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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11/13 02:37:21
Name 삼공파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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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bject [일반] [영화 리뷰] <더 헌트>를 보고




"인간과 인간의 관계는 단지 사냥꾼과 사냥감으로서 혼재되어 있는 상태일 뿐이다."






#1.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흔히 차용되는 문구이다. 그런데 인간이 다른 동물과의 경쟁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만물의 영장으로서 지배를 넘어선 자비를 베풀 정도의 지위를 누리게 된 데에는 분명히 감정이 아니라 ‘이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음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당연한 사실을 인정한다손 친다면 ‘감정’ 그리고 ‘동물’이라는 문구에는 한층 더 들어가는 깊이가 있다. ‘이성’이라는 단어에는 중시한 오랜 중세적인 철학에 대한 저항 정신이 깔려 있고, 그 ‘이성’을 역사의 중심에 놓은 르네상스, 또 그 이후 다시금 신이 된 ‘이성’을 본능보다도 못한 지위로 격하시킨 구조주의, 정신분석, 마르크스주의적 인류 지성 혁명에 대한 메타적 조소가 담겨 있다. “그래, 너희들이 전두엽으로 풀어낸 문자, 그리고 그걸 읽어낸 두정엽의 역할은 잘 알겠어. 그런데 아무리 그래 봤자 99% 이상의 너희 행동을 지배하는 건 측두엽이야” 그러니까 “인간은 감정의 동물”인 것이다.

많은 논의가 있었지만, 인간의 행동은 두뇌가 지배한다. 인간이 다른 동물에 비해 심지어 바로 전 진화 단계인 몇 가지 유인원과 비교했을 때보다 두드러진 특징은 바로 전두엽과 두정엽의 발달이다. 가령 인간과 유전자 쌍의 개수와 간 효소의 작용까지 꽤 비슷한 쥐에 대해서 생각해보자. 손쉽게 가를 수 있는 쥐의 두뇌는 인간의 두뇌에 비해 훨씬 더 많은 사실들이 알려져 있고, 인간의 두뇌와 공통점도 굉장히 많지만 가장 큰 특징은 역시 해부학적 차이다. 쥐의 두뇌는 전두엽과 두정엽에 비해 측두엽과 후두엽, 소뇌가 크다. 후두엽은 시각을 비롯한 민감한 감각을 담당하고 소뇌는 정밀하고 반복되는 운동을 수월하게 수행하도록 돕는다. 재밌는 곳은 바로 측두엽인데, 이 곳이 바로 감정을 담당한다. 시각, 청각, 후각 등으로 감지된 외부 정보가 처리되어 측두엽으로 전달되면 공포나 애정의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자신을 공격할 천적을 만났다는 판단이 내려지면 공포의 감정을 느껴 도망가고, 자손을 번식시켜 줄 짝을 만났다면 애정을 느껴 달려 들게 된다.

진화심리학에게 송구스러울 정도의 억측이지만, 모르긴 몰라도 고등동물의 두뇌가 처리하는 감정은 분명히 생존에 유리한 가장 기본적인 어떤 것을 위해 발달되었을 것이고 그 감정의 가장 원초는 공포와 애정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측두엽에서 사용하는 신호는 대부분 흥분성이고, 전두엽에서 사용하는 신호는 거의 억제성이라는 점으로 미루어 봐도, 사회성이라는 일종의 축복이자 저주를 안고 태어난 호모 사피엔스 종은 같은 종 간의 위협이라는 자연사에서 가장 어색한 상황에서 한 번만 참자는 억제성 신호를, 고작 몇 만년 사이에 극도로 발달시키게 된 게 아닌가 싶다.






#2.

처음 “더 헌트”라는 영화를 알게 된 경위는 새롭게 시작된 미국 드라마 “한니발”에서 주인공을 맡은 덴마크 출신의 배우 매즈 매켈슨 때문이었다. 상황이야 어떻든 인터넷 세대의 잉여들에게 미드는 필수요소이고, 이러쿵 저러쿵하다 보니 “양들의 침묵”의 앤서니 홉킨스를 기대하며 한니발을 꾸역꾸역 보게 되었다. 매즈 매켈슨은 앤서니 홉킨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훤칠한 외모와 절제미를 가지고 있는 배우다. 한국 정서에는 용납되기 어려운 수준의 인체 해부를 묘사하는 이 드라마에서 소녀의 폐를 철컥 철컥 도려내 후추로 요리하는 그의 모습이 이런 남자와 사는 여자는 행복하겠다는 감상을 자아낼 정도로 매력이 철철 넘쳤다.

