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삶이란 나 아닌 그 누구에게 기꺼이 연탄 한 장 되는 것
(중략)
눈 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
시 <연탄 한 장>의 지은이를 나도현이라고 떠올릴 정도로 스타가 익숙한 아재입니다.
전화국에서 단말기를 빌려와서 접속하던 케텔시절부터 지금까지 약 30년 동안 여러 동호회와 커뮤니티에 발을 담갔고 지금도 피지알보다 더 오래된 곳에서도 활동을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곳은 피지알 이네요.
그만큼 오랜 기간 많은 분께 제 시야로는 담을 수 없는 많은 정보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활동이라 표현을 했지만 로긴조차 하지 않고 정보습득 이후에 창을 끄는 게 다반사인 보통의 유령회원입니다.
다만 언젠가부터 양질의 정보만 낼름 얻어가는 게 마음에 걸려서, 읽은 글에 대해서는 글값으로 추천을 지불하는 습관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피지알 내에서 유익하지도 않고 쓸모도 없는 통계를 발표할 날이 온다면, 한 해 동안 추천 버튼을 가장 많이 누르는 유저 리스트 Top 3 부문에 포함되려고 오늘도 노력 중입니다.
[2]유령회원이지만 오랜 기간 서식해온 결과 옛날에 비해서 바뀐 부분을 쉽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인구가 제법 늘어난 것 같더군요. 신작로에 굴러다니는 자동차 수(작성된 글, 조회 수, 댓글 수)를 세어만 봐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늘어난 만큼 크고 작은 교통사고도 늘어났고요.
그로 인해 현행 교통신호 체계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도 자주 눈에 띕니다.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매번 비슷한 양상이더군요.
처음에는 낯선 피지알시의 엄격한 교통신호 체계를 비판하는 사람이 주류를 이룹니다.
다음에는 이미 피지알시에서 주민세를 여러 번 납세한 적이 있는 사람이 중재하기 시작합니다.
적응하면 불편한 것도 없고 PGPD는 타 시에 비해 근무 조건이 매우 열악한 편임에도 성실히 책임을 다해주니까 시민으로서 지킬 것은 지키자 등등.
그리고 피지알시를 맴돌던 몇 명의 용기있는 유령들이 모처럼 결속해서 시의 편을 들어주게 되고
결국 수위를 넘어선 비판을 진행한 이주민과 20년 고찰 피지알을 지키던 주지스님 한 분이 각각 떠나가는 걸로 마무리됨으로써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지극히 평온한 일상을 맞이하게 됩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고 하던가요?
이는 다른 시에서 이미 사회적 문제가 되어버린 것처럼 피지알시에서도 전체 인구는 늘었지만 시의 재정은 오히려 나아지지 않는 상태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합니다.
쌓여있는 연탄재를 발로 차는 것을 단순히 놀이라고 치부하는 어그로에게 조금 더 강경한 PGPD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3]여러 커뮤니티에서는 물론 현실 세계에서도 있는 듯 없는 듯 존재하는 신분이지만, 유독 피지알에서만 불특정 상대로부터 가끔 감사하다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현실 세계에서도 가끔은 영어의 "thank u"에 해당하는 가벼운 뉘앙스의 감사의 인사를 듣곤 하지만 인사에 가까운 의미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크게 동요하진 않습니다.
그런데 무심코 클릭한 피지알의 글에서 그런 내용을 보게 되면 정말 기분이 째진다는 표현 외에는 설명이 불가능하네요.
제가 바로 몇 해 전 공모전을 통해 ppt21.com을 고안한 당사자입니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가끔씩 pgr의 우회 도메인 ppt21.com에 대해서 감사의 댓글이 달릴 때가 있네요.
간혹 ppt21의 의미를 물어보는 사람 외에는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ppt21.com의 탄생 비화를 소개하고 글을 마치겠습니다.
당시 회사에서 정부부처의 일을 입찰해서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사무실에서 편히 일을 진행하다가 잦은 회의와 여러 가지 불편함으로 인해 결국 그곳으로 출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곳 자리에서는 피지알으로의 접속이 불가능해져서 다른 우회 사이트로 연명하다가 결국 그것들도 막히게 되었었죠. (정말 귀신같이 우회사이트를 잘 잡아내더라고요.)
피지알에서도 그점을 인지하고 있었는지는 몰라도 공교롭게도 그무렵에 새로운 우회 사이트 공모전이 열렸었습니다.
여러가지 재미있는 이름이 많이 나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저는 오로지 간절함만 담아서 ppt21.com 이라는 주소를 만들게 되었고 결국 입상하게 되었습니다.
창 10개를 띄워놔도 전혀 의심사지 않을만한 도메인명을 추구했으며 글자 그대로 ppt의 스킬업을 도와주는 의미가 담긴 사이트명으로 보여지도록 꾸몄습니다만,
사실은 스타를 3:3팀플로 배웠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조합인 2플토+1테란 (PPT) 이라는 이스터에그가 담긴, 실상은 피지알의 원형을 훼손하지 않으려고 노력한 결과물입니다.
학생때부터 지금까지 여러번 공모전에 출품해서 당선된 적이 있지만 개인적으로 이력서에 가장 기재하고 싶은 한 줄입니다.
누군가에게 연탄이 되어서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 정말 몰랐으니깐요.
비록 그때와는 전혀 상관없는 길을 걷고 있어서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지금은 물론 앞으로도 공공기관이나 회사 내에서 피지알 접속이 금지된 분들께 강력히 ppt21.com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