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4/10/28 23:09:23
Name 삼공파일
Subject [일반] 침몰한 세월호, 둘러싼 천박함의 안개
몇 달을 끌던 레비나스 입문서를 드디어 다 읽었다. 올해 5월에 나온 책이라 역자 후기 마지막에 세월호 사건에 대한 짤막한 언급이 있었다. 한 문장 수준의 언급에 불과했지만 윤리학의 레비나스를 번역하면서 역자의 마음에 있었을 크고 작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책을 덮으니 세월호 사건이 "꽤 지났구나",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았구나"라는 두 가지 문장이 동시에 떠오르면서, 난해한 레비나스의 문장들 대신 다른 고민이 생겨났다.

어느 시점부터 나는 이 사건을 분명히 경시했는데 포장하자면 정치적 현안으로서의 무가치함 때문이었다. 세월호 사건에 대한 당신의 생각은 어떠한가? 이 질문에 대답하는 일은 지금으로서는 정말로 무가치하다.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 대중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부를 비판하지도 않고 비판하지 않지도 않는 한발자국 떨어진 점잖은 가식을 보여주거나, 정부를 비판할 수도 없고 비판하지 않을 수도 없는 진실한 겸손을 보여주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천박함을 살짝 피하거나 용기 있게 정면 돌파하거나 무슨 행동을 취하더라도 그 천박함의 안개는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걷어낼 수 없다.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내가 잘못 생각한 점이 있다. 세월호는 천박함의 안개 때문에 침몰한 것이 아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면서 튀어 오른 바닷물이 뿌옇게 그 주위를 둘러싼 것이다. 천박함의 안개는 진실을 볼 수 없게 만드는 장막이지만, 원래 그 곳에 있었던 장애물이 아니라 세월호 사건이라는 이 사건의 현상이자 본질이다.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논의는 박근혜 정부라는 단어 하나 만으로도 대충 전부 요약되는 뻔한 이야기들이 아니라 그 뻔한 이야기들의 바다를 요동치게 만든 커다란 침몰의 파편이다. 어떻게 보면 한국 현대사에는 너무 많은 침몰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침몰들은 어김 없이 천박함의 안개를 만들고 지금의 진실로부터 동시대인들을 눈 멀게 만들었다. 그 안개들이 아직도 자욱해서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와중에 또 한 번의 침몰이 생겼다.

세월호 사건은 박민규가 부적절한 시점에 엔터를 쳐서 여운을 남기는 문체를 바꾸지는 못하게 했지만 [PD수첩]이나 [그것이 알고 싶다]의 대본 같은 글을 쓰게 했다. 세월호 사건은 최장집이 정당주의 노선을 바꾸게 하지는 못했지만 대통령 중임제를 주장하게 만들었다. 세월호 사건은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어딘가 내가 하던 일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과 회의를 품게 만들었다. 이러한 의심과 회의로 진실에 다가가지는 못할 것이다. 칠흑 같은 어둠의 밑바닥을 손으로 짚어가며 시신이라도 건져보려 하지만 그것마저 쉽지 않은 그런 절망감이다.

나는 아마 세월호 사건이 유대인 학살이나 911 테러와 같은 크기로 한국 사회에 남아 있지 않을까 한다. 아마 그 사건들만큼 놀랍도록 오랫동안 회자되고 또 놀랍도록 제대로 알려지지 않고 또 놀랍도록 사람들로 하여금 진실과 멀어지도록 이용될 것이다. 그런데 유대인 학살에는 히틀러가 있었고 911 테러에는 빈 라덴이 있었다. 명백한 악이 있는 내러티브가 있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벌어진 다른 침몰에도 명백한 악이 있었다. 세월호 사건에도 명백한 악이 있다. 세월호를 침몰시킨 “그것”이 명백한 악이다. 그러나 그 자리는 비어있는 항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 변항에 유병언을 채워 넣으려 했고 유족들은 박근혜 정부를 채워 넣으려 했고 언론은 한국 사회 시스템과 이준석 선장을 채워 넣으려 했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유족들을 채워 넣으려 했다. 세월호 사건은 명백한 선악 구도로 나타나면서 이야기의 구조가 전부 텅 빈 변항으로 뚫려 있다.

