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아버지는 조현병 환자입니다.

대략 30년쯤 된 것 같은데 신기한 건 회사를 정년퇴직할 때까지 다니셨다는 거예요.
물론 직장생활이 순탄치는 않았지만, 어쨌든 어찌어찌 살아오셨습니다.
약 1-2년 전 쯤 정년퇴직을 하셨고, 직장 때문에 지방에 거주하시다가 은퇴하시면서 서울에 올라와 저와 함께 살게 되셨죠.

어머니와는 아주 긴 별거 중이십니다.
저같아도 정신병자-심지어 폭력 행사 경험이 있는- 남편과는 살기 싫을 것 같아 이해합니다.

지금 소파에 누워 핸드폰으로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중얼중얼 삼성이 날 죽이려 한다, 내가 연구한 업적은 국내 최고 아니 세계 최고인데 알아주지 않는다, 친할아버지는 억울하게 돌아가셨다, 형제들도 날 죽이려 한다, 등등 듣기만 해도 같이 정신이 돌아버릴 것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전에는 제발 미친 소리 좀 하지 말라고 소리도 질렀지만, 오히려 더 폭력 스위치를 눌러버리는 것 같아서 이젠 그냥 아무 반응 없이, 이렇게 지금처럼 듣지 않으려고 다른 일을 하곤 합니다.

언제부턴가는 자식인 저까지 의심을 시작해서 물에 뭘 섞었냐, 약을 왜 바꿔치기 했냐 하며 윽박지르기도 합니다.
아니라고 소릴 질러도 미친 사람 귀에 들어갈 리 만무하죠. 심지어 이런 횟수는 더 잦아지고 있습니다.

어느 날 자기 분에 못 이겨 소파에 등돌리고 누워있던 제 뒷통수를 발로 찼을 때는 이러다 죽겠다 싶어 강아지를 데리고 집을 나갔습니다.
당장 독립할 수 있는 자금은 없고, 아버지가 파킨슨병 환자라 마냥 혼자 집에 두는 것도 불안해 결국은 집에 다시 들어갔지만.

아무튼 조현병 환자와의 생활은 정말 끔찍합니다.
같이 미쳐가는 건 아닐까 그게 제일 두렵고, 자칫 잘못하다 아버지가 날 죽이거나 하면 어쩌나 걱정도 됩니다.
나는 정상일까? 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삶이 어떨지 이해하시려나요?

이에 도청장치를 심어놨다느니 정말 제정신 아닌 소리만 하는데 죽겠습니다.
혼자 그러다 말면 그러려니 하는데 저에게 윽박지르거나 말도 안 되는 소릴 할 때면 정말...
맞장구를 쳐주면 같이 미쳐가는 것 같고 그렇다고 정신차리라고 하면 넌 아무것도 모른다면서 분노를 하고... 대체 어째야 하는지.

정신병원 강제 입원을 고려해봤지만 평생 그곳에 계시게 할 수도 없고 퇴원 후 더 상태가 악화될까봐 그러지도 못하겠더라고요.

본인이 조현병이라는 걸 인지하고 있다면 병원에 보내고 약을 먹이겠지만 본인은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의사들이 이상한 약으로 날 죽이려 해서 파킨슨병까지 생겼다 라고 하니 막막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일에 관해선 사고가 마비되는 기분입니다. 어떠한 논리적 사고도 어려워요.
유일하게 이런 사정을 아는 제 친구는 빨리 독립을 하라고 하는데 그렇게 아버지를 방치하고 떠나면 괜찮을까요?

괴롭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