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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3/08/15 20:59:37
Name 삼공파일
Subject [일반] “H₂O는 물이 아니다”
유게에서 요즘 핫한 인물인 허현회 씨에 대한 게시물이 몇 개 올라왔더군요. 댓글을 통해 허 씨의 “H₂O는 물이 아니다”라는 황당한 주장을 볼 수 있었습니다. 화학 실험에서 사용하는 증류수는 1차, 2차 등으로 나뉘고 목적에 따라 다른 것을 사용합니다. 용매로 쓰이는 증류수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증류수이고 전기화학 실험 등에서 사용하는 증류수는 이온까지 제거해야 하기 때문에 좀 더 정밀한 방법을 씁니다. 격렬한 운동으로 흘린 땀 때문에 잃은 수분을 보충할 때 나트륨이나 칼륨 이온의 균형이 깨지는 것을 막기 위해 생수 대신에 ‘게토레이’나 ‘포카리 스웨트’를 마시잖아요? 제가 마셔본 적은 없지만, 비슷한 이유로 증류수를 마시면 설사 등의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고는 합니다. 화학실험실에서 사용하는 용매나 시약은 아무리 친숙하다고 해도 먹으면 안 된다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허 씨 주장의 허무맹랑함을 강조할 필요는 없을 듯합니다. H₂O에 대한 글을 쓸 수 있도록 좋은 모티브가 되어줬으니 감사를 표하고 허 씨는 잊어버립시다.

보통 CO₂는 이산화탄소(carbon dioxide)라고 읽죠? 한편, CH₃COOH는 아세트산(acetic acid)이라고 합니다. 화학자들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화합물과 앞으로 존재할 모든 화합물의 이름을 붙일 수 있는 정교한 규칙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실험실이나 일상에서 많은 화합물들이 ‘관용명’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이산화탄소는 규칙에 의한 이름이고 아세트산은 관용명인 셈이죠. 화학 규칙에 따르는 것이 공식적인 이름이지만, 이미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쓰인 관용명과의 혼선을 방지하고자 몇몇 관용명은 공식적이라고 인정해주었습니다. IUPAC(International Union of Pure and Applied Chemistry)라는 단체에서 이 작업을 했고 여기서 인정 받은 이름은 ‘IUPAC명’이라고 합니다. CH₃COOH는 규칙에 따르면 에탄산(ethanoic acid)라고 불려야 하지만, 널리 불리는 이름임을 인정받은 아세트산 역시 IUPAC명입니다.

그렇다면 H₂O는 어떨까요? 산소와 같은 족(group)에 속하는 황도 수소와 H₂S라는 화합물을 만들고, 이 화합물의 이름은 황화수소(hydrogen sulfide)입니다. H₂O 역시 마땅히 규칙에 따라 산화수소(hydrogen oxide)나 일산화이수소(dihydrogen monoxide)와 같은 이름을 가져야 할 것 같지만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IUPAC에서 규칙에 의한 이름을 공식적인 이름에서 제외한 유일한 화합물이 H₂O입니다. 관용적인 이유로 쓰이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예 시스템명(system name)을 쓰지 말라고 규정해둔 것이죠. 즉, 화학자들이 인정하는 H₂O의 이름은 ‘물(water)’ 하나뿐입니다. 이는 물이라는 화합물이 가진 인류와 생명, 지구의 역사에서 고유한 위치를 인정하기 때문이죠. H₂O는 산화수소나 일산화이수소 따위가 아닙니다. 의심의 여지 없이, “H₂O는 물”입니다.

하지만 자명한 사실에 항상 의문을 제기하는 ‘철학자’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단 결론적으로 말해서 ‘H₂O가 물이 아니다’라고 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H₂O가 물이다’라는 명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기저에 깔린 사고방식을 비판하고 명제의 공고한 위치를 흔들 수는 있겠죠. 생각과 상식을 확장한다는 의미에서 재밌게 읽어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난번에 콰인에 대한 글을 썼었는데 콰인의 제자인 퍼트남과 몇몇 철학자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입니다.

(이하는">

화학 교과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이 두 그림이 곧 물인 셈이죠. 물리학이나 화학에 대한 지식에 따라 이 그림에서 더 많은 것들이 보일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비탈이 그려질 것이고 어떤 사람은 알고리즘이 보이거나 미분방정식이 보일 겁니다. 이렇게 간단하게 그려 놓은 그림으로도 충분히 그 모든 걸 담아낼 수 있고 물이라는 존재를 지칭하거나 표현하는 것이죠. 그런데 이러한 화학적인 관점을 미세본질주의(microessentialism)이라고 한 뒤에 비판을 가하고 있습니다.

일단 가장 쉬운 것부터 지적하자면 H₂O는 일단 저 그림이 아닙니다. H₂O라는 화학식은 수소와 산소가 2대1의 비율로 구성되어 있다는 정보만 제공할 뿐이죠. 저 그림의 함의까지 포함하는 개념은 ‘H₂O 분자’고, 우리가 알고 있는 ‘물’은 H₂O 분자 하나가 아니죠. 문장을 좀 더 정확하게 손 보면 ‘물은 H₂O 분자의 집합이다’라고 고쳐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H₂O 분자라는 개념, 저 그림이 포함하는 개념만으로 물의 존재를 말할 수 있을까요?

사이비과학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보면 형형색색의 얼음 결정 사진이 있습니다. 그렇게 아름답지는 않지만 한 번 더 확대시켜서 보면 물 분자는 그것 못지 않게 규칙성을 이루며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른 모든 화합물처럼 고유의 미세구조(microstructure)가 있는 셈이죠. 그러니까 단순히 H₂O 분자가 모여 있다고 해서 물이 아니라 어떤 미세구조를 형성하고 있어야 물이라는 이야기입니다. H₂O 분자는 수소 결합이라는 독특한 힘을 통해 서로 연결되어 있고 이는 물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입니다. 고등학교 화학교과서에 나오죠? 또, 이온이 전혀 없는 100% 순수한 물도 전기가 전도될 수 있는데 이는 물이 자동이온화되기 때문입니다. H₂O 분자 중 하나에서 양성자가 떨어져 다른 분자로 전달되는 현상이죠. 이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물의 특성이고요. 지금 표면에 물방울이 맺혀 있는 것, 컵 안에서 음료수가 찰랑대는 것, 커피포트 안에 물이 부글부글 끓는 것, 이러한 물의 미세구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단순히 분자 하나로 설명하기 어려운, 일종의 고분자적 특성을 보이는 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하게 하나 또는 많은 수의 H₂O 분자를 물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주장을 들은 화학자 대부분은 아마 물이 그러한 특성을 가지고 있는 이유, 그러니까 수많은 분자가 집단적으로 독특한 미세구조를 보이는 이유는 H₂O 분자의 고유한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며, ‘H₂O는 물이다’ 혹은 ‘물은 H₂O 분자의 집합이다’라는 명제에 그러한 개념이 포함되어 있으므로 아무 상관 없다고 말할 것입니다. 실제로 화학자들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H₂O가 물이라고 말하는 것이고요. 퍼트남은 이러한 주장이 미시적 특성(microscopic property)에만 집중하고 거시적 특성(macroscopic property)을 무시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오류라고 말합니다. 화학자들이 물이라고 말하면 이는 ‘순수한’ 물을 뜻하는 것입니다. 벤젠과 물이 다른 것처럼, 10% 에탄올 용액과 물은 다른 것이죠. 그런데 실제로 이렇게 서로 다른 물질이나 혼합물을 구분할 때 사용하는 가장 정확하고 공식적인 기준은 ‘삼중점(triple point)’입니다. 어떤 물질이 고유한 삼중점을 가지는 이유를 분자적인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 분자 자체가 아니라 그 분자를 모여서 이루는 미세구조 때문이며, 물질을 구별하는 기준 자체도 분자가 아니라 삼중점이라는 거시적 특징이라는 점에서 분자, 혹은 분자의 구조 자체를 물질의 본질이라고 생각하는 화학에서의 미세본질주의를 비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H₂O가 물이라는 걸까요 아닐까요? ‘H₂O가 물이다’라는 말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달린 문제인데 그 기저에 깔린 사고방식, 즉 미세본질주의가 의심의 여지 없이 받아들일 만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에 보면, 어릴 적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어렸을 때부터 그리스 철학을 좋아했던 하이젠베르크는 플라톤의 정다면체에 대해 이야기하며 원자의 구조도 그처럼 매우 기하학적이고 추상적인 형태로 설명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하죠. 그리고 실제로 하이젠베르크가 규명한 원자의 구조는 그것보다 훨씬 더 추상적이고 떠올리기 힘든 모습이었죠. 많은 과학도들과 과학자들이 이런 경향을 가질 것이라고 생각되는데 사물의 본질에 대해 환원주의적인 태도를 가집니다. 그런데 사실 그러한 태도의 기원을 따지고 따져보면 플라톤적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당연하다고 지나칠 수 있지만 어떤 생각에는 또 그 생각 밑에 깔려 있는 생각이 있는 법입니다. 과학자들의 기저에 있는 본질에 대한 믿음도 한 번쯤 의심되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기는 철학자들의 생각, 심심할 때 읽어보면 재미있겠죠. (최대한 쉽게 써보려고 했는데 그래도 물리학이나 화학을 공부하면 좀 더 공감할 부분이 있는 내용이었던 것 같네요.)