사람들의 생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사람들이 의심하고 회의하게 만들며, 우리 모두 악을 찾아 공격하게 만들지만 그 모두가 악이며 어떤 것도 악이 아닌 이 세월호 사건을 앞으로 정말 오랫동안 그 누구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할 것이다.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진실에 다가서려면,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침몰의 장소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하려면, 천박함의 안개를 흠뻑 뒤집어 쓰고 젖고 냄새 나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작은 진실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쓸데 없는 논의에 열을 올리는 다른 이들을 존중하겠다. 여기서 오로지 하나 내릴 수 있는 보편적 결론은, 과연 세월호 사건이 무엇이었던지 간에, (그리고 그 어떤 침몰도 그래왔듯이) 가장 절망스러운 점이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무심함이라는 사실이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후라이드슈타인
14/10/28 23:16
수정 아이콘
이건 전형적인 양비론이군요
그냥 진실 원인을 알야겠다는 쪽도 천박하고
긇어 부스럼이다 실무진들 처벌과 보상으로 끝내자도 천박하고
결국 뭘더하냐 여기서 덮자 이말을 할려는걸 동시대의 무심함으로
슬쩍 어딘가로 전가시키는 좋고 좋은게지
삼공파일
14/10/28 23:24
수정 아이콘
글쓴 사람 입장에서 무언가 대답을 하면 좋을 것 같은 댓글인데 좋은 답변이 생각나질 않네요. 댓글에 입장 세 개를 쓰셨으니, 양비론이 아니라 삼비론이겠네요.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려고 해도 입장이 세 개가 나오는데 전형적인 양비론이 나올 수 있는 얘기는 아니지 않을까요? 정확하게 입장을 정하지 않고 에둘러서 다 욕하는 느낌을 주는 점이 불만스럽다 정도로 이해하겠습니다.
후라이드슈타인
14/10/28 23:30
수정 아이콘
잘아시네요
양비론이 뭐 딱두개만 가지고 선악 흑백이렇게 나가야 양비론이 아닙니다
세개건 네개건 다 내놓고 어느것도 아니다하는게 양비론의 목적인겁니다.
삼공파일
14/10/28 23:32
수정 아이콘
그래도 제 주장은 여기도 틀리고 저기도 틀리니 관심 끊자는 게 아니라 여기도 틀리고 저기도 틀린다고 관심 끊지 말자니 뭐 좋게 받아 들여주세요.
14/10/28 23:25
수정 아이콘
양비론을 수단으로 저 홀로 고고하려 한다기에 본문의 화자는 [어느 시점부터 나는 이 사건을 분명히 경시했는데 포장하자면 정치적 현안으로서의 무가치함 때문이었다.]라 말하며 본인의 시커먼 속내부터 풀어 놓고 있습니다. 이를 굳이 이름한다면, 자아 성찰의 외피로 출발하여 우리 모두에게 이르는, 아주 서늘한 온도의 인상 비평일 겁니다. 서늘한 이유는 그 비평에 뜨거운 가치 판단이 담기지 않기 때문이구요.
Spike Spiegel
14/10/28 23:38
수정 아이콘
양비론이라고 할 건덕지가 별로 없죠.
솔로10년차
14/10/28 23:21
수정 아이콘
유가족은 채워놓고 싶으니까 채우게해달라는 건데 박근혜 정부가 그걸 막고 있는 거죠.
물론 그 전에 유가족이 박근혜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것이 먼저구요.
그래서 간단하게 정부를 믿는 사람에게는 유가족이 땡깡이고, 믿지 않은 사람들에겐 정부가 나쁜 놈이 된 거라고 생각합니다.
전 정부를 믿지 않기 때문에 정부가 나쁘다고 생각하구요.
삼공파일
14/10/28 23:26
수정 아이콘
그런 싸움을 흔히들 진흙탕 싸움이라고 하잖아요? 진실 게임이나 파워 게임이나... 그런 부분에 있어서 좀 더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솔로10년차
14/10/28 23:31
수정 아이콘
이런 부분은 한쪽이 한없이 약자이기 때문에 파워게임이라고 하기엔 어려워보입니다.
한쪽이 한 없이 약자가 되면 그 약자 인 것을 이용해서 대항할 수 밖에 없고 그게 지금의 모습이죠.
이런 상황에서는 약자가 먼저 어떻게 나설 수는 없습니다. 그럼 그냥 끝나요.
강자가 양보를 보여야 타결이 있죠.
삼공파일
14/10/28 23:38
수정 아이콘
이 부분에 대해서 명쾌하게 정리를 하게 될 때 아무리 노력해도 정치 논리에서 벗어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런 점이 불편해서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기 싫었던 것이고요. 다음 기회라고 하면 또 피하는 것 같지만, 세월호 사건에 대한 다른 논쟁이 생긴다면 그 때 또 정리해보고 싶습니다.
솔로10년차
14/10/28 23:44
수정 아이콘
전 정치논리로 넘어갔기 때문에 정부를 싫어하는 겁니다. 대부분의 것들이 그렇죠.
정치논리로 결정해야하는 것은 집단과 집단의 이익이 상충되어 조절되야 할 때이지, 이런 문제가 아닙니다.
노던라이츠
14/10/28 23:22
수정 아이콘
박근혜 정부는 그 변항에 유병언을 채워 넣으려 했고 유족들은 박근혜 정부를 채워 넣으려 했고 언론은 한국 사회 시스템과 이준석 선장을 채워 넣으려 했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유족들을 채워 넣으려 했다.

이 문장에 제일 공감합니다.
삼공파일
14/10/28 23:27
수정 아이콘
명백한 악이 있는데 명백한 악이 없는 점이 세월호 사건의 어려운 점이고 앞으로 더 어렵게 만들 것 같습니다.
14/10/28 23:23
수정 아이콘
[어느 시점부터 나는 이 사건을 분명히 경시했는데 포장하자면 정치적 현안으로서의 무가치함 때문이었다.]

이 한 문장에 폐부가 아려올 분들 참 많겠네요. 다들 이 뜨끔함을 어찌 추스릴지 모르겠습니다.

근사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삼공파일
14/10/28 23:25
수정 아이콘
항상 댓글 고마워요!
swordfish-72만세
14/10/28 23:25
수정 아이콘
차라리 무심하면 다행이죠. 자기의 감정(피곤함)이 이해당사자의 절박함보다 우선화 되는 사회라고 봅니다.
삼공파일
14/10/28 23:29
수정 아이콘
너무 극단적인 얘기지만 적어도 제 얘기 맥락에서는 유족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차라리 무관심한 사람보다 낫다 정도는 될 것 같네요. 도의적인 부분에서 당연히 하면 안 되는 일이지만 유족들을 욕하는 사람들이 이미 나타난 상황에서 인간성이 갑자기 절멸했다고 좌절하는 것보다는 뭔가 상황이 엄청 꼬였다고 봅니다.
14/10/28 23:29
수정 아이콘
뜬금없지만 예전부터 궁금했던건데 삼공파일이라는 닉네임은 어떤뜻인가요?
삼공파일
14/10/28 23:31
수정 아이콘
닉네임 뭐로 만들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책상에 삼공파일이 있길래... 썼습니다. 아무 뜻도 없어요. 다른 곳에서는 한 번도 안 쓴 필명이고요. 하하;;
14/10/28 23:32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삼공파일이 원래 있는 단어인줄 몰랐어요.
구글링하니까 바로 이렇게 나오는군요.

삼공파일이 뭐죠?? www.jisiklog.com/qa/17892139
2011. 10. 31. - [답변]서류, 신문, 잡지 따위를 철하여 꽂는 파일입니다
삼공파일
14/10/28 23:34
수정 아이콘
아, 네! 그래도 피지알 열심히 하면서 필명으로서 뭔가 의미를 만들어 보려고요. 하하;;
14/10/28 23:33
수정 아이콘
삼공시대의 file 이런 느낌으로 받아들였는데 헛다리였군요 -_-;
삼공파일
14/10/28 23:34
수정 아이콘
file은 맞죠!
치토스
14/10/29 03:16
수정 아이콘
닉네임 멋있어요
iAndroid
14/10/28 23:30
수정 아이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인솔교사들의 무책임함, 운영주체의 비용문제로 인한 비리들, 안전에 대한 점검 및 지도를 해야 할 자치단체의 직무유기, 소방서의 초동대흥 미흡 등등... 세월호 사건은 여러 모로 씨랜드 참사사건과 유사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도 결국 잊혀졌죠. 세월호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14/10/28 23:31
수정 아이콘
세월호에 대한 입장은 저와 조금 다르지만, 글의 분위기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잘 보고 갑니다.
원달라
14/10/28 23:33
수정 아이콘
극단적인 사안들이 대개 그렇듯이, 주관성을 견지하려는 사람에게는 공황을 줬고 객관성을 견지하려는 사람에게는 회의주의를 준 사건이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9.11->악의 축 성명->충격과 공포 작전->미군의 작태와 자살폭탄테러->미군철수 과정에서
9.11의 내러티브는 시간이 갈수록 입체화되었었죠. 세월호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오렌지샌드
14/10/28 23:37
수정 아이콘
잔인한 말일수도 있지만 감정이입이 눈을 흐리게 했던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여기서 자유로울 수 없겠죠.
14/10/28 23:50
수정 아이콘
1. [세월호의 침몰의 원인]이 무엇인가는 분명히 중요한 점입니다. 따라서 유병언을 비롯한 모기업에 대한 철저한 검증, 그리고 사고발생의 경위는 분명히 밝혀져야 되죠. 그리고 그 책임을 누구에게 어떻게 지우는가는 엄정한 법의 굴레를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말로 아쉽게도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유병언의 죽음 이후로 모기업에 대한 처벌 및 사법적 대처는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죠.

