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는 지난 1년간 얼마나 칼을 갈고 있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고, 소니는 몇년간 떡밥만 뿌렸떤 대작들의 실제 게임플레이를 공개하며 선두의 여유를 보여주고, 닌텐도는 머난투에 온 힘을 쏟아붓고 장렬히 산화했습니다. 베데스다는 여러 신규 트리플A급 타이틀에 대한 떡밥을 무성히 뿌리며 팬들을 조련했고, CDPR은 사이버펑크라는 원기옥을 모으며 게이머들아 힘을 나눠줘! 라고 외치는듯 했으며, EA는 잘나가다가 쓸데없는 사족(C&C 라이벌즈)을 달아 팬들을 능욕하며 욕을 대차게 얻어먹고, 유황숙꼐서는 언제나처럼 유비소프트였습니다.
기대이상으로 많은 신규 대작들이 발표된 가운데, 저에게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안겨주며 아직까지도 E3의 여운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회사는 엘더스크롤의 베데스다도, 기어즈5와 포르자의 마이크로소프트도, 사이버펑크의 cdpr도 아니었습니다.
[XBOX 쇼케이스에서 공개된 DMC 5 트레일러 반응 영상중 제가 가장 재밌게 본 영상]입니다. 이게 뭔겜이야?-> 악마? 캡콤? 설마? -> 데빌메이크라이?! 홀리 쉿! 근데 이거 리부트 아니야? 근데 게임 때깔은 죽이네 -> 저거 네로잖어 우아아아아아앙 -> 단테형님 엉어어어엉, 제가 했던 실시간 반응하고 거의 정확히 일치했던게 재밌었어요. 새벽에 졸린눈으로 보다가 정신이 확 들었더랬죠 크크
2) 최근의 트리플 A급 게임들은, 장르적 매니악함이 서서히 옅어지고 더욱더 많은 사람들이 어필할 수 있는 방향성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나온 PS4의 갓오브워가 그 극단적인 예라고 생각하는데, 게임 평론가 얏지(yahtzee)는 그의 PS4 갓오브워 zero punctuation 리뷰에서, '게임은 재밌게 즐겼지만, 트리플 A게임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프랜차이즈의 많은 특징적 요소를 톤다운 시킨듯한 인상을 지울수가 없다. 갓오브워의 전투는 그냥 not great이다'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많은 컴뱃액션 매니아들 또한 비슷한 불만을 표현하고 있기도 하지요. 저 또한 컴뱃액션게임의 매니아로써, 이런 트리플 A타이틀들이 발전 방향성이 마냥 잘못되었다고 주장할순 없고 또 그 이유때문에 게임을 못만들었다고 폄하 할수도 없습니다만, 못내 아쉬운 감정을 느끼는 것은 어쩔수가 없습니다.
[PS4 갓오브워에 대한 얏지의 리뷰]
3) 어떤 게임들은 모든이들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시스템이 복잡하다던가, 컨셉이 매니악하다던가, 지나치게 어렵다던가, 그 이유는 여러가지가 될 수 있지요. 게임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는 사람들도 애니팡이나 쿠키런은 누구나 누구나 쉽게 짬날때마다 즐길 수 있지만, 만약 그런 사람들이 '다크소울이 그렇게 명작이라며?'라는 소문만 듣고 소울류를 접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마우스나 패드 둘중 하나는 한시간 안에 박살이 날지도 모르는 일이죠.
예로 든 다크소울처럼, 컴뱃액션게임은 그 '모두를 위한 게임이 아닌' 범주에 속한다고도 할수있겠죠. (사실 이 장르에 대해 용어통일이 정말 하나도 안되있기때문에 누구는 그냥 액션어드벤쳐, 누군가는 '캐릭터 액션 게임', 또 혹자는 '3d 빗뎀업'이나 '핵앤슬래시 액션'이라고 칭하기도 하지만 어쨌든 이 장르가 전투 중심인게 공통점이기 때문에 저는 컴뱃액션이라고 칭하겠습니다.) 사실 모든 게임 장르를 통틀어 이만큼 매니악한 장르를 찾기도 어렵죠. 기본적으로 일정 이상의 피지컬을 요구하기도 하고,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어려운 장르라는 인식이 강한 장르기도 하니까요.
