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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8/18 03:35:53 |
Name |
Judas Pain |
File #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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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
펌) 마재윤의 테란전에 관한 소고-1,2,3,4 by FELIX |
**펠릭스씨의 'Savior Of Zerg' 연대기 [테란편]...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추천합니다.
1. 그 찬란한 여명
지금 생각해 보면 그당시 마재윤에 대한 기억들은 후세의 포스에 의해 윤색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내가 기억하는 마재윤의 첫 테란전 경기는 대 이병민전 데토네이션. 물론 대 변은종 데토네이션의 대 역전극이 있긴 하지만 그건 테란전이 아니다. 사람의 기억이란게 참 믿기 힘든 것이긴 하지만 스프리스 시절 마재윤의 16강 탈락을 지켜보면 든 생각은 분명히 좀 이상했다. "왜 마재윤이 떨어졌지?" 첫 메이저 데뷔한 이른바 듣보잡 저그 신인의 패배를 보면서 든 생각이 이것이다. 그만큼 그 경기의 임팩트가 강했던 것일까? 아니면 여기 저기서 들려오던 IPX Zerg의 소문 때문일까? 어쨌든 이병민을 상대로 압도적인 파워를 보여주면서 압승. 그러나 김정민의 마지막 불꽃 7배럭 BSS에 큰 타격을 입고 선전하긴 했지만 패배. 곧 이병민의 몰래 배럭스에 연이은 패배로 시즌을 마감한다.
나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했다. 마재윤은 거기서 끝날 선수가 아니라고. 물론 그 기대는 어김없이 충족되었다. 경악의 KTF올킬. 사실 놀랍지도 않았다. 테란전에서 3해처리에서 뿜어져 나오는 압도적인 물량. 그 힘은 클래식한 변길섭, 김정민이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저저전에서 조용호와의 데토네이션. 오히려 조용호가 멀티를 빨리 먹자 제일 처음 드는 생각은 바로 데자뷰. 내가 마재윤을 처음 본 그 경기, 대 변은종전 데토네이션의 재판이 될 것이라는 확신이었다.
사실 이 시기부터 마재윤의 테란전의 기초는 완성되어 있었다. 3해처리. 박성준이후 2해처리가 유행하던 시절 필살기의 하나였던 3해처리를 이미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유일한 저그 선수. 당연히 힘에서 압도적일 수 밖에 없었다. 3해처리는 과거부터, 정확히는 로템 12시가 존재하면서 부터 이미 있어왔던 전략이다. 이 새로울 것 하나없는 오래된 전략. 그럼에도 왜 사람들은 당연한 듯 '마재윤의 3해처리'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일까?
마재윤 이전에 3해처리를 가장 잘 사용한 선수가 있다. 박경락. 그의 힘의 비결은 처음은 3해처리에서 뽑은 드론이며, 두번째는 능수능란한 드랍이며, 세번째는 바로 양섬의 존재다. 이것은 곧 초반 테란에게 수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을 의미했으며 역시 악착같이 달려드는 초반공세에 무너지고 만다. 중요한 것은 마재윤 이전에도 3해처리를라는 전략은 존재했고, 3해처리를 주력으로 쓰던 선수도 존재했다. 그럼에도 왜 마재윤의 3해처리 인가?
저글링. 저글링과 성큰의 유기적인 활용. 이것이 후반을 바라보며 웅크리고 앉아서 성큰 도배하며 근근히 버티는 전략인 3해처리를 전혀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꾸어 놓았다. 3해처리는 다수의 라바를 의미한다. 그것은 다수의 드론이 되기도 하지만 또한 다수의 저글링이 되기도 한다. 초반 압박을 위해 진출하다가는 다수의 저글링에 몰살당한다. 후반을 노리면 성큰도 제대로 안깐 저그의 물량에 압살 당한다. 전략을 쓰기에도 뛰어난 유동성에 당할 위험이 크다. 한마디로 유연하다. 그 유연성이 바로 마재윤의 3해처리라 불리는 이유이며, 그 부드러움의 근본은 바로 저글링이다.