2.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안타깝게 바라보고 분노했던 이유는 침몰 때문만이 아닐것입니다. 좀 더 자세히 들어가보면 침몰사고 그 자체보다, [사건 이후 구조0명] 이라는 최악의 인재였다는 것이지 않을까요. 이 사건은 재해 발생 직후 사고대처 및 구조실패의 전형적인 예로서 역사에 기록될 것이고, 부끄럽지만 국제 재해 교범에도 기록될 만한 역사적 사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봅니다. 마치 황우석사태 이후 미국 대학 및 연구기관에서 연구윤리를 가르칠 때 황우석의 이름이 연구윤리위배의 첫번째 혹은 두번째 사례로 항상 나오는 것 처럼 말이죠.
삼공파일
14/10/29 00:19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 부분들이 당연히 중요한 내용이지만 그런 부분에서 홀로코스트와 911과 비교대조하게 되었습니다. 행정적이고 법치적인 부분이고 정의의 실현인 부분인데 이야기의 구조인 부분입니다. 홀로코스트와 911 모두 원인과 문제에 대한 것들이 명백하게 밝혀진 것 같고 또 단죄와 교정이 이뤄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죠. 홀로코스트 이후에 유대인 문제와 911 이후에 이슬람 문제는 본질은 그대로인 채 현상만 바뀌어 버렸습니다.

세모 그룹을 향후 어떻게 처리하느냐 문제는 유병언의 죽음과 같은 맥락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황우석 사태도 실로 유사하긴 한데 그 이후로 연구 윤리가 강화되긴 했지만 한국 과학계의 국수주의적인 태도와 과학을 바라보는 언론과 대중의 태도는 정말 눈꼽만치도 달라지지 않았죠. 한국 과학계가 포스트-황우석을 겪은 것처럼, 서구 사회가 포스트-홀로코스트를 겪은 것처럼, 미국이 포스트-911을 겪은 것처럼, 한국 사회도 포스트-세월호를 겪을 것이고 그것이 희망적이진 않겠지만 어쨌든 그 위에서 다시 시작해야 할 거라고 봅니다.
14/10/29 02:03
수정 아이콘
말씀하시는 바는 잘 알겠습니다만, 몇가지 동의하지 못하는 점을 구체적으로 말해보겠습니다.

먼저 홀로코스트 문제에 대한 역사적 반성은 이미 충분히 이루어졌습니다. 만약 유럽 및 전세계에 여전히 퍼져있는 파시즘에 대하여 말씀하고 싶으시다면 저는 오히려 앞서 많은 분들이 지적하셨던 대로 양비론을 펼치시는 것이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 없겠군요. 그러나 홀로코스트의 주체였던 독일 나치의 경우, 쇼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은 일이 있었죠. 행정적 법치적이라고 말씀하셨는데, 직접 독일사람을 만나서 이야기 해보시면 그 반응이, 극단적인 예이기는 하지만, 일본의 그것과 너무나도 다릅니다. 행정/법을 넘어서 문화로 이미 뿌리 박혀있죠. 다시말해서 국민적, 정치적, 사회적대응을 충분히 해왔기 때문에 이미 하나의 역사와 문화로 뿌리 내려졌습니다. 그냥 이해가 안가신다면 독일사람 만나서 "너 나찌냐?"라고 물어보시죠. 만약 그 점이 무서우시거나 너무 극단적이라고 생각하신다면 "독일에서 나찌가 아직도 단죄가 제대로 안된것 같냐? 혹은 단죄를 하지 않은 부분이 여전히 많냐?"라고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911은 원인과 과정, 그리고 결과가 홀로코스트 그리고 세월호 사건과는 아예 다른 문제죠. 벌집이 있는데 쑤셨는데 안 쏘이는게 말이 되나요. 방안에 독사가 깔려있는데 문을 걸어잠구고 잘 수 있나요. 동일선상에 놓고 생각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봅니다. 홀로코스트의 배경은 사회적으로 대두한 파시즘으로 봐야하겠지만, 중동사태는 파시즘과 전혀 다른 괘를 따르고 있죠. 민족주의 이슬람 근본주의와 같은 이념의 대립으로 봐야죠. 단순히 사람이 많이 죽었다는 것 만으로 동일선상에 놓는 다면, 그 끝은 "세월호도 교통사고"와 같은 방식의 논리적 귀결이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그리고 911은 수많은 사상자가 있음에도 미국에서는 항상 기념을 하는 행사가 되었습니다. 단순히 미국인들이 애국적이라서 그런 것일까요? 그럴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911을 기념하는 이유는 그러한 고난도 사람이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는 것이고, 그 바탕에는 사고현장에서 사람을 구하려 먼지속으로들어가는 소방관, 그리고 서로 협력해서 도우려고 했던 사람들을 서로 존중하는 사회적 분위기와 합의가 있기 때문이죠. 이건 미국인이 한국인보다 우월해서가 아닙니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그렇게 쌓아온 문화와 정서 때문이죠. 물론, 모두가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911과 같은 대형재해에 나몰라라하는 사람도 없었고, 대형재해는 항상 추모하며, 다른 사람을 구조하기위해 피땀흘리는 사람을 존중해 주는 문화가 전반적으로 깔려있음은 부정할 수 없겠네요.

이렇게 말씀드림에도 만약 세월호와 홀로코스트, 그리고 911사태가 같은 선상이라고 계속 생각하신다면 저와의 의견은 평행선을 달릴 수 밖에 없을 듯 합니다.
yangjyess
14/10/29 02:15
수정 아이콘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사회적으로 그렇게 쌓아온 문화와 정서 때문이죠. -> 그런게 있는게 우월한거 같아요... ㅜㅠ
14/10/29 02:28
수정 아이콘
비교하시면서 스스로 좌절하시면 안됩니다 ㅜㅜ; 미국에 살다보니 뭔 쓰레기 같은 놈들도 많이 보게 됩니다.
가장 영향력있는 방송사인 FOX는 조중동의 아버지라 불리울 정도의 파워와 언론태도를 보여주고 있구요. 행정처리속도는 느리죠. 뭐만 했다하면 규제규제규제. 인종차별은 어떻구요. 돈 앞에서 비굴해지는 건 또 어떻구요.