아마, 미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악역인 한니발을 내세웠지만, 흥행에는 저조했던 이유가 여기 있지 않았을까 싶다. 앤서니 홉킨스가 연기했던 한니발은 흡사 지옥의 불길에서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속삭임만으로 인간의 근원을 무너뜨리는 악마였다. 인간에게는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근원적 콤플렉스가 있기 마련이다. 정신과 의사라는 설정의 이 악역은 그 근원의 콤플렉스를 붉은 꼬리로 휘감아 천천히 넘어뜨리는 그 무엇보다 전지전능한 악을 보여주었다. 그런데 매즈 매켈슨이 연기한 한니발은 누가 봐도 좋아할 수 밖에 없는 매력적인 인물에 그쳐 버렸다. (드라마 후반부에서 “너를 죽일 수 밖에 없어서 너무 미안하다”며 잔인함을 쏙 빼고 대사만으로 공포를 자아낸 씬에서는 꺼져 버린 기대감을 되살리기도 했다. 어디 시즌2를 기대해보자)

그런 매력 넘치는 비주얼과 보이스를 가진 매즈 매켈슨이 연기자로서 대중과 전문가에게 처음 인정 받게 된 영화가 바로 “더 헌트”이다.






#3.

이 영화는 평범한 덴마크의 한 마을에서 시작된다. 이 자체도 꽤 시사하는 바가 있는데 한국의 오늘날, 그리고 미국의 오늘날, 대중은 북유럽에 대한 환상을 가진다. 경쟁이 아니라 협력이 살아 숨쉬며 이웃간의 삶이 생생하게 실존하지만 문명에 뒤떨어진 것은 아닌 조화롭고도 평화로운 그런 공동체에 대한 심상을 말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북유럽, 그런 환상을 깨뜨리지 않고 사회를 아름답게 유지하고 있다. 그 환상을 이상향으로 그리지 않고 매우 평범한 환경으로 설정하면서 “더 헌트”가 던지는 질문은 시작된다.

아름다운 사회주의 국가 덴마크에서 벗어나, 잠깐 개인의 문제로 돌아가보자. 부모님, 혹은 배우자, 자녀에 속박되어 하루를 억지로 살아가거나, 너무 내향적이거나 너무 외향적인 성격이라면, 혹은 너무 학력이 떨어지거나 너무 지적으로 허영이 가득 찼다면, 자신을 둘러싼 내외적인 문제들로 주변인들을 대하는데 필시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영화니까, 아주 간단하게 이런 문제도 없는 걸로 치자. 중년이지만 너무 늙지도 않고 원빈 빰치는 기럭지와 외모를 소유하고, 친구들과 야한 농담에도 어색하지 않고 잘 어울리지만, 저급한 분위기를 뿜지도 않는다. 알 수 없는 매우 개인적인 이유로 이혼을 했지만,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은 자신을 몹시 사랑하는 아버지의 입장이다. 이런 개인적 배경인 적당한 무게를 주면서도 그를 침울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거기에 유치원 교사라는 지적 허영심과 거리가 멀면서 북유럽에서는 너무도 안정적일 것만 같은 직업을 가지고 시베리안 허스키 한 마리와 이층집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중저음의 목소리와 절제된 말투, 몸에 벤 듯한 매너로 덴마크어는 조금 서투르지만 영어에는 능숙해서 깊이 있는 대화가 가능한 젊고 아리따운 인도인 이민자와 사회적으로 아무런 눈총도 받지 않는 즐거운 사랑을 하는 것은 덤이다.

우리는 이따금 너무도 세상을 대하는 게 두렵다. 아마, 이 사회가 너무 내 생각과 달라서, 그러니까 내 진심도 몰라주고 경쟁에만 매몰된 아주 각박한 곳이며, 또 나도 그런 사회에 태어난 지 꽤 지난 것에 비해 외모도 그닥 뛰어나지 않고 안정적인 무언가도 없으며 세상을 잘 헤쳐나갈 사회성이나 성적 매력을 키운 적도 없다. 그런 훌륭한 인간성을 갖고자 자기계발서를 읽기도 하고, 이 사회가 살기 좋은 사회주의 국가로 변했으면 하는 소망으로 인생을 바쳐보기도 하고, 에나 모르겠다 경쟁에나 이겨서 승자가 되어보자 덤벼서 지쳐 보기도 한다. 다 성공해도, 어딘가 모르는 나만의 어둠 정도는 유지하는 고독도 잃으면 안되겠고.