한마디로 빌드발. 마재윤의 초창기 포스의 근원은 이 빌드발이다. 이런 게이머가 한명 더 있었지. 최연성. 남들이 당연히 투배럭에 10마린 2메딕 2파벳을 뽑을때 이 선수는 마린 한기를 뽑고 태연히 커맨드를 지었다. 남들이 칼들고 말타고 싸울때 최연성은 혼자 총을 들고 싸웠다. 남들이 소총을 들고 참호로 돌격할때 마재윤은 탱크를 앞세우고 참호를 짓밟아 버렸다. 시대를 앞서간 이들이 그 시간의 간극만큼 과실을 따 먹는 것은 당연한 것. 공식 저그전전 23연승. 테란전 75%. 전혀 놀라운 기록이 아니다. 그 시절의 둘은 타 게이머와 차원이 다른 선수였다.
2. 영광의 시대 上
한번의 좌절을 겪고 다시 마이너로 부터 출발한 마재윤. 그 마재윤은 서바이버에서는 임요환을, 16강에서는 이윤열을 꺾으면서 힘찬 진군을 한다. 사실 이때부터 마재윤의 테란전은 모든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3해처리라는 빌드상에서의 우위와 함께 전성기 마재윤의 그 예술같은 경기력. 오히려 왜 그때는 그렇게 사람들이 몰라줬나 싶을정도의 그 예술적인 경기력은 몇경기만 살펴봐도 잘 드러난다.
맵핵저그. 마재윤의 디펜스. 철의 심장. 이 세가지 덕목을 한번에 볼 수 있는 것이 바로 대 임요환 전 루나. 테란의 황제. 사실 실력은 그닥이었지만 최소한 저그전 만큼은 언제나 최고급 테란이었던 임요환을 상대로 한 첫 경기. 11시 몰래배럭. 그리고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을 정찰하는 드론. 맵핵.(주1*) 그것이 상대방에 대한 분석의 결과인지, 아니면 동물적 감각인지, 그것도 아니면 그냥 여러가지 정보의 편린들로 도출한 결론인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다. 중요한건 이런 맵핵 플레이는 앞으로도 여러번 나온다는 점. 초반에 1점을 내준 임요환의 제2타는 불꽃러시. 사실 이때는 뭐 뮤타로 테란의 체제를 파악하고 있는 상황이었기에 분위기 자체는 마재윤의 우위. 하지만 여기서도 주고받는 심리전이 재미있다. 성큰으로는 약간 버겁고 뮤타와 합류하면 막을 수 있을 만큼의 병력. 임요환의 복안은 여기서 러시를 들어가면서 뮤타수를 줄여 이후를 도모하는 것이었다. 마재윤은 마치 그것을 읽기라도 한 양 참고 기다린다. 그리고 성큰라인이 뚫리기 직전 뮤타를 투입. 스타에서 말하는 이상적 방어 방어타워는 깨지면서 병력 손실은 최소화 시키는 디펜스로 막아낸다. 언더 어택이 뜨는 그 순간에 벌어진 그 머리싸움과 담력싸움에서 승부사 임요환을 압도하는 기량. 이것이 바로 무적 마재윤의 첫 발걸음이다.
두번째 희생자는 2대 본좌인 이윤열. 그러게 명경기로는 알려져 있지 않은 루나 16강전 대 이윤열전. 이 이야기를 하기에 앞서 말하고 싶은게 있다. 당시 이윤열은 지금처럼 프로리그 다패왕을 달리는 게이머가 아니었다. 바로 지난 시즌인 당골왕 준우승. 온게임넷 우승. 프리미어 3위로 박성준, 박태민과 함께 당대 최강의 자리를 놓고 다투던 최고의 테란이었다. 그 이윤열을 관광이라 불러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박살내 버린다. 이때는 경기력 또한 놀랍지만 그 전략의 세련됨과 운영의 마인드는 2006년 중반즈음에 가져다 놔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시절 마재윤의 가장 큰 아쉬움은 마재윤이 가장 강력하던 시절에 정작 경기를 얼마 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거기에 알포인트에서의 계속되는 패배로 온겜진출이 번번히 좌절되었다는 점 또한 아쉽다. 최연성은 가장 강력하던 시절 ITV에서 줄창 저그를 만나는 행운을 누렸다. 반면 마재윤은 가장 강력하던 시절 줄창 만난것은 프로토스와 저그. 아쉽고 또 아쉽다.
