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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02/12/19 20:00:18
Name 카제미돌쇠
Subject [연재] 제1화 - 게임속으로...

"저와 1:1 할래요?"

어제였다.
"간만에 기분 전환이나 할까?"...란 생각으로...
혼자 웨스트서버에 들어가서 막 방을 만들려고 하는데....
메시지가 날라 온 것이다.
대충 만든 아이디라 알고있는 사람도 있을리 없고, 채널 역시 혼자인데....귓말이라니?

"실례지만 누구세요?"
"1:1을 하고 싶어서요... 만약 제가 이기면..."
"....?"
"저의 부탁을 들어주실 수 있으세요?"
"누구시죠?...그리고 부탁이라니...??"
"...전 사이도니아란 아이디를 씁니다. 화성에 있는 사람 얼굴 모양의 지명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제가 지면 없던 일로 하겠으니 1:1 부탁 드립니다."
"......"

조금은 꺼림칙한 기분 탓일까?...부탁에 다짜고짜 1:1 하자는것도 그렇고...
....할까? 말까? 로 고민 중일 때...전화벨이 울렸다.
잠시 전화 받고 오겠단 글을 남기고 거실로 나갔다.

"형~ 나야! 빨리 나와! 다 모여있어! 내일 리그도 없으니 술이나 마시자!"
반가운 전화 목소리에 알겠다고 말하고 방으로 들어왔다.

쟈켓을 입으면서 모니터를 바라보니, 사이도니아란 아이디가 나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쨌든 1:1 요청인데...그래도 조금은 미안한 마음에 정중하게 글을 써준다.

" 지금은 안되겠네요! 급한 약속이 생겨서요...다음에라도 기회가 되면..."
" 아...그래요!..."
".........."

컴퓨터 전원을 꺼버리고 오랜만에 후배들을 만나러 밖으러 나갔다.
만나서 하는 이야기는 오직 게임관련 뿐 이지만...
간만에 술도 진탕 마시고 기분좋게 노래방도 갔었다.
이제 소속사는 다르지만...
나와 가장 친한 후배들과의 만남은 늘 기분 전환이 된다.

" 으이그....머리야...간만에 경기가 없어서 너무 마셨나...."

침대에서 일어나 시계를 보니 12시가 훨씬 넘었다.
모두 나가고 집엔 혼자 뿐이라, 냉장고에서 우유를 꺼내 마시면서 모니터를 켠다.
스으으으응~
전원이 들어오고 모니터가 하얗게 빛을 띈다.

" 따르릉~"

마시던 우유통을 내려놓고 수화기를 든다.

" 여보세요?"
" 형! 나야~ 진호~"
" 아~ 진호구나! 어제 먹은 술로 머리가 지끈 거린다!"
" 어제 그렇게 퍼 마시고 살아 들어갔나 궁금해서 말야! 흐흐흐~ 형도 나이 생각해야지!"

.....두 살 밖에 차이 안나면서....씁~.....

" 그딴 말이나 할려고 전화 한거야! 끊는다!"
" 흐흐흐~ 히스테리 부리긴...근데 형!! 혹시 요즘 베넷고수 이야기 들어 봤어?"
" 응? .....무슨 이야기?"
" 며 칠 전부터 게이머들 사이에 나온 이야긴데... 게임아이 2000점에 프로게이머들을 상대로 1:1 신청을 해서 전부 이겼다는..."

게임아이 서버에서 고득점에 오르면 이름이 뜨는건 당연한 일...
어뷰저로 판명이 나면 곧 잊혀져 버린다.

...1:1 신청을 했다는건...좀 특이한데?? ...

" 뭐야? 새삼스런 일도 아니잖아....?"
" 나도 별로 신경 안썼는데...그게 말야..."
"....."
" 오늘 아침에 나랑 붙었는데 나도 졌어! 워낙 퍼펙트 하게 져버린 거라서 말야! 리플레이로 봤는데도...흠 잡을 때가 없더라구.."

...아침에 일어나서 벌써 한 겜 했다니...난 지금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역시 진호의 체력은...