자, 그 모든 조건이 갖춰진 누군가가 되어보자.






#4.

주인공 루카스는 덴마크 어느 마을의 유치원 교사이다. 이혼한 전처 사이에 사춘기를 맞이하는 아들을 하나 두고 있으며, 최근 아들 마르쿠스가 어머니를 떠나 자신에게 오고 싶다는 뜻을 밝혀 기쁨에 들뜨기도 했다. 추운 북유럽은 어느덧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준비를 하게 되었고 여러모로 루카스에게도 뜻깊은 연말이 될 것만 같았다.

루카스와 마을에서 유년기부터 함께 보낸 가장 친한 친구인 테오는 마르쿠스와 비슷한 또래인 사춘기 아들과 유치원에 다니는 딸 클라라를 자녀로 두고 있다. 루카스는 이런 클라라를 유치원에 바래다 주기도 하면서 친구이자 선생님으로 자상하게 대했다.

연말의 들뜬 축제 분위기에 휩쓸려 친구들과 놀던 클라라의 오빠가 클라라에게 짓궂은 장난을 친다. 친구들과 함께 보던 포르노의 한 장면을 “이것 봐라, 낄낄낄”하면서 무심코 클라라에게 보여준 것이다. 프로이트적으로 봤을 때 남근 선망조차 해본 적 없었을 클라라에게 충격이 되었고, 클라라는 혼란에 빠진다. 클라라는 가장 가깝고 좋아하는 선생님인 루카스에게 정성껏 하트 조각을 만들어 몰래 주머니에 넣어놓기도 하고 아이들과 놀이를 하다 쓰러진 루카스의 입술에 뽀뽀를 한다. 평소와 다른 클라라의 태도에 놀란 루카스는, 클라라에게 하트 조각은 엄마께 드리는 게 좋겠다며 클라라를 달래고 입술 뽀뽀는 엄마 아빠한테만 하는 거라고 부드럽게 훈계했다. 유치원이 끝나고 엄마를 기다리던 클라라는 유치원 원장 선생님에게 루카스가 싫다고 투정을 부린다. 원장은 루카스와 가장 친하지 않았냐면서 클라라에게 놀란 눈치로 이야기를 건넸는데 클라라는 루카스의 꼬추가 싫다는 대답을 한다. 이어서 루카스의 꼬추는 막대기처럼 섰다면서 오빠가 보여준 포르노 장면에 상상을 더하기도 했다.

원장은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클라라에 계속 상담을 하게 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갑작스럽게 사실이 아니고 그런 일을 없었다고 말을 바꾸는 클라라의 태도를 충격으로 인해 현실을 부인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작은 마을에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나갔고 루카스는 순식간에 직장을 잃게 되었다. 뿐만 아니라, 아들 마르쿠스와 함께 사는 일도 묘연해져 버렸고 자신을 의심하는 애인과도 헤어지게 되었다.

경찰의 수사가 시작되었고 경찰이 루카스를 연행해 조사하고, 루카스의 집을 수색했다. 그런 고독한 과정 속에서 루카스는 마을 누구와도 대화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가장 친한 친구인 테오를 오해를 풀고자 찾아갔지만 돌아오는 것은 엄청난 분노뿐이었다.

그렇게 크리스마스는 점점 다가오고 루카스에 대한 수사도 점차 마무리되어 갔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오랜만에 밖을 나온 루카스는 마을 상점에 고기를 사러 나섰다. “고기 한 점만 달라”는 루카스의 요구에 친구였던 푸줏간 주인이 “너 같은 놈에게 팔 고기는 없다”며 냉랭한 태도를 보였고 이윽고 치고 받는 싸움이 되었다. 꿋꿋하게 구입한 물건들을 챙겨 나왔지만 얻어 맞은 루카스의 얼굴은 만신창이가 되고 피가 흘렀다. 주차장에 세워둔 차에서 내리려다 비참한 루카스를 본 테오는 복잡한 감정에 휩싸인다. 수사의 방향은 루카스에게 혐의가 없다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고 딸 클라라도 자신이 괜한 소리를 해서 루카스를 힘들게 해서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자리에서 테오는 루카스에게 갈 수 없었다.

