 싶어요. 능수능란하면서도 어린 아이 같기도 하고, 상당히 매력적인 인물을 매력적인 배우가 소화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라이언 빙햄의 목표는 천만 마일리지 달성입니다. 정처없이 일년에 330일 이상을 출장으로 소모합니다. 저는 뭐랄까, 이 캐릭터가 고독하면서도 고독하지 않아보였어요. 사람들에 둘러싸인 사람은 외로워보이면서 동시에 외롭지 않아보입니다. 저는 영화의 가장 큰 미덕이 그 섬세한 분리에 있다고 생각해요. 군중 속의 인물을 군중과 분리하는 모습. 그 부분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인 디 에어>는 결국 정착과 떠남의 순간 사이에서 여전히 떠남 부근을 날아다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정착과 떠남의 원인은 내적일 수도, 혹은 외적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때로는 본인이 원해서, 혹은 자본주의적 행동이든, 혹은 사랑이든. 하지만 떠남이라는 선택지는 너무 힘들고 어려운 선택지가 아닐까 싶습니다. 그 사이에서 정착을 원하면서도 결국 떠나게 되는 한 남자의 아이러니함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아이디어로 작용하고 있는 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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