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GR21.com
- 자유 주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게시판입니다.
- 토론 게시판의 용도를 겸합니다.
Date 2017/01/05 16:01:14
Name ESBL
Subject [일반] <부러진 용골> - 후더닛, 누가 그를 죽였는가
[아마 이 글에는 소설 <부러진 용골>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소설 <부러진 용골>이 다른 소설들과 차별화되는 가장 큰 특징은 '검과 마법'으로 대표되는 판타지 소설이라는 겁니다. 이게 왜 가장 큰 특징이냐고요? 왜냐하면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기 때문입니다. 녹스의 '10계'를 떠올려 봅시다. 제 2계 [말할 필요도 없지만, 초자연적인 마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굳이 녹스의 10계까지 갈 필요도 없이 이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추리 소설에 마법과 저주가 등장하는 것은 '반칙'입니다. 하지만 작가는 이러한 특수한 설정이 '독자와의 지적 유희'라는 미스터리 본연의 매력을 끌어내기 쉽다고 생각하고 이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안으로 가 보죠. 작중에서 피해자를 죽인 범인은 '강제된 신조'라는 저주를 받은 '미니온'이라고 불리는 사람입니다. 이 '강제된 신조'의 특징은 살인을 자신이 해야 할 일로 여기고 자신의 역량을 총동원해서 실행한 다음 잊어버립니다. 중요한 건 저 살인을 저지른다는 행동이 자연스러운 행위이기 때문에 가령 평소 날붙이를 사용하지 못한다는 계율을 따르고 있는 수도사는 살인을 저지를 때 검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이 저주의 특성으로 생기는 가장 중요한 특징은 ['범인은 살인을 숨기기 위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결국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작중에서 팔크 피츠존은 "설령 누군가가 마술사라 해도, 또 어떠한 마술을 사용했더라도 '미니온'이 바로 그자이거나 혹은 그자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이유를 찾아내야 한다."고 말할 수 있었습니다.

후더닛(whodunit)이란 '누가 범인인가?' 하는 추리 소설의 가장 기본적인 주제입니다. 이 소설 <부러진 용골>에는 작가 요네자와 호노부의 다른 책들처럼 작가가 던지는 메세지나 주제 의식 같은건 없습니다. 기묘한 트릭과 기가 막힌 서술 트릭도 이 소설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이 소설은 수많은 단서들을 논리에 의해 짜맞춰 나가는, 그야말로 기본에 충실한 소설입니다. 자, 당신은 모든 단서를 알고 있습니다. 과연 당신은 범인이 누구인지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까요?



으으.. 이렇게 짧은 몇 줄짜리 글인데도 굉장히 조잡하고 오래 걸리는군요.. 결국 질질 끌다 생일인 오늘에서야 마무리 지었습니다. 다음 리뷰는 (아마 쓰게 된다면) 노리즈키 린타로의 <요리코를 위해>, <또다시 붉은 악몽> 2개를 묶어서 쓸 것 같네요.. 이런 조잡한 글이나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7/01/05 16:13
수정 아이콘
요네자와 호노부 작품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봤었던 작품입니다
처음에는 판타지소설+추리소설이라고 그래서 말도 안되는 억지가 나오지 않을까 싶었는데 정밀하게 짜여진 플롯과 흥미진진한 묘사들, 후반으로 치닫을수 급박하게 이뤄지는 전개등등 매력이 넘쳐서 책에서 손을 때지 못했습니다

판타지소설같은 추리소설 이런게 아니라 추리소설이면서 또한 판타지소설이였습니다
17/01/05 16:17
수정 아이콘
요네자와 호노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본격 미스터리의 본질에 충실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인사이트 밀> 같은 경우는 역으로 미스터리의 본질을 한 번 비튼 느낌이라면 <부러진 용골>은 끝까지 기본에 충실했던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요..
주본좌
17/01/05 16:48
수정 아이콘
재밌게 봤던 작품이네요

