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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5/28 10:51:39
Name 彌親男
Subject 블리자드와 그레텍에 대한 오해
1. 블리자드에 대한 오해

1) 블리자드가 협회와 계약을 위해 노력했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이고, 양쪽의 언플에 놀아난 격이라고 봅니다. 물론 협회와 블리자드가 협상을 하기는 했지만, 그건 소위 말하는 명분얻기, 보여지기 위한 협상이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블리자드가 스타 1 리그를 묵인했던 이유는 블리자드가 e스포츠를 위하여 얻고자 하였던 것이 ‘홍보 효과로 인한 판매증대’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스타1에 이어서 워3까지 성공적으로 e스포츠에 연착륙으로 하면서 블리자드도 e스포츠에 대한 의식이 바뀌게 됩니다. 단순한 홍보 효과를 넘어서 ‘이제 이득을 챙길 때가 됐다.’고 느끼게 된 것이죠. 그렇게 이익을 얻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요? 바로 e스포츠의 국제화입니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e스포츠의 국제화는 단순히 e스포츠를 전 세계가 즐기는 글로벌한 리그로 만들자가 아닙니다. 이 e스포츠의 국제화의 궁극적 목표, 아니 실질적 목표는....

한국 위주의 e스포츠 탈피입니다.

현재의 e스포츠는 한국이라는 한 나라가 지나치게 주도권을 주고 있었던 것이 맞습니다. (좀 더 나아가자면 한국과 중국이라는 두 나라) 즉, 이번 협회와의 협상은 어떤 식으로 하건 결렬이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거기다가 블리자드는 도저히 협회가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는 지식재산권 침해라는 카드를 쥐고 있었습니다. 블리자드가 바보라서 10년간 지식재산권을 침해당하고도 가만히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원했던 것은 기회고, 명분이었죠. 기회라는 것은 이 판이 좀 더 크기를 바랐던 것이고, 명분이라는 것은 역시 스타2의 출시입니다.

2) 그럼 왜 블리자드가 그레텍과?

그렇지만 블리자드가 중계권 계약을 맺은 업체는 다름 아닌 한국의 회사인 그레텍입니다. 한국 위주의 e스포츠를 벗어나기 위해서 한국 업체에 전 세계의 모든 블리자드 게임 리그를 열 수 있는 권리를 주었다? 하지만, 이는 3년이란 기간에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즉, 블리자드가 그레텍에 원하는 것은 ‘스타2의 e스포츠 정착을 위한 미끼역할’ 이라고 보는 것이 맞습니다. 막상 우리 위주로 e스포츠가 돌아가길 원하지만, 블리자드는 게임회사입니다. 당연히 중계쪽에 기술같은 것이 있을 리가 없고, 그렇기 때문에 중계에 대한 기술을 가지고 있고, 예전에 스타1 리그를 같이 해 봤던 그레텍과 계약을 맺은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그럼, 여기서 또 하나의 원론적인 질문에 도달하게 되는데요. 바로

“그럼 왜 온게임넷과 MBC게임을 버린 것일까? 중계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이 더 뛰어난데?"

입니다. 이에 대한 대답은 뒤에서 한번 더 언급하겠지만, 여기서 미리 얘기하겠습니다. ‘e스포츠의 글로벌화를 위해서는 케이블 TV중계는 적절하지 않다.’입니다.

3) 향후 e스포츠 리그의 발전 가능성과 블리자드의 궁극적 목표

e스포츠 리그는 향후 온라인으로 발전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제가 전에 이 관련 글을 쓸 때, 우리나라에서만의 리그가 그들만의 리그가 되리라는 우려를 드렸는데, 이미 그것을 넘어서 온게밍넷과 MBC게임을 통한 오프라인 리그 자체가 막혀버리게 될 위기에 처한 지금의 상황입니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블리자드가 온라인 스트리밍 업체인 그레텍을 선택한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입니다. 현재의 스타리그처럼 한국인들을 위해서만 제작되는 컨텐츠가 아닌(다른 나라에서는 우리나라의 스타리그 영상을 라이브로 스트리밍 하면서 자체적인 중계진으로 중계를 하고 있습니다), 리그를 설사 한국에서 열지라도 전 세계의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컨텐츠(하지만 그래봤자 영어/한국어 2종류겠지만요.)를 만들기 위해서 온라인 리그쪽으로 가고 싶어 하는 것이 블리자드가 원하는 e스포츠의 방향입니다.