" 삽질이라도 했냐~ 하긴 너 정도 실력이면 그러는건 일도 아니잖아~ ....."
" 그럴까나? 흠~ 윤열이가 옆에서 지켜봤는데...놀리기만 한다! 당황 스러워..."

평소완 조금 다른 반응에 궁금해진다.

" ......."
" ......."
" 종족은 뭔데?"
" 프로토스!"
" 아이디는?"
"사이도니아 라는 아이디야!!"

"사이도니아!!!"

전화를 끊고 난 잠시 생각에 빠졌다.
모니터를 보면서 의자에 앉아 웨스트 서버에 접속한다.
그리고.... 어제의 그 채널에 들어가본다.
채널에는 아무도 없었다.

" 하긴 있을리가 없지!.."

이런 저런 생각이 들면서 팔짱을 끼고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는데.....
하나의 아이디가 눈에 들어온다.

" 사이도니아!!"

눈이 커지면서 키보드에 손을 올린다.
묘한 두근거림.....

" 누군지 물어봐도 될까요?"
".........."
".........."
" 1:1 하실래요??"
" 좋아요! 해요!"
" 제가 이기면 저의 부탁을 들어 주실 수 있으세요?"
"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요..."
" 네...감사합니다. 게임은 3판 2선승제로...어때요?"
" 좋아요! 맵은??"
" 저는 괜찮으니 원하시는 맵으로 고르세요..."

....굉장한 자신감이다....

도대체 누굴까?
정말 대단한 신진 고수라도 등장한 걸까?
흔히 아마와 프로의 격차가 없단말이 일반적인 요즘에... 윤열이보다 더 대단한 고수가 나온다고 해도,  이젠 놀랠 일도 아닌 것이다.

과연 어느정도일까?
어느새 내 머릿속에는 게임과 상대에 대한 생각으로 가득 찼다.

맵은 일반적인 게임아이 로스트 템플로 정했다.
내가 방을 만들자 잠시 후 사이도니아란 아이디가 들어온다.
그는 프로토스를 고른다.
난 테란을 고르고 스타트를 누른다.

5....4....3....2....
1......

드디어 게임이 시작 된다.

난 2시 테란....상대는...

...두근...두근...

이런 기분이라니....

긴장은 흥분으로 변하면서.... 미세하게 손가락 끝이 떨려온다.
수만번을 한 스타크래프트지만 새로운 사람과의 첫번째 전투는 늘 긴장이 생긴다.

그리고...조금전 진호와의 전화로 느끼는 막연한 느낌 탓일까?

뭔가 기대감도 든다.
어떤식의 전략, 전술을 쓰는걸까?

나에겐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프로토스다.

얼마전 동수와의 전투도 겹쳐진다.
아비터를 쓸까?
아니면....

8번째 scv로 서플라이를 지으면서 10번째 scv로 정찰을 보낼려고 할 때 프로브 한 마리가 입구로 들어온다.

" 12신가??"

너무 빠른 정찰에 12시라 생각하고 정찰을 보낸다.
12시엔 아무것도 없어 다시 8시로 보낸다.

"...7번째 프로브를 보내기라도 한건가?"

마린 한 기를 꺼내 프로브를 쫓아간다.
팩토리를 올리면서 마린 한 기를 더 뽑는다.
마린 두기가 프로브를 쫓는다.
상대가 8시란걸 확인하고 8시 전체를 세심하게 둘러 보면서, 파일런 갯수와 게이트, 프로브 숫자를 본다.
상대는 일반적인 원게이트 사이버네틱스 코어....
scv를 쉬프트 키로 랠리 포인트 찍으면서 마린 두기를 컨트롤 한다.
프로브가 가는 방향을 앞 뒤로 협공하면서 어택키를 누룬다. 하지만 예측이라도 한 듯...정확하게 두 마린 사이의 공간을 빠져 나간다.
투팩으로 할 지, 원팩 원 스타로 할 지 망설이면서 브로브를 따라가 보지만...피하는 방향이 절묘하다.

프로브 컨트럴로도 어느정도 수준이 느껴진다.