P.S. semantic externalism으로 찾아서 다시 읽어보니 제가 완전히 잘못 읽었네요. 퍼트남이 비판을 한 내용이 아니라, 퍼트남을 비판한 내용이었습니다. 정확히 퍼트남을 타겟으로 한 건 아니고요, 그러니까 퍼트남은 H2O라는 분자 자체를 물이라는 실재의 주요한 근거로 삼았고 "H2O는 물이다"라는 명제가 그 생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예이며 화학자들은 H2O 분자의 특성을 토대로 그것이 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꼭 옳은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본문의 내용이고요. 

ㅠㅠ 큰 실수를 했네요. 개망이님 고맙습니다. 덕분에 찾아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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똘이아버지
13/08/15 21:01
수정 아이콘
H2O는 산화 수소 아닌가요?
삼공파일
13/08/15 21:07
수정 아이콘
본문에도 써두었지만, 다른 모든 화합물은 그런 식으로 불러되는데 H2O는 꼭 물이라고 불러야 합니다!
정지연
13/08/15 21:03
수정 아이콘
H2O가 산소라는건 컴과출신인 저도 압니다
13/08/15 21:06
수정 아이콘
그러면 H2가 술인가요?
13/08/15 21:29
수정 아이콘
야구입니다!!!
마스터충달
13/08/16 10:19
수정 아이콘
야구를 가장한 연애죠
Colossus
13/08/15 21:07
수정 아이콘
산소잖아요.
삼공파일
13/08/15 21:08
수정 아이콘
역시... 물이 아니라 산소였나...
Practice
13/08/15 21:09
수정 아이콘
http://mirror.enha.kr/wiki/%EC%82%B0%EC%86%8C%EB%93%9C%EB%A6%BD

저는 처음부터 답을 알고 있었습니다...?
Practice
13/08/15 21:20
수정 아이콘
캬 훌륭하십니다. 사실은 저도 이것에 받아칠 항목이 뭐가 있나 잠깐 뒤적이긴 했는데, 실패했습니다.

답이 없다 항목은 링크해주신 항목 가운데에 떡하니 있으니 쓰기 좀 그랬고... 흐흐 센스에 감탄하고 갑니다 ^_^bbbb
삼공파일
13/08/15 21:24
수정 아이콘
본문에도 슬쩍 언급해놨습니다 ^^
Practice
13/08/15 21:31
수정 아이콘
집 주변에 아무리 도구로 이용할 만한 재료들이 널려 있어도 적절한 때 적절하게 이용을 하는 건 별문제니까요 흐흐
너구리구너
13/08/15 21:11
수정 아이콘
문자놀음이네요.
삼공파일
13/08/15 21:13
수정 아이콘
문자놀음도 맞긴 한데, 물이라는 실재에 대해서 꽤 구체적으로 다루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jjohny=Kuma
13/08/15 21:16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일산화이수소(DHMO)는 물이 아니고 유독성에 중독성까지 있는 위험물질이죠.
http://mirror.enha.kr/wiki/DHMO
삼공파일
13/08/15 21:20
수정 아이콘
증류수 마시면 설사한다는 게 소문이었군요. 마셔볼 걸 그랬나...

여튼 H2O를 물 말고 다른 방식으로 부르는 건 IUPAC가 허용하지 않습니다!
jjohny=Kuma
13/08/15 21:25
수정 아이콘
엔하위키는 허용합니다?
삼공파일
13/08/15 21:28
수정 아이콘
검색하다보니 고전적 떡밥이긴 하더군요. 위키피디아에도 Dihydrogen monoxide hoax라는 항목이 따로 있고 물의 화학적 성질을 설명하는 표에서도 링크 타고 바로 갈 수 있어요.
jjohny=Kuma
13/08/15 21:41
수정 아이콘
맞습니다. 피쟐에서도 가끔 언급되는 드립이죠. 크크

그나저나 허모씨 나비효과네요. 이런 고퀄글도 올라오고...
그땐그랬지
13/08/15 21:17
수정 아이콘
자매품 care가 카레라는 것은 공대 출신인 저도 알고있습니다?
13/08/15 21:24
수정 아이콘
삼중점이 뭔가요?
삼공파일
13/08/15 21:26
수정 아이콘
물과 수증기가 동시에 존재하는 온도를 끓는점이라고 하고 물과 얼음이 동시에 존재하는 온도를 어는점이라고 하잖아요? 압력이 달라지면 끓는점과 어는점도 달라지는데 이게 잘 조정되다보면 끓는점과 어는점이 만나는 압력과 온도가 있습니다. 물질의 세 가지 상태가 동시에 존재하는 온도와 압력을 삼중점이라고 하고, 다른 물질과 섞이면 이 값이 달라지기 때문에 순수한 물질의 순도를 측정하는 기준으로 쓰입니다.
마스터충달
13/08/16 10:23
수정 아이콘
정확히 말하면 3상이 동시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평형을 이루고 있다고 말해야 합니다.
사실 액체이면서 동시에 고체이면서 동시에 기체일 수는 없죠.
13/08/15 21:28
수정 아이콘
그렇군요. 제가 모르는 용어가 아무 설명 없이 나와서 깜짝 놀랐습니다;; 두 분 답변 감사합니다.
13/08/15 21:32
수정 아이콘
사실 포스트 모던을 몽매주의라 조롱하는 과학자들도 인식론적으로 완벽한 실재에 다가갈 수 없다는걸 전제합니다. 다만 갈구할 뿐이죠.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13/08/15 21:35
수정 아이콘
말씀하신대로 실생활에서 볼 수 있는 물의 현상들은 미세구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기에, 미시적 관점에서 정의된 'H₂O는 물이다.'가 성립 할 수 있지 않을까요?..생각할 수록 어렵습니다만..
H₂O 분자 한개를 물이라 부르기에 위화감이 든다면 서두에서 말씀하신 명명법의 예외적인 경우로 인한 것이 아닌가 하네요.
뭐 사실, 다 본문에서 말씀하신 내용들이고, 결언 부분의 철학적인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서..진도가 안나갑니다.

ultra pure water에 커피를 타서 마셔봤습니다만 우연인지 설사를 했습니다. 같은 조건에서 다시 시행 해 보고 싶지만 더이상 공대생의 신분이 아니네요..
삼공파일
13/08/15 21:42
수정 아이콘
'증류'만 했다면 괜찮겠지만, 2차 증류수라면 여타 다른 이유로 안 좋을 것 같네요 ^^;;