딱 하나 우리와 다른 점이 있다면, 서로 이야기 하는 방법을 작게는 가족에서부터 사회적으로 가르쳐주는 구조라는 거죠. 아버지가 아이에게 심부름 하나 시키더라도 이유를 말해야하는 사회죠. 왜?라는 질문에 you idiot을 함부러 날리지 않는다는 겁니다. 부끄럽지만, 저 역시 누군가가 이해할만한 이야기를 한다면 제 생각을 바꾸겠다라는 태도를 가지기 위해 계속 노력하는 중이지만, 20년 넘게 한국에서 살다가 미국에 온 사람이다보니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네요. ㅠㅠ
삼공파일
14/10/29 02:18
수정 아이콘
홀로코스트 문제에 대해서 비교한 점은 이런 식으로 축약해서 죄송한 부분이 있지만 편의를 위해서 말하자면 아렌트나 레비나스가 보는 그런 부분에 대한 것이고 911에 대해서도 비슷한 맥락에서 한 비유입니다. 말씀하신 부분들은 당연히 깨끗하게 해결되어야 마땅한 부분입니다. 이런 부분들이 제대로 이뤄지는지 감시도 해야 하고 비판도 해야 하고 그렇죠. 정상적인 사회의 기능인데 한국 사회에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지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하겠죠. 물론 홀로코스트나 911은 말씀하신대로 비교도 안 될 정도로 깨끗하게 해결되었죠. 하지만 그 문제들이 사회에 남긴 부분은 또다른 유대인 문제와 또다른 문명의 충돌이었다는 점에서 비교를 했던 것입니다. 그런 부분들의 문제의 중요성에 대해서 간과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관심 있는 문제에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말씀하신 부분들, 세모 그룹을 그대로 냅둘 것 같지는 않지만 어쨌든 잘 처리하고, 해경을 해체하든 다시 세우든 한국 재난 시스템을 제대로 바로 세우고, 이런 부분들에 대해서 명확히 해결을 한다고 해도, 포스트-세월호가 등장시키는 부분과는 다소 동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었습니다.

포스트-홀로코스트와 포스트-911이 무엇이고 그런 부분들이 독일과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으며 포스트-세월호는 어떤 유사점이 있고 한국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을 것인지 곰주님께서 자세하게 말씀해주신 것처럼 비교를 한다면 훨씬 좋은 답변이 될 것 같은데 지금으로서는 솔직히 "사람이 많이 죽었으니 비슷한 거 아닌가" 수준의 근거 밖에 못 댄 것 같네요. 그런데 어쨌든 뭔가 그런 방향으로 영향을 줄 것 같습니다...
노던라이츠
14/10/29 02:44
수정 아이콘
독일나치나 홀로코스트의 경우는 서유럽이나 유대인에 한해서만 독일이 반성했고 그 외 집시나 동유럽한테는 말그대로 반성도 배상도 안했습니다. 독일도 힘의논리에 굴복한거지 역사적반성?까지는 아니라고 봅니다.
14/10/29 02:08
수정 아이콘
한가지 더 추가하자면, "연구 윤리가 강화되긴 했지만 한국 과학계의 국수주의적인 태도와 과학을 바라보는 언론과 대중의 태도는 정말 눈꼽만치도 달라지지 않았죠"라고 말씀하셨는데, 생물과학에 몸담고 있는 저의 눈으로 바라본 점을 감히 말씀드리면, 현 한국 과학계에 국수주의는 거의 없다봐야합니다. 굴종적인 사대주의만 남아있죠. impact factor에만 의존하거나 단순히 sci급 저널에 출간한 논문의 수로만 과학자의 질을 판단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CNS라면 우워워워워 하고, PNAS라면 오오오오 하면서 biomaterial하면 "뭐야 그 듣보잡은"하는게 우리 현실입니다. 어떤 근거로 말씀하시는 건지 궁금하군요.
삼공파일
14/10/29 02:21
수정 아이콘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대단히 많이 고민한 편이라 무슨 말씀인지 잘 압니다. 국수주의라는 단어가 잘못된 것 같은데 국가주의라고 해야 하나요? 과학은 미래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핵심적인 부분이며 그래서 지금의 대한민국이 과학을 먹여 살려야 하고 과학자들은 국가적인 사명감으로 일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놓고 보수 언론과 기생하고 있는 그런 점에 대해서 말씀 드린 것입니다. 황우석 사태에서 가장 중요한 점 중 하나라고 보는데 정말 눈꼽만큼도 달라지지 않더군요.
14/10/29 00:24
수정 아이콘
좋은글 잘 읽고 갑니다.
항즐이
14/10/29 00:27
수정 아이콘
스스로를 낮추려는 듯한 태도가 군데군데 보이는데, 왜 전체적으로 과장된 어조와 과도하게 거대한 비유가 사용되고 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몹시 어색한 결합이네요.
삼공파일
14/10/29 00:36
수정 아이콘
음... 겸손한 척하려고 하지만 오만함을 감추기 위함이고, 그러기 위해서 쓸데없이 과장된 이야기들을 넣었다 그런 뜻인가요? 단순히 글이 이상해서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쓰신 댓글은 아닌 것 같은데;; 글에 공감한다 공감하지 않는다 이런 것이나 글의 수준에 대해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태도에 대한 공격 비스무레한 것 같아서 당황스럽네요.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을 부탁드릴께요;;
항즐이
14/10/29 00:41
수정 아이콘
글의 수준이야 제가 논할 바는 아니겠죠. 다만 취향의 문제일텐데, 더 간명하게 쓰셨으면 댓글에서 나타나는 공격들은 좀 달랐지 않을까 싶습니다.

공격이라기 보다는, 제가 좋아하는 주제인데 글이 쓰여지는 방식이 너무 힘들어서요.
삼공파일
14/10/29 00:49
수정 아이콘
스스로를 낮추거나 높이거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을 안 해서요. 그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를 하시니 뭔가 오해가 있었습니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세월호 사건을 둘러싸인 정치적 논의가 별로 안 중요한 것 같아서 무시했는데 딴 사람들(주로 훌륭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걸 보니 안 중요한 게 아니라 오히려 앞으로 (이 부분은 문자 그대로) 홀로코스트나 911 정도로 중요한 사건이 되겠다, 그러니 안 중요한 논의 역시 세월호 사건의 중요한 논의 중 하나다 그런 글이었습니다. 그 안 중요한 부분을 천박함의 안개로 비유한 것이고요.

