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카오스 던전이 만들어낸 일그러짐


레바투스를 잡고나서 3티어 레이드에 발을 들일 수 있는 레벨은 385지만
정작 3티어 레이드 첫번째 보스를 아무도 385레벨에 잡으려 드는 사람은 없습니다.
이유는 두 가지인데, 첫째로 레바노스가 워낙 피통이 큰 보스라 들어갈 수 있다고 막 들어갔다간 참교육을 당하는 것 때문이기도 하고
385레벨을 뚫으면 새로운 카오스 던전이 열리기 때문이지요 (~405렙)

스마게가 레바노스 적정렙 세팅을 어떻게 해놨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레바노스는 400렙 이하는 발을 들일 수 없는데요
재밌는건 정작 레바노스가 드랍하는 영웅 등급 악세는 5연마가 붙어도 405라는 거죠 (전설 5연마는 420)

즉 템렙을 올리고자 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사실 레바노스는 거의 도움이 안 되는 편입니다. 자신이 악세 하나가 불균형하다거나 하면 모르겠지만 마의 400을 뚫은 유저들은 다 아실테죠. 어느 한 쪽이 불균형하게 갖춰져 있으면 애초에 400도 뚫고 올라올 수가 없지요.


이게 다 카오스 던전이 템렙 올리기 지나치게 좋은 구조로 되어 있어서가 아닌가 싶습니다.
레이드 세트템을 갖추면 카오스 던전 템보다 좋은건 누구나 다 압니다. 그러나 정작 레이드 세트 템을 다시 업글하기 위해선 아크라시움 2 수급이 원활해야 하는데 현재 그런가요? 아크 2를 하루에 잘 수급해봐야 6~8개 안짝인데 연마에 필요한 갯수를 생각해보면 턱도 없습니다. 아마 5부위 전부 5연마를 하려면 하염없이 긴 세월이 필요할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서 그걸 완성시킨 유저에게 그 레이드 5셋이 효용이 있느냐?
1부위 연마 및 카던템으로 재빠르게 올라간 유저는 이미 중갑 나크잡은 다음 레이드 세트로 들어서 있습니다. 이 쯤되면 따라잡을 수 없는 격차까지 벌어진 거죠. 이 이상은 뚫려있지 않기에 최상위권 유저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이긴 합니다만.


즉 현재의 템렙 지상주의의 기괴한 구조는


[전설템 옵션이 별볼일 없음 + 게임 구조 자체가 템렙이 너무 중요함 + 아크라시움 수급이 너무 창렬함] 의 콤보인 셈입니다.


저는 현재의 카던에서 나오는 장비를 분해하면 아크라시움이 나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유는 첫째, 필요없는 동일 부위의 템이 나왔을 때의 좌절을 방지하고자 하기 위함이고, 둘째는 이렇게 아크라시움 수급처를 만들어줘야 유저들이 레이드 세트와 카던 세트 중에서 선택의 여지라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하루라도 빨리 올라가고 싶은 유저는 카던템, 조금 느려도 묵묵히 카던을 돌아서 연마재료를 모을 수 있으니 기다리는 유저는 레이드템 이런 식으로 말이죠.



[2] 과도한 배틀 아이템의 지출

상위 레이드를 가는데 준비물이 많이 필요한 건 납득할 수 있습니다.
적극적인 배틀 아이템 사용 권장을 위한 많은 기믹들이 있는 것도 동의합니다.
그런데 정작 그 배틀 아이템을 수급하기 위한 것들이 지나치게 불편하다는 점이 유저를 괴롭게 합니다.


회사의 의도는 무엇인지 분명합니다. 유저들이 각 생활 스킬별 장점을 찾아내서 서로 교환을 하는 경제 시스템을 구축하라는거죠.
그런데 그런 경제 시스템은 기껏해야 미개한 수준에 불과한 경매장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이템 1개당 1골드 이하는 설정할 수가 없어서, 그 이하의 가치를 가진 템들은 일일이 지역 채팅으로 물물교환을 강요당하는 구조부터 잘못된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즉 내가 원하는 배틀 아이템인데 내 생활 스킬과 관련이 없는 템일 경우
생활을 돌아서, 내 생활 스킬에 맞는 배틀 아이템을 생산한 후, 경매장에 내다 팔아서 골드를 벌어서 필요한 아이템을 사오는 방식입니다.
현재 거의 필수무기로 각광받고 있는 화염병만 보더라도, 채광 유저가 아니면 만들수도 없습니다.


저는 이 문제는 채집물끼리 상호 교환이 가능한 npc 내지는 유저들끼리의 게시판을 따로 만들어야 한다고 봅니다.


[3] 쓸데없이 장황한 각인 시스템

게임내에서 준비된 각인은 다양하고 개성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작 유저가 쓸 수는 없습니다. 모으는데 한 세월이거든요.
왜 이런식으로까지 컨텐츠 개방 속도를 막아놨는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불편하기 짝이 없습니다.

정작 본인들은 좋은 예시도 만들어 놨어요.
칼벤투스 사냥을 위해선 쉴드관통 각인이 거의 필수인데
이 각인은 루페온 인장 9만개로 1개만 교환하면 배울 수 있습니다.
이 정도만 되도 합리적인 난이도로 납득할 수 있습니다.

일부 각인들은 아예 풀리지도 않은걸로 보이지만, 풀린 각인들도 필드 보스를 잡아서 한정적으로밖에 수급되지 않습니다.
자연스레 서버 전체에서 인기있는 각인은 가격이 폭등한 상태구요.
필드 보스를 잡게 하려는 유인책인 것은 동의하지만 필드 보스라는게 모든 유저가 상시 참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직장인은 일일퀘에만 바빠서 그런 애들 잡으러 가기가 쉽지 않은...)


실링 수급은 쥐꼬리만한 주제에 각인 비용도 너무 비싸지만 인플레이션 막기 위한 대처라 생각하고 참을 수 밖에요.
반지에다 각인한다는 시스템 자체도 맘에 안 듭니다. 반지 교체때마다 실링 소모가 장난 아니죠. 2짝에 7만 실링인데...
그냥 캐릭터 자체에 각인한다는 느낌으로 변경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현재 칼벤투스에서 막혀있는데 일단 저는 엄두를 내기 힘든 수준인거 같아서 여유자적하게 마음을 먹었습니다.
어제는 눈을 돌려 pvp도 해보니 꿀잼이더군요.
일단 긴 호흡을 가져야 하는 게임이니 만큼 일부는 납득해줄 수 있지만
대체로 이렇게까지 불편해야 하나 하는 부분들은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