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lpless. 해밀턴과 일라이자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과정을 묘사한 넘버. 독립 전쟁 중 군인들을 위해 열린 겨울 무도회에서 일라이자는 해밀턴을 보자마자 첫 눈에 반하고 말고, 이를 눈치챈 안젤리카는 일라이자를 해밀턴에게 소개시켜 주며 둘을 이어준다. 이윽고 둘은 연인으로 발전하고, 2주만에 일라이자는 결혼 허락을 맡기 위해 해밀턴을 아버지에게 소개시킨다. 가난하고 아무런 배경도 없는 해밀턴이었기에 일라이자는 불안해하지만, 의외로 아버지는 솔직해서 좋다며 해밀턴을 사위로 맞아들인다. 이윽고 해밀턴과 일라이자의 결혼식이 열리고, 앙상블들은 ‘뉴욕에선 모두가 새 사람이 될수 있어.’라는 구절을 반복하며 곡이 끝난다. 음악적으로는 비욘세의 Countdown을 오마주한 넘버이기도 하다.
순진한 사랑에 빠진 소녀에서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아내로, 그리고 남편의 유산의 수호자로. 일라이자 해밀턴
-초연 배우 : 필리파 수
해밀턴과 버가 극의 남주인공이라면, 일라이자 해밀턴은 이중적인 의미에서 극의 히로인입니다. 남주인공의 반려 역할로써의 히로인이기도 하고, ‘여주인공’으로써의 히로인이기도 하죠. 극 중 해밀턴의 평생의 반려자가 되는 일라이자 해밀턴은 언뜻 보면 수동적인 역할로 보이지만, 사실은 극중에서 버 못지 않게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인물입니다. 극 초반에는 또 다른 매력적인 히로인인 언니 안젤리카에 가려져 그 매력이 잘 드러나지 않지만 사랑에 빠진 소녀에서, 남편의 행복을 바라는 아내로, 그리고 남편의 이야기를 전하는 유산의 수호자로 거듭나는 그녀는 나약해 보이지만 해밀턴의 반려자로써 손색이 없는 행보를 보여줍니다.
극 중에서 일라이자의 가장 큰 캐릭터성을 꼽으라면 해밀턴에게 가족을 선물하고, 안식을 주며, 동시에 해밀턴이 자신을 되돌아보게 만드는 제동장치입니다. 작품 내에서 해밀턴이 보여주는 무모하리만치 저돌적인 태도는 극중에서 계속해서 설명되는 그의 유년시절과 관계가 있습니다. 사생아에, 창녀의 아들이었던 데다가, 그나마 자신에게 사랑을 주었던 어머니는 10살 때 죽었고, 그 후 자신의 보호자가 된 삼촌은 자살해 버린 상황에서 해밀턴에게 남은 건 가난 뿐이었습니다. 그래서 해밀턴은 자신의 재능을 비롯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아남으려고 노력했죠. 그런 해밀턴에게 가장 결핍되어 있는 요소는 ‘가족’이었고, 해밀턴 본인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해밀턴의 능력과 재능이 아닌 오로지 해밀턴이라는 한 ‘인간’만을 바라보고, 그와의 소박한 행복을 원하는 일라이자는 해밀턴의 가장 알맞은 반려자로 묘사됩니다.
그러나 역사에 이름을 남기고 싶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해밀턴과 해밀턴의 소박한 행복을 바라는 일라이자의 차이는 갈등의 씨앗이기도 합니다. 사실 이러한 갈등의 씨앗은 해밀턴과 일라이자가 막 사랑에 빠진 시점에서부터 묘사되기 시작하는데, 일라이자가 전쟁 중 워싱턴에게 호소해서 자신의 임신을 알리고, 그로 인해 해밀턴이 낙향한 뒤 일라이자는 해밀턴에게 가난해도, 명성을 얻지 못해도 상관없으니 그저 우리 둘만 있으면 된다고 속삭이지만 해밀턴은 그 말에 대답을 은근슬쩍 피합니다. 게다가 애초에 순수하게 해밀턴을 사랑했던 일라이자와는 달리, 해밀턴은 일라이자를 진심으로 사랑한 건 사실이지만 동시에 그녀가 스카일러 가문의 딸이었기에 그 가문의 후광을 업고자 접근했었죠.