추리소설에 변칙&SF를 넣거나 틀을 비꾼 작품들이 늘어나는가 싶더니 하나의 유행이 되어가고 있더군요

인격전이의살인,클락성살인사건,일곱번죽은남자,살아있는시체의죽음등등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색다른 재미가 있어서 즐겁습니돠~
모리건 앤슬랜드
17/01/05 18:12
수정 아이콘
재작년에 가장 재밌게봤던 소설중 하나네요. 판타지가 진짜 적절히 뿌려진 msg같은느낌이었죠
17/01/05 20:20
수정 아이콘
고전부씨리즈 작가로군요.
이분은 참 조미료 안친 느낌인데 책이 나름 재밌는거 같아서 좋더군요.
17/01/06 03:37
수정 아이콘
잔잔하면서도 힘이 있다고 해야 할까요. 특유의 맛이 있는 작가죠.
두꺼비
17/01/05 20:56
수정 아이콘
생일 축하드립니다
김수영
17/01/05 21:06
수정 아이콘
재밌는 판타지 소설이고 동시에 재밌는 추리소설이었습니다. 한 가지 장르만 집중해도 그 본연의 재미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은데 두 가지 장르의 특성과 재미를 모두 잡아냈다는 점에서 호평을 주고 싶습니다.
목록 삭게로! 맨위로
번호 제목 이름 날짜 조회 추천
69846 [일반] 박근혜 측, “촛불과 언론은 ‘종북’, 검찰과 특검은 ‘친노'” [97] 부두술사13211 17/01/06 13211 2
69845 [일반] [동영상 다수] 까마귀는 얼마나 똑똑한가? [23] OrBef10044 17/01/06 10044 3
69844 [일반] 셜록 시즌 4 에피01 얘기를 해볼까요? (스포주의) [19] 튜브6343 17/01/06 6343 0
69843 [일반] 썰전 200회 축하영상에 나온 인물들.jpg [54] 킹보검11870 17/01/06 11870 10
69842 [일반] 국민의당 대표 경선 토론회에서 있었던 일 [39] ZeroOne11300 17/01/06 11300 4
69841 [일반] 검찰 vs 경찰 수사권 조정 갈등에 대한 이야기 [45] 사고회로10227 17/01/06 10227 1
69839 [일반] [잡담] 디즈니를 좋아하던 아이가 있었다 [15] 스웨트4702 17/01/05 4702 8
69838 [일반] 인간 안철수를 존경하며 좋아합니다. [57] 삭제됨9875 17/01/05 9875 13
69837 [일반] (번역) 빅 데이터가 빅 브라더를 만날 때 [9] 아수9833 17/01/05 9833 10
69836 [일반] 문재인 전 대표 긴급기자좌담회 후 기자질의 전문 [51] 레이스티븐슨13782 17/01/05 13782 2
69835 [일반] 외신, '촛불시민' 덕에 오히려 외국 자본 기대감 ↑ [51] Sarada12692 17/01/05 12692 38
69834 [일반] [영화] 사울의 아들 [8] 잠잘까5816 17/01/05 5816 2
69833 [일반] 문재인 전 대표의 권력기관 개혁 공약 [106] 트와이스 나연11549 17/01/05 11549 29
69832 [일반] <부러진 용골> - 후더닛, 누가 그를 죽였는가 [8] ESBL5682 17/01/05 5682 0
69831 [일반] 영화와 감기의 상관관계 [93] 마스터충달8926 17/01/05 8926 5
69830 [일반] 저에게 피지알은 무엇일까요? [51] Janzisuka6382 17/01/05 6382 11
69829 [일반] 6년 3개월의 시차를 두고 일어난 사건 2개 [16] 어리버리9751 17/01/05 9751 0
69828 [일반] 주호영 "노무현 비극 막지 못한 책임 문재인에 있다" [111] 유유히12555 17/01/05 12555 0
69827 [일반] 국민의당의 위기를 수습하려는 안철수... 하지만... [69] ZeroOne10781 17/01/05 10781 0
69826 [일반] 대통령대리인단 "촛불 민심은 국민의 민심 아니야" [88] ㈜스틸야드11151 17/01/05 11151 3
69825 [일반] [단상] 러시아와 중국의 가장 큰 차이 [30] aurelius8063 17/01/05 8063 0
69824 [일반] PGR 활동 3년차를 시작하며 (문상 나눔 이벤트) [401] Jace T MndSclptr6480 17/01/05 6480 5
69823 [일반] 인제는 같이 하자는 말 난 반대 [108] 만우10277 17/01/05 10277 5
목록 이전 다음
댓글

+ : 최근 1시간내에 달린 댓글
+ : 최근 2시간내에 달린 댓글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