마을의 성당, 크리스마스 이브를 맞아 마을 사람들이 모여 예배를 드렸다. 루카스는 사람들의 시선을 아랑곳 하지 않고 조용히 성당 의자에 앉았다. 클라라와 유치원 친구들이 캐럴을 부르기 시작할 때 루카스는 참았던 눈물을 터뜨리면서 흐느꼈다. 그리고 테오에게 가 주먹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이것 봐, 말해봐. 내 눈에 뭐가 보여?” 침묵하는 테오를 대신해 루카스는 자문자답한다.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
시간이 흘러, 루카스의 누명을 벗겨지고 마을 사람들과는 예전처럼 화목한 관계가 되었다. 아들 마르쿠스가 성인이 되는 관문인 사냥총을 받는 행사에 다들 모여 루카스와 그의 아들을 축복해주게 되었다. 행사가 끝나고 아들과 함께 사냥에 나선 루카스는 숲 속을 돌아다닌다. 빵! 아무도 없는 숲 속에서 루카스는 엄청난 굉음의 환각을 경험한다. 누군가 자신을 사냥하려 한 것이다.






#5.

어떤 측면에서는 매우 고리타분한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어쨌든 “더 헌트”는 그런 흐름에 충실하여 내러티브, 즉, 서사가 없다. 오히려 서사가 파괴되는 과정을 보여준다. 이 점은 “양들의 침묵”이나 “한니발”과 유사하면서도 다른 점인데 이 두 작품은 한니발이라는 가장 근원이 되는 악의 출현에 아무런 서사도 제공하지 않는다. 그저 악은 그렇게 그 자리에 존재할 뿐이다. 그리고 그 악이 전지전능한 (의학적 지식이든 성적 매력이든 무엇에 기반했느냐와 상관 없이) 능력으로 평범한 인간들을 잠식해나간다. 잔인하고 충격적인 파괴 속에서도 아무런 이유도 설명해주지 않는 불친절함은 어쩌면 “더 헌트”와 상통하는 점일 것이다.

그렇지만 “더 헌트”에서는 어떠한 악도 출현하지 않는다. 국내 몇몇 평론가들이 이 영화를 보고 매카시즘의 폭력성을 봤다고도 하는데, 이 영화에는 그런 단순한 서사조차 없다. 누군가 멀쩡한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죄인이라고 손가락질하는 그런 과정조차 없는 것이다. 약자를 보호하거나 강자에 맞서는 영웅의 용기, 극악무도하고 설명할 수 없는 악당의 잔인함 같은 건 아무리 찾아봐도 없다. 우연하지만, 전혀 우연하지 않은 사건이 그 앞뒤에 있던 평생을 함께 했던 루카스와 테오의 우정, 인자한 선생님 루카스와 귀여운 클라라의 사이, 루카스 개인이 성실하게 꾸려나간 마을 사람들과의 관계, 그 모든 서사를 무참하게 파괴해 나간다. 그런데 심지어 그 사건은, 없는 일이다. 그러니까 존재하지 않는 사건이 존재하는 모든 관계를, 흐름 없이 동시에 파괴한 것이다.

“내 눈을 봐, 뭐가 보이지?” “아무것도. 아무것도 없어”






#6.

우리의 생각은 우리의 두뇌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 것처럼 고등한 사고는 전두엽이 담당하고 있다. 깊숙한 어느 곳에서 도파민이 분출되면 세로토닌과의 균형을 거쳐서 대뇌 피질의 활동을 조절한다. 그리고 그 대뇌 피질은 몇 가지 억제 신호를 뿜어내면서 우리의 본능을 조절하여 사회적 활동이 가능하게 돕는다.