-That Would Be Enough. 리 장군과 로렌스의 결투 건으로 인해 해밀턴은 워싱턴에게 심한 문책을 받고, 결국 워싱턴의 명에 따라 집으로 돌아가게 된다. 그리고 아내 일라이자의 임신 사실을 알게 된다. 알고 보니 일라이자는 워싱턴에게 해밀턴이 최소한 자신의 아들은 볼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하는 편지를 보냈었고, 워싱턴은 리 장군의 건을 핑계로 그 부탁을 들어준 것. 이에 해밀턴은 자신에게 말을 했어야 한다고 가볍게 화를 내지만, 일라이자는 사과하지 않겠다고 말하며 해밀턴에게 아들을 볼 기회는 있어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이에 해밀턴은 빈털터리나 다름없는 자신의 아내라도 괜찮냐고 묻지만, 일라이자는 자신에게는 해밀턴 하나면 충분하다고 말한다. 일라이자의 해밀턴에 대한 순애보를 느낄 수 있는 곡. 이런 아내를 둔 해밀턴은 2막에서....
결국 해밀턴은 자신의 재능으로 성공하고, 미국의 초대 재무장관까지 오르며 나라의 중요한 인물이 되지만 동시에 업무에 파묻혀 가정을 제대로 돌보지 못하게 됩니다. 아들인 필립의 존재가 해밀턴 부부를 이어주고 있긴 하지만, 이미 해밀턴은 집에 있는 날 보다는 집을 떠나 있는 날이 더 많은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해밀턴은 자신과도 절친한 언니 안젤리카가 잠깐 친정으로 돌아오니 며칠 정도 휴가를 내자는 제안조차 약속 당일날 파토를 내버리고, 오로지 자신이 꿈꾸는 이상에만 몰두하는 사람이 되어 버렸습니다.
-Take A Break. 미국의 재무장관이 된 해밀턴은 자신의 정책을 밀어붙이면서 제퍼슨과 메디슨의 반대를 이겨내기 위해 고심하며, 안젤리카와 서로 애정과 우정 사이의 그리움의 편지를 나눈다. 한 편, 해밀턴의 아들 필립은 어느덧 아홉 살이 되었고, 아버지의 시적 재능을 그대로 물려받아 해밀턴을 기쁘게 한다. 그리고 비트박스 퀸 일라이자.일라이자는 해밀턴에게 이번 여름에는 처가에 가서 쉬자고 권유하고, 안젤리카 역시 편지로 자신 역시 여름 동안 본가로 돌아갈 생각이라며 같이 쉬자고 권유한다. 그러나 해밀턴은 안젤리카가 돌아온 당일날, 제퍼슨과 메디슨에 맞서 의회에 자신의 정책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이유로 약속을 깨버리고, 이에 안젤리카와 일라이자는 우리와 함께 하자고 말리지만, 이미 해밀턴의 결심을 막을 수는 없다.
결국 해밀턴 부부의 이런 갈등은 파국으로 치닫습니다. 해밀턴은 처형과 아내와의 약속을 파토내고 업무에 몰두하면서, 극심한 외로움을 느끼고 남편이 자신에게 폭력을 휘두른다면서 접근한 마리아 레이놀즈에게 끌리기 시작하며 결국 마리아 레이놀즈와 외도를 저지르게 됩니다. 그리고 마리아 레이놀즈의 남편인 제임스 레이놀즈는 이 사실을 빌미로 해밀턴을 협박하기 시작하고, 결국 해밀턴은 협박에 굴복해 제임스 레이놀즈에게 돈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Say No To This. 자신의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매일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해밀턴에게 마리아 레이놀즈라는 여성이 접근한다. 마리아 레이놀즈는 자신이 폭력적인 남편에게 시달리고 있으니 도와달라고 하소연하고, 업무 때문에 심신이 지쳐 있던 해밀턴은 마리아에게 끌리기 시작하면서 결국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고 만다. 한편, 마리아 레이놀즈의 남편인 제임스 레이놀즈는 이를 빌미로 해밀턴을 협박하기 시작하고, 이에 해밀턴은 분노하며 마리아 레이놀즈를 추궁하지만 마리아 레이놀즈는 정말로 자신은 관련이 없다며 호소하고, 오히려 해밀턴을 유혹한다. 그리고 해밀턴은 또 다시 그 유혹에 넘어가고, 결국 해밀턴은 제임스 레이놀즈의 협박에 굴복해 제임스 레이놀즈에게 지속적으로 돈을 부치기 시작한다.