다만 모두를 위한 게임이 아니라 할지라도, 그 장르의 시초격 게임이 가지는 게임사적 의미마저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좀비영화나 공포영화, 괴수영화가 모든 관객들을 위한 장르가 아니지만,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night of the living dead)]이나 [엑소시스트 (the exorcist)], [킹콩]같은 영화의 영화사적 이의를 부정할 수 없는것 처럼 말이죠.
그리고 제 기준에서 3d 컴뱃액션게임의 기본적 문법 구축에 가장 큰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 게임사적으로 3d 컴뱃액션 장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평가하는 시리즈는 딱 두시리즈인데, 소울시리즈와 데빌메이크라이 시리즈가 그들입니다.
4)
[지금 봐도 참 재밌게 잘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데빌메이크라이 1편 tv cm]
데빌메이크라이 시리즈자체야 워낙 유명하기도 하고, 데메크의 컨셉과 전투 스타일이 이 장르에 미친 영향력을 제가 일일히 이야기하려면 논문을 하나 쓰라고 해도 쓸 용의가 있기에 이글에서 구구절절 다루진 않겠습니다만, 유니크한 전투와 게임플레이 외에도 제가 데빌메이크라이를 사랑해 마지않았던 이유가 또 있었습니다.
데빌메이크라이 본가 시리즈(리부트 DmC : 데빌메이크라이를 제외하고)의 전체적인 컨셉은 '대조의 미학'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고 평하고 싶습니다. 중세 고딕양식을 연상케하는 전체적인 배경 분위기에 하드록, 스래시 메탈, 이모코어의 강렬한 음악이 흐르고, 거기에 고전 소설에서나 묘사될법한 모습을 한 악마들을 검, 쌍권총, 쌍절권, 로켓런처를 든 단테가 요리하는 그 언밸런스함의 아름다움이라고나 할까요. 거기에 메인 주인공인 단테는 평소엔 까불거리고, 장난기있고, 악마들 앞에서 여유가 넘치지만 신념의 차이때문에 마지막으로 남은 혈육을 잃거나 (DMC3), 어머니를 닮은 여인이 악마에게 희생되는 모습을 보았을때 (DMC1) 꽤나 진지해지고 감정적이 되는 반전매력을 보여주기도 하지요.
[데메크 1의 초반 게임플레이]
그만큼 팬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남긴 시리즈이자 캐릭터였기에, 15주년을 넘어 20주년을 바라보는 프랜차이즈가 아직까지도 이렇게 많은 팬들에게 회자되며 계속해서 게임시장에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5)
그럼 리부트는 어떻게 생각하느냐고요?
전 DmC : 데빌메이크라이를 꽤 즐겼고 괜찮은 컴뱃액션게임이었다고 생각합니다만, 본가시리즈처럼 '사랑'하진 않습니다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해두겠습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악마가 미디어를 통해 인간들을 세뇌하고 지배한다는 설정은 꽤나 흥미롭고, 스테이지와 보스의 디자인이나 색감또한 굉장히 유니크해서 마음에 들었습니다만, 여러모로 톤다운된 게임플레이의 심도나 뻔한 스토리, 특히 각본과 재미 더럽게 없는 보스전은 도저히 사랑할수가 없더라구요. 주인공 단테를 포함한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일차원적이고 단편적이며, 메인캐릭터이 별다른 부각없이 소비되기도 하고(캣), 서큐버스와 법규를 교환하는 부분에는 이걸 각본이라고 쓴건가 싶은 생각이 들어 진심으로 짜증이 조금 날 정도이긴 했으니까요 크크. 데메크 리부트에서 가장 매력있다고 느낀 캐릭터가 문두스였을 정도로 아군들에게 감정을 이입할만한 매력포인트가 너무 적어요.
[네. 저친구가 서큐버스입니다. 거짓말아님.]
DmC:데빌메이크라이도 괜찮은 액션게임이었지만, 데빌메이크라이 극성팬들의 말도안되는 억지에 대한 반발심리로 어느정도 과대 포장받는 점도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히 데메크 리부트할 시간에 베요네타나 메탈기어 라이징, 갓오브워 트릴로지 하는게 훨씬 재밌어요. 데메크에서 기대할수 있었던 컨셉의 매력도, 게임플레이의 유니크한 재미도 없다면 데메크 리부트가 신규 프랜차이즈로써 팬들을 흡입할만한 매력이 떨어지는게 사실이라고 생각합니다.
