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언어적 접근성이 문제가 있기 때문에, 서양권 선수들이 종종 친숙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에 비해 중화권 선수들은 국내 팬들에게 가끔 국제대회에서 만났을때 단지 쳐부셔야 할 빌런 같은 이미지들 뿐이고, 세세한 이야기라던가 그런건 덜 알려진 편입니다. 혹은 다소 좀 과장되고 좀 치우친 이미지로 전해진다던가 하고.
LPL에서는 며칠 전 MLXG 선수가 은퇴했습니다. 'RNG' 하면 국내팬들 절대다수에게 있어서는 그냥 '우지 팀' 이미지일텐데, 사실 이 RNG 팀에서 MLXG는 국내팬들이 상상하는 이상으로 인기가 있던 선수였습니다. 우지와 완전 동급까지는 아니더라도, '우지와 아이들' 정도는 절대 아니고, 쓰리핏 레이커스 시절에 샤킬 오닐이 우지라면 MLXG가 코비 정도의 입지라고 할까요?
MLXG는 LPL 씬의 정말 큰 스타였고, 바이두나 웨이보 같은 곳에서는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도 MLXG의 선수 커리어 마감과 새 출발에 대해서 박수를 치며 격려하는 관계자들의 발언이나, MLXG의 커리어를 회상하는 팬들의 글이 끊이질 않습니다. 성깔 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에, 과격하지만 승리에 대한 열정에, 이기고 나서는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는 모습, 여기에 보는 사람들의 혼을 빼버릴 정도로 상상을 초월하는 공격적인 플레이로 수많은 팬들을 매료시켰던 선수고, 타 지역보다도 공격적인 플레이로 유명한 중국 내에서도 MLXG의 스타일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정글러는 없었다." 라고 할 정도입니다.
LPL 해설진들의 MLXG 은퇴에 대한 소회와 축복들.
기실 17년 중반부터 18년 롤드컵까지, 국제무대를 휩쓴 LPL 팀들의 '공격성' 에 대해서 말이 많았는데, 그 중심에 있었던 게 MLXG고, 이 MLXG의 플레이는 중국 기준으로도 "미쳤다" "대체 무슨 배짱으로 이렇게 하는거냐" 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가장 극단적인 선수였습니다. 때문에 반대로 그런 플레이로 성과를 내는 MLXG에 LPL 쪽 팬들이 열광했고, 해설자들도 직접 "LPL의 스타일을 대표하는 선수." 라는 식으로 이야기 할 정도로, 타 지역과는 리그의 개성을 보여주는 선수로서 사랑 받았습니다.
예전 인터뷰에서 한국 붉닭복음면을 좋아한다고 하기도 했던 MLXG.
MLXG의 은퇴 관련 다큐멘터리가 나오기도 했는데 MLXG를 부르짖는 팬들의 탄막 때문에 화면이 보이지도 않는 상태.
MLXG의 어록(?) 중에서 LPL에선 가장 유명한 말 중에 하나.
"블루 버프, 레드 버프, 드래곤, 바론, 내가 다 할게." EDG와의 스프링 결승을 앞두고 한 선언. 그리고 실제로 그대로 실현시키며 우승.
또 MLXG는 자기 스스로도 자신은 말이 많다고 할 정도로 쉴새없이 떠들어대는 빅 마우스였는데, 경기 준비를 하면서도 계속 이야기를 하고, 동료들과 이야기를 하고, 심판하고도 계속 대화를 하고, 급기야 나중에 심판이 "이봐, MLXG. 그만 말해. 경기 시작한다." 하고 경고를 하기도 했고,
심지어 경기중에 게임이 다 끝나지도 않았는데도 스스로 격정을 감주치 못해 "나이스!" 를 외치며 벌떡 일어났다가 경고를 받기도 하고,
상대가 경기 중에 레드 버프를 카정하자 "저 녀석들이 내 레드를 뻇어갔어! 아니, 20분 전에 내 레드를 먹은 녀석은 지금까지 우지 밖에 없었는데 말이야" 하고 우지도 빵 터뜨리게 하는등, 여러모로 팀 보이스에서도 RNG 팬덤에 소스를 제공하는 역할이기도 했습니다.
