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는 스포일러 자제하며 못 보신 분들을 위한 소개글을 적었고,
오늘은 드라마를 보신 분들과 함께하고자 수다를 떠는 글을 적습니다.
드라마 시즌 1 정주행(1.2배속)
원작 소설 1권(총 6권짜리) 완독
각종 리뷰 글 검색 후 탐독
다시 드라마 시즌 1 정주행(1.3배속)
원작 소설 2권 읽는 중...
저는 여지껏 원작 소설을 각색해서 드라마로 나온 작품들 중 만족할만한 작품이 없었습니다.
드라마의 어설픈 설정 짤라먹기와 어설픈 연출이 답답해 원작 소설 홍보영상 정도로 취급했었죠.
그런데, 이번에 경여년 시즌 1을 2번 정주행한 결과
처음으로 드라마쪽 작가와 연출진에 찬사를 보내며 드라마쪽에 대만족을 하는 경험을 갖게 되었네요.
소설의 인물들 등장을 보면 전대물 또는 횡스크롤 rpg 연출을 보는 느낌이 강하게 들더군요.
(갑자기 나타나 자기 순서 지키며 차례대로 등장하는 캐릭터들)
왠지 주인공을 거슬리게 하는 녀석이 등장.
한참 거슬리게 하던 녀석을 사이다 먹이니
새로운 장소와 새로운 거슬리는 녀석이 해금됨.
한참 거슬리게 하더니 결국엔 처리됨
(피아식별 후 아군 될 녀석은 갱생시키고, 적이 될 녀석은 살생부에 마일리지 적립)
또 새로운 에피소드가 해금되며
새로운 인물이 등장해 피아식별을 요청함.
소설은 주인공 시점이 대부분이다보니
문제 해결과정이 반복적이고 단순해져 가는 느낌을 받아가는데,
드라마쪽은 각색과 연출의 승리라 할 정도로 흥미진진한 상황을 만들더군요.
순서대로 해금되던 소설의 이야기 전개방식을 각색해서
초반부터 훗날 등장할 캐릭터까지 한꺼번에 다 보여주고
애매한 모습으로 주인공 주변에 어슬렁 거리며
피아식별을 어렵게 만들고, 제3자들의 독백을 넣어
매번 시청자를 긴장시키는데.....
원작에 없던 설정까지 이것저것 집어넣으면서도
나비효과처럼 큰 복선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연출에
경여년 제작팀과 작가진에게 탄복하개 되었습니다.
---------- 여기서부타 스포 경고 ----------
극초반 담주에서...
싸대기!
'패도진기(사나운 기운)'에 대한 설명이 누락되어
초반 류씨(범씨 집안 후부인, 범사철의 생모)가 보낸 집사의 뺨을 쳐서 날려버리는 장면은
소설에서는 이 내공의 위력을 보여주는데 5~6살 짜리 아이가
팔만 휘둘러서 성인 남성을 날려버리는...
드래곤볼의 손오공이 치치를 날려버린 연출이 떠올랐는데,.
드라마는 과장된 개그씬을 보는 듯 했습니다.
(소설이라고 소개하며 작품이 시작되더니, 무협지 같은 연출.. 그리고 다소 과격한 개그씬까지...
사전 정보 없이 보던 사람들에게는 매우 신선한 충격을 줬을 거 같은 드라마 제작팀의 연출!)
이후 비개와의 연출 덕분에 이 개그씬은 더욱 탄력을 받아서..
이 작품이 얼마나 코믹한 부분이 많은지도 깨닫게 되었네요.
(추리물 - 누가 주인공을 위협하는가?,
코미디물 - 생각지도 못한 어린 범한과 비개 사이에 벌어지는 과장된 연출의 재미,
무협물 - 초반부터 오죽이 보여주는 경공술과 독살에 대해 방비하는 주인공의 처지를 보며
추리물, 코미디물 이미지로 산만해지지 않게 분위기를 잡아주는 무협물 이미지)
소설에서 주인공이 패도진기를 운용하는 부분이 드라마 초반부에서는 누락되어있어
주인공이 패도진기를 쓸 때마다 개그컷이 남발된다. 뺨 때리기, 비개 기절시키기, 뜬금없이 관짝 파괴!