조금 쉽게 말씀드리면, 물이라는 물질의 본질이 분자에서 출발한다는 관점이 좀 부실하다고 지적하는 것이죠. 수소결합이나 자동이온화가 물분자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에 발생한다는 설명이랑 물 분자를 모아놓은 것이 물의 존재 자체다라는 말이랑 차이가 있잖아요? 극단적으로 만물의 본질이 초끈은 아니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지점이랄까요?
삼공파일
13/08/15 21:35
수정 아이콘
좀 더 찾다보니까 IUPAC 가이드에 H2O에 oxidane이라는 이름도 쓰라고 나와 있는데 이건 전이금속에 붙는 리간드명으로서 허용하는 것인데, water가 유일한 이름이 아닌걸까요...? 애매하네요. 하하.
13/08/15 21:38
수정 아이콘
그런데 탄소는 흑연이 될수도 있고 다이아몬드가 될 수도 있으니 탄소 홀로는 물질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요?
삼공파일
13/08/15 21:45
수정 아이콘
그렇죠. H2O가 물이다라는 말은 자주 쓰이는 말이지만, C가 흑연이다, C가 다이아몬드다 이런 말은 잘 안 쓰니까요. 또, C는 분자도 아니니까 부딪히는 지점이 좀 적을 것 같긴 하네요.
13/08/15 21:48
수정 아이콘
그러면 탄소 홀로는 물질을 결정하지 못하나, 물 분자는 필연적으로 수소결합으로 이루어진 물을 결정하는 건가요?
jjohny=Kuma
13/08/15 21:51
수정 아이콘
물질의 성질이 나타나는 것은 보통 원자 레벨이 아니고 분자 레벨부터입니다.
물 분자는 '분자'이고 C는 '원자' 레벨이니 같은 차원에서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C가 모여서 다이아몬드 분자구조나 흑연 분자구조를 이루면 그 때부터 다이아몬드나 흑연이 결정된다고 할 수 있겠죠.
13/08/15 21:53
수정 아이콘
그렇네요.. 그럼 원자 홀로는 물질을 결정하지 못하나, 분자는 필연적으로 물질을 결정하는 건가요? 로 바꾸면 되겠군요.
삼공파일
13/08/15 21:59
수정 아이콘
그런데 또 C는 분자성 결정이라고 하는데 분자는 아니에요. 좀 애매하니까 쉬운 것부터 가면, 분자의 구조를 통해 물질의 모든 특성을 미리 예견할 수 있느냐 혹은 분자의 구조가 물질의 특성을 결정하느냐라고 물어본다면 화학 전공한 입장에서는 그렇다고 할 수 밖에 없군요.

분자의 구조가 물질의 본질을 규정하냐 이런 질문은 본문에 쓴 것처럼 뭐 어떻게 생각하느냐 문제겠죠.
13/08/15 22:01
수정 아이콘
알기 쉽게 설명해주셔서 감사합니다^^
13/08/15 21:49
수정 아이콘
보통 물질의 특성을 가진 최소 단위를 '분자'로 정의 하니까요.
13/08/15 21:53
수정 아이콘
답변 감사합니다.
개망이
13/08/15 21:41
수정 아이콘
제목을 보고 퍼트남을 예상하고 왔건만 쌍둥이 지구 이야기가 없네요.
13/08/15 21:47
수정 아이콘
모든 솔로가 커플인 쌍둥이 지구에서는 물을 롬이라고 부른다는 게 사실입니까?
개망이
13/08/15 21:52
수정 아이콘
쌍둥이 지구는 설정 자체가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이라고 까였습니다. 넵... 결론은 ASKY..
삼공파일
13/08/15 21:50
수정 아이콘
몰라서 못 썼네요 ^^;; 찾아보니 쌍둥이 지구 이야기도 중요한 이야기군요
개망이
13/08/15 21:51
수정 아이콘
퍼트남의 "H2O는 물이 아니다"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가정인데 빠져있길래 뭔가 작성자분의 의도가 있으신 듯 해서 크크...
삼공파일
13/08/15 21:55
수정 아이콘
링크에 있는 글을 보고 썼는데 아무래도 좀 더 화학에 관련된 이야기가 많이 써있네요. ^^;; 의도씩이나 있을까요... 민망하네요. 하하.
13/08/15 21:55
수정 아이콘
쌍둥이 지구 이야기가 뭔가요??
삼공파일
13/08/15 22:01
수정 아이콘
http://en.wikipedia.org/wiki/Twin_Earth_thought_experiment

아마 퍼트남이 이 문제를 처음 제기하면서 예로 든 가정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지구와 똑같은 지구가 하나 더 있는데 H2O가 아니라 XYZ라는 물질을 우리 지구의 물과 똑같이 쓰고 있고 물과 특징도 똑같다고 해보자. 그 때 쌍둥이 지구에 있는 사람이 "물 좀 줘"라고 하는 말과 우리 지구에 있는 사람이 "물 좀 줘"라고 하는 말은 똑같은 뜻일까 다른 뜻일까, 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13/08/15 22:03
수정 아이콘
왠지 어디서 많이 들어봤다 했더니만 콰인의 이야기가.. 감사합니다^^
개망이
13/08/15 22:04
수정 아이콘
퍼트남이 제안한 사고 실험으로 "의미는 발화자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외부에도 있다"는 의미입니다.
예컨대 지구와 똑같은 행성 '쌍둥이지구'에서는 지구의 물과 모든 조건이 동일하고 (똑같이 마실 수 있으며, 무색 무취의 찰랑거리는 액체) 화학적 구조만 XYZ인 것이 있습니다. 물론 쌍둥이 지구 사람들도 그것을 '물'이라고 부르고, 마시고, 씻고, 빨래하고, 농사하는 데 사용합니다.
결국 지구 사람들이 H2O에 갖는 심리상태나, 쌍둥이 지구 사람들이 XYZ에 대해 갖는 심리상태는 동일하지만, 이때의 두 '물'은 동일한 의미가 아닙니다. 서로 다른 것을 가리키고 있으니까요.
퍼트남은 이 사고실험을 제시하면서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의미의 공공성 지반은 없다'는 회의주의를 비판하고 있습니다. 단어의 의미는 개별적 사물들의 실제적 본성에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을 '인과적 지칭이론'이라고 하는데 본문에서 나타난 퍼트남 의견하고는 좀 많이 다른 듯 합니다.
13/08/15 22:05
수정 아이콘
오, 감사합니다.^^
삼공파일
13/08/15 22:14
수정 아이콘
semantic externalism으로 찾아서 다시 읽어보니 제가 완전히 잘못 읽었네요. 퍼트남이 비판을 한 내용이 아니라, 퍼트남을 비판한 내용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퍼트남은 H2O라는 분자 자체를 물이라는 실재의 주요한 근거로 삼았고 "H2O는 물이다"라는 명제가 그 대표적인 예이며 화학자들은 H2O 분자의 특성을 토대로 그것이 물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는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꼭 옳은 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 본문의 내용이고요.

ㅠㅠ 큰 실수를 했네요. 고맙습니다. 덕분에 찾아봤습니다.
개망이
13/08/15 22:17
수정 아이콘
사실 제가 알던 퍼트남 이론과 달라 당황해서 책을 다시 찾아봤습니다. ^^;
후에 퍼트남이 인과적 지칭이론을 철회하는데 혹시 그때 한 이야기인가 해서 여쭤봤던 거구요.
불쾌하실까 걱정했는데 제가 더 감사합니다.
삼공파일
13/08/15 22:22
수정 아이콘
민망함을 덜어주시려는 배려까지... ㅠㅠ 고맙습니다.
13/08/15 22:17
수정 아이콘
아, 그렇군요;;
퍼트남, 화학자 -> 분자 자체=물질
퍼트남을 비판 -> 거시적 측면도 봐야 한다
이거군요
개망이
13/08/15 22:20
수정 아이콘
넵, 그게 정확합니다. 퍼트남을 '물리주의적 철학자'라고도 하거든요. 본문은 그에 대한 비판입니다.