우주배 16강 대 이윤열전 in Luna. 시작은 여느때와 같은 3해처리. - 참고로 이 경기는 2005년 4월, 그러니까 지금으로 부터 2년 4개월 전에 벌어진 경기다. 이걸 기억해 두자. - 다만 이윤열은 클래식한 2배럭에 약간 빠른 아카데미정도로 마재윤의 입구를 압박한다. 적절한 성큰. 농성하는 이윤열의 병력. 여기서 2중페이크가 들어간다. 레어 절반때 히드라 덴 건설. 레어 완성과 함께 스파이어. 이정도는 평범한 페이크. 이러면서 러커 업을 찍고 뮤타를 눌렀다. 스파이어-러커업-5뮤타-2뮤타 추가-러커업 완성타이밍에 4히드라 러커 변태. 테란의 병력은 뮤타로 물리면서 러커가 가장빨리 마련될 수 있는 빌드였을 것이다. 그리고 이윤열은 완전히 속았다. 본진으로 후퇴한 마린. 곧 2개의 본진에 멀티를 펴면서 언덕러커 농성. 사실 이 시점에 경기는 끝났다. 빌드가 유연한 저그에게 첫 가스100에서 레어를 찍고 레어 유닛이 나오는 최적화까지는 일정한 공식이 존재한다. 첫 5.5뮤타. 4럴커. 앞마당 가스까지 9뮤타등등. 이 가스자원의 분배순서를 비틀어서 테란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는것.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심리전으로 천재를 농락하는 것. 전략가 마재윤은 사실 이 시기부터 완성되어 있었다.(주2*)
우주에서 가장 성실한 선수. 마재윤의 가장 중요한 덕목중에 하나인 이 성실함은 여기서도 잘 드러난다. 이때 마재윤은 두군데 멀티에 드론을 보내기 전에 먼저 저글링을 보낸다. 전략 게임에서 상대방이 자신의 패를 늦게 볼 수록 유리한 것은 자명한 이치. 사실 지금도 저글링 호위없이 드론한기 어정어정가다가 횡사하고, SCV에 걸리는 수많은 저그들이 존재한다. 마재윤 경기에서는 보기 힘든 장면이기도 하고.
장판파. 놀라운 것은 롱기누스, 리버스 템플 시절의 마재윤 주력 전략중 하나였던 '장판파'가 이미 이 시기에 선보인다는 것. 4가스를 먹는 순간 초고속으로 하이브가 올라갔다. 이윤열의 첫 베슬과 하이브 완성타이밍이 동일하다. 2005년 봄에 말이지. 이후에 올라간 건물은 디파일러 마운드. 2005년 봄에 말이지. SK테란 체제인 이윤열이 언덕위 러커를 돌파못해 전전긍긍 하던 사이에 커널까지 뚫어가면서 양 본진을 수비하고 병력이 빠진틈을 타서 디파저럴이 이윤열의 앞마당을 기습한다. 빈집정도는 3벙커와 마린컨으로 막으리라 생각한 모양. 하지만 디파저럴이다. 벙커로 막을 물건이 아니지.
디파일러. 지금이야 개나 소나 쓰는 유닛이면서 제대로 쓰는 선수 몇 없는 유닛이기도 하다. 이 이후 마재윤이 빠른 하이브 디파를 다시 쓰기까지는 시간이 걸렸으니 일종의 필살기에 가까웠던 것 같긴 하다. 아니, 어쩌면 나머지 상대들은 디파조차 필요가 없었을 수도 있었겠지만. 어쨌든 이윤열은 버티면서 다수 베슬로 역전하려고 했다. 하지만 베슬이 8기정도 쌓인 타이밍에 작렬하는 플레이그. 추락하는 베슬들. 뭐 그이후야......
다만 뮤짤이 보급되기 전이라 뮤타로는 거의 피해를 못준 점. 히럴 중심의 클래식한 체제. 그리고 유닛 컨트롤등은 나름 2005년 게이머 다운 맛이 있다. 확실히 당대 마재윤은 컨트롤 보다는 운영과 지략으로 이기는 게이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맵핵과 같은 상대방을 읽어내는 심안. 위기 상황에서의 정확한 판단력. 그러한 판단을 가능하게 하는 담력. 상대방을 기만하는 기략과 그 기략을 대 전략에 응용할 수 있는 운영능력. 초,중, 후반을 전체적으로 관조하고 조율하는 시야. 어느정도 선구자 적인 디파일러같은 고급유닛의 활용. 그러면서 세세한 디테일을 놓치지 않는 성실함 까지. 이정도가 2005년 4월 마재윤이 가진 테란전의 강점이다. 그리고 8승 3패. 72%. 열한번. 저정도 선수가 1년동한 한 테란전 공식전의 횟수다. 정말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뭐, 덕분에 분석도 덜 되었고 전략도 덜 보급 되었고. 롱런할 수 있었던 계기가 되었다고 위안삼자. 피쓰.