상대는 평범한 로보틱스 퍼실리티에 옵저버 테크, 그리고 투게이트를 간다.
나 역시 팩토리를 하나 더 늘리면서 탱크를 뽑는다.
그리고 프로토스 본진을 정찰하던 scv를 간신히 살려 7시로 정찰을 보낸다.
유유히 나의 두 마린을 놀리 듯 빙글 돌던 프로브는 탱크가 나오면서 잡힌다.
아직은 상대방의 의도를 알길이 없어, 무리하지 않고 엔지니어링 베이를 짓고 미사일 터렛을 미네랄 근처와 입구에 짓는다. 그리고 커맨드 센터를 지으면서 방어 위주로 진행한다.
7시와 12시로 정찰 보낸 scv는 아무 소득 없이 돌아오고, 안전하게 앞마당으로 커맨드 센터를 내린다.
스켄으로 본진과 앞마당을 찍어 보지만...

" 뭐야? 본진엔 게이트 3개...아직 멀티도 없잖아."

우선 스피드업과 마인업이 동시에 된 벌처 6기를 모아서 앞마당 입구에 마인 6개를 심은 다음...
8시 프로토스 본진으로 보낸다.

순조롭게 진행되는 가운데 아직까지 프로토스는 조용하다....

아무 유닛도 지키지 않는 프로토스 입구로 벌쳐를 올리면서, 나의 앞마당 멀티에 탱크 2기, 입구에 탱크 2기, 본진 scv 근처 미네랄 쪽으로 탱크 2기를 올려 완벽하게 방어 태세를 갖추고 프로토스 본진의 벌쳐를 컨트롤 할 때....입구 쪽으로 옵저버와 드라군 4기가 다가온다.
옵저버와 드라군 4기로 입구 앞쪽의 마인을 제거 하자, 나 역시 방금 나온 탱크1기와 벌쳐 2기로 드라군이 있는 입구 쪽으로 나갈 때....
갑자기 나의 왼쪽 본진 위로 셔틀 한 기와 발업 질럿 6기가 달려 오는게 아닌가?

성가신 타이밍이지만 질럿 6기 정도는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셔틀에 타고 있는것이 리버인가? 아니면...다크일까?

나의 손은 빠르게 움직이면서 앞마당 두기의 시즈 탱크만 두고, 서둘러 나머지 탱크의 시즈 모드를 푼다. 입구로 나가던 탱크 1기와 벌쳐 2기를 본진으로 돌리면서, 마인을 심는다.
그리고 탱크를 돌리면서 쫓아오는 질럿들을 향해 무빙샷을 한다.
다시 상대 프로토스 본진으로 보낸 벌쳐 6기를 움직이며 정찰 하지만...넥서스엔 캐논 2개로 방어가 탄탄했다.
우선 게이트 입구에 마인을 심어, 새로 만들어지는 유닛을 나오지 못하게 만들고, 빠르게 벌쳐 한 기를 빼내어서 7시와 12시를 정찰 시킨다.

본진에 난입한 질럿 여섯기를 상대하기 위해, 탱크 5기가 쫓아 갈 때 셔틀이 나의 앞마당 쪽으로 간다.
다행히 내려지는 유닛은 질럿 4기였다.
질럿은 내리자 마자 시즈 상태의 탱크를 공격한다.
급하게 시즈 모드를 풀 때, 입구로 드라군 4기가 마지막 마인을 부수면서 난입한다.

입구로 들어오는 드라군 4기와 셔틀에서 내린 질럿의 컨트롤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듯 하다.
소수 유닛이라고 마음을 놓을 정도가 아닌것이다.
그 숫자를 컨트롤로 극복하고 있으니...

조금은 다급해 지면서 질럿6기를 쫓던 탱크 중 2기를 따로 클릭 해 입구로 보내 4기의 드라군을 상대 시킨다.
하지만 앞마당 멀티에 있는 질럿 4기가 문제라 scv 한 부대를 클릭한 후 질럿을 강제 공격 시킨다.
3개의 팩토리에는 꾸준히 탱크와 벌쳐가 나오면서 본진에 난입한 질럿을 모두 없애고, 입구로 전진해오는 드라군도 후퇴시킨다.
앞마당 scv들 역시 피해는 있었지 만... 뒤늦게 나온 탱크와 함께 질럿 4기를 다 잡아준다.
첫 번째 러시를 막고 마음을 가다듬을 즈음...
앞 마당에 두기의 스카웃이 떠서 scv를 공격한다.