어떻게 보면 이 글 자체가 그 안개 속에 들어가서 같이 이야기 하는 부분은 아니니 거꾸로 아직도 고고한 척(?)하는 그런 게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네요.
14/10/29 00:44
수정 아이콘
자신에 대한 성찰과 비하는 다르죠. 성찰이 항상 죄에 대한 고백으로 이어질 이유도 없고, 자백이 후회 섞인 반성이 될 이유도 없고, 반성에 뒤이어 준엄한 가치판단 하에 스스로를 내리깔 이유는 더더욱 없습니다.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되지요. 헌데 님께서는 이 중 하나로 모두를 말미암으려하시니 화제가 화자를 떠나 우리와 우리 사회에 이르는 과정이 자연히 과도하고 어색하게 뵐 수밖에요.
항즐이
14/10/29 00:49
수정 아이콘
자기 성찰식 글이 반드시 담백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습니다.
화자의 태도와 문체가 독립적이라는 것이야 당연하지만, 잘 어울리는 짝이 있기도 하지요.
삼공파일
14/10/29 00:54
수정 아이콘
음... 글에서 자꾸 안개, 안개 거려서 뭔가 뿌연 느낌이 있긴 한데, 전체적으로는 뭔가 담백하다고 생각하면서 썼는데 안 그런 부분이 있었나보네요. 홀로코스트나 911이 큰 사건이기도 하지만 또 자주 쓰이는 비유이기도 하니 잘 몰랐네요. 근데 정말 뭔가 본격적으로 분석적인 태도로 더 드라이하게 쓰려고 했다면 더 장황해지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항즐이
14/10/29 00:56
수정 아이콘
괜히 전달방식만 타박한 것 같네요.

1. "무가치함"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나중에 잘못생각했다고 하는데, 그 이전에 왜 무가치하다고 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
"무가치함"은 꽤 강한 비난이다.
결론에 이르기 위해 필요하기는 하나 시간낭비인 논쟁에 대해서도 "무가치하다"고 까지는 하지 않을 것 같다.
정치적이라서 피아 구분을 해야하는 흑백논리가 수준 낮다고 하더라도 "무가치하다"할 수는 없을 것이다.

2. "천박함"은 무슨 뜻일까?
양 쪽을 긍정하거나 양 쪽을 비난하지 않으면 천박하다는 것이 본문의 결론이다.
천박함이 무엇인지도 이해하기 힘들거니와, 왜 그러한 미적지근한 회색지대가 유일한 선택지이며, 천박하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삼공파일
14/10/29 01:14
수정 아이콘
결국 무가치하다는 얘기나 천박하다는 얘기나 같은 맥락으로 쓰인 것인데... 일단은 어느 한 쪽을 편드는 것이 천박하고 무가치하다는 뜻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세월호 사건의 이야기를 맞추는 정치적 논의에서 명백한 악이라는 빈칸은 (박근혜)로 채워져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점이 있습니다. 그런데 빈칸이 (박근혜)인 이야기가 (박정희)가 아닐리 없고 그러다보면 엮여져 나오는 이야기들이 다 섞이고 그 속에서 나오는 논의들은 다 개판이 되겠죠.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화가 나는 사람들은 그 입장을 고수할 것이고 화가 나는 사람들한테 화가 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고... 이런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 아는 원로들은 사회적 책임감을 느끼지만 같이 싸울 수는 없고 또 다 알면서도 어떤 면에서는 한쪽 편을 들고 같이 싸울 수 밖에 없고. 이런 일들이 세월호 사건을 가리는 안개라고 생각했고 그런 안개 때문에 무시하고 싶었던 것이죠.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까 그런 뻔한 이야기들이 이미 우리 사회에 있고 그 이야기들이 세월호 사건을 둘러싼 것이 아니라, 이 이야기들이 세월호 사건 때문에 발생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표면상으로는 똑같이 결론 나지 않을 논쟁일 수 있지만 이 논쟁은 세월호 사건의 일부이자 속성이라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사람들이 어떤 근본적인 입장이나 생각은 바꾸지 않으면서도, 자기 자신이 세월호 사건에 책임을 느끼면서 무언가 자기 자신에게서 잘못된 점을 찾게 되고요. 다른 정치적 사건에 대해서 책임을 느끼진 않죠. 이런 점들, 우리 모두의 책임(내 자신의 책임)으로 바뀌는 부분들에서 엄청난 사건이라고 생각했고 이 논쟁에서 벗어나고 피할 수는 없게 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항즐이
14/10/29 01:25
수정 아이콘
한 쪽을 편드는 것이 무가치하다거나 천박하다면, 뒷짐지고 논쟁에서 벗어나기를 원하면서 논쟁 자체에 그런 표현을 끼얹는 것은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과학적 진리도 아니고, 모든 일은 다 정치적인 논의가 수반됩니다. 논쟁 자체를 멸시하는 태도야 말로 이상합니다.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세월호에 관한 정치적 논의가 반드시 악을 설정해야 하는 것으로 단순화 될 필요도 없고, 거기에 꼭 박근혜가 들어가야 할 당위는 더더욱 없습니다.
삼공파일
14/10/29 01:45
수정 아이콘
굳이 그런 표현을 끼얹지 않아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잘못도 없이 희생되어야 했을 이 사건의 비극에 초점을 맞추면서, 앞으로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들을 고쳐야 한다고 말하거나, 삼풍백화점이나 성수대교 같은 예전의 사건들을 떠올리면서 슬픔에 잠길 수도 있겠죠. 이런 입장 역시 이 논쟁의 본질이 어느 한쪽의 정의를 말하지 말할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이 얄팍한 회피이든 진실된 슬픔이든 그 천박함의 안개 속에 같이 섞였다고 말한 것입니다. 무슨 방식으로든 세월호 사건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것에 섞여버리니 "나"는 피해버린 것이고요.

세월호 사건에 대한 정치적 논의가 명백한 악의 내러티브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요? 죄 없는 사람들이 수백명 죽어나간 사건이고 분명 누군가의 잘못에 의해 그렇게 됐다는 그 이야기에서 본질적으로 빠져나올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마치 배가 가라앉으면 주변에 뿌연 해무가 올라오는 것처럼요. 세월호 사건의 원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계속 던지고 답하는 과정은 호기심도 아니고 억울함도 아니고, 정의의 실현이고 이야기의 완성이어야겠죠. 물리적이거나 행정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이미 많은 부분이 밝혀졌는데도 아직도 전혀 답을 못 찾고 있는 부분이 그 부분이라고 봅니다.

안전 불감증이나 그런 걸 탓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고, 유병언을 빈 라덴으로 만드는 것도 결국 실패했고, 정부나 시스템이 지금 빈칸에 들어오고 나가고를 반복하고 있는 것 같네요. 정부 시스템보다 박근혜라고 하는 것이 훨씬 축약하기 쉽겠죠. 당위의 문제가 아니라 애초에 이미 이야기의 구조가 박근혜를 넣냐 빼냐로 가고 있고요. 시간이 지나면 우리가 홀로코스트가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 히틀러 때문에 그랬다, 911이 왜 일어났는가에 대해 빈 라덴 때문에 그랬다, 이런 식으로 답하면서 질문이 사라지듯이 세월호 사건은 왜 일어났는가에 대한 질문도 사라지게 되겠죠. 그런데 이게 확실한 자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빈칸으로 뚫려있다는 점이 문제를 더 어렵게 만들겠고요. 위에서 예로 든 황우석 사태처럼 대답하지 못할 지언정 질문은 사라질 겁니다.