[옮긴이 주]
1*)당시 그 경기에서 마재윤은 몰래 배럭스를 발견하지 못했고 임요환 선수가 파뱃 몇기를 뽑아 돌격했으나 마재윤의 침착한 대처로 드론 다빼고 뮤탈로 처리함. 신인시절 그를 주목한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이야기하는 차분한 방어와 합리적 판단이 빛났던 경기였음. 글쓴 분의 착오인것 같다.
2*)이왕 펌주를 써넣을 명분이 생긴 이상 한가지만 더 , 김연우씨의 코멘트를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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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O팀에 놀러간 모씨, 마재윤 뒤에서 경기 보고 있었는데 루나에서 테란 하나를 10판 연속 관광하더레
그래서 '야, 어느팀 연습생인지 몰라도 ㅈㄴ 못한다.'고 생각하면서 마재윤에게 물었지
'저 테란 누구야?'
'이윤열이요~'
(당시 2004년 말, 프리미어 리그 결승전 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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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프리미어 리그 즈음은 투신,운신,머신의 삼신전(三神戰)으로 리그 최강자리가 결정되던 시절이다.
2. 영광의 시대 中
임요환. 이윤열. 자, 이제 나올 이름은 뻔하지. 최연성. 그런데 최연성과의 대결은 그 임팩트와는 달리 별로 할 말이 없다. 압도. 이 한마디로 충분하다. 최연성의 주특기가 무었일까. 전략과 운영. 일반적으로 저그전에 강한 테란들은 컨트롤이 강한 테란이다. 반면 최연성은 저그전도 전략과 운영. 그 전략과 운영보다 더 뛰어난 전략과 운영을 가진 마재윤. 결과는 자명한 것이고 7:0이라는 스코어는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여기서 발휘된 마재윤의 장점은 유연함. 사실 이게 다다.
저글링. 구체적으로 들어가자면 이 압도의 가장 큰 비결은 저글링이다. WEF루나, 인투더 다크니스, 그리고 알포인트. 무섭도록 뿜어내는 드론수를 따라가기 위해서 최연성은 항상 무리를 한다. 그리고 저글링의 급습에 피해를 입고 몰아치는 연타에 그 피해는 누적된다. 그런데 안나갈 수가 없다. 마재윤은 박성준이 아니거든. 벙커 네기를 지어서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거든. 그랬다가는 정말 제대로 물량에 압살당한다. 상대는 투햇의 박성준이 아니라 3햇의 마재윤이다. 그 수비(라고 읽고 쫄았다고 해석한다). 그리고 압살의 현장이 바로 사이언배 라오발과 러시아워와 다크 사우론의 경기. 최연성은 아마 속으로 외치고 싶었을 것이다. '도대체 어쩌란 말이냐.' 공격해도 지고. 수비해도 지고. 공격하면 역습으로 상대하고 수비하면 확장으로 압도하는 마재윤의 유연함 앞에 그렇게 최연성은 무너져 갔다.
뮤타. 마재윤의 뮤타는 오히려 그 시절이 더 공격적이지 않았나 싶다. 아직 뮤타 뭉치기조차 개발되지 않던 시절. 미네랄에 광클하면서 견제하는 모습은 나름 귀엽다. 하지만 당하는 상대는 그런 뮤타조차 끔찍했을 것이다. 어설프게 나갔다가 발업 저글링에 싸 먹힌다. 그렇다고 앉아 있자니 대놓고 멀티를 뛰고, 견제를 나가면 빈집이 들어오고 뮤링의 역습에 본진은 초토화. 복구하고 나니 저그는 4가스. 그 압도적인 힘에 짓밟히는 최연성의 물량. 막아도 멀티 견제가 안되고 못막으면 관광만이 남고. 유명한 라오발의 철의 장막 조차 사실 승패가 갈린것은 중반 최연성의 한방이 히럴에 전멸한 것이었다. 그리고 그 히럴의 물량은 제2멀티였고, 빠른 2멀티를 하고도 지켜낼 수 있었던 비결은 뭉치기조차 안되는 아기자기한 뮤타의 견제 덕분이었다.수비와 공격을 동시에 하는 뮤링의 기동력. 그것을 뒷받침하는 3햇의 드론. 그리고 테란에게 안나오면 밟혀죽을것 같은 압박감을 주는 빠른 멀티. 상대적으로 타 선수와 마재윤의 실력차가 가장 벌어진 시기가 바로 사이언배 즈음이지 않았나 싶다.
