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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
2007/03/03 19:30:29 |
Name |
소현 |
Subject |
예지(결승전 후기) |
다소 조용하게 쓴다고 썼습니다마는,
이런 상태에서는 글이 참 난잡해질 수밖에 없군요.
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냥 편하게 읽어 주세요.
미리 알아버린다...
꼭 오늘 받은 느낌이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잠시 MSL 생각을 하는데,
왠지 마재윤선수가 질 것 같다...
그것도 대판 깨질 것 같다...
김택용선수의 포스가 너무나 강력하다...
이런 느낌을 딱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오늘 현실이 되었군요.
예전에 어느 분이 "프로토스가 마재윤선수를 상대로 3:0으로 이길 확률"이
절대로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그런 말을 했기에... (유머게시판에 있었죠 아마도)
조용히 미소를 띈 채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뭐... 그렇게 충격받은 것은 아닙니다만,
충격이 아예 없었다고 할 수는 없겠죠.
그것은 거짓말이니까.
솔직히 경기를 못 봤습니다.
그나마 3경기만 봤는데, 예상했던 대로...
마재윤선수가 지고 있었고,
또 제가 항상 프로토스에게 지는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었더군요.
놀라운 승리.
하지만 저는 그렇게 충격을 받지는 않았습니다(농담이 아닙니다).
마재윤선수를 보면서, 항상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 선수도 언젠가는 무너질 것이다.
이런 선수가 슬럼프가 온다면... 그건 정말 끔찍한 일이다...
하지만 얼마 남지는 않아 보이는데...
예지능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측력이라고 해야 할까요.
요새 그런 일이 제 주변에 좀 많이 생기고 있습니다마는...
어쨌거나... 정말, 김택용선수...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할 말이 딱히 없군요.
그런데, 참 제가 어째 예상한 방향대로 일이 흘러가더군요.
'롱기누스와 리버스 템플...
분명히 김택용선수가 힘들긴 하나, 결국 이길 것이다.
롱기누스의 미네랄 18덩이는 프로토스에게는 큰 힘.
리버스 템플은 분명히 저그가 좋으나... 왠지, 오늘 느낌이...
3경기 블리츠가 관건이다..
만일 김택용이 이걸 잡아버리면 마재윤은 당연히 셧아웃.
하지만 마재윤이 이긴다고 해도...
4경기가 데저트 폭스인 만큼.
현재 장난아닌 기세를 보여주고 있는 김택용이라면...
커세어 다크 정도만 나와도...
오늘, 3:1, 아니 3:0의 우승도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곧 현실이 되겠지...' (두세 시간 전에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곧 찾아올지도 모르겠군요.
함부로 슬럼프 운운할 수는 없지만,
이런 충격에서 벗어나기는... 사실, 누구라도 힘듭니다.
특히나... 이런 천재형 선수라면 더더욱...
...이번에는 제 예측이 틀리길 바랍니다.
제 예측이 틀려서 마재윤선수가 꼭 다음 MSL 때에 멋지게 복수할 날이 오기를 바랍니다.
물론 개인적인 바람이지만...
그런데, 왠지 그러기는 힘들 것 같군요.
그냥 느낌입니다.
오늘 아침만큼 강렬했던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마는...
그래도 왠지 모르게 계속 남고 있군요.
머릿속을 뱅뱅 돌고 있는...
아마 피지알 여러분 중에서 저를 주시하신 분이 있다면 알고 계실 겁니다.
제가 얼마나 마재윤선수를 좋아하는지.
홍진호선수만큼은 못하지만 마재윤선수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정도는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합니다.
질럿과 커세어...
예전에 제 친구에게 815에서 그대로 당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걸... 오늘에서 다시 보게 될 줄은.
그것도 마재윤의 경기에서.
무덤덤하게 김택용선수가 기뻐하는 모습을 상상하고 있자니,
참 모든 프로토스 선수와 팬들의 한이 풀리는 것만 같아서,
왠지, 또다시 조용히 미소를 짓게 되는군요.