어머니가 남긴 비급으로 오죽과의 대화에서 살짝 연출되던 이 '패도진기'는
개그컷으로 대체되다가(왠 꼬맹이가 힘이 이리 쎄!)
나중에 8품 고수 장 어쩌고를 상대할 때 또 뜬금없이 등장한다.
(등재형의 위기상황에서 분노 폭발! 드래곤볼의 손오반을 보는 듯 했다.)
오죽(우쥬)
담주와 경주에서 나를 궁금하게 해주는 정체 불명의 아군 캐릭터 '오죽'
항상 눈을 가리고 있으며, 기척도 없고, 절제된 감정과 과묵한 언사.
늙지 않는 신체와 범한의 "사람 맞으세요? 늙지를 않네요?' 식의 대사로
많은 시청자들이 터미네이터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
범한(판시엔)
이 캐릭터의 이미지는 오죽 숙부와 함께 있을 때 컨셉이 보였다.
오죽 숙부가 터미네이터의 이미지를 보여줄수록,
범한은 '사라 코너'의 아들 '존 코너'의 이미지가 강해진다.
터미네이터들에게는 제거 대상이자,
어떤 터미네이터에게는 보호의 대상이기도 한
존 코너의 무협판 캐릭터라고 할까...?
엽경미(예칭메이)
감사원에 쓴 글을 보는 순간
일본 소설 '십이국기'의 등장인물 경동국의 여왕 '경왕 요코'가 떠올랐다.
마침 작품의 배경이 되는 나라 이름이 '경국' 이다. (우연일까?)
요코와 엽경미가 남긴 말
대충 '한 사람 한 사람이 남을 섬기는 게 아닌,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되어
누군가에게 비굴하게 엎드리지 않고 자존감있게 잘 살아가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경왕이 된 요코는 이후로 암살에 죽을 뻔 했지만, 살아남았고,
선황이 죽고, 혼란에 빠진 경국에 유력한 다음 황제 후보들이 죽어나가며
예상외의 인물(현 황제 경제)과 함께 황제조차 건들기 어려운 여인이 된 엽경미는 암살 당해 죽었다는 차이가 있다.
경제 (경국 황제)
캐릭터도 캐릭터지만, 배우에 대한 이미지가 굉장히 강렬했다.
'초한지에서 한을 건국한 유방을 연기한 적이 있는 '진도명' 배우'
행동에 격식이 없어 한량 같으면서도 말 한마디, 사소한 몸짓 하나하나가
황궁 암투에 최적화된 배우의 연기 덕분에 드라마를 보면서 가장 인상깊게 본 캐릭터.
배우 그 자체가 캐릭터 그 자체인 듯한 느낌...
등재형
원작 소설에서는 정말 비중없는 무관1 정도의 캐릭터였는데,
드라마에서 정말 떡상했다.
이 각색으로 말미암아 저는 소설보다 드라마에 푹 빠지게 되었습니다.
별다른 긴장감없이(소설 1, 2권까지는...) 하는 일마다 순탄하게 흘러가는 듯한 소설 분위기와는 다르게
과장된 개그와 무협활극을 오가던 작품이 등재형이라는 캐릭터로 말미암아
주인공을 각성하게 만들고, 작품의 무게 중심을 잡아주게 되었죠.
잊을만하면, 주인공의 입에서 튀어나와 분위기를 바로잡아주는 캐릭터!
임완아 (린완알)
초반부 러브 코미디 분위기를 담당해주던 주인공의 첫사랑 아가씨.