그렇게 질문이 사라지면 이후에 포스트-세월호로 한국 사회가 가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지금 이 넘어가고 있는 과정에서 세월호 사건을 어떻게 볼 것인가의 문제에서 책임감을 느껴야 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제가 뭐 딱히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만, 동시대인으로서 무심함을 일단 반성해보고 넘어가는 거죠.
구밀복검
14/10/29 06:17
수정 아이콘
본문에서의 천박함은 곧 [진부함]을 의미하겠죠. 진부한 것은 너절한 것이고, 너절함이 천박함으로 나아가는 데에는 반 발자국조차 필요하지 않습니다.

일단 본문 자체로 <사안에 대해 특정한 입장을 취하는 행위> 자체를 천박한 것으로 간주했다고 보기는 어렵지 않나 합니다. 그보다는 이미 거대하고 막막한 프레임이 설정된 이상, 개인이 입장을 취하는 그 순간부터 진부함을, 너절함을, 천박함을 피하기 어렵게 되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겠죠. [세월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천박함을 살짝 피하거나 용기 있게 정면 돌파하거나 무슨 행동을 취하더라도 그 천박함의 안개는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걷어낼 수 없다.]는 구절도 이렇게 볼 때 자연스럽고요. 그러니 자연히 세월호에 대해 어떤 입장을 취하든 의미가 없어집니다. 설정된 프레임이라는 광대한 바닷물이 이미 존재하는 이상, 무엇이 더해지든 쉬이 희석되기 마련이니까요. 적지 않은, 아니 절대 다수가 금세 세월호에 대해 무관심해진 것도 이에 기인할 것이고요. 뭐 특별히 해석에 이견이 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지 않나 싶습니다. 게다가 [그런데 이 부분에서 내가 잘못 생각한 점이 있다....조금이라도 진실에 다가서려면,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침몰의 장소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하려면, 천박함의 안개를 흠뻑 뒤집어 쓰고 젖고 냄새 나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작은 진실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쓸데 없는 논의에 열을 올리는 다른 이들을 존중하겠다.] 에서 이미 필자 스스로 재검토를 끝낸 이상, 이 부분을 비판하는 것은 부적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WoodyFam
14/10/29 01:44
수정 아이콘
이 사건에서 어느 한 입장을 선택하는 것이 왜 무가치하고 천박한지 납득이 잘 가지 않네요. 등장하는 주체가 둘 이상이니 양비론을 뛰어넘은 다비론이라고 해야할까요. 마치 글에서 느껴지는 분위기가 옆집 부부싸움 구경하면서 혀를 끌끌 차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원인제공자를 둘러싼 논쟁이 이전투구 양상으로 흘렀다는 사실만으로 그걸 폄하할 수는 없습니다. 사실 둘 사이를 논리적으로 연결시키는 것도 말이 안되는 일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글입니다.
삼공파일
14/10/29 01:56
수정 아이콘
혀를 끌끌 차면서 조소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혀를 끌끌 찼다면 이제 그만 끌끌 차자는 이야기였습니다. "천박함"이라는 표현의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폄하의 의도가 아니라고 저는 말하고 싶네요. 여태까지의 논쟁이 세월호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데 도움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논쟁에 대해서 오히려 폄하해서는 안된다고 말하고 있으니까요.
endogeneity
14/10/29 01:58
수정 아이콘
천박함이란 '점잖은 가식'과 ' 진실한 겸손' 이며
그리고 이 두 가지가 '어떤 방향성도 없는 제스처'에 불과하단 점에서 같다는 점을 정리하면 나머지 부분은 아무런 미스터리한 점이 없습니다.
글쓴이는 세월호 정국이 제스처만 가득한 점에서 무가치한 것으로 보았다가, 이제 제스처의 가득함 자체로부터 뭔가 본질적인 것을 느꼈단 것일 텝니다.
비록 아직까지는 이를 '안개'나 '빈 칸'으로 경험하고 있을 뿐이지만요.

그런데 글쓴이의 첫번째 경험부터가 흔치 않은 것이었으니, 뒤이은 회심 경험이 이해하기 어렵단 반응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사실 글쓴이의 첫번째 경험방식은 세월호 사태에 대한 보통 사람들의 경험방식에 대한 도전인 게 명백합니다.
이 사태가 뭔가의 의미를 갖고 어떤 방향으로든 향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경험하는 것에 대한 도전입니다.

이 글의 도발적인 측면을 지적하는 점에서 팟저 님 댓글은 적절하고
다른 한편 이 글이 전혀 납득이 안된다고 말하고 있는 사람들도 이 글을 단지 오독한 것만은 아닙니다. 도발에 응하는 중인 거죠.
삼공파일
14/10/29 02:24
수정 아이콘
정확하게 짚어주셨어요. 쓸 때는 그런 부분에 대해서 전혀 생각 못했는데 정신분석 당한 느낌입니다. 하하;; 정말 고맙습니다.
저글링아빠
14/10/29 10:10
수정 아이콘
이 분 최소 배우신 분...
프로아갤러
14/10/29 04:31
수정 아이콘
예전에 개그콘서트에서 알프레도였나요? 천박해! 천박해! 하던 유행어가 생각나는 제목입니다. 이미 몇달이 훌쩍 지나가버리면서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고 진행중이지만 진행과정에서 정말 천박하기 그지없는 일들이 일어난게 참 씁쓸하고 희생자들이 참 안타깝네요.
사과씨
14/10/29 08:49
수정 아이콘
천박하다기보다는 더없이 얇고 얕은 느낌입니다. 아예 생각하고 판단하기 위한 능력이 부족했거나 (모종의 이유로) 생각과 고민을 빠르게 멈추고 각자의 입맛에 맞는 결론과 입장을 세우기 위해 각자 안달이 나 있었던게 아닌가.. 이를 모두 천하다고 가치 판단하기엔 너무 고고한 훈장같은 느낌이 드는건 사실이나 어떤이유에서든 세월호를 해석하는 판단은 각자의 시선에서 얕고 얇은 영역에 머물러 있는 건 사실이었던 것 같아요.
율리우스 카이사르
14/10/29 13:14
수정 아이콘
천박함 을 천안함으로 잘못 읽고 클릭해서...
14/10/29 14:39
수정 아이콘
삼공파일님의 이 글을 읽으면서 느껴지는 어떠한 '서늘함'이 있었는데, 댓글을 찬찬히 읽다보니 제가 느낀 그 '서늘함'이 무엇인지 알 것 같습니다.