PS. 퍼트남이 '분자 자체 = 물질 = 그 물질을 지칭하는 단어의 의미'라고 한 것은 아니고,
그 분자도 '물'이라는 단어의 의미 형성에 크게 기여한다... 정도로 보시면 됩니다.

당시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은 '의미는 오로지 사용자의 머리속에서만 나오며, 외부 세계는 단어의 의미에 아무런 영향도 끼칠 수 없다'고 주장했었는데 (즉 단어 '나무'와 실제 나무는 상관이 없으며, 단어 '나무'는 오로지 발화자의 '나무에 대한 심리상태'와만 연관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퍼트남은 '의미는 심리상태에서만 나오는 게 아니다!' 라며 이런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을 비판한 거지요. 물론 퍼트남의 이론은 대차게 까였고 나중에 본인도 GG칩니다.
삼공파일
13/08/15 22:24
수정 아이콘
철학적 관점에서 비판보다 화학에서 쓰는 이야기를 좀 더 가져온 것이고요.
당삼구
13/08/15 21:47
수정 아이콘
당연히 물이 아니죠. 물보다 맑은 물, 삼다수입니다.
Practice
13/08/15 21:50
수정 아이콘
물보다 맑은 물은 물일까요 아닐까요? 흐흐

유게에 올라온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나 자신과의 싸움에서는 져도 다른 나 자신이 이긴 거니까 결국 이긴 건 내가 아니냐는...
귀여운호랑이
13/08/15 21:58
수정 아이콘
나 자신은 이겼지만 나 자신은 졌으니까 결국 진거죠. . .??!!
당삼구
13/08/15 22:03
수정 아이콘
물보다 맑은 물은 물이 아닙니다. 물보다 맑은 물은 삼다수입니다.
13/08/15 22:11
수정 아이콘
증류수도 전기가 흐를 수 있나 보네요. 전 맨날 전기포켓몬이 물포켓몬에게 전기공격할 때 "훗, 저 물포켓몬은 이온이 있는 물포켓몬이군."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삼공파일
13/08/15 22:17
수정 아이콘
사실상 없는데 실험에서 정확한 0이란 거의 없잖아요? 순수한 물에서도 양성자 이온이나 수산화 이온이 생깁니다. 화학책에 Kw 상수 10^-14로 구하고 그런 연습문제가 있어요.
Ace_Striker
13/08/15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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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toionization이라고 불리는 현상인데요. 이로 인해 섭씨 25도에서 물속의 수소이온이 10^-7M의 농도를 가집니다. 이때문에 중성일때의 pH가 7이라는 값을 가지게 되는 거고요.
13/08/15 2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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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분 다 답변 감사합니다^^
13/08/15 2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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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2O가 물이고, 우리가 마시는 물이 물이라면, H2O 는 물(1) 이고 우리가 마시는 물은 물(2) 정도의 유의미한 차이가 있지 않나요? 뭔가 잘못 알고 있는건가..
13/08/15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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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보니까 과학이랑 철학 쪽에 상당한 지식을 갖추신 분 같은데, 관련 서적 좀 추천부탁드려도 될까요?

제가 대학교에서 박제윤 교수님이라고 신경철학하시는 분을 만나서 과학철학 쪽에 눈을 뜨게 됐는데,
그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콰인의 "논리적 관점에서" 가 너무 어려워서 책 읽다가 말았거든요..

콰인 철학의 쉬운 해석본 같은 게 있을까요?
13/08/15 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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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원서여도 괜찮습니다^^
개망이
13/08/15 2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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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분은 아니지만 콰인 철학의 해석본으로는 노양진의 '상대주의의 두 얼굴'이 좋습니다. 다 읽으실 필요는 없고 제9장 "번역은 비결정적인가?"만 읽으셔도 충분합니다. 비전공자인 제가 무리없이 읽었으니 다른 분들에게도 매우 쉬울 겁니다.
13/08/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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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열심히 읽겠습니다.^^
삼공파일
13/08/1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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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지 드렸는데, 추천하고 그럴 레벨이 아니라서 ㅠㅠ 다른 분들도 추천해주시면 합니다
13/08/15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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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답변 쪽지 드렸습니다. 감사합니다.
FastVulture
13/08/1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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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진짜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수준의) 말장난을 하자면 -_- H2O는 물이면서 동시에 얼음과 수증기죠. 물은 liquid 상태만 의미하니... 그래서 본문에 삼중점 이야기도 있는 듯 하고...

철학적인 이야기는 너무 어렵네요 ㅠㅠ
삼공파일
13/08/1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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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글을 쓴 저도 제대로 모르고 써서 틀렸다는... ㅠㅠ
미래권력
13/08/15 2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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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₂O 분자 중 하나에서 중성자가 떨어져 다른 분자로 전달되는 현상이죠. " 부분에 중성자가 아니라 양성자가 아닐까 싶군요
삼공파일
13/08/15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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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잌 핵반응을 시켰네여 고맙습니다
cetaphil
13/08/15 2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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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을 전혀 몰라서.. 이상하게 들릴 수 있는 의문이 생깁니다. 1. 본문에 우리가 알고 있는 물은 H2O 분자 하나가 아니라고 하셨는데.. 그러면 몇 개의 분자가 결합할 때부터 우리가 알고 있는 물이 되나요? 그리고 이때의 물과 H2O 분자 (적어도) 하나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은 삼중점의 적용가능여부인가요? 아니면 물에 대한 우리의 통념인가요? 2. 삼중점으로 대표되는 분자 미세구조의 거시적인 특징은 그 분자의 특성에 수반하지 않는건가요? 즉 물 분자가 결합하는 방식에 따라 그 특징이 나타나지 않을 수 있나요?
삼공파일
13/08/16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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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적 세계와 거시적 세계를 연결하고 설명하는 방법도 이미 오래 전에 다 해낸 일인데요, 화학의 세계에서 몇 개 이런 기준은 무의미합니다. 현미경으로 보이는 물방울도 충분히 많은 물 분자가 모여서 물의 특성을 보이죠. 그런데 전자현미경처럼 아예 분자 하나을 보는 방법도 개발됐는데 그 중간에서 애매한 경계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릅니다. 그걸 연구하는 분야가 나노과학이고요.

