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와이프가 저 출장 간 사이 친구를 만나 술 한 잔 하고 자정 즈음에 지하철 역 인근에서 우리 집까지 걸어오는 길에 웬 괴한이 따라 붙어 엘리베이터까지 따라와 실랑이(부축해주겠다며 수차례 강제로 포옹하려는 걸 와이프가 계속 거절하며 밀어냈습니다.)를 한 후 와이프가 경찰에 신고를 한 상태입니다.

역에서 우리 집까지는 걸어서 10분 정도고요, 우리 집은 아파트 대단지 내 고층입니다. 아마 집에 걸어들어가는 도중에 피의자가 와이프를 보고 중간에 따라 붙은 듯 합니다.
현재 경찰에서 피의자를 소환하여 심문한 상태인데, 뭐 그 쪽에서는 보아하니 아가씨가 술취한 것 같아 걱정되어 집에까지 바래다 주려고 한 것이다라며 혐의를 부인하고 있습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죠.
우리 아파트 단지가 꽤 넓어 거주민 외 출입이 거의 없는 형태고요,
더구나 아파트 엘리베이터로 접근하려면 비밀번호를 입력해서 우리 동 현관출입문을 통과해야 하는데,
본인이 살지도 않는 아파트 단지까지 따라 붙고, 비밀번호 입력할 때도 뒤에서 지켜보다 엘리베이터를 함께 타서 우리 집 해당 층까지 따라 왔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누군지도 모르는 아가씨가 술 좀 먹은 것 같아도 멀쩡하게 걸어서 집에 가고 있는 걸 걱정돼서 데려다 주겠다는 것도 이해가 안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현관에서 비밀번호 입력하고 들어가면 이제 집에 잘 들어갔구나하고 돌아가는 게 상식적이죠. 정황상 말도 안되는 변명입니다. 분명히 다른 의도가 있으니 본인이 살지도 않는 아파트까지 따라붙어 엘리베이터까지 같이 탄거죠.

경찰에서는 국선변호사를 선임해서 진행해보라 안내하는데 여기서 제가 궁금한 것은,

1. 국선변호사는 어떻게 선임하나요? 연락처라든지, 무작정 인터넷에서 국선변호사 검색해서 전화하면 되는 건가요?

2. 사실 이게 더 고민되는 포인트인데, 이걸 변호사까지 선임해서 끝까지 밀어붙이는 게 나을까요? 사실 정황을 보면 저 놈이 스토킹이라든지, 제 와이프를 특정하여 노린 것은 아니고 그냥 그 날 재수가 없게 눈에 띄어서 우발적으로 저런 짓을 한 것 같으니 이대로 덮고 넘어가면 추가적인 피해는 없을 것 같습니다. 반면 끝까지 밀어붙여서 처벌을 시키면 오히려 앙심을 품고 보복을 노린다든지 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아시다시키 피의자가 우리 거주지를 알고 있는 상황에다, 우리 아파트는 아니지만 같은 동네 거주민인 듯 합니다. 여러분들 같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더러워서 피한다는 생각처럼 그냥 넘어가는 게 현실적으로 현명한 선택일는지, 아니면 끝까지 밀어붙여서 사법 정의를 실현시켜야할는지. 사실상 성추행을 넘어서는 물리적인 피해가 발생하지는 않아 기껏해야 훈방이나 벌금형, 그리고 전과 덮어씌우는 이상의 처벌은 없을 것 같은데, 이거 괜히 보복만 부르게 되는 건가 싶기도 해서요.

3. 경찰과 통화를 해보니 혐의가 확정되지 않아 그런지 모르겠는데 피의자 인적사항에 대해서 잘 알려주지를 않습니다. 그런데 우리 입장에서는 그 자가 같은 동네 거주자라고 생각하고 있는 이상 다시 마주칠 일이 없도록 피하고 싶지 않겠습니까? 운이 좋아 성추행으로 그쳤지 정황상으로 그 놈이 노린 것은 그 이상인 것으로 판단되는데, 그러한 인간이 같은 동네에 있으면서 지금 어디서 뭘하고 있는지, 마주치지 않으려면 어디를 피해 다녀야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 너무 불안합니다. 이거 경찰이 피의자 신상정보를 신고자에게 오픈하지 않는 게 맞는 건가요? 아니면 강력하게 경찰에게 신상정보 공개를 요구해야 할까요?

요새 체감상 강력범죄가 늘어가는 추세에 다른 사람도 아닌 제 와아프가 이런 일을 겪고 나니 너무 불안하네요.
앞으로 밤늦게 집에 혼자 오는 상황이면 무조건 저한테 전화해서 데릴러 오라 얘기할 해두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상황이 저 정도에서 마무리된 게 그나마 다행이다라는 생각도 들고요. 앞으로 더 조심해서 가족들 챙겨야겠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