그런 MLXG가 은퇴했는데, 은퇴에 대해 국내에서는 불화 때문이다라는 식의 이야기도 있지만 일단은 루머로 봐야 하고, 가장 기본적으로는 MLXG 본인의 건강이 좋지 못했다고 합니다.
경기는 아니지만 자신의 개인방송 중에 위경련으로 구토를 하는 모습이 찍히기도 했고, 강도 높은 장시간 훈련을 하는데 허리 등도 견디기 힘든 상태였다고 하고, 심지어 중간중간 졸도하기도 했었다고 합니다. 여러모로 프로생활을 지속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듯 합니다. 물론, 엄청나게 승부욕이 강한 MLXG의 성격상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것도 영향이 있었을테구요.
RNG 멤버들 중 가장 MLXG와 오랫동안 시간을 보낸 샤오후의 예전 인터뷰
"그 친구와의 관계는 일종의 모자 관계 같은거죠. 그 친구는 늘 어린아이처럼 성질을 부리고, 내 일은 그걸 포용하는 거죠. 이젠 완전히 모자관계 같아요."
코어장전의 은퇴 축하 인사
"MLXG 선수가 은퇴를 하셨다고 들었는데, 자주 만났던... 자주 절 괴롭혔던 선수가 은퇴를 하신다고 들으니까 기분이 묘한데, 프로게이머에서 잘했던 만큼, 잘할거라고 생각합니다. 화이팅."
MLXG :
"모처럼 즐겁게 모였으니, 결국에는 헤어져야 한다. 강호는 넒고 멀지만, 언젠가 나중에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우지의 멘션 :
"힘 내라, 형제여."
MLXG의 해당 글은 중국 내에서 3만 5천개가 넘는 댓글과 무려 27만개가 넘는 추천을 받은 상태입니다. 여기에 대한 우지의 답변도 추천이 3만개가 넘구요.
프로게이머들의 닉네임은 각양각색이다. 게중애서도 "MLXG" 라는 닉네임은 더욱 신기하게 느껴졌다. 마치 고등학생 무리 중에 작은 아이가 하나 들어있는 듯이 말이다. Mlxg는 무엇인가? 바로 사천 음식의 이름이다.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먹거리고…
어떻게 보면 하나의 전설일 터이다. 후난 밑 지방의 작은 시골에서, 류시위라는 젊은이가 산골을 나와, 자신의 꿈을 위해 프로경기에 참가하고, 이로써 LPL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만약 한 글자로 이 소년을 표현하자면, 그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莽" 말고도, "辣" 라는 글자로도 샹궈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일 면에서 그는 LPL에서 가장 "辣" 한 정글러이다.
2014년, "寂寞、凋零" 라는 닉네임을 가진 정글러 선수의 명성이 갑자기 떠올랐는데, 그 선수는 경기에선 "Lonely" 라는 닉네임을 사용하였다. EP 에서 짧은 시간 활동 후 KING팀에 들어가 LPL에 참가하였다. 로얄이 다시 설립된 배경아래, 그는 RNG로 들어갔다. 몇 번의 닉네임 변경후엔, 결국 그가 가장 즐겨먹는 마라샹궈를 닉네임으로 정하게 되었다.
시즌 5가 시작 될 무렵, 수 많은 한국 선수들이 대규모로 LPL에 들어오게 되었다. 이는 LPL에 있어 전체적 경기 실력을 높여줬을 뿐만 아니라, LCK의 자랑인 "운영" 역시 들여오게 되었다. LPL은 이제 막 걸음마를 떼는 아이처럼, 단지 LCK의 방식을 따라가려 애를 썼을 뿐이고, 정글은 "운영" 이라는 두 글자만을 진리로 떠받들게 되었다.
하지만 샹궈는 달랐다.
만약 운영이라는 것이 개구리 찜, 토마토 탕으로 만든 훠궈라면, Mlxg는 바로 3개의 매운 고추를 넣은 볶음과도 같았다. 곧 이는 LPL정글러들에게 엄청난 고통을 호소하게 만들었다. 아마 모든 LPL 정글러들은 이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아니 저 녀석은 뭔데 자꾸 카정을 치는 거지?"