실험실에서 시약병에 99% 에탄올이다, 90% 에탄올이다, 이렇게 구분하는데요, 실제 화학에서 물질이다라는 말은 순수하단 말과 동일한 의미로 쓰입니다. 에탄올과 물은 냄새로 쉽게 구분하겠지만 냄새를 공식적 지표로 사용할 수는 없으니 용매의 경우에는 삼중점응 공식적인 지표로서 사용한다는 얘기죠. 물론 냄새 뿐만 아니라 분광학적 방법으로 각종 첨단 장비를 동원할 수 있지만 그런 것보다도 이 물질이 얼마나 순수한 용매냐라는 것아지 포함하는 객관적 지표로서 삼중점을 쓴다는 것입니다.
루크레티아
13/08/15 2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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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백마론 보는 것 같네요. 백마는 말이 아니다.
개망이
13/08/16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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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습니다. 거의 99% 일치한다고 보시면 될 듯. 백마론은 당시에 궤변이라고 대차게 까였지만 사실 20세기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의 언어관을 몇 천년이나 앞서갔던 셈이지요.
13/08/16 0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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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론이 뭔가요? 네이버 검색해도 다 어려운 용어뿐이라서.. 쉽게 설명 부탁드릴게요;;
jjohny=Kuma
13/08/16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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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비마론'이라고도 하는데, 간단히 말하자면
"백마는 '말'이라는 개념에 '희다'라는 개념이 더해졌기 때문에 '말'이라고 할 수 없다." 라는 식의 이야기입니다.
13/08/16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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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말'이라는 집합 내에 부분집합으로라도 '백마'가 들어있지 않을까요?
루크레티아
13/08/1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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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부분집합으로써의 백마가 일반적으로 포괄적인 의미의 '말' 과는 논리적으로 일치 할 수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백마는 일반적으로 하얀 털, 가죽을 지닌 말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말은 일반적으로 '머리와 목이 길고, 꼬리는 긴 털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자 털과 가죽의 색이 다른 네 발 짐승' 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죠. 이건 논리적으로만 본다면 결국 '말'이 표현하는 의미와 '백마' 가 표현하는 의미가 '완벽하게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합니다. 그래서 '백마는 말과 일치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백마는 말이 아니다' 라는 논리가 성립이 되는 것이죠.
13/08/16 0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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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말 이지만 백마≠말 이라는 말씀이시죠?
루크레티아
13/08/1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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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그게 주요 논리입니다.
13/08/16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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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합니다.^^
13/08/16 0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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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 감사합니다.^^
후후하하하
13/08/16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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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다의 여집합은 아니다가 아니죠. 같지 않다가 맞는 말입니다.
맞다, 아니다, 옳다 그르다라는 표현은 OX, 흑과백 같은 문제에서 중간에 공유하는 부분이 없을때 쓰입니다.
말과 백마가 같은 부분이 있다는 것은 누구나가 알 수 있는 사실이고,
아니다라는 틀린 표현(OX의 기준)을 사용했을때 어렴풋이 느껴지는 불확실성을 무시하지 않는 것은 중요하죠.
개망이
13/08/16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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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해석이 있으나 제가 본 책에서는 사물의 명칭에 대한 고찰로 보고 있습니다. (저도 거기에 동의합니다.)
결국 어떤 개별적인 개체도 그것을 지칭하는 단어의 의미에 정확하게 부합할 수는 없다는 것이지요.

실제의 말(여기서는 백마)은 구체적이고 특수한 어떤 것입니다. '말'이라는 명칭의 의미는 추상적이고 보편적인 것으로 모든 말 개체의 이상향과도 같습니다. 즉 “a는 ~a다.” 라는 모순이 성립 가능한 이유는 전자의 ‘구체적인 말’이 후자의 ‘추상적인 말’에 정확하게 일치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후자의 추상적인 '말'은 백마, 흑마, 황마 등등 모든 말들의 이상향인데 백마는 흑마도 황마도 아니니까요. (따라서 흑마, 황마도 '말'이 아닙니다)
언뜻 들으면 궤변같지만, 실제로는 '지칭이론'을 비판하던 포스트 구조주의자들의 언어관과 매우 흡사하며, 비트겐슈타인의 가족 유사성 개념과도 맞닿는 부분이 있습니다.
13/08/16 0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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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백마는 말이 아니'지만 '백마는 말 개념에 포함된다', 라고 하는 것은 맞나요?
개망이
13/08/16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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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말을 어떻게 해석하냐에 따라서 다릅니다. 회의주의적인 시각으로 보면 아닙니다. 어떤 개별자도 보편자와 일치할 수 없으며 온전히 포함되지 않습니다.
13/08/16 0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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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백마론이 왜 이 글과 관련이 있는거죠?;;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jjohny=Kuma
13/08/16 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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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 다 '관념'과 '명칭'을 어떻게 매치시키느냐 하는 이야기니까요. 흐흐
(물론 본문은 그것만 있는 게 아니지만)
13/08/1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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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하! 이제 이해했습니다. 즐거운 밤 되세요^^
개망이
13/08/16 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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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H2O가 아니다'라는 말의 의미는 '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결정짓는 공통지반이 존재하지 않음을 의미합니다. 즉 'H2O로 이루어졌다'는 사실 조차도 물의 의미에 있어 공통지반이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는 물이 H2O인 것을 몰랐던 어린 시절에도 물을 물이라고 불러왔었죠. 설령 물을 O2로 잘못 알고 있더라도 그 사람이 물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모른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 물은 H2O가 아니라 뭘까요.. 실제로 '물'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H 두 개 O 한 개라는 화학적 정보보다 단어 사용자가 살면서 획득했던 물에 대한 '심리상태'를 나타냅니다. 찰랑거리고, 마실 수 있고, 무색 무취이고요. 그런데 그 '심리상태'는 개별인마다 다릅니다. 예를 들어 flowers님이 평소에 갖고 계시는 '물'의 이미지와 제가 생각하는 '물'의 이미지는 비슷하지만 어딘가가 분명 다를 겁니다.(미세한 온도차라든지...) 그리고 개별인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 '추상적'인 이미지에 완전히 일치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물'은 세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이런 점에서 '백마비마'와 비슷합니다.(언어의 추상성에 대해 생각해보시면 될 듯) 다만 그 추상적 이미지와 실제 우리가 경험하는 물들이 언뜻 비슷하니까 우리는 개별의 '물'을 '물'이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퍼트남은 이러한 포스트구조주의자들의 의견을 '방법론적 유아론'이라고 비판합니다.
"의미가 사람의 머리 속에만 있으며, 개개인마다 그 이미지가 다르다면 의사소통이 불가능해야하는 거 아님?" 이런 거죠. 따라서 "물은 H2O라는 실제적 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물'이라는 단어로 지칭할 수 있고, 그래서 우리의 의사소통이 가능한 거임!" 이라고 주장합니다. 백마비마와 엮는다면 퍼트남이 "백말은 말이 가지고 있는 실제적 본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말에 포함된다"고 반박한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본문은 이에 대한 비판입니다.
물론 퍼트남은 본문을 비롯하여 여러 군데에서 개 까였습니다(...)

물론 루크레티아님처럼 백마비마는 단순히 백마와 말은 포함관계이며 일치관계가 아니다...라고 해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3/08/16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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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물'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단어 사용자가 살면서 획득했던 물에 대한 '심리상태'
개별인의 머리속에 들어있는 그 '추상적'인 이미지에 완전히 일치하는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물'은 세상 어디에도 없어
이군요.. 답변 감사합니다^^ 감동ㅠㅠ
루크레티아
13/08/16 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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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읽어도 이해가 잘 안 되서요....
그냥 논리적인 헛소리라서 그렇게 접근합니다...;;;
Practice
13/08/1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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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크레티아님 덧글 덕분에 몰랐던 개념 하나 배우고 가네요 흐흐

일견 궤변 같아 보이는데 파고 들어 보면 궤변이 아니라는 것이 보증된 논리라는 게 정말로 신기하네요
13/08/15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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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₂O 분자 중 하나에서 양성자가 떨어져 다른 분자로 전달되는 현상이죠.-
양성자가 떨어지면 원자가 변할텐데요. 이온 형성이라면 전자로 이동되는거 아닌가요?

근데 H₂O분자가 특정 구조를 안가진채 존재하는 경우이 있나요? 그런 모습이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면 굳이 이러한 미세구조를 가지 물분자의 집합을 따로 규정해야 되나라는 의문이 드는데요.
미래권력
13/08/15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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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이온이 양성자입니다?
jjohny=Kuma
13/08/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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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자동이온화되기 때문입니다. H₂O 분자 중 하나에서 양성자가 떨어져 다른 분자로 전달되는 현상이죠."