차라리 드러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해밀턴의 정치적 위치는 그러한 개인적 치부가 커다란 약점으로 엄습하는 자리였고 결국 해밀턴은 버가 주도한 제퍼슨 일파의 정치 공작 때문에 자신의 치부를 낱낱이 자신이 직접 쓴 글로 밝히기에 이릅니다. 이에 해밀턴은 완전히 정치적으로 끝장나게 되고, 심지어 안젤리카에게도 외면당합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보다도 일라이자가 느낀 충격과 배신감은 컸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일라이자는 이 세상의 그 누구보다도 해밀턴을 의심 없이 사랑해 온 사람이었으니. 결국 일라이자는 배신감에 몸서리치며 해밀턴과의 추억이 담긴 편지를 모조리 불태우고, 해밀턴과의 추억들을 다 잊겠다고 결심합니다. 거기다 설상가상으로 남편의 외도도 모자라 사랑하는 큰아들까지 갑자기 잃고 맙니다. 심지어 아들인 필립이 죽은 이유는 아버지의 명예를 위해 결투를 하다 사망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라이자의 해밀턴에 대한 분노는 갈수록 커져만 갔죠.
-Burn. 일라이자의 대표 넘버. 해밀턴의 외도를 해밀턴 본인이 직접 쓴 글로 알게 된 일라이자는 강한 배신감에 휩싸이고, 해밀턴과의 추억이 담긴 편지들을 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담담하게, 그러나 갈수록 슬픔과 분노에 휩싸이며 ‘너와의 추억들이 모조리 다 불타 사라졌으면 좋겠다.’며 해밀턴을 비난하고, 이윽고 편지에 불을 붙여 실제로 태워버리기에 이른다. 잔잔하지만 그렇기에 해밀턴을 향한 일라이자의 배신감과 분노가 더더욱 강렬히 다가오는 곡.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아들의 죽음은 다시 한 번 해밀턴 부부를 연결시키는 계기가 됩니다. 해밀턴은 필립이 죽은 뒤로 시내를 떠나 한적한 교외로 집을 옮기고, 그 곳에서 필립을 추모하며 그 동안 쉼없이 달려온 자신을 돌아보기에 이릅니다. 그리고선 해밀턴은 일라이자에게 계속해서 용서를 빌고, 마침내 일라이자는 결국 해밀턴을 용서하기에 이릅니다.
-It’s Quiet Uptown. 안젤리카가 인트로를 통해 해밀턴 일가가 필립의 죽음 후 교외로 이사했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려준다. 해밀턴은 그 동안 멈추지 않고 살아왔던 자신을 돌아보고, 필립을 추모하면서 공원을 산책하는 것을 일상으로 삼는다. 한편, 함께 슬픔에 빠져 있으면서 아직까지 자신을 용서하지 않는 일라이자에게 해밀턴은 당신은 내게 과분한 여자라고 말하고, 만약 그 때 자신이 필립 대신 죽었더라면 아마 당신은 미소짓고 있었을 것이라며 슬퍼한다. 동시에 이해한다고는 말하지 않을 테니 그저 당신의 곁에 있게만 해달라며 일라이자에게 용서를 빈다. 이윽고 일라이자는 해밀턴과 말없이 산책하는 빈도가 늘어나고, 어느 날 일라이자는 해밀턴의 손을 잡으며 해밀턴을 용서한다. 그리고 안젤리카와 앙상블들은 관객들에게 ‘용서를 당신은 상상할 수 있나요?’라고 물으며, 그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일들을 해쳐나가고 있다고 말한다. 이 뮤지컬에서 제일 감동적인 넘버로 손꼽히는 곡이며, 해밀턴이 일라이자에게 용서를 구하는 파트의 멜로디는 일라이자가 해밀턴에게 진실된 사랑을 고백하는 넘버인 That Would Be Enough와 같다는 점이 흥미로운 요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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