시즌7 국제 대회에서, 적은 체력의 자르반으로 전 시즌 우승팀의 세주아니를 따라가면서 아무 고민 없이 점멸을 썼을 때, 관중들은 그야말로 미친듯이 열광했고, "辣" 하게 LCK 정글러의 멘탈을 흔들었으며, 이 "육식형 정글러" 는 이때 부터 명성을 얻게 되었다.
당연히도, 많은 선수들이 샹궈 선수의 정글에서 이득을 보려했으나, 대부분 난감한 지경에 처해졌을 뿐이다 SS 정글러 Sofm 선수는 종종 팀원들과 함께 샹궈선수의 정글을 카운터 치려 했으나, 결국은 샹궈가 우세를 가져오면서, 방어도 안정적으로 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는 감히 적의 탐켄치가 철통같이 보호하고 있는데도 점멸과 용의 일격으로 경기를 끝내버릴 용기를 보여주었고,
그는 감히 적의 네 사람이 겹겹이 둘러쌓인 웅덩이에서 용을 빼앗을 자신이 있었고,
그는 감히 세주아니에게 치명적인 위협을 받고있으면서도, 물러서지 않고 맞서 싸울 자신이 있었다. 그는 정글을 터뜨리면서 1-4의 상황에서 한타를 열어 승부를 내었다.
어떤 답도 찾아볼 수 없을 때... 그가 바로 Mlxg였다. 바로 "내가 다할게" 라는 세계적 정글러. "0-8 이건 뭐건, 내가 보여줄게."
2016년 스프링 시즌, 완전히 바뀐 RNG가 LPL에 모습을 드러내었다.
당시 Mlxg는, 우승을 차지하며 "시즌 최고의 정글러" 로 거듭났다. 2106년 RNG의 플레이 스타일은 정글을 통해 스노우볼을 굴리는 것이였다. 하지만 RNG는 곧 새로운 에이스를 영입한다. 그는 바로 ---- 우지.
이 두명은 둘 다 혈기왕성한 소년이었다. 초반엔, 모두들 이 “辣”한 샹궈와 성질이 좀 안 좋은 뚱땡이가 상극일거라 생각했다. 샹궈는 경기에서 "直肠子(재는 거 없이 솔직하게 다 말하는 사람)" 이었고, 모든 상황이 발생하면 그대로 필터링 하지않고 말해버렸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오히려 가끔씩 팀원들이 탈바꿈하게 도와주었다. 아시아 게임에서는 샹궈가 분노에 못이겨 "내가 지켜줘? 아님 뭐 어쩔까? 그렇게 쳐다보는 건 뭔 뜻이야?" 라는 소리를 쳤고, 그 후로 오히려 샹궈는 미드를 풀어 우세를 가져왔다. 그는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팀원들에게 피드백을 해주며 문제점을 고쳐나갔다. 이리하여 힘들게 아시안 게임의 우승을 가져올 수 있었다.
샹궈 선수와 우지 선수가 "서로 싸웠다" 라는 루머가 있었는데, 사실 이 두 명은 게임 내에서는 치열하게 논쟁했지만, 끝난 후에는 굉장히 친하게 지냈다고 한다. 스프링 시즌 우승할 당시에는 mlxg가 오히려 우지보다 더 기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뚱땡이 녀석이 LPL에서 그토록 고전하면서 얻은 첫 우승컵인데 말이다. MLXG는 "우지컵! 우지컵!" 이라 외쳤다.
몇 년을 돌아보니, 샹궈에게 있어서 이것이야말로 바로 프로경기가 가진 순수 매력이며, “辣”한 성격으로 경기 중에 바로바로 피드백하는 것은 오히려 팀원들과 기쁨을 나눌 수 있었던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는 "20분이 되기 전에 우지가 내 레드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딱 내가 어렸을 때 가장 좋은 물건을 친구에게 나눠 주는 것과 같은 느낌이다." 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우지와 함께 자신이 즐겨먹는 훠거를 먹으라 가서, 둘이 좋아하는 음식을 먹을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한다.
이렇게 “辣”한 샹궈가 아니라면, 다른 어떤 선수가 소위 말하는 "비밀병기"가 되고 싶어 할지 생각나질 않는다.