* 마빡이로서 이 당시 뿌듯한 일 중에 하나가 마재윤의 별명을 짓...... 지는 못하고, 마재윤의 별명이 지어지는 불판을 놔 줬다는 점이다. 역시 머리가 나쁘면 그렇게라도 해야지. 거기서 나온 별명들이 패왕 저그, 마신 저그 그리고 마에스트로. 당시에 마신과 마에스트로가 경합을 했는데 아무래도 마에스트로가 더 인기가 있었고 실제로 거기서 마에스트로라는 별명이 정해졌다. 그러나 사실 이미 이전에 엠겜의 해설들 입에서도 지휘자같다는 평가가 나왔고 치어풀에서 지휘자의 이미지가 차용되기도 했었다.
가디언. 디파일러. 의외로 마재윤은 당시 트랜드인 울트라에 대한 비중이 낮은 편이다. 05년 당시 마재윤의 하이브 운영이 잘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 가장 큰 이유가 다들 레어단계에서 나가떨어졌기 때문. 이후에 벌어진 대 고인규, 대 전상욱전과 같이 패배한 경기들에서 오히려 마파일러의 프로토 타입이 보인다. 만약 이 시기 마재윤을 압박할 테란이 있었다면 진짜 05년 말 즈음에 대파일러, 그러니까 한빛급의 마파일러를 볼 수 있었을 지도 모른다. 반면 마디언은 승부를 결정 짓는 피날레 유닛으로 종종 나온다. 가디언의 효율이야 널리 알려진 것과 같이 스카웃 급은 아니더라도 워크의 프로스트 웜급은 된다고 생각한다. 다만 특별히 언급하는 것은 그 타이밍이다. 미리부터 생각하고 있던 운영인듯 테란의 한병 병력에 맞춰서 변태되는 가디언. 그리고 가디언의 폭격속에서 파고드는 히드라, 저글링, 러커들. 멋있잖아.
위에서도 말했듯 이 시기가 마재윤의 테란전이 가장 강력하던 시기가 아닌가 싶다. 거기에 원가스 맵들이 사장되고 투가스 맵 체제가 보편화 되면서 마재윤을 가로막던 장애물은 사라졌고, 마재윤을 괴롭히던 알포인트 역시 극복을 해 버렸다. 그렇지만 오히려 너무 강력했기에 사람들은 그 시절에 언듯 언듯 보이던 마재윤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게 아닌가 싶다.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과거에 내가 마재윤에 대해 했던 평가를 수정하기 위해서다. 마재윤의 다시 한번 한단계 진화한 계기가 되는 것은 대 고인규전 러시아워라고 나뿐 아니라 많은 입스타 들이 지적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게 아닌거 같다. 오히려 이미 그 전부터 마재윤은 그런 변화를 준비하고 있었고 더 화려한 경기를 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다만 상대가 그러한 마재윤의 힘을 일깨우지 못했을 뿐. 그랬던 것 같다. 운영만으로도 상대를 압살하는데 컨트롤이 무슨 소용일까. 하지만 더블컴의 운영이 더 세련되어 지고, 최연성의 운영에 뛰어난 컨틀롤이 배가되고, 또한 마재윤식 테란전이 보급되면서 그에 대항하는 테란의 항체들이 형성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런 강자들 사이에서 마재윤은 더욱 찬란하게 빛나게 된다.
