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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6년 3월이 가장 반가운 지역 중에는 단연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가 선두로 꼽힐만합니다. 4년이나 이어지는 지독한 가뭄 속에 올 3월은 엘니뇨의 축복으로 캘리포니아 북부 지역에 첫 10일 동안 내린 강수량이 평소 1달 강우량을 넘을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습니다.
덕분에 완전 해갈에 이르지는 못 했지만 일부 지역은 물 사용 제한이 풀릴 정도로 상황이 호전되었습니다.
물론 LA가 속한 남부 캘리포니아의 가뭄을 해결해주지는 못했지만 북부에서 물을 끌어올 수 있기에 캘리포니아 전체로도 3월의 비 소식은 기적이라고 불릴 정도입니다.
* 3월 10일 비가 내리는 금문교 모습
지독했던 캘리포니아 가뭄
2015년 봄에 관련 글을 썼었지만 최근 캘리포니아 가뭄은 캘리포니아 개척 이래 전례가 없을 정도로 혹독했습니다. 캘리포니아 상수원의 상당 부분은 겨울 동안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내리는 눈인데 아래 요세미티 공원의 하프돔을 매년 같은 시기 찍은 사진을 보면 2011년부터 적설량이 크게 감소하여 2014년과 2015년에는 눈의 흔적만 약간 보일 정도로 가물었습니다
* 요세미티 하프돔 연작 사진
4년이나 지속된 가뭄은 캘리포니아 전역을 전례 없는 물 부족 상황에 빠뜨렸습니다.
* 캘리포니아 가뭄 추이
급기야 캘리포니아 북부에서 LA 등 남부로 물을 공급하는 대수로의 물 배정이 줄어들었으며 2014년과 2015년에는 강도 높은 제한 급수 조치와 수도 요금 인상이 이어졌습니다.
* 물 배정 감소 추세와 대수로 지형도
캘리포니아는 골드러시나 대공황 시기 또는 흑인들의 2차 대 이주 시기 그리고 히스패닉이나 다른 유색인들의 이민 열풍 속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는데 사막지대에 가까운 이곳에 사는 사람들은 현재 3,880만 명이나 됩니다.
캘리포니아에서 한정적인 물을 차지하기 위한 싸움은 늘 폭력 사태로 이어졌고 헐리우드 영화의 소재가 되기도 했습니다.
2015년 봄에 쓴 '캘리포니아 가뭄의 심각성과 불길한 징조: 대소비 시대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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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더 쌓였지만, 깊어만 가는 캘리포니아의 고민: 가뭄 속 번영을 위한 선택
3월의 기적은 아래 2016년 3월 초에 찍힌 하프돔의 사진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전과 달리 눈이 제법 쌓였습니다.
* 2016년 3월 초 하프돔 사진
하지만 3월의 기적에도 불구하고 캘리포니아 가뭄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습니다. 아래 3월 초 가뭄 현황을 보면 2015년 3월에 비해 북동부 지역만 개선되었습니다.
결국 3월의 기적이 상당기간 계속(최소 이런 강수량을 가진 겨울이 2차례 이상) 되지 않으면 캘리포니아는 만성적 물 부족 사태를 현실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 2016년 3월 초 캘리포니아 가뭄 현황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물을 많이 사용하는 주체는 사람이 아닙니다. 80%의 물은 농업용수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사람도 마시기 힘든 물을 농작물 재배에 사용하기는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단지 도덕적 이슈를 떠나서 급격히 오르는 물값을 감당할 수 있는 농부는 별로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 캘리포니아 농장 지대
* 캘리포니아의 물 부족은 농업 부분의 일자리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다른 지역에 비해 비중은 낮지만 캘리포니아도 셰일 가스의 생산지입니다. 그런데 셰일가스를 추출하는 고압파쇄법, 즉 프랙킹은 대표적으로 물을 많이 소모하는 공정입니다.
* 미국의 셰일 가스 지대
* 막대한 양의 물이 필요한 셰일가스 개발은 물을 둘러싼 전쟁의 또 다른 모습입니다.
캘리포니아는 현재 미국에서도 잘 사는 주에 속합니다. 중위수 가구 소득이 6만 1천 달러로 미국 중위수 소득보다 8천 달러나 많습니다. 특히 실리콘밸리의 가구 소득은 9만 5천 달러에 이르고 있습니다.
하지만 만성적인 가뭄이 지속되면 농업이나 셰일가스 산업과 같이 물을 많이 사용하는 산업의 일자리는 크게 감소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물 의존도가 높지 않으며 직원들이 비싼 물값을 지불할 여력이 있는 테크기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 같습니다.
* 실리콘밸리, 캘리포니아, 미국 가구의 중위수 소득 추이(인플레이션 보정값)를 보면 10만 달러 전후인 실리콘 밸리에 비해 미국 전체로는 5~6만 달러에 그치고 있습니다. (실리콘밸리의 드높은 주거 비용을 제하면 실제 가처분소득은 크게 낮아지겠지만 냉정하게 보면 높은 부동산 가격은 그만큼 높은 가치를 의미하기는 합니다. 즉, 실리콘밸리의 높은 부동산 가격에는 쾌적한 주거환경 뿐만 아니라 교육 환경, 자신의 커리어 발전 등 여러 가치가 들어가 있지 않나 합니다.)
결국 아래 주택 단지처럼 사막 속 수영장이 있는 쾌적한 환경에 대한 비용은 점점 상승할 것이며 이 비용을 감당할 수 없는 평범한 캘리포니아 주민들 대다수는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할 운명으로 내몰릴지도 모르겠습니다.
* 사막과 수영장의 어색한(값비싼) 공존
사실 현 상황이 캘리포니아 사람들만의 고민은 아닙니다. 이미 40억 명이 넘는 사람들은 물 부족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래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캘리포니아도 이미 물 부족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그 고통이 유예되었던 것 같습니다.
이상 1년 만에 다시 정리해 본 캘리포니아 가뭄 소식이었습니다.
* 분기별 전 세계 물 부족 지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