삼공파일님은 세월호 사건을 명백한 "남에게 일어난 사건"으로 인식하고 글을 쓰신게 아닌가 합니다.
endogeneity님이 앞서서 언급해 주신 바와 어느정도 맥락상 유사할지 모르겠습니다만,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잊지 않겠다"고 선언한 그 말의 뒤편에는 이 사건이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사건', '우리 아이들'이라는 식의 자신의 경험으로 인식하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삼공파일님은 출발점이 확실히 많은 이들과 다릅니다.
삼공파일님에게는 세월호란 최근까지 '정치적 현안으로서의 무가치함'이란 이유로 '경시'할 수도 있는 남의 일에 불과한 것일 뿐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그 사건을 두고 일어난 수많은 논쟁과 문제들에 거리를 두고 '천박함'이라 이름붙이실 수 있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미 다른 분들이 잘 이야기 해주셨지만, 끝내 후에는 [그렇지만 조금이라도 진실에 다가서려면,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침몰의 장소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하려면, 천박함의 안개를 흠뻑 뒤집어 쓰고 젖고 냄새 나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에서 이 사건에 대한 태도의 변화를 보게 됩니다.
그렇지만 (천박하지 않았던) 내가 "천박함의 안개"를 뒤집어 써 주겠다는 식의 연민과 시해의 관점으로 세월호에 접근하는 것이 과연 옳은지 전 잘 모르겠습니다.
말씀하신대로 시간의 풍파에 휩쓸려 점차 이 사건에 대해 무디어져 가고, 무관심함이 점차 전염병처럼 퍼져가는 것은 현재 이 사건의 가장 큰 적일지 모릅니다. 그렇지만 아직 이 사건을 어떻게 책임져 갈 것인지에 대해 어떤 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 속에서 멀찍히 떨어져 이 사건을 이미 지나간 사건으로 정의하며 "포스트-세월호"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는 삼공파일님의 입장을 저는 성급한 것으로 느낍니다. 아직 어떤 이들에게 4월 16일의 사건은 현재 진행형의 사건입니다. 쉽게 끝을 이야기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삼공파일
14/10/29 16:06
수정 아이콘
공감이 결여된 소시오패스로 느껴졌다는 것처럼 들리네요. 하하;; 세월호 사건에 대해 굳이 생각을 하는 이유 자체가 나에게도 일어날 수 있고 인간의 존엄성을 해친 그토록 큰 비극임을 이미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는 전제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책임 소재를 다 밝혀도 슬픔이 끝나지는 않을 겁니다. 끝나지 않을 슬픔이기에 사회를 바꿀 사건이겠죠.
14/10/29 19:28
수정 아이콘
제가 지금 몸이 좀 아파서 여러가지로 무언가 쓰기가 굉장히 버거웠습니다. 그래서 다소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데, 조금 더 써볼까 합니다.

저는 삼공파일님을 '공감이 결여된 소시오패스'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엄밀히 따지자면 세월호는 '남의 일'이 맞다는 점에서 시점 자체에 동의하는 편에 가까운 듯 합니다.
세월호 사건 때 그렇게 많은 슬픔과 애도를 뱉어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이렇게 빠르게 무심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생각해 본바가 있습니다.
아이러니 할지 몰라도, 저는 그것이 세월호 사건을 지나치게 '나의 일'처럼 생각했던 데에 그 원인을 찾을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나의 일'이라 생각해서 많은 감정을 쏟아냈지만, 실은 세월호 사건을 바라보는 나는 유족도 실종자 가족도 아닙니다. 그 경험과 그 마음을 온전히 헤아릴 수 없습니다.
그러한 간극이 있었기에, 유가족 중 일부가 대리기사에게 폭력을 가해서 세월호 유가족들이 철저히 남이라 느껴졌을 때, 많은 이들은 그들에게서 눈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세월호는 '남의 일'로 바라보는 바가 더 적절하다고 봅니다. 다만 그들을 어떠한 '남'으로 바라볼 것인가가 주요한 숙제입니다.
앞선 댓글로 이미 이야기한 바가 있지만 '내가 너에게 베풀어(해) 주겠다.'는 시선은 저는 거리껴 집니다.
내가 그들에게 베풀어 준다는 시점 뒤에는 명백한 위계가 존재합니다. 동등한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것이죠.
세월호를 '정치적 농성'으로 규정하고, '시체팔이'라 규정하는 이들이 세월호 유족과 실종자 가족에게 가지는 불만은 바로 이러한 시점에서 비롯됩니다.
"우리가 베풀어 줄만큼 베풀어 줬는데, 뭘 더 요구하는가?"하는 것이지요.
그러한 맥락에서 연민과 시해의 관점은 거두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안산에서 생존자와 유가족들의 상담을 돕고 있는 정신과 의사는 세월호 사건을 사회가 '이웃의 사건'으로 바라보아 주길 바란다고 하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웃의 일은 분명 '남의 일'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들의 일을 무작정 외면하거나, 단죄하거나, 동정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이웃의 경험도 천차만별이겠습니다만, 이웃에 어떤 일이 있으면 신경을 쓰게 되고, 그일에 공동의 책임이 있다면 책임을 지고자 합니다.
지금의 저로서는 세월호를 겪은, 겪어내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선가가 아닌 이웃이라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14/10/29 20:29
수정 아이콘
이쯤되고 보니 화자가 안타까워 본문을 정리해야할 거 같네요.

1. [어느 시점부터 나는 이 사건을 분명히 경시했는데 포장하자면 정치적 현안으로서의 무가치함 때문이었다.]
- 정신을 차려보니 세월호 사건은 벌써 반 년쯤 지나 있습니다. 우리 모두에 대한 윤리적 사건일 세월호는 반 년간 천박할 정도로 정치적이고, 진부할 정도로 겹겹인 안개와 같은 프레임으로 둘러 쌓여 있죠. 이 프레임을 거치지 않고서는 누구도 세월호에 대해 말하기 어렵습니다.

2. [정부를 비판하거나 정부를 비판하지 않는 입장을 선택해야 한다. 대중에 조금이라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정부를 비판하지도 않고 비판하지 않지도 않는 한발자국 떨어진 점잖은 가식을 보여주거나, 정부를 비판할 수도 없고 비판하지 않을 수도 없는 진실한 겸손을 보여주어야 한다. 세월호 사건을 둘러싸고 있는 이러한 천박함을 살짝 피하거나 용기 있게 정면 돌파하거나 무슨 행동을 취하더라도 그 천박함의 안개는 도저히 개인의 힘으로 걷어낼 수 없다.]
- 천박을 자처할 사람은 많지 않겠지요. 사람들은 세월호 사건에 대해 점점 사유하질 않습니다. 이미 너무도 정치적인 사건이 되었기 때문에 차라리 그 정치적 스탠스를 밝히는 게 더 타당한 답변이 될 정도니까요. 그래서 관심을 끕니다. 피로하고 지치는 게 아닙니다. 그냥 무심해진다는 거죠. 화자는 자기 자신을 통해 이러한 과정을 거쳤을 다른 이들을 여럿 확인할 수 있었구요.

