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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31 03:09:07
Name LucidDream
Subject 이제 이별을 준비할 때....
여드름 투성이의 한 소년이 있었다. 방학테란이라 불리던 그 소년은
한참 나이 많은 형들을, 그것도 이름 값 뿐이 아닌 진짜 실력을 갖춘 선수들을 추풍낙엽처럼 쓰러뜨렸다.

[ReD]NaDa

토네이도 테란이 아니라 '토나오는'테란이라는 말까지 들으며 우승이란 우승, 기록이란 기록은 모두 갈아치우기 시작했다.

스타 역사상 처음으로 등장한 '1인자'였다. 1)

강자의 등장은 필연적이다. 허나, 그의 강함에 매료된 추종자보다 많은 것은 특정 팬들의 '안티 세력'이었다.
잘한다는 것이 싫어하는 이유가 될 수 있다 물론. 사람은 다양한 사고를 하는 법이니까.

내가 좋아하는 게이머를 꺾었기 때문에
내가 생각하기에 그 플레이가 재미 없어서
했다하면 결승가고 이기니까 흥미가 떨어져서

이유가 합당할 필요는 없었다. 응원글보다 상대방에 대한 위로글이 많았다.
1차 프리미어리그에서 한 선수와의 결승전은 그 절정에 가까웠다.



2005년도 초반까지의 플레이는 타고난 재능에 의존했다면, 그 이후의 플레이는 노력이 간극을 메워나갔다고 볼 수 있다.

박용욱 해설로부터 시작된 대 프로토스전 균열
운영의 마술사 박태민과의 일진일퇴 승부
그리고 '천적' 최연성의 등장

실체가 없지만 없다고 딱히 부정하기도 힘든 '포스' 논란에서 그는 점점 불리한 입장이 되어갔다.
정말 어렵게어렵게 팬택 팀을 꾸려나가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별명과 관련된 온갖 굴욕과 비난, 악질적이고 악의적인 공격 속에서 그의 업적과 명예는
마치 바닷가의 모래처럼 쓸려나가고 있었다.

나가면 이기는, 앞마당만 먹으면 적수가 없는, 결승에 갔다하면 우승하는
그 기세는 없어진지 오래였다.


그때서야 그를 알아보는 팬들이 나타났다. 그가 좌절하고 눈물 흘릴 때가 와서야 깨달음을 얻은 사람들이 생겨났다.
상처주고 악플달고 비난하던 와중에
그가 약해졌음을. 올드가 되었음을.

불굴의 의지를 가졌던 게이머가 그 끈을 놓치고 있음을.

저 멀리 앞서가는 줄 알았던 마라토너는
페이스 메이커의 역할을 다했다는 듯이 뒤로 쳐져 있었다.

결코 그렇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가끔 나오는 이윤열 선수의 출전 자체가 반갑다. 어쩌다 거두는 승리는 더욱 더 반갑다.

하지만 이제 차가운 머리로 생각할 때다.

그도 올 해를 기점으로 국방의 의무를 다해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공군도 아니기에 '게이머'로서의 이윤열을 보는 것은 아마도 올 해가 마지막일 수 있음을.
프로리그 5라운드 이후 그의 이름이 엔트리에서도 말소될 수 있음을.

*애초에 올 해 초인가 작년 말인가 이윤열 선수 인터뷰에서 공익이 아니라고 한 걸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알기로는 과거의 천식 병력 때문에 공군은 못 가는 걸로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무엇 하나
확정된 것은 없기에 '국방의 의무'라는 포괄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머리로는 알고 있어도, 차갑게 생각은 하고 있어도
아직 마음은 그를 보내줄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사실 팬들과 스타를 보아온 사람들, 그리고 그 동료들에게 해줄 수 있는 것 이상의 것을 베푼 선수다.
그러면서도 박복한 인생을 살았던 선수다.