" 스카웃?? 본진엔 스타게이트가 없었는데...섬 멀틴가?"

빠르게 9번키를 눌러 스켄을 11시와 5시로 찍어본다.
어느새 5시 섬멀티가 활성화 되어있고, 두개의 스타게이트엔 불이 반짝이고 있다.
스카웃 두기 정도는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빠르게 scv 3기로 앞마당에 터렛을 짓지만, 잠시 후 2기의 스카웃이 더 모여 4기가 되자, 어쩔 수 없이 앞마당 scv를 본진으로 후퇴 시킨다.
아머리를 짓고 본진 여기 저기 터렛을 짓는다.
하지만 4기나 되는 스카웃에 끊임없이 괴롭힘을 당한다.

땀이 흐른다.
스카웃의 움직임이 정교하다.
맵헥처럼 터렛의 거리를 정확하게 재면서 공격한다.

"스카웃으로 이정도 견제를 하다니...!!"

뭔가 방법을...

본진을 컨트롤 하느라 적 본진 구석에 빼둔 벌쳐를, 클릭해서 정찰겸 견제를 보낸다.
하지만 어느새 나온 드라곤에 의해 모두 파괴된다.

...방어도 상당 수준...

이것 저것 생각 할 겨를도 없이 12시에 정찰 보냈던 1기의 벌쳐를, 다시 7시로 정찰 보내고, 골리앗 4기가 나오자 본진으로 올렸던 scv를, 앞마당 미네랄로 보내면서 스카웃을 쫓아낸다.

" 단순히 물량 스타일이 아니라, 자원을 정확하게 쓰면서, 소수 유닛으로 견제를 하는 엘리트 타입...
도대체 누구길래...이런 정도까지 할 수 있지?...."

베넷에서 엘리트 프로토스 스타일은 몇 번 상대해 봤었지만, 컨트롤이 이 정도로 전확했던 사람은 없었다
조금씩 본진에 미네랄은 떨어져 간다.
러시만 막다간 굶어죽기 딱이니...결정을 하고 그 동안 모았던 탱크와 벌쳐, 골리앗을 이끌고 입구로 나간다.
스켄을 뿌려 보니 프로토스의 앞마당은 이미 활성화 되어있고, 센터쪽엔 드라군과 질럿이 있는것을 보고, 탱크와 벌쳐의 전진이 조심스러워 진다.

이때 앞마당으로 스카웃의 견제와 더불어 두기의 캐리어가 뜬다.

" 캐리어가 벌써...?"

땀은 나지만 손은 더욱 빨라진다.
팩토리에 골리앗을 클릭 하면서 앞마당의 scv를 다시 뒤로 뺀다.
골리앗은 캐리어를 상대하기 위해 앞마당 쪽으로 뺀 뒤, 탱크와 벌쳐를 컨트롤 하면서 전진시킨다.
상대의 드라군들이 물러서는 것을 보면서 벌쳐를 앞으로 보내 마인을 심으면서 탱크를 시즈모드 시킨다.
이 때 앞마당 쪽에 있던 4기의 스카웃이 전진하는 탱크와 벌쳐들을 성가시게 공격한다.

조금은 짜증이 난다.

"스카웃이 이렇게까지 쓰일 줄은 생각도 못해봤어....
게다가 취약한 부분만 파고 들어오니...."

만들어지는 골리앗들로는 캐리어를 상대하기에 빠듯 했지만, 탱크의 전진을 늦출 순 없어서, 2기의 골리앗으로 스카웃을 상대하기 위해 보낸다.
드랍쉽이 만들어 지고 4기의 골리앗을 태운다.
그리고 앞마당은 과감하게 포기하고 골리앗을 센터 쪽으로 보낸다.
조금씩 전진해 오는 캐리어는 생산되는 골리앗으로 전진을 늦추고, 센터에 몰려있는 본대를 8시로 밀고 들어간다.
11시 섬과 12시에 스켄을 찍어본다.