H2O 분자가 H+ 이온과 OH- 이온으로 분리되는 것을 이온화라고 하는데, H+ 이온이 양성자입니다.
13/08/16 0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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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분자를 잠시 원자로 인식하고 말했네요.
양성자가 떨어지기 전 전자이동이 존재해서 양성자가 떨어지니 그걸 말했는데 그게 그거네요
Legend0fProToss
13/08/16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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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이런글을 여기서 보게되다니
몇일전 어떤 후배와 거의 두시간동안 장소옴겨가며 밥도먹어가며 퐈이야했던 논쟁인데...
저는 물이 h20보다 넓은개념이다 라고 우기고 그친구는 동치다 하고 싸웠는데
그친구가 퍼트남의 주장을 근거로 얘기하고있었다는 사실에
약간 무식함에 부끄러움을 느낍니다만 이걸보니 그친구랑 다시한번 붙어야겠다는 생각도드네요
13/08/16 01:29
수정 아이콘
그런데 개망이님의 말씀대로라면 단어의 의미를 사전이 풀어쓴 것도 절대적인 의미를 결정짓는 공통지반이 아니겠네요? 호오..
개망이
13/08/16 0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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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비트겐슈타인에 의하면 그렇습니다. 만약 사전에 '부리가 있고, 날개가 있고, 다리가 두 개이며 날아다니는 것'이 새라고 정의되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러나 실제로 우리는 다쳐서 날개 한 쪽이 사라진 새도 새라고 하고, 다리 하나가 잘린 새도 새라고 합니다. 심지어 날지 못하는 타조도 새에 들어가고, 극단적으로 어린 아이들은 새 모양의 인형이나 만화영화에 나오는 새 그림까지 '새'라고 부릅니다. 결국 모든 개별적인 '새'를 묶어주는 공통지반은 없습니다. 개개인이 삶에서 느낀 '심리상태'만이 있을 뿐이지요. 그래서 비트겐슈타인이 내세운 이론이 '가족유사성'입니다. '새의 본질적 속성은 없고, 사람들은 새 비스무리한 걸 다 새라고 하더라....' 뭐 이런 겁니다. 이걸 더 발전시킨 게 로쉬라는 여자의 '원형이론'입니다. '그 새 비스무리한 애들 사이에도 정도가 있더라. 참새는 좀 더 '새'의 전형에 가깝고, 까마귀는 중간 정도고 타조는 좀 더 멀고, 박쥐까지 가면 새인가 아닌가 아리까리하더라.' 이런 내용입니다.
뿐만 아니라 참새 내부에서도 전형적인 '참새'에 가까운 멋진 참새가 있고, 장애로 태어나서 못 나는 참새(전형에서 좀 먼 참새)가 있구요.
퍼트남이 최근에 이것을 받아들이고 GG를 칩니다.. "'물'은 H2O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지칭의 본질은 없다."구요.
13/08/16 0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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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마치 플라톤의 이데아론??
개망이
13/08/16 0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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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톤 이후의 모든 철학은 이데아론의 짝퉁이라는 명대사가 있지 않습니까?!
13/08/16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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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그런가요?? 많은 답변 주셔서 감사합니다. 피지알 하면서 역대 제일 유익한 시간이었던것 같아요. 책도 소개받고^^ 안녕히 주무세요.(꾸벅)
Legend0fProToss
13/08/16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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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트남이 gg를 쳤다는 내용의 출처를 혹시 알수있을까요?
보통 어지간한 학자들이 quit을 할 지언정 gg는 없는법인데
개망이
13/08/16 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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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러리 퍼트남, '과학주의 철학을 넘어서' 원만희 역 (서울:철학과 현실사, 1998) 제 8장 '지시와 상대주의에 관한 비트겐슈타인의 견해'를 보시면 됩니다. 여기서 자신의 인과적 지칭 이론을 사실상 포기하고 '지칭의 본질은 없다'고 말합니다. 덧붙이면, 퍼트남은 자기 의견을 엄청나게 자주 바꾸는 사람입니다. 심지어 자기가 만든 이론을 나중에 가열차게 까는 책도 있습니다.(...)
13/08/16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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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마가 말이 아닐리 있겠습니까 하지만 저 말은 계급론적으로 쓰일 수 있습니다 브르쥬아지는 인간이 아니다 뭐 이렇게.
13/08/16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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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정확하게 말할 수 있느냐에대한 견해차이가 천주교와 개신교의 계시관의 큰 차이인데 개신교는 신의 말인 성경을 통해서만 가능하다하고 천주교는 전승과 자연을 통해서도
켈로그김
13/08/16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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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본질주의가 진리에 가깝다고 볼 수 있겠지요.
소금물은 여러가지 물리적 특성이 물과 다르다. -> 물이 아니다. (혹은 반대로 순수한 증류수가 물이 아니다) 라고 주장하는건
물질의 단편만을 보고 입맛대로 해석하는 것 뿐이지요.
더군다나 분자물리,화학은 분자간 위치와 거리, 각도를 굉장히 중요히 여깁니다.
상호작용에 대한 틀이 이미 존재하고, 그로인한 군집(?)의 성격 또한 설명 가능합니다.


특히나 증류수가 물이 아니라고 하는 것은 물이라는 것을 마음대로 우상화 시킨 것에 불과합니다.
(생체내 물은 어떻고, 전기가 잘 통하려면 전해질이 어쩌고저쩌고..)

물질을 총체성과 기능성으로 접근하면
500mg아스피린과 100mg아스피린은 다른 물질이라는 결론이 나오고,
누군가에게는 아스피린과 이부프로펜이 동일한 물질일 수 있겠지요.

그냥.. 재고의 가치가 없는 주장입니다.
적어도 분자물리, 화학에서는 그러합니다.

혹은, 생략된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제대로 된)물이 아니다. (먹어도 좋은)물이 아니다. (전기고문에 적합한)물이 아니다. 등등..
문제는, 이걸 가지고 다시 단어의 원래 의미로 되돌아 가버린다는 거죠.
삼공파일
13/08/16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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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화학 전공자인지라 무슨 말씀이신지 잘 압니다. 분자 구조로 거의 모든 것들을 설명할 수 있죠. 그렇지만 분자 구조 자체가 물질의 본질이냐는 점에 대해서는 화학적으로도 비판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분자 구조 자체가 아니라 분자 간의 작용, 배치, 그것으로부터 나타나는 거시적 현상이 물질의 본질이 아니냐는 말이죠.

미시적으로 갈수록 좀 더 과학자들의 사고방식인 것 같긴 합니다.

아스피린의 예도 좋은데, 분자 구조에만 집중하면 용량에 따른 약리학적, 생리학적 효과에 대한 차이를 간과할 수 있죠. 화학자들이 볼 때는 아스피린의 분자 구조에 따른 물리화학적 특성만 염두에 두기 때문에 똑같은 아스피린으로 보지만, 실제로 약으로 쓰이는 법이 다른 것도 중요한 사실이잖아요? 그렇다면 약으로서의 아스피린은 아스피린이라는 물질에 별로 중요하지 않은 특성일까요? 그런 의미에서 분자 구조만 그려놓고 이게 아스피린이요, 하긴 좀 그렇다는 거죠. 이게 아스피린의 구조요, 그리고 저용량은 심장병 예방이고 고용량은 해열제요, 정도까지 붙여줘야 아스피린의 본질을 보여준다는 것이고요. 물론 그 효과에 대한 설명이나 그 효과의 원인은 아스피린의 구조에 기인하지만요.
켈로그김
13/08/16 12:37
수정 아이콘
저는 순수 화학이라기 보다는 약리학, 의약화학, 등을 전공으로 배워서인지
분자의 미시적인 속성에 대한 연구는 그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분자 간의 작용, 배치, 그로 인해 나타나는 거시적 현상에 대한 해석 내지 유추까지도 충분히 언급하고 있다고 봅니다.

측정도구로서 부정확하고, 특이성이 배제된(해열제들 간의 구분은 인체를 기준으로 하면 정확성이 없다고 해도 무방하죠)
'인체' 라는 기준은 물질의 구분에 있어 의미를 갖기 힘들다고 봅니다.
하지만, '철학' 에 있어서 인간, 인체는 충분히 의미 있는 기준이지요.

저는 철학적인 접근방법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분자나 화합물의 구분과 정의를 철학적 기준으로 내리는 것은 틀릴 가능성이 많고.
설사 맞아떨어진다 하더라도 별 의미없는 정답으로 보는 입장입니다.