앞의 등재형과 함께 절묘한 각색의 혜택을 받은 캐릭터로,
조금 과하게 닭다리 아가씨 찾기 스토리를 끌고 간 게 지루했지만,
그녀의 존재로 인해 주인공의 북제 파송 이야기가 무게감을 얻었다.
단, 원작 소설에서는 드라마처럼 혼인 과정이 어렵지 않았고,
생각보다 별 탈 없이 혼인했고, 첫날밤도 잘 치룬 거 같다.
드라마에서 범한은 아직 총각이고, 첫사랑 여인(임완아)을 포기할 수 없어
황제의 밀명을 받고, 북제에 포로교환 책임자로 파송가게 되며,
사리리, 해당 타타 같은 매력적인 여인들 앞에서도 주인공이 여색에 흔들리지 않게
붙잡아두는 이유가 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되는데,
소설에서는 수월하게 결혼했고, 범씨 집안에 시집가서 잘 지내고 있다.
그녀는 황제의 비공식 조카이기에 드라마와는 다르지만, 황실 사람들과 인맥이 없는 범한에게
황실 사람들과의 울타리 역할을 해주기도 하며, 나름 내조도 해주는 역할을 지니고 있다.
진평평 (천핑핑)
드라마에서 정말 인상깊은 카리스마를 보여주는 캐릭터.
소설에서는 주인공 시점에서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에 황제의 카리스마나 진평평의 카리스마 같은 걸
느끼기 정말 어려웠는데....
경제와 함께 작품의 분위기를 무게감있게 잘 잡아주는 주요 캐릭터 중 하나!
흔한 이세계 깽판물처럼 주인공이 겁대가리 없이 설치고 다니는대도
작품의 분위기가 산만해지지 않는 것은 이 인물의 비호가 있기 때문이고,
다른 한 편으로는 이 인물의 범한에 대한 바람이 이 작품을 애틋하게 해주기도 한다.
왕계년 (왕치니엔)
드라마에서 정말 기가막힌 조연 캐릭터.
(존재감 500% 떡상!!)
첫 등장부터 범상치 않은 사기꾼 역할을 하더니,
때로는 주인공 배신하는 녀석 같기도 하고, 때로는 주인공을 도와주는 녀석 같기도 하고...
이 놈의 정체성이 궁금해서 왕계년이 주인공 주변에 껄떡일 때마다
집중력을 확 올리게 되었다.
이 녀석 본색이 드러나는 거 지켜보려고....
기타 여러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지만, 가장 쉽게 떠오르는 인물 몇몇의 이미지를 적어봤네요.
무협물 스럽게 작품 속에는 무공을 지닌 인물들의 전투력 서열이 나오는데,
누가 어떻게 평가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5품 고수 - 일반 무관' 이라고 볼 수 있으며
감사원의 고수들은 대부분 7품 고수.(등재형과 초반부 범한이 이 수준)
신묘(천계?)와 인연이 닿은 자들이 개척한 소드마스터의 경지 '사대종사'들이 있으며
이들은 9품을 초월한 고수들로 전투력 측정이 되지 않는 존재들로 여겨진다.
모 작품의 '화경이니 현경이니.' 하는 무림 고수의 이미지와 비슷해보인다.
소설에서 묘사되기에는 동양쪽은 무협지 이미지라면, 서양쪽은 판타지 소설 이미지이다.
즉, 경국, 북제, 동이성, 서만국 등 작품의 배경이 되는 동양권에서는
소드마스터와 7~9품 고수들의 무협활극이 세상의 질서를 유지시키는 무력 집단이라면,
법술사라는 직책을 지닌 특이한 서양권 캐릭터들도 있다.
주문을 외우면 마법을 쓸 수 있는 캐릭터들인만큼, 9서클 대마법사 같은 애들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설정만 있을 뿐, 드라마에 등장할 일은 없어보인다.
이런 녀석이 있다면, 버프와 힐링을 담당하는 성직자들도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