(그간 얼마나 프로토스 팬 여러분께서 단결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셨습니까.
저그유저지만 참으로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리고 부러웠습니다. 그 결속력이, 그 친밀함이, 그 멋진 모습이.)
비록, 그 상대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절대군주였다고는 하나...
그는, 참으로 강력한 사람입니다.
제가 가장 큰 실수를 범한 게 있다면,
프로리그에서 김택용선수의 모습을 보고 너무 약소평가한 게 아닌가.
바로 그런 것일 겁니다.
네, 솔직히 말해서 약소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것은 오산임이 저번 4강 때 드러났었고...
몇 마디 잡설을 좀더 풀어놓고 싶군요...
사실 무덤덤하기도 하지만, 요새 왠지모를 느낌을 너무 많이 받고 있습니다.
그 생각을, 스타크래프트에 관한 생각을 좀 정리할 필요를 자주 느끼고 있었습니다.
오늘 경기는 마재윤선수가 못한 게 맞습니다.
예 분명히 그렇죠.
하지만 왠지 모르게 마재윤선수가 안타까운 것은, 팬이라서 그럴 겁니다.
마재윤선수가 예전에 박정석선수를 꺾어버리고 우승을 차지했을 때...
아마... 박정석선수가 느꼈던 그 감정, 마재윤선수는 그것을 그대로 느끼고 있지 않을까요.
두 번, 세 번, 아니 몇 번이고,
결승전에 올라간다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하지만 양대리그 우승은 힘들어 보였죠.
그리고, 양대리그 우승은 불가능할 것이라는 생각이...
한동안, 저번 이윤열선수와의 죽음의 경기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마재윤선수라고 해도 이건 불가능하다.
모두가 마재윤선수가 우승할 것이라는 말에..
저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습니다.
앞으로 다가올 일이 너무나 선명한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기에.
아래는 두 선수에 대한 조그마한 응원글...
마재윤선수.
이제 마재윤선수는 베테랑입니다.
마재윤선수 같은 분이 오늘 같은 경기력을 보여준 것은 의문입니다마는,
그래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그간 살인적인 스케쥴과 프로토스를 너무 오랜만에 만났다는 그런 것이,
마재윤선수에게는 충분히 악재로 작용했습니다.
...하지만.
만일 마재윤선수에게서 약한 모습이 보인다면, 그것을 바라보는 팬들의 마음은 어떨까요.
마재윤선수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기를 바랍니다.
마재윤선수가 이 충격을 멋지게 극복하길 바랍니다.
당신은... 당신은, 마재윤이 아닙니까.
김택용선수.
신예의 패기를 오늘 정말 잘 보여주셨습니다.
김택용선수는 90%의 패배가능성에서 그 나머지 10%를 100%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저번 강민선수와의 일전에서도 그랬고...
오늘 마재윤선수와의 일전에서도 그랬고...
김택용선수에게는 든든한 프로토스 팬들의 힘이 있습니다.
김택용선수에게는 신예의 크나큰 강점인 패기가 있습니다.
김택용선수는... 이제 겨우 열일곱.
김택용선수가 겨우 이것에 만족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사실 MSL 로열로더인 김택용선수에게는 큰 것이겠지만,
김택용선수는... 모든 프로토스의 군주로, 오늘 새로 군림하지 않았습니까.
김택용선수의 모습을 지켜보겠습니다.
김택용선수가 롱런하는 모습을 지켜보겠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이 정도에 만족해서 다음 시즌에 부진하게 된다면...
그것은, 당신이 당신 스스로를 이기지 못한 결과라는 것을 아셔야 할 것입니다.
축하드립니다. 김택용선수.
저그유저인 저조차, 당신의 승리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가 없군요.
p.s.
아까 엔터 눌러버렸었는데...
그 글이 등록되어있는 줄 몰랐습니다 ㅡㅡ;; 요새 왜이러지...
p.s.2
마재윤선수의 진화가능성을 오늘 또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좀더 진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에서... 팬으로써, 기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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