아니, 의미가 있네요.
실제로 우리는 용도로서 약물(혹은 물질)을 구분하여 사용하고 있으니까요.
학문의 영역이 아닌, 실생활의 영역에서는 충분히 설득력이 있을 수 있겠습니다..;
다만, 그 의미가 재귀함수처럼 다시 원래의 필드인 물리, 화학으로 돌아가서는 안된다는 입장이겠네요.

...근데 어쩐지 본문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쓴 장황한 뻘플이 되어버린 느낌이 강한 것이...;;;
삼공파일
13/08/16 12:54
수정 아이콘
아닙니다, 리플 감사해요. 저도 심각하게 물 분자는 물이 아니다 이러려는 의도는 아니었고 재미로 이런 저런 생각해보자는 뜻으로 써봤습니다 ^^

역시 pgr에는 고수분들이 많아서 이번에도 한 수 배우게 됐고요
개망이
13/08/16 13:53
수정 아이콘
본문이 언어철학자들의 입장을 다소 간략하게 설명하고 있어서(이 논쟁의 배경을 전부 설명하려면 책 한 권 분량이기 때문에-_-;) 이과생들의 반발(?)이 심한 것으로 보이는데 사실 그렇지 않습니다.
"물은 H2O인가"라는 논제는 물리학, 화학 vs 철학의 싸움이 아니라 언어철학 내부의 싸움입니다.(물론 작성자분 말씀대로 객관주의자들은 물리학, 화학에 큰 영향을 받았습니다만...)
당연히 H2O는 물입니다. 여기서 논란이 되는 것은 실제로 우리가 사용하는 '물'이라는 단어의 의미가 H2O를 지칭하느냐 하는 것이죠.
이것은 실재론 VS 반실재론, 지칭론 VS 관념론, 객관주의 VS 상대주의, 환원주의 VS 비환원주의의 문제입니다.
퍼트남은 H2O가 물의 본질이라고 말합니다. 이것은 "남자라는 단어의 의미는 XY염색체를 가진 생물체를 지칭한다"와 같은 말입니다.
그러나 반대편에서는 "'남자라는 단어의 의미는 XY염색체를 가진 생물체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다. '남자'라는 단어의 의미는 사람들이 살면서 만들어낸 '남자'에 대한 심리상태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입니다. 세상 모든 남자를 XY염색체로 환원할 수도 없을 뿐더러, 염색체에 대한 지식이 하나도 없는 오지의 부족도 '남자'라는 단어를 무리 없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거기다 모든 사람들은 '남자'에 대해 각각 다르게 인식하고 있고요. 또 어떤 맥락에서 발화하느냐에 따라서 '남자'의 의미는 계속해서 변화합니다. "집은 당연히 남자가 사와야지!..."라고 할 때에 발화자에게 '남성의 XY염색체"는 어떤 고려 대상도 아닌 것입니다.
문제는 그런 '남자에 대한 심리상태'가 본질적으로 XY 염색체에서 기인하는지(즉 의미는 외부세계와 연관이 있는지), 아니면 순전히 관념적인 문제인지(세계와 무관하게 인간의 머리속에만 있는지) 입니다. 본문은 그런 논쟁의 일환이고, 이러한 논쟁이 화학과 물리학을 침범할 여지는 거의 없습니다. 다만 철학이나 언어학에 관심이 있는 화학자들과 물리학자들에게 '단어의 의미란 무엇일까?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물은 정말로 H2O만을 의미하는 것일까?'하고 생각해볼만한 여지는 주겠지요.
켈로그김
13/08/16 14:48
수정 아이콘
제가 본문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느꼈던 부분도 그런 부분입니다.
이해한걸 간단히 표현하면,

"물은 고유명사다 vs 관념적인 대상으로서의 물" 정도의 대립이라고 보고,
저는 객관주의자의 입장에 동감을 하게 되는거겠네요.
관념론에 대해서 평소에 별 생각이 없는데.. 이 경우엔 관념론에 대립하는 입장이겠고요.

하나의 단어가 갖는 속성은 무수히 많고,
특히나 물질의 물리.화학적인 특성은 그 자체라기 보다도 상호작용하는 대상, 계의 물리.화학적 환경과 큰 연관이 있기에,
나타나는 현상을 두고 관념화한다는 것 자체가 저는 오류의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라고 해도, 생각을 해 볼만한 여지가 있다는 데는 동의합니다.
동시에, 관념이 실제를 침범하여선 안된다는게 입장이지요.
말씀대로 그러한 논쟁이 화학과 물리학을 침범할 여지가 거의 없겠지만서도
(위에 제가 예를 들었지만, 사실 "아세트 살리실산과 이부프로펜은 다르다 OK?" 하면 끝나는 일이지요.)
"물" 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특이한 위치 때문인지 (체감되는 관념이 선행하였고, 물리.화학적 정의가 나중에 붙은)
관념과 실제의 경계를 오가는 발언, 책자가 눈에 띄더라고요.

사실, 본문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이게 아니었는데 제가 대충 읽고 뻘플을 단 감이 있습니다 -_-;

"당구, 어떻게 하면 120의 벽을 깨고 200으로 올라갈까?" 라는 주제의 글에
"300이하 마세이 금지에요~" 라는 리플을 단 모양이 된 것 같아요.
개망이
13/08/16 15:08
수정 아이콘
'물은 고유명사다 VS 관념적인 대상으로서의 물'이라기보다는,
물은 인간의 체험과 상관없이 독자적 본질을 가진 외부 세계의 사물이다 VS 모든 것은 인간의 체험에 의해 의미를 부여받는다.
로 시작해서
'물이라는 고유명사는 H 2개, O 1개를 의미한다 VS 물이라는 고유명사는 물에 대한 사람들의 심상을 의미한다'로 발전한 논의입니다.
우려하시는대로 관념이 실제를 침범한 게 아니에요. 물의 화학식과 분자구조에 대한 침범이 아니라 '물'이라는 일상언어에 대한 논쟁입니다. 아무리 극단적인 회의주의자라도 물리학이나 화학을 배우는 아이들에게 "H2O는 물이 아니다"라고 가르칠 것을 주장하지는 않으니까요.
이것은 '물과 H2O'의 특수한 사례가 아니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단어에 다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또한 하나의 단어가 갖는 의미는 무수히 많다는 점이, 의미는 고정되어있다는 객관주의를 공격하는 주된 논지입니다. '물'이라는 단어가 가지고 있는 의미는 무수히 많으니까 '물이라는 단어의 의미=H2O'로 고정될 수가 없죠. 물론 화학, 물리학이라는 언어 게임 안에서는 물이 곧 H2O지만요. 여기까지 침범하는 것은 아닙니다.
켈로그김
13/08/16 15:20
수정 아이콘
화학식과 분자구조는 어떤 주장으로도 침범이 될 수 없죠. 그건 논외입니다 애초에.

다만, '물'이라는 일상언어는 침범이 가능하다는 것을 "물은 답을 알고있다" 가 보여주었다고 생각하고요.
H2O는 '물' 이 되기 위한 조건일 뿐, 다른 조건을 클리어하지 못하면 '증류수' 같은건 물이 아니라는 식이니까요.
모든 단어에 다 해당될 수 있지만, 대부분의 다른 '물질'에 있어서 논의는 간단합니다. (그거는 그거에요. 끝.)
관념이 차지하는 비중이 물과 같지가 않다고 봅니다.
(그나마 가장 비슷하게 댈 수 있는건 "쇠" 정도 되겠네요.)

제가 말한 "고유명사" 는 개망이님이 말씀하신 "인간의 체험이나 심상과 관계 없다"는 의미를 포함하는 것을 의도했습니다.
제 표현이 관념적이라서 굳이 부연설명을 하시게 한건가..
관념적 대상이라는 말은 당연히 그 관념을 가진 사람의 체험, 인지에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였고요.