걸출한 인기 게이머와의 비교라는 짐을 얹고 전성기를 보내야 했고
훼손당한 커리어와 신화에 대한 변명과 해명을 하지 않은 댓가로 자존심까지 버려야 했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해온 동료들의 기반을 마련하다시피해야 했던 선수다.

단 한 경기라도 더 그를 보고 싶다.
단 한 번이라도 더 그가 이기는 걸 보고 싶다.

팬으로서 줄 것은 응원 밖에 없지만
거기에 한 가지 소망을 덧 붙이자면
순수하게 '이기는 것'에 대한 기쁨을 '마음껏'누려보는 이윤열의 모습을 한 번이라도 더 보는 것

그게 [ReD]NaDa와의 이별을 준비하는 나의 자세다.



1) 임요환 선수를 1인자로 보는 시각도 많고, 임이최마라고 하는 어느정도의 공식도 있습니다만, 홍진호 선수의 존재를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데다가, 박정석, 김동수 등의 존재도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개인적으로 '임이최마'라는 전제 자체에
글쓴이가 동의하지 않습니다. 사건 이전에 본좌론 자체가 오류라고 생각하고 있었고, 최강자 분류 기준도 사람들과 상이하나, 말해봐야
논란만 불러 일으킬것 같아 더이상 기술하진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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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ALLICA
10/05/31 03:33
수정 아이콘
레드나다. 오랜만에 불러보게되네요.
10/05/31 03:48
수정 아이콘
제가 처음으로 갔었던 결승무대가 KPGA 투어 4차리그 '이윤열 vs 조용호'의 경기였었는데.. 시간 참 빠르군요.
지금 잘 나가는 선수들의 보여주는 플레이는, 예전에 나오던 플레이에서 점차 새로운 것이 축적되어서 완성형이 되어진 거라면
그 당시에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낄 수 밖에 없는 플레이때문에 열광했었죠..
10/05/31 03:59
수정 아이콘
그의 경기력은 단순히 잘했다라고 보기엔.... 시대를 앞서갔고 그 시대의 선수들과 어린 후배들에게도 대단한 영향을 끼쳤다고 봅니다.

이걸 왜 이렇게 해? 이렇게 해도 이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준 선수죠.

그리고 전 마지막 스타리그 우승이 너무나 기억이 나네요. 분명 힘들거라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해낸 선수엿습니다.

스타를 논할 때, 그를 논하지 않고서는 의미가 없다 여깁니다.
제발좀요
10/05/31 04:09
수정 아이콘
쭉 CJ팬이었고 강민, 이재훈, M의 팬이었으며.. 이제는 조규남감독님의 팬이 되어버린 스타팬이지만..
게이머로서 가장 존경할 만하고, 위대한 게이머는 다른 선수도 아니고 이윤열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실력이나 커리어만이 아니라.. 게임에 대한 자세와 열정, 노력 그리고 몇번의 전성기를 가질 정도로 꾸준함과 관리.. 프로게이머적 마인드 측면에서 존경할 만한 위대한 게이머라고 생각합니다.
스타1리그의 생명이 언제까지일지 모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까지 최고의 게이머였습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 임요환 선수를 이겼지만.. 준우승자보다 더 작은 환호성을 받았을 때의 이윤열..
임요환의 그늘을 채 벗어나지도 못한 상태에서 머머전에서 눈물의 패배를 해 버린 이윤열..
전설이 되고 싶다고 했지만 아무도 기대치 않았던, 그래서 더 믿을 수 없었던 부활을 보여준 스타리그 골든마우스 이윤열..
이 모두 잊을 수가 없는 이윤열입니다.
아다치 미츠루
10/05/31 04:14
수정 아이콘
레드나다는 너무나 강했지만....
이윤열은 너무나 연약해서...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다음 스타리그에서 부활(우승)을 바라는 건 무리일까요...^^
cutiekaras
10/05/31 04:42
수정 아이콘
프리미어 리그때는 이미 게임 내적으로는 이윤열이 최고였지요
임요환 선수야 워낙 팬이 많아서 이윤열 선수가 뭘해도 매우 까임을 받는 상태였고요