"아직 더 이상의 멀티는 없어!!!"
나의 본대로 상대 프로토스 지상병력만 밀면...아직 희망은 있어....

....어떤 상황에 처했어도 먼저 포기한적은 없었다.....

먼저 탱크를 공략하던 스카웃을 골리앗으로 막는다.
스카웃이 빠지자 탱크와 벌쳐, scv, 골리앗을 이용해 전진을 한다.
그리고 8시 프로토스 미네랄 멀티부터 조이면서 터렛을 짓는다.
동시에 벌쳐를 이용해 앞쪽을 치고 들어가면서 스켄을 찍어보는 순간...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졌다!!"

내 머릿속에 처음으로 이 단어가 떠올랐다.

상대 프로토스 앞마당과 12시 입구쪽에 유닛이 너무나 많았다.
단순히 엘리트 형태가 아닌것이다.
이 정도로 유닛이 나올려면...끝없이 컨트롤 하면서도 쉬지 않고, 자원을 활용해 유닛을 뽑아 줬단 것이다.

결국 이 게임은...
상대의 지상 병력에 의해 전진하던 나의 본대는 모두 몰살 당하고, 본진의 자원도 떨어져 캐리어를 상대하던 골리앗이 모두 죽자...
난 GG를 쳤다.

난 방을 나와서 상대 아이디를 클릭 해본다.

234승 0패 0디스커넥

완벽하게 어뷰저 형태의 전적이다.
하지만...어뷰저란 생각은 들지가 않았다.
내가 진 것이다.
맵헥만으로 이런식의 능력을 보일 수 없는 것이다.

"제가 졌어요!"

베넷이나 큰 대회에서 졌어도 이렇게 힘이 빠져 본적이 없었다.
막상 졌다는 말을 내 입으로 하자 오기가 치밀어 오른다.

"....."
"....."

말이 없는 상대를 향해 다시 방제와 비번을 말한다.

...이제 겨우 한 게임 했을 뿐이다...

다시 마음을 가다듬고 상대가 들어오자 스타트를 누른다.
두번째 게임이 시작된다....

어두운 방안...
밖은 이미 저녁이 되어 있었다.
난 그저 멍하니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3패....

난 전패를 했다.

두번째... 세번째 경기는 초반 상대의 질럿 푸시와, 드라군 무빙 컨드롤로 입구가 뚫리면서 진것이다.
내 머릿속에는 상대의 질럿과 드라군의 움직임만 남아있다.
드라군의 인공지능이 멍청하다고 누가 그랬냐는 듯...드라군의 컨트롤이 너무나 정확했다.
특히 세번째 초반 벌쳐 마인 러시를, 드라군으로 거의 피해없이 막은 것이, 나에게 상당히 충격을 줬다.

세이브로 저장된 리플레이를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 때 조용히 상대의 글이 떠오른다.

"약속대로 제 부탁을...?"
"좋아요! 어떤 부탁이죠??...."

난 리플레이를 빨리 확인하고 싶어져서 조급하게 채팅을 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도와 드릴께요! 말해보세요!"
"당신의 몸을 빌리고 싶어요!"
"네??"

내 몸??
갑자기 황당한 소리에 손이 멈춰진다.

"무슨...??"
"당신의 몸을 내일 하루만 빌리고 싶어요!"

문득 짜증이 난다....
대체 뭐라고 하는거야?

"무슨 소릴 하는거죠? 몸이라니요?..."
"이상한 말을 한다고 당연히 생각 하시겠죠? 이해 하기 쉽게 설명해 드릴께요!"
"......"
"전 당신과 이렇게 이야기 하고 있지만...음...저로서도 내가 누군지 구체적으로 잘 모르지만...전 여기서 생겨났고 늘 여기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

갈수록 알 수 없는 소리만 하고 있다.
단순히 나를 놀린다고 생각 하기에는 상대의 말투가 너무 무겁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그저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전 넷 속에서 태어난 영체입니다!"

...영체??.....