물의 독자적 본질은 H2O를 의미하는데, 그 분자식/구조식으로 물이라는 군집이 갖는 고분자적 특징조차 설명할 수 있습니다.
측정 가능한 심상이라면 그 역시 물의 독자적 본질에 포함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다는게 제 입장이지요.

물은 일상언어이지만, 동시에 특정 분자를 나타내는 분자명이기도 하기에
이를 혼용하고 혼동하는 경우가 제 입장에서는 보인다는 말이었습니다.
개망이
13/08/16 15:32
수정 아이콘
물이라는 일상언어는 침범이 가능하다는 것을 '물은 답을 알고 있다'가 보여주었다고 생각하신다니 무슨 말씀이신지 감이 안옵니다. 물이라는 일상언어에 뭘 침범했다는 건가요. 그냥 일상언어의 의미에 대한 고찰입니다. 본문의 논쟁은 물은 답을 알고 있다나 허현회씨의 희한한 말이랑은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물은 답을 알고 있다는 유사과학, 사이비이지 언어철학적 논쟁이 아니잖아요. 그건 과학VS유사과학의 싸움인데 여기에 끌어오시면 안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고유명사'는 '인간의 체험이나 심상과 관계 없다'는 뜻으로 사용되는 명칭이 아닙니다. 그래서 사실 이해를 잘 못했습니다.
켈로그김
13/08/16 16:05
수정 아이콘
다시 한 번 제 입장을 말씀드리면,
"물" 이라는 단어 자체가 갖는 두가지 층위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있고,
그 혼동의 정도는 다른 물리,화학으로 대표되는 학술적인 의미 - 관념적 의미에 비하여 그 정도가 심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예가 있다. 입니다.
그리고 본문의 주된 논지는 그게 아니었기에 제가 본문을 제대로 읽지 않았다고 한 것이고요.


물이라는 일상언어가 뭘 침범했다가 아니라,
물이라는 일상언어가 갖는 보편적인 심상을 왜곡하는 경우가 많고, 잘 먹힌다는 겁니다.
침범하는 주체가 아니라, 침범 당하는 대상이지요.
그리고 그 왜곡엔 학술적인 내용이 상당히 많이 들어갑니다. 선별된 디테일함은 왜곡의 효율을 높여주지요.
그렇게 하기에 "물" 이라는 단어가 갖는 동음이의적 속성은 상당히 매력적이라고 봅니다.


굳이 물은 알고있다나 허현회씨가 아니라도 육각수니 4도씨니 증류수에 대한 오해까지,
물 자체가 갖는 수 많은 특성이나 심상 중 일부만을 선별하여 그 것이 물이 가져야 할 온당한 요소인양
포장하는 경우는 많습니다.

그러니까.. 허현회씨나 물은 답을 알고있다<- 이걸 리플로 굳이 언급할 글이 아니었는데 뻘플이라는 말을 한거였고,
괜히 꺼낸 김에 그런 현상들에 대한 내 입장은 이렇다는걸 말하는 거였습니다.
본문을 거기다 싸잡아 묶어서 가치없다고 하는게 아닙니다.

그리고 '고유명사' 라는걸 어떤 이미지로 사용하였냐면,
"카라의 구하라" 와 "우리 하라 하악하악" 의 차이 정도로..
건조하게 일컫는다는 늬앙스로 떠오른게 고유명사였습니다.
말씀대로 인간의 체엄이나 심상과 관계 없다는 의미로 사용되지는 않지요.
그 의미를 축약해서 잘 나타낼 수 있는 정확한 단어는 뭐가 있을까요?

저는 "뻘플이지만, 본문에 잠시 언급된 허모씨를 보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는 말을 하는데,
개망이님은 "본문은 그렇지 않다" 는 말씀을 하시는 것 같습니다.
아마도 제가 중간에 단 리플이 혼동을 드렸나 보네요.

사이비가 개입한 관념이 과학으로 역류되는(?) 것은 좋지 않다 -> 본문과 관계없는 뻘플.
본문에서 언급하는 철학적 탐구는 과학적 정의와 상관없이 의미있다 -> 뻘플고백플에서 인정.
뭐.. 이정도로 정리할께요.
후후하하하
13/08/16 18:11
수정 아이콘
하나의 단어가 갖는 속성이 무수히 많다면, 단어의 사전적 정의가 불필요하겠죠. '다시 말해 국어사전이 필요없다는 이야기'
그 속성이 무수히 많은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그 관점을 명확히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화학적인 관점에서 보면 물은 H2O이고, 생물학적인 관점에서 우리 몸은 70%의 물을 필요로 하고, 물리적 관점에서 물은 4도씨에서 가장 작은 부피를 차지하죠.
물이 4도씨에서 가장 작더라도 물은 H2O이고 어떤 존재에 70%를 필요로 한다고 해도 물은 H2O이죠.
'물은 어떤 화학원소로 구성되어 있나'라고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H2O 하나입니다.
모든 시각은 존중받아야 한다는 진보의 논리가 쉽게 정의 내릴수 없는 이유는, 그 관점을 명확히 하지 않아서입니다.
어떤 사람이 물을 볼때 갈증을 느끼는 이유는 몸속의 수분이 부족하다고 인체가 인지해서이고, 물을 볼때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과거의 물에 대하여 괴로웠던 기억 때문일겁니다.
'애초에 모든 시각은 존중받아야하고 정의(평가)내릴 수 없다라고 하는 명제'가 그 관점을 명확히 하지 못하게 하는 오류를 발생시키므로 그 명제를 통해 결론을 도출하려고 한다면 순환오류에 빠지게 될겁니다.
켈로그김
13/08/16 18:29
수정 아이콘
으음?
물의 속성이 무수히 많다는 말은 보는 관점에 따라 그렇다는 의미가 아니라,
주변의 환경에 따라 물성 자체가 다양하게 변한다는 말입니다.

보는 시각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진보논리는 더더욱 상관이 없고요.

제가 물질의 속성이 다양함을 말 한 것은,
그 중 일부의 속성을 마케팅 포인트로 활용하는 일종의 사이비스러움에 대한 반대일 뿐이지
(그리고 이 부분은 본문과 관계없는 뻘플이라서 이걸로 계속 리플이 달리는게 본문 작성자님께 참 죄송스럽네요..)
다양성과는 1%도 상관이 없습니다.

구체적으로 말씀을 드리자면,
물은 물질을 잘 녹인다 (x) -> 용질의 극성에 따라 다르다.
물은 전기가 잘 통한다 or 안 통한다 (x) -> 녹아있는 전해질의 종류와 양, 심지어 온도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진다.
이런 의미로 속성이 다양하다는 말을 한거죠.
후후하하하
13/08/16 19:21
수정 아이콘
관점이라는 말은 조건이라는 말도 됩니다.
일반적인 환경에서 화학지식만을 이용한다는 조건하에 표현한 물은 H2O이다.
물은 전기가 잘 통한다 or 안 통한다 (x) -> 녹아있는 전해질의 종류와 양, 심지어 온도에 따라 그 양이 달라진다.
교과서도 항상 나오듯이 논란을 줄이기 위해 어떤 물질의 상태를 나타낼때는 항상 조건이 따라 붙습니다.
1L, 1hpa, 상온15도, 불순물 존재하지 않음. 이러한 조건일때 물은 이 정도의 전도율을 보인다.
조건은 그 대상을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관점이 되겠죠.
어떤 대상이나 주장에 대해서 정의내리려고 할때 이견이 생긴다면 그것은 세부적인 조건을 규정하지 않아서이고 모든 조건이 규정된다면 논란은 해결될 수 있습니다.
켈로그김
13/08/16 19:41
수정 아이콘
그렇죠.
스타트
13/08/16 12:56
수정 아이콘
사실 허현회씨의 말은 그냥 막던졌던거 같은데 파이아되는 느낌?
13/08/16 13:40
수정 아이콘
그랬을거 같네요. 허씨가 생각이 깊었다면, 다른 말 같지도 않은 주장을 하진 않았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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