제 기준에선 프리미어 리그로 정점을 찍고 이제는
서서히 완만하게 내려가다가 어느새 분기점에 와있네요

시대가 도와주지 못했지만
예를들어 이윤열이 랭킹 1위 하고 몇개월 지나지 않아서
케스파가 정산 기준을 바꿔서 1위에 오래 머물지 못한것이나,
한참 최고의 주가를 달리던 도중에
리플레이 란게 나타나서 이윤열의 모든 플레이가 샅샅히 파헤쳐진 것,

이미 팬층을 단단히 이룬 스타판에 어린 소년이 홀연이 나타나 기존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모두 박살내서
미움과 질투를 받아서 폄화 훼손 당한게 너무나 아쉽네요,

그것을 누가 보상 받게 해줄수 있겠냐만은
그래도 그 자신 스스로가 스타를 하면서 행복하다면 그걸로 된게 아닐까요

어쩌면 아무도 모르겠지만 그의 스타인생은 이제 시작인지도 모릅니다
모짤트
10/05/31 05:38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 공군 못 가나요? 저번에 포모스 에서 홍진호 선수가 "윤열이 저 주십시오~"라는 걸 김양중 감독님께 하는 걸 보고, 당연히 현역이라고 생각했는데.. 공익 이었나요? 공군가서 계속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진리는망내
10/05/31 07:42
수정 아이콘
공익이라는 소리가 많았는데
저번에 현역이라고 하던거 같은데요?
공군도 생각하고 있다고 하는거 같던데..
공군 갈 수 있으면 갔으면 좋겠네요.
이윤열 선수도 벌써 나이가..
10/05/31 08:04
수정 아이콘
그러게요 글쓴 분께서 잘 못 알고 계신 것 같군요. 이윤열 선수는 공익이 아니랍니다. 현역대상자이며 연령 또한 올해까지는 공군 지원 대상자에 포함된답니다~
필요없어
10/05/31 08:22
수정 아이콘
리플레이는 이윤열 선수가 데뷔하기 전부터 등장했었죠;; 개인적으로는 김정민해설이 리플레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포포탄
10/05/31 10:01
수정 아이콘
이윤열의 원팩 원스타!
The xian
10/05/31 10:19
수정 아이콘
이윤열 선수 현역 대상입니다.
그런데 이번 승부조작 사태로 공군이 온전할지가 의문이라 불안하긴 매한가지입니다.

따지고 보면 '포스'라는 게 좋게 말하면 얄궂고 나쁘게 말하면 욕 나오는 부분이죠.
이윤열 선수 외에 지금까지 10년 동안 한 명도 그랜드슬램을(현 기준으로 따지면 양대 동시 우승) 한 사람이 없었는데,
포스를 거론함에 있어서 항상 이윤열 선수는 찬밥이 되는 걸 보면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 판의 '포스론'은 야구로 따지자면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한 타자더러 타석에 들어서면 임팩트가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는 꼴이죠.
10/05/31 11:04
수정 아이콘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테란은 역시 이윤열 선수입니다.
라이크
10/05/31 11:12
수정 아이콘
이윤열선수는 좀 안타까운게, 그때 인기있던 선수들을 무참하다고 할만큼 압도적으로 이겼기 때문인지, 인기만큼이나
상대적 반감도 커서 제대로 된 평가를 못 받은 것 같습니다.
GunSeal[cn]
10/05/31 17:02
수정 아이콘
사실 이윤열의 플레이가 자유분방하다라고 많이들 표현하시지만 그렇게 할수 있는 자신감은 뭘 해보고 이리저리 잘되든 피해를 받든...
에잇! 앞마당 먹지 뭐! 하면 사실 경기가 기울었을 정도였기 때문에...

앞마당 먹은 이윤열...

이것보다 더 무서운 표현은 없었습니다...
(한가지만 팬심으로 비유하자면...임요환의 소수 마린메딕...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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