* 알포인트. 그나마 둘 간에 팽팽한 접전이 벌어졌던 경기는 이 맵에서 벌어졌다. 실제로 알포인트는 저그를 학살하던 맵. 마재윤 역시 두번이나 알포인트 덕에 온겜 진출이 좌절된다. 사실 3:0의 패자결승때는 프로리그 레퀴엠 경기에 집중해서 연습조차 안하고 나왔었다. 반면 승자4강에서의 알포인트 경기는 마재윤이 제대로 칼을 갈고 나왔었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어정어정 압박하던 마메 한부대를 날려 먹었다. 하지만 맵 탓인지 2타가 들어가지 못하고 전형적인 최연성 모드. 죽여도 죽여도 끝없는 마린모드에 자신의 주특기인 투팩타이밍 러시를 감행한다. 이때 마재윤의 판단은 미네랄을 성큰에 투자하면서 모은 뮤타. 결국 타이밍은 다르지만 간발의 차로 성큰이 깨짐과 동시에 뮤링의 급습을 받고 한방 병력은 괴멸당한다. 간발의 타이밍승부. 그리고 이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둘 사이에 벌어진 접전이었다.
2. 영광의 시대 下
저그의 르네상스. 프링글스 1, 2시즌을 기점으로 저그는 대대적인 부흥을 맞이한다. 저그의 삼신기三神技. 뮤타 뭉치기, 3해처리 운영 그리고 디파일러의 보급. 하나만 전파되도 천지가 뒤집어지는 전략적 혁신이 무려 세가지나 동시에 일어났다. 신백두대간, 아카디아에서 초반의 테란 몰살모드는 이러한 기술적 우위에서 나온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이것은 마재윤에게 결코 달가운 상황이 아니었다. 마재윤의 테란전을 떠 받들고 있는 근본적인 힘은 남들과 차별화된 빌드와 운영이었다. 다들 마재윤과 똑같이 하면 마재윤이 좋을 일이 하나도 없다. 오히려 맵은 어려워 지고, 테란들의 항체만이 형성될 뿐. 그 결과물이 프링글스를 즈음한 테란과의 혈투이며 그 대표적 선수가 바로 전상욱이다.
전상욱. 2005년 저그전 75%까지 찍으면서 임요환, 최연성과 함께 선경 3테란의 이름을 천하에 떨친 사나이. 전성기 마재윤을 상대로 가장 대등한 싸움을 벌인 선수. 과거의 임,이,최는 마재윤의 깊이조차 다 파해치지 못한채로 칼집, 그러니까 운영만으로 가지고 싸우는 마재윤에게 패했다. 하지만 전상욱은 달랐다. 전상욱의 장점은 초반의 치밀한 빌드와 중반의 운영능력. 이 머리싸움에서 마재윤은 곧잘 패배하곤 햇다. 프링글스1 4강의 2경기는 비록 전상욱의 빌드는 읽혔지만 불운으로 패배. 그리고 3,4경기 모두 전상욱의 전략에 마재윤이 말려들었다. 이러한 빌드의 우위는 훗날 신한3시즌의 16강 히치하이커, 리버스 템플, 알카노이드경기 에서 계속 나타나게 된다. 06년 최고의 전략가 마재윤을 상대로 수싸움에서 압도하는 강자의 등장이다. 그리고 그 강자에 의해 숨겨져 왔던 마재윤의 화려함이 드러난다.
마재윤의 디파일러. 다시 등장했다. 이미 그전 고인규와의 러시아워 전투때 부터 등장한 마파일러. 이 시기부터 마재윤의 디파일러는 최강 유닛으로 발돋움했다. 다만 러시아워 2연전의 패배로 그 빛을 바랬을 뿐. 그 이전에는 이러한 디파일러를 활용하기도 전에 테란들이 무너졌었다. 하지만 테란들도 바보는 아니었다. 마재윤의 전략은 낱낱이 분석되었으며 대 마재윤 빌드마저 등장한 상황. 더이상의 운영이 주는 힘만으로 압도하기 힘든 상황에서 드디어 마재윤의 숨겨진 컨트롤 능력이 발휘되기 시작한다. 러시아워에서 2연벙에 타격을 입고 시작했지만 특유의 견제로 테란의 발목을 잡으면서 디파일러를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 4배럭 슈퍼마린 빌드는 바로 선경의 테란들이 마재윤을 잡기 위해서 등장한 빌드이다. 희한하게 단 한번도 마재윤에게 쓰인적은 없지만 이 빌드는 곧 널리 퍼져 지금도 다수 뮤탈 견제에 대한 안티 빌드로 남아 있다.