경기장에서 경기를 벌이는 것은 모든 선수가 추구하는 것이다. 우승은 당연하고. 시즌7이 끝나고, SKT에게서 2경기나 MVP를 가져온 샹궈는 올스타전에 참가했고, LPL에게 세계적 우승을 또 한번 가져왔다. 모든 사람들은 그의 자르반이 카사 선수를 추격 하는데 맵을 반이나 따라간 것을 잊지 못했다. 그리고 그 다음 시즌엔, 카사가 그의 팀원이 되었고, 그를 벤치에 앉혔다.
"대체선수" 라는 말이 듣기에는 좋아 보인다. 하지만 이 "서브선수" 가 된 뒤로, MLXG는 출전횟수가 점점 줄었지만 오히려 그의 부담감은 계속 커져만 갔다. 그는 결승전 RNG의 마지막 희망이였고, 그가있기에 , 카사는 그가 있기에 자유롭게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팬분들도 진정제를 먹은 듯 편안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카사만을 RNG의 구세주라고 생각하게 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스크린 뒤에서 지켜보고 있는 "한 걸음씩 정상에 오른 노장 정글러" 를 잊고 있다.
아마 오래되었을 수도 있지만, 그는 RNG의 마지막 패이며, 포기할 순 없었다. 손대영 코치는 샹궈를 이렇게 평가했다
"그 친구는 장난이 매우 심하고, 성질도 급하지만, 중요한 때가 되면 분명히 나설 것이다."
EDG의 포인트 경기에서 그는 환상적인 녹턴으로 RNG가 스프링 시즌에서 우승하는데 기여했다. 서머시즌 IG와의 결승전에선, 샹궈는 오랫동안 출전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역전을 보여줬다. 카사는 그 모습을 보고 경기장 위에서 소리 없이 울었고, 샹궈는 웃으면서 카사의 머리를 쓰다듬어주었으며, 두 사람은 같이 우승컵을 쥐어들었다.
시즌7 SKT에게 패배할 적, MLXG는 "미안하다." 며 그저 모든 책임을 자신이 짊었다. 그리고 시즌8의 우승 실패가 MLXG와 경기장의 마지막이었다.
MLXG는 개인 방송에서도 은퇴후에 생활을 상상했던 적이 있다.
"꼬치집을 하나 열어서 게임도 좀 하고, 차도 좀 사고...."
평범하게, 마치 그렇게 “辣”하지는 않게, 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구미가 당기는 그럴듯한 이야기.. 방송을 하며 MLXG는 예민한 발언도 좀 사라졌고, 트롤러를 봐도 그냥 웃어넘겼다. 하지만 팀원에게 트롤 짓을 하는 사람을 볼 적엔 “저 자식 무조건 한번은 죽여야된다” 라고 말한다.
MSI 결승전에서 한번도 출전하지 않고 우승컵을 쥐면서 샹궈는 아이처럼 웃었다. 2016년에 우승했던 것처럼, 피시방에서 펜타킬을 달성했던 그 시절의 소년처럼....
전설은 이제 끝인 것일까. MLXG가 최근에 찍은 광고에서 "뭘 두려워해? 그냥 들이대면 되지."라는 말이 나왔다.
그리고 우리는, 그 단 하나 뿐인 "辣" 한 그 정글러를 항상 그리워 한다.
현지에서 SNG 등에서 RNG 팬들에 계속 보면서 아련해하는 사진. 밍, 우지, 렛미, 카사, 샤오후, MLXG까지. RNG 팬들이 가장 사랑하던 6명의 조합으로 팀이 있었을 적.
MLXG는 앞서 은퇴하며서 남긴글에 다음과 같은 글을 또 남겼습니다.
"형제들과 이 인생의 여정을 같이 통과한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고, 이 역에서는 제가 먼저 내리겠습니다. 형제들이여, 화이팅. RNG, 화이팅."
MLXG의 베스트 10 플레이.
롤드컵 우승을 경험했다거나, 혹은 이야기가 친숙한 국내 선수는 아니지만, 중국 내에서는 이 선수의 은퇴를 가리켜 "한 시대가 끝났다." 는 말도 할 말큼 존재감이 컸던 선수에다, 특유의 스타일이 워낙에 강렬한 선수라 글을 남겨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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