또한 블리자드는 이에 더불어 다른 회사의 게임리그도 이렇게 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앞에서 e스포츠 어쩌구 운운했지만 블리자드는 일개 게임회사일 뿐입니다. 이번에는 블리자드 게임에 한해서만 블리자드가 직접 나서서 중계권 계약을 맺었지만, 블리자드는 향후 e스포츠 중계권을 위한 회사를 설립할 계획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압니다. (우리나라의 IB스포츠라는 회사를 알고 계시면 이해가 쉬우리라고 생각됩니다.) 즉, 향후에는 블리자드 회사만의 리그가 아닌 다른 회사의 게임 리그도 중계권 협상을 하기 위한 중간 단계의 업체를 만들겠다는 것이고, 이 업체를 블리자드의 자회사 격으로 만들면서 블리자드가 비단 게임회사가 아닌, e스포츠 전반에 관여하는 회사로 확장하는 것이 블리자드의 최종 목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금 얘기가 많이 나갔지만, 어쨌건 이번 사건은 그에 대한 아주 근본적인 첫 걸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그레텍에 대한 오해

1) 그레텍은 CJ쪽이니, 온게임넷과 관련이 있다?

이미 포모스의 기사로도 났지만, 그레텍과 온게임넷, 나아가서 그레텍과 온미디어는 아무 관련이 없는 사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아니, 오히려 서로가 서로를 별로 탐탁치 않아 하는 사이라고 보셔도 됩니다.
그레텍, 즉 곰TV가 언젠가부터 프로리그와 MSL에 대한 중계권을 상실한 적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실 겁니다. (아마 08-09로 기억하는데요.) 이것이 곰 TV가 스타크래프트 리그를 주최하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 역시 아실 겁니다. 물론 위너스리그 포스트시즌부터 다시 프로리그에 대한 중계권 계약을 체결하였지만, 이것이 곰TV가 스타크래프트 리그에서 철수하면서 얻어 낸 결과라는 것 역시 아실 것입니다. 이 과정을 겪으면서 당연히 양 방송사와 곰TV의 관계가 악화될 수 밖에 없었죠. 원래 앙숙이었던 사이가 갑자기 한 식구가 된다고 가까워 지길 기대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따라서 곰TV에서 양 방송사 개인리그에 대한 중계권 계약 역시 하지 않는 것이죠. 즉, 온미디어가 CJ에 인수가 되었다고 하더라도 곰TV와 온게임넷이 전략적 제휴를 맺는 것은 온게임넷이 숙이고 들어가지 않는 이상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2) 향후 CJ가 협회에서 고립될 것이다?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보셔도 됩니다. CJ가 이번 중계권을 따 내서 협회와 사이가 멀어질 것이다, 향후 협회가 해체되고 새 방향으로 개편될 것이다는 추측이 나오고도 있는데요. 오히려 CJ는 이것을 통해서 협회와의 기반을 더 공고히 할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그레텍은 블리자드로부터 블리자드에 대한 게임리그를 만들 수 있는 대부분의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보면 되는데요. 이를 협회 입장에서 바꾸어 보자면, 협상상대가 블리자드에서 그레텍으로 바뀌었으며, 단 블리자드와의 협상에서 주장했던 권리들 중 몇 개에 대한 요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레텍의 대주주가 CJ쪽임을 생각하면, 협회에서의 CJ의 발언권이 높아지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하지만, CJ의 입장에서도 협회와의 계약을 할 용의는 있는데요. 왜냐하면, 스폰서의 문제 때문입니다. 현재 그레텍은 리그를 제작하면서 블리자드에 돈을 ‘지불’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즉, 곰TV가 리그를 주최하기 위해서는 스폰서가 필요한 입장인데 이 스폰서를 물기 위해서는 협회의 도움이 필요한 것 역시 사실입니다. (사실 협회는 아니고 양 방송사의 도움이 필요한 것이죠.)

3) 향후 e스포츠 리그에서의 그레텍의 역할은?

그레텍 역시 이번 계약으로 한국에서의 e스포츠의 중추로 거듭나리라는 생각은 이제 접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레텍 역시 WOW나 스타2같은 블루오션쪽을 공략하고 있는 것이구요. 그레텍은 현재 우후죽순처럼 있는 온라인 리그들을 하나로 통합하려는 블리자드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는 회사라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그렇게 하면서도 3년 후에 있을 블리자드의 재계약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더 내기 위한 작업 역시 병행해야 겠죠.


결론 : 그럼 이제 이렇게 가면 온게임넷과 MBC게임에서 리그 못 보는 걸까요?