3. [어떻게 보면 한국 현대사에는 너무 많은 침몰이 있었다. 그리고 그 침몰들은 어김 없이 천박함의 안개를 만들고 지금의 진실로부터 동시대인들을 눈 멀게 만들었다. 그 안개들이 아직도 자욱해서 뭐가 뭔지 잘 모르는 와중에 또 한 번의 침몰이 생겼다.......명백한 악이 있는 내러티브가 있었다. 한국 현대사에서 벌어진 다른 침몰에도 명백한 악이 있었다.]
- 내러티브가 곧 프레임이고, 안개입니다. 이것이 채 걷히지 않는 사이 발생한 덕에, 세월호 사건의 침몰에 관한 프레임은 이전 다른 사건의 내러티브가 개입하기 마련입니다. 대표적으로 '박근혜 정부'에 대한 이야기가 있겠죠.
- 사실,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굳이 세월호만 그런 게 아니에요. 어느 사건에나 프레임 간의 중첩과 개입은 있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유독 지금 호들갑스럽게 반응하는 건,

4. [세월호를 침몰시킨 “그것”이 명백한 악이다. 그러나 그 자리는 비어있는 항이다. 박근혜 정부는 그 변항에 유병언을 채워 넣으려 했고 유족들은 박근혜 정부를 채워 넣으려 했고 언론은 한국 사회 시스템과 이준석 선장을 채워 넣으려 했고 심지어 어떤 사람들은 유족들을 채워 넣으려 했다. 세월호 사건은 명백한 선악 구도로 나타나면서 이야기의 구조가 전부 텅 빈 변항으로 뚫려 있다.]
- 세월호 내러티브의 '악'이 자리할 곳엔 아직 무엇도 채워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어느새 다른 내러티브로 사건을 바라보기엔 우린 너무나 멀리 와버렸죠. 켜켜이 쌓인 안개에 돌아가기도 두려울 정도로 말입니다.

5. [조금이라도 진실에 다가서려면, 흔적도 남아있지 않은 침몰의 장소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하려면, 천박함의 안개를 흠뻑 뒤집어 쓰고 젖고 냄새 나는 사람이 될 수 밖에 없으리라. 작은 진실 하나도 제대로 보지 못하고 쓸데 없는 논의에 열을 올리는 다른 이들을 존중하겠다. 여기서 오로지 하나 내릴 수 있는 보편적 결론은, 과연 세월호 사건이 무엇이었던지 간에, (그리고 그 어떤 침몰도 그래왔듯이) 가장 절망스러운 점이 동시대를 사는 우리들의 무심함이라는 사실이다.]
- 따라서 쓸데 없는 논의에 열을 올리겠다는 사람들에 대한 화자의 존중은 비꼬는 게 아니에요. 젖고 냄새나는 것을 무릅 쓸 정도로, 거기 가 봐야 진실을 발견하지 못할 것에 개의치 않을 정도로 사건 자체가 호소하는 윤리적 성격에 충실하고 있음을 화자는 알고 있으니까요. 설혹 그 당사자들이 채 깨닫지 못할지언정 말이죠. 그리고 안개 속 부박한 몸짓을 멀찍이 바깥에서 손사래치며 바라보는 모든 (화자를 포함한)'우리'의 모습은 참으로 절망적입니다. (누구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세월호의 그것조차)포괄하는 '보편적인 내러티브'를 사유한다면 그 '악'의 자리에 놓일 건 이러한 '우리'일테니까요. 언제나 그러했듯요.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80754 [일반] 하청노동자는 더 많이 죽을까? 팩트입니까? [76] 삼공파일11720 19/04/11 11720 12
58522 [일반] 운영진 중 한 명만 대답 부탁드립니다. (답변 추가) [46] 삼공파일8550 15/05/28 8550 9
57606 [일반] 우리 안에 일베, 너네 안에 일베, 그리고 내 안에 일베. 하지만 어느 안에도 없는 세월호. [29] 삼공파일7048 15/04/16 7048 11
55303 [일반] "추락하는 야당에는 날개가 있나" - 시사IN 분석 기사 [252] 삼공파일11166 14/12/07 11166 7
55066 [일반] 근친상간이 허용되어서는 안되는 이유 [119] 사악군18055 14/11/24 18055 6
54993 [일반] [아프니까 청춘이다] 짧은 후기 [62] 삼공파일8100 14/11/19 8100 1
54569 [일반] 침몰한 세월호, 둘러싼 천박함의 안개 [62] 삼공파일7430 14/10/28 7430 9
54164 [일반] "우리는 언제 타인과 마주할 수 있을까", 레비나스의 윤리학에 대해 - [바람의 검심 추억편(るろうに剣心 追憶編)]을 보고 [57] 삼공파일5757 14/10/06 5757 13
49213 [일반] 한국 근현대사에서 건국에 관한 논쟁에 대하여 [90] 삼공파일5612 14/01/11 5612 1
49146 [일반] 손학규에 대하여 [65] 삼공파일7992 14/01/07 7992 2
48769 [일반] "같잖은 정의감은 집어 치우고 책이나 읽어라" [79] 삼공파일9802 13/12/22 9802 18
48663 [일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 실린 슬라보예 지젝의 강남 강연 [11] 삼공파일4609 13/12/19 4609 7
47690 [일반] [영화 리뷰] <더 헌트>를 보고 [11] 삼공파일6806 13/11/13 6806 2
45870 [일반] “H₂O는 물이 아니다” [129] 삼공파일11972 13/08/15 11972 2
45768 [일반] KBS 스페셜 <어떤 인생> 미래저축은행 김찬경 회장에 대한 다큐멘터리 [12] 삼공파일4586 13/08/11 4586 0
45596 댓글잠금 [일반] 개를 먹는 행위를 옹호하는 몇 가지 논리들과 그에 대한 반박 (댓글 잠금) [427] 삼공파일9325 13/08/02 9325 0
45463 [일반] 콰인 "존재하는 것은 변항의 값이다" [27] 삼공파일7622 13/07/27 7622 3
45273 [일반] 인문돌이들이 삼공파일님 글을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재료 [36] 팟저5899 13/07/18 5899 5
45265 [일반] 과학과 유사과학 (2) [92] 삼공파일6887 13/07/17 6887 8
45206 [일반] 과학과 유사과학 [96] 삼공파일8502 13/07/15 8502 3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