한편, 살짝 다른 곳에서 분출된 도파민은 측두엽을 향한다. 해마를 비롯한 몇 개의 영역의 복잡한 상호작용으로 공포, 애정을 비롯한 감정을 조절한다. 과연 그렇다. 인간이 다른 인간, 아니, 다른 그 무언가에 품을 수 있는 감정은 공포 이외에 다른 것일 수 있겠냐는 의문이 든다. 처량하고도 한심스럽고도 뻔한 이야기다. 많은 관계들이 수많은 이유로 깨진다. 부모, 형제, 애인, 친구, 부부, 등등 인간 사회에서 가장 아름답게 그려지는 상호작용이, 정말 셀 수도 없는, 돈이든 명예든 사랑이든 가장 중요한 것들부터 돈이든 명예든 사랑이든 가장 하찮은 것들까지의 이유로 산산조각 난다. 아름다운 관계들은 치밀하게 거치는 활성화와 억제화의 과정을 통해서 원인과 결과를 만들고 소중하게 기억되는 서사의 형태로 대뇌 피질에서 처리되고, 다시 약간의 조절로 흩어져 버린다.

그러나 내가 아닌 다른 존재에 대한 근원적 공포의 감정은 왜곡되고 삐뚤어지고 꺾이지도 않고, 없는 것, 그러니까 내 대뇌에 정보가 없다는 이유로 흔들리지 않고 유지된다.

빵! 루카스의 삶은 앞으로 계속 평화롭게 유지될 것이다. 그러나 그는 이제 인간이 다른 인간에게 품을 수 있는 유일하고도 원초적인 감정은 공포 이외에 아무것도 없음을, 그리고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는 ‘사냥’일 뿐임을 깨달았다.

우리가 원하는 소중한 가치들을 훌륭하게 실현해낸 쌀쌀한 날씨의 덴마크 사회에서, 우리가 선망하는 훌륭한 인간성을 가진 루카스는 그 공포의 감정을 성공적으로 거부해나가며 살아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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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공파일
13/11/13 02:40
수정 아이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지만, 이 영화에 대해서 특별히 경고 문구를 제목에 붙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글 내용에 듬뿍 담긴 지적 허영이 부끄러워 글 제목을 평범하게 쓰고 싶었는데 "스포 포함" 같은 문구까지 넣고 싶진 않아서요.
윤주한
13/11/13 02:56
수정 아이콘
{}
삼공파일
13/11/13 03:00
수정 아이콘
다시 보고 썼는데 총 쏘고 사람이 보이다가 바로 사라지고 멀리서 다른 사람이 뛰어옵니다. 누가 일부러 쏠 이유도 없고 쐈다고 해도 그렇게 갑자기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죠. 당연히 환각이라고 봅니다.
윤주한
13/11/13 03:12
수정 아이콘
{}
삼공파일
13/11/13 03:15
수정 아이콘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겠죠 ^^;; 다만 방금 보고 온 입장에서 환각일 정황이 높아 보입니다.
This-Plus
13/11/13 05:11
수정 아이콘
정말 열통터지는 영화죠.
심리묘사가 기가 막힙니다.
도로로
13/11/13 10:18
수정 아이콘
리뷰 잘 봤습니다. 정황상 어쩔 수 없다고 해도 일방적으로 몰려가는 루카스가 영화 내내 답답했어요. 영화 자체가 답답함을 넘어 암을 유발하는 찝찝한 느낌이었기도 했구요. 마을 사람들과 여차저차 어울려 지내는 와중에 그 꼬마 여자애를 안아주는 루카스의 용기에 감동받기도 했지만 역시 이 영화의 중요한 장면은 마지막 사냥 장면이겠지요.
환영이든 아니든 인간심리에 잠재되어있는 타인에 대한 혹은 집단에 대한 공포감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주었다고 생각해요.
수호르
13/11/13 10:34
수정 아이콘
이거 저도 봤는데 내가 루카스였다면 억울함에 미치고 환장해서 돌아버릴꺼 같더라구요 -_-;
13/11/13 10:58
수정 아이콘
사회적 매장이 얼마나 무서울까 라는 간접체험하게 해준 영화네요. 영화 끝나도 찝찝한 영화...그래서 대단히 좋게 봤던 영화였네요.
13/11/13 11:11
수정 아이콘
혼자 보러가서 엉엉 울었던 영화네요. 루카스가 자신의 친구인 사람을 성당에서 노려보던(?) 눈빛이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루카스가 정말 범인이라는 입장의 리뷰도 본적이 있는데 그러기에는 그 성당에서 루카스 눈빛이 설명이 안되는거 같아요. 억울하기도 하고 루카스와 그의 아들이 불쌍하기도 하고 너무 속상해서 영화 보는 내내 엄청 울었던 기억만 가득한...
13/11/13 13:15
수정 아이콘
오오? 이거 재미있겠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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