무슨 소릴 하는거야?
그런게 있을리가 없잖아!

"그러니까 지금 난 귀신이랑 이야기 하고 있단 겁니까??"
"........"
"지금 나를 놀리...??"
"...전...."
"...."
"언제 부터인가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곳에서 그저 떠돌면서 말이죠. 어느 누구도 저의 말을 들어주지 않았죠..."
"....?"
"외로움이 뭔지 아십니까?"
".....?"
"아마도 제가 스타크래프트를 하게 된 이유는, 언제나 저를 상대해줄 사람들이 있기 때문 일겁니다!"
"....."
"그러다가 우연히 베틀넷 속에서 당신의 이름을 듣게 되었고, 전 당신을 흠모하게 되었습니다. 당신처럼 되고 싶었습니다!... 수 많은 사람들이 내 이름을 불러주고...내 플레이에 감탄하는 그런 기분을 느껴보고 싶었습니다!"
"....."
"하지만 현실의 저는 그저 넷 속에 머물러 있는 영체에 불과합니다!"

어떤식으로 받아 들여야 하나?
이 말을 믿어야 할까?
난 치밀어 오르는 감정을 주체시키면서 물었다.

"당신의 이름이 뭐죠?"
"사실 전 제가 누군지 모릅니다. 이런 말이 저에게 이롭지 못하단걸 알지만...이게 저의 현실입니다."
"저보고 지금 당신이 한 말을 믿으라 이겁니까?"
"......."
"뭐라고 말 좀 해 보세요!!..."
"모니터를 향해 손바닥을 대어 주세요! 절대 해를 끼치진 않을 겁니다!"

난 순간 움찔했다.
하지만 결단을 내렸다.
난 모니터를 향해 손바닥을 벌리면서 갖다대었다.

............스읏...~

무언가가 손바닥을 향해 들어오는 기분이...
난 급하게 손바닥을 모니터에서 떼고는 놀란 얼굴로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손바닥에는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이제 믿으시겠습니까?"
"...!!!..."

머릿속에서 공명음처럼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자인지...남자인지도 구분이 안가는 가느다란 목소리였다.

"지금 제 속에 있는 건가요?"
"네!"
"미...믿을께요...그러니 다시...."

난 손바닥을 다시 모니터를 향해 대었다.
그리고 이질감의 무엇인가가 다시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다.

"........"

난 잠시 놀란 마음을 진정 시키면서 물었다.

"당신은 누구죠? 사람인가요? 아니면...?"
"아닙니다! 전 누구의 영혼이나 그런 존재가 아닙니다. 저 역시 생각을 가진 그 순간부터, 내 자신에 대해 고민을 했었지만, 아직...아무런 해답도 얻질 못했습니다!"
"....."
"저의 존재를 믿으신다면...약속은 지키시겠지요?"
"약속?...네...."
"감사합니다! 그럼..."

사이도니아란 아이디가 채널에서 사라진다.

"내일....."

혼란스런 기분도...이제는 현실감이 생기면서 문득 어두워진 방을 느낀다.
난 조용히 일어나 스위치를 올린다.
밝아진 방안에 다시 의자에 앉아, 싱글 모드에서 조금전 세이브 시킨 리플레이를 스타트 시킨다.

나의 눈은 조금씩 커진다.
처음 위치를 찾아가는 그의 프로브와 움직임...그리고 본진의 만들어 지는 건물들...유닛들...

"저게 가능한가?"

믿기 어려웠다.
엄청난 AI(인공지능)의 컴퓨터처럼 각각의 유닛이 따로 움직인다.
이건 단축키의 움직임이나 그런것이 아닌 것이다.
마치 스타크래프트 자체가 살아서 움직이는 그런 컨트롤 이었다.

완벽했다.
이런 플레이라니...내가 아니 누구도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닌것이다.
이제는 모든것을 믿을 수 밖에 없었다.

몇 번씩이나 리플레이를 다시 본뒤에 서둘러 베넷에서, 사이도니아란 아이디를 검색해 봤지만, 이미 나갔는지 없었다.
그가 넷에서 나갈 수 있나? 란 생각도 했지만...들뜬 기분에 핸드폰을 꺼내든다.
핸드폰을 들고 주변 후배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오늘밤은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었다.