마재윤의 러커. 대 전상욱 4강에서 2:1로 뒤지고 있는 상황. 맵은 815III. 초반부터 전상욱의 페이스에 말려 마재윤은 위기를 맞이하게 된다. 테란의 한방 병력이 갖추어지고 저그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상황. 거기서 마재윤의 스탑러커가 작렬한다. 홍진호 시대의 스탑러커와는 차원이 다르다. 언제나 테란의 예측범위 밖에서 매복한다. 815경기에서도 전상욱의 스캔은 바로 스탑러커 앞에 뿌려졌으며 그 정보를 믿고 전진하던 전상욱의 병력은 괴멸되어고 암울하던 상황은 한번에 역전되었다. 그리고 특유의 난전능력으로 저그전 후반이 약하던 전상욱을 흔들었고 결국 5차전에서 승리. 이 것이 바로 이후 수없이 이름을 날리던 마재윤의 스탑러커가 대중에게 첫 선을 보인 역사적인 경기였다.
그외에도 하이브 이후 드랍에서는 마재윤 특유의 판 읽기가 잘 드러난다. 드랍은 아무나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가장 아픈곳을 찌르던 마재윤의 드랍은 마재윤 특유의 경기를 읽는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러시아워에서의 열세를 만회하며 시간을 끄는 드랍. 5차전 아카디아에서의 올드팬들을 열광시켰던 경락 드랍. 이후 대 안상원전에서 난전에서 벌어지는 결정적 타격등은 이후에도 계속 그 힘을 발휘하면서 이후의 자산의 하나로 남게된다.
이윤열과 임요환. 전상욱 뿐 아니라 다른 테란들 역시 마재윤에 대한 칼을 들고 나왔다. 이윤열은 알포인트에서 6배럭이라는 극단적인 공격으로 마재윤을 노렸고 앞마당을 파괴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하지만 여기서 최고의 판단이 나오게 된다. 이후 한부대의 발업안된 저글링을 계속 시야에 보여주면서 저글링 발업을 하고 또한 그 가난한 상황에서 드론 대신 저글링을 생산해 매복시킨다. 멀티를 위해 본진을 벗어나던 이윤열의 마메는 그 매복에 괴멸. 이후의 상황은 압살. 이 외에도 대 이윤열 러시아워 경기에서의 4성큰을 취소하는 유연함. 대 임요환전 아카노이드에서 보여주는 하이브 난전능력. 블리츠에서 보여준 스파이어 이후 9드론 찍기와 같은 재치와 대전략. 롱기에서 보여준 '마재윤 선수 맵핵인가요'와 같은 맵 파악과 심안. 이러한 스타급 센스들은 마재윤은 테란전 23승 8패 74%라는 절대적인 힘을 뒷받침 하는 원천이었다.
마재윤의 라이벌 전상욱. 테란들이 저그에게 적응해 가던 이 시기조차 마재윤과 박빙을 보인 유일한 테란이 전상욱이었다. 마재윤에게 필요한 것은 라이벌. 강력한 포스를 보이면서도 자신과 명경기를 보이면서 결국 승리를 바치는 그러한 선수가 필요했고 전상욱은 그에 가장 적합한 선수였다. 심지어 중요하지 않은 경기에서는 이기면서 다전제는 항상 풀세트 접전끝에 져주는 멋진 라이벌. 더구나 자신의 장점인 운영을 압도하는 전략으로 초반에 승기를 잡고도 후반 난전에서 약점을 보이며 역전극을 만들어 주는 선수이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쉬운 상대는 아니었고 4강 경기가 끝난후 전상욱의 울먹이는 표정과 함께 많은 사람들에게 회자된 것은 마재윤의 한마디였다. '빡세다~' 이 한마디는 이후 마재윤을 기다리는 운명을 상징하는 것이기도 했다.
To Be Continued...
###좋은 글이란 대상에 대한 애정과 관심 그리고 시간을 바탕으로 쓰여진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마재윤은 제가 프로토스보다 더 끌렸던 유일한 저그이고 무명에 가깝던 시절부터 지켜본 게이머이기도 합니다.
그가 정점을 찍은 뒤 그의 가치에 대한 기록이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도 전 능력과 애정의 부족으로 쓰지 못했고
그래서 Felix씨가 이런 좋은 글을 써줄때까지 기다려야 했습니다.
시리즈의 끝이 어떻게 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근래에 본 글중 가장 모범적인 분석과 감상 그리고 애정이 담겨진 글이라
실례를 무릎쓰고 글쓴이의 허락을 받아 좀더 많은 분들이 글을 보고 즐기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곳에 게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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