6)
리부트와 빠칭코등 온갖 팬들을 능욕하는 사건사고들을 겪었음에도 E3에서 공개된 DMC5를 대부분의 팬들이 큰 걱정없이 환영하면서 반기는 이유는 사실 그리웠던 프랜차이즈가 10년만에 돌아왔다는 반가움 말고도, 최근 캡콤의 행보에 대한 신뢰가 어느정도 그 밑받침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CRAPCOM, 개껌, 돈콤 등 온갖 불명예스러운 별명은 다 가지고 있었고, 이제 게임은 부업이고 와인농장이나 운영하는게 본업아니냐는 비아냥마저 들으며 평가가 바닥을 쳤던 캡콤이 슬슬 예전 명가의 모습을 되찾으려는 성의를 보여주는것 같거든요. 바이오하자드7부터 시작해서 올해초를 강타한 몬스터헌터 월드, 그리고 최근 발표한 록맨 11과 바이오하자드2리메이크, 데빌메이크라이 5까지. 게다가 최근 몬스터헌터 월드를 운영하는 캡콤의 모습을 보면 팬들의 입장에선 기분이 안좋을래야 안좋을수가 없죠. 만들어놨던 컨텐츠 락걸어놓고 '하고싶으면 돈내~'라고 하던 회사가 지금 몇달째 무료 업데이트를 풀고 있는걸 보면 여러모로 묘한 감정이 드는게 사실이니까요 크크크 (와인농장이 잘 안되나?)
저도 요즘 캡콤이 만든 바이오하자드7이나 몬헌월드만큼의 퀄리티로만 DMC5를 뽑아준다면 dlc도 마구 질러줄 용의가 있을정도로 캡콤에 대한 신뢰가 많이 올라갔으니까요. 몇년전까지만 해도 캡콤이 이러는건 상상도 못할일이었는데.....크크
7)
솔직히 전 정말 기다리기 힘들어서 매일 몇번씩 트레일러를 돌려보고 DMC5 레딧 스레드를 찾아갑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시리즈의 신작이기도 하고, 또 요즘 캡콤의 모습을 보면 게임의 퀄리티또한 기대가 되거든요. 액션게임 감을 유지하기 위해서 DMC5 발표 이후 다시 DMC 전작들과 리부트들을 플레이하는 중이구요. 크크크
8월중 열리는 게임즈컴에서 더 많은 정보를 푼다고 하고 발매 예정시기는 내년 봄이라고 발표된 상황이긴 한데 그때까지 계속 트레일러를 돌려보면 수천번은 돌려볼것 같습니다. 스타2 첫 공개 이후로 게임때문에 이렇게 두근거리는게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10년만에 나오는 본가시리즈이니 만큼 팬들을 제대로 만족시켜줄 작품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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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본가나 DMC나 다 좋아하는 입장에서, 신작이 그저 반가울 뿐입니다.
DMC의 캐릭터성도 나름 괜찮고 현대식 데메크같아서 좋아하긴 했는데, 게임적으로는 좀 부족한 부분들이 꽤 보였죠(예를 들면 색깔 적, 허접한 보스전, 록온같은거). 물론 확장판에서는 이런부분들이 다 고쳐졌긴한데, 아무래도 본가가 너무 전설적이라 부족해보이는건 어쩔 수 없더군요(물론 첫작이라는걸 고려해야겠지만요). 개인적으로 본가는 이제 안낼줄 알았는데 내줘서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특히 콘솔 독점 아니라는게 더 좋아요. PC만세!
저에게도 이번 e3에서 나온 신작중 가장 기대하고 있는 작품입니다. 2번 내용에 특히 공감가네요. 언차티드, 툼레이더 류의 게임이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이제는 좀 물리거든요. 데빌 메이 크라이의 귀환은 정말 반갑고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시는 기분입니다. 데메크 특유의 미학적인면과 게임플레이 적인 면, 또 B급정서의 cheesy함은 요즘 게임들에서 찾아보기가 정말 힘들었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