........

"으....."

지끈거리는 머리를 들고 시계를 쳐다보았다.
오후3시였다.
내가 1시에 잠들었으니...두시간 정도 잔것이다.
컴퓨터를 쳐다보는 나의 두 눈은 아직 멍~ 하다.

"내가 저 컴퓨터를 켜지 않으면 아마 그는 날 못찾겠지?"

두려운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베넷을 들어가지 않고 평생을 살 순 없는 직업이다!...
부딪혀 볼 수 밖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생각을 털어 버리고 컴퓨터의 파워를 누른다.

스르르르릉~

불이 들어오고 잠시 뒤 베틀넷에 들어간다.
어제 그 채널로 조인한다.

"사이도니아!!"

그는 기다리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네..."
"...계속 기다렸어요...사실...오지 않을거라 생각 했었는데...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문득....그의 말에 소극적인 성격을 느낀다.

나 역시 저런 성격이다.
방안에 혼자 있으면 늘 걱정만 한다.
게임를 이기고 지고의 문제도 있지만...대인관계로 고민하는 일이 더욱 많았다.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지만...문득...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뇨! 약속은 지켜야죠!"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난 밤새 고민했던 하고 싶은 말을 어떻게 할까 망설였다.
하지만...마음을 먹는다.

"실은...."
"네? 무슨 일이라도?..."

....오늘 저 리그전이 있어요! 저녁 7시에...

이 말은 결국 입에서 만 맴돌고....

...지금에야 와서 이런 말이 무슨 소용이야...

약속은 약속이니 난 말 없이 모니터를 향해 손바닥을 대었다.

그가 나의 몸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갑자기 몸에 힘이 쭉 빠지는 기분이 든다.
난 의자에 기대면서 한숨을 몰아쉰다.

"저도 이렇게 나오는것이 처음이라..."

그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의 고개가 내 의사와는 상관없이 주변을 둘러본다.
역시....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의자에서 일어난다.

"이게 바깥 세상이군요..."

주변을 신기한 듯 둘러본다.
그저 시각과 의식만 가진 날 느끼면서 묘한 기분을 느낀다.

...그래 어차피 오늘 하루는 그의 것이다!...

난 체념하면서 이끄는대로...
몇 시간 뒤...리그전을 위해 매니저 형의 차를 타고 말없이 따라만 갔다.
당연 오늘은 그저 눈인사로 하루를 보내면서 리그를 기다렸다.

후배들이 와서 인사를 해도 손만 흔들어 답례하고, 대부분의 시간을 멍하니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저녁 7시에 리그가 시작되고...드디어 8시가 되어 나의 차례가 왔다.
동시에 그의 영체가 심하게 긴장하는 기분을 느낀다.

....그가 느낄려는것이 이런 리그전 였을까?...

그가 의자에 앉아 키보드와 마우스를 움직이는 것을 바라본다.
동시에 나 역시 갑자기 엄청난 긴장감에 사로 잡혔다.

....실제 손으로 하는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

그런 기분이 들자 주체할 수 없는 기대감이 들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어이없는 기분에 피식 웃음이 나온다.

...어차피 이런식은 나의 실력도 무엇도 아닌 것이다....
이건 반칙이야! 아무리 약속 때문이지만 이건 리그전이라고...이 게임에서 지든 이기든 난 큰 잘못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곳에 앉아서 게임을 할 사람은 나란 말야!!

갑자기 내가 무슨 짓을 한거지?....란 생각이 들었다.
애초부터 이런 약속을 한 나 자신의 둔함에 다시금 원망이 생겨났다.

...젠장....

하지만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은 그였다.
그가 움직이는 시선을 따라 주변을 둘러본다.
나를 응원하러 온 사람들의 플랜카드가 보이다.
그는 어떤 기분을 느끼는지 다시금 긴장을 한다.

박수소리가 들리고 나의 이름과 상대선수가 소개된다.

그는 당연한 듯...나의 주종인 테란을 고른다.