이 역시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곰TV 역시 현재 스타리그나 프로리그가 얼마나 잘 만들어져 있는 컨텐츠인지 알고 있기 때문에 당장으로는 스타2리그나 워3리그를 자체적으로 제작하면서 스타1리그는 현재처럼 온라인 중계를 하는 방식을 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단, 문제는 여태까지 2년동안 고의로 닫아놨던 양 방송사의 문이 열리느냐가 문제겠는데요. 결국 현재 상황에서 스타리그와 MSL을 계속 볼 수 있기 위해서는 그레텍보다는 온게임넷과 MBC게임의 결정이 중요한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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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5/28 11:03
수정 아이콘
무슨소리이신지...이번에 계약한건 국내에서의 대회인데 전세계 대회라뇨
데보라
10/05/28 11:15
수정 아이콘
재미있는 글 잘 읽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지금 이 와중에 쓰인 글중에서 단비와 같은 글이네요!
블리자드의 속내는 사실 뻔히 보이는 면이 있고, 자기네들의 목표를 위해서 나름 명분쌓기와 블리자드 왕국 건설을 위한 계획이 진행되는 것 같은데, 부디 한국 회사들이 지킬거 잘 지키면서 현명하게 판단하고 대처해 나갔으며 하는 바램입니다.
10/05/28 11:17
수정 아이콘
사실상 소설에 가까운데요..일단 무슨 근거라도 제시하시면서 그런말씀을 하셔야죠..첫번째 말머리 부분 빼고는..그다지..e스포츠로써의 스타2성공가능성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안하셧네요..
JunStyle
10/05/28 11:21
수정 아이콘
이렇게 생각한다와 이렇다는 차이가 있지요. 딱히 드릴 말씀이 없네요.
데보라
10/05/28 11:40
수정 아이콘
제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도 있군요!
오프더 레코드라고 하신 부분에서 e스포츠로써의 스타2의 가능성에 대한 100% 확신을 갖지 못했다는 부분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군요! 그래서 일정기간의 파트너가 필요한 것이겠군요! 방송사들 머리가 지끈지끈하겠네요!
좋은풍경
10/05/28 12:08
수정 아이콘
개인적으로 가장 동감이 가는 미래 전망에 대한 글이군요.
그렇죠.

여기서 한국은 대항해서 무리하게 맞서려 하기 보다는,
3년간 그 틀안에서 미리 너무 한국적인 컨텐츠를 공고히 쌓아버려서
(즉 스타2 역시도 한국 프로게이머를 제외하고서는 상상이 안되는 수준으로 만들어 버리던가)
한국을 좀 배제하고 E스포츠를 꾸려나가려해도 그런 시도 자체가 가능하지 못한 환경으로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해야할 일은,
보다 적극적으로 스타2의 글로벌 전략화에 뛰어들어
기업들은 적극적으로 스타1 뿐이 아닌 스타2의 프로게이머 육성을 전략화하는 동시에,
기존 스타급 선수들에게 스타2에 대한 친화력을 속히 높이는데 있습니다.

스타2가 실패할 수도 성공할 수도 있지만,
실패할 경우만 바라고 준비를 안한다? 그건 정말 바보의 전략입니다.
미리 준비를 한다면 실패해도 반만 손해보지만, 미리 준비하지 않고 있다가 만약 스타2가 성공하면 그야말로 닭쫓던 개 지붕 쳐다보기죠.

삼성같은 기업은 이미 글로벌 기업이죠. 전세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이런 기업이 게임단 이름으로 있는, 프로리그 방식은 스타2에서도 여전히 먹힐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죠.
다만 변화의 와중에 프로게이머에 대한 질적인 처우 개선과,
공인 협회의 투명성 확립, 승부조작에 관한 근본적 대책을 위한 엄격한 벌체계 확립 등이 필요하겠지만,

이런 시스템이 전세계적으로도 여전히 유용하게 먹힐 가능성이 있습니다.

오히려 온겜, 엠겜은 자신들이 갖추지 못한 전세계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를 적극 활용하여,
곰TV 인터넷 기반 내에서 공고히 특화된 방송국 이미지를 구축할 가능성도 있죠.


생각하기 마련입니다.
현재 존심만 내세우고 변화를 거부하며,
부정적으로만 생각해봤자 아무것도 나아지는게 없습니다.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리면 작금 이 상황이 한국으로서 크게 손해볼게 없건만,
최악의 상황으로 파국을 몰아가려 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가 그지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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