캐스터와 해설자의 말과 함께 카운트다운이 시작되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그리고 내 일생 최고의 날이 시작된다.

                                
                                         ( 제 1 화) 끝~



***글 속에 등장하는 프로게이머 선수들 이름은 팬의 입장에서 올린 것입니다.
허락 없이 올린 점 사과 드리며...문제가 된다면 자진 삭제 하겠습니다.

***기본적인 기획 의도는 스타크래프트라는 게임의 극한( 1:1 대전에서...)은 무엇일까?
컨트롤, 전략, 생산력...모든 면에서 최고라는 상대를 설정하면서 이야기를 시작 하게 되었습니다.

***조금은 어수선한 게시판 분위기에 이걸 올릴지... 말아야 할지로 고민도 했습니다.
그래도 조금은 흥미꺼리 하나정돈 있어도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올립니다.

***아직 몇 몇 부분을 수정해야 할 필요가 있어 무단으로 퍼가진 마세요.

***주로( 요즘...) 방에서만 기거하는 몹이라...차가운 날씨와는 거리가 머네요....
추운겨울 감기 조심하시고 즐 스타, PGR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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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12/19 20:42
수정 아이콘
와....너무 잼있네요^^ 2화는 언제쯤...^,.^a
02/12/19 20:49
수정 아이콘
짝짝짝..
→또다른 꺼리(새 소설&즐거운 기다림&상상)가 생겼다는 내 자신의 환호..
완결까지 탄탄한 구성 기대하겠습니다..^___^
▷◁Mazingerⓩ
02/12/19 20:52
수정 아이콘
이론적으론 말도 안되는것 같지만 너무너무 재밌네요~^^
2화가 기다려집니다~~
박정욱
02/12/19 21:01
수정 아이콘
감탄했습니다. 정말 재미있네여...기대됩니다..어서 다음편을.... ^^
네로울프
02/12/19 21:04
수정 아이콘
Ghost Cell .....을 연상시키네요,.,,,인형사...
나는 넷속에 그냥 생겨난 존재야...언젠가 부터 자아를 갖게 됐지.,.
재밌어요...^^
02/12/19 21:22
수정 아이콘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어요... 마지막 부분의 다음편의 기대를 암시하게 하는 부분에서는... 필력의 수준을 느끼게 하는군요 ^^

물론 저희들의 이러한 기대가 부담으로 다가오리란걸 알지만.. 좋은 작품 부탁드립니다...
RanDom[Tr]
02/12/19 21:29
수정 아이콘
요즘 같이 어수선한 분위기에 이렇게 잔잔한 재미를 곁들여
주시는 분이 계시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 ^
= 얼만에 나타난 랜돔군 = ;
딸기준이
02/12/19 21:30
수정 아이콘
오웅오웅 ^ㅡ^ 기대기대 ㅋㅋ
멋진 연재 부탁드려요~!
02/12/19 22:49
수정 아이콘
핫! 너무 재밌어요. ^^;
저도 멋진 글 부탁드릴께요.. ^^
02/12/19 22:55
수정 아이콘
즐겨 보는 "고스트바둑왕"이라는 만화와 모티브가 유사하네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만화속의 Sai=사이도니아?
♡츠즈키♡
02/12/19 23:49
수정 아이콘
재밌게 잘봤어요^^
2편 기대할께요^^
암울한토스
02/12/20 00:45
수정 아이콘
흥...
잼나게 봣읍니다 ..
실제로 실력이 이렇게 되면 ...
02/12/20 00:52
수정 아이콘
스카우트함 써봐야겠군요 -_-
어쨋든 정말 잼있네용.
02/12/20 01:10
수정 아이콘
재밌네요~~ 이말밖에 할말이없네요^^
02/12/20 02:23
수정 아이콘
와우 너무 재밌네요...^_^

독자를 집중력 있게 만드시는 능력 부러운데요..^^a

다음편 기대합니다.....^^

From 머리 잘라버린 자드....-_-;;
박경태
03/07/22 20:10
수정 아이콘
장난 아니네요! 굿입니다^^
03/07/23 17:32
수정 아이콘
잼있네요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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