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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2/04/10 07:44:55
Name 烏鳳
Subject [일반] [정치] 대제전을 앞두고
아이돌급 미청년이 나와서 우주를 정복한다는... 한 스페이스 오페라 소설이 나온지 30년쯤 되어가는 듯 합니다.


그 소설에서, 아이돌급 미청년과 그 부하들은 전 우주에서 자신들에게 거역하는 마지막 부랑자들을 토벌하기 위해 출정하는데요.

그 소설을 읽던 때가 딱 중1이었던, 그 때의 제 기억에... 인상적이었던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마지막 부랑자들은 아이돌급 미청년 일당에 비해서 참 무력하기 짝이 없는 병력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병력 수의 열세는 물론이고, 가지고 있는 장비도 노후한 장비이거나, 테스트도 제대로 거치지 못한 신품들이었지요.
즉, 죽을 확률이 높고, 생존을 보장하기 어려운 위기 속에서도,
그들은 미청년 일당과 생존을 건 사투를 벌이는 것을, 마치 축제인 것 마냥 대합니다.
죽음의 위기 앞에서, 그 죽음의 위기를 축제로 여기고 '쫄지 않은' 상태에서 만전의 준비를 하려고 하는데요.

어린 제 기억에는 그것이 참 강렬했습니다. 요즘 흔하게들 이야기하듯이, 멘탈이 붕괴되고도 남을 상황을...
담담함을 넘어서 들뜬 마음으로 준비한다는 것이... 참 이해가 되지 않으면서도 정말 멋지게 느껴졌달까요.

그 때로부터 20년이 조금 못 미치는 시간이 흐른 뒤에, 그들(물론 소설 속의 인물들입니다만)이 어떤 심정이었을지가 조금 이해가 되려고 합니다.


지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부랑자를 자처하면서까지도 그들이 지키고 싶어했던 무엇인가를 위하여, 싸울 수 밖에 없다면...
쫄아서 움츠러 들고 말 것이 아니라, 나중 일이야 어찌될 지는 몰라도 지금은 즐겁고 유쾌한 마음으로 싸울 수 밖에 없겠지요.
그리고 그렇게 싸워야만 살 수 있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을 테니 말입니다.

*     *     *     *     *

야권 지지자인 제가 보는 이 시절이 지금 대략 그러합니다.

권력을 사유화하고, 입법부를 좌지우지하고, 언론을 장악한 이들에 맞서 싸우는 전장 앞에 서 있습니다.
기득권을 보유한 장대한 그들에 맞설 제 무기는... 제 앞에 놓인  xx동 제x투표소 등재번호 49 라는 총 한 자루 뿐입니다.
게다가 연말이면 이에 못지 않게 중요한 싸움이 아직 하나 더 남아 있습니다. 아마 그 때에도 제 무기는 지금과 그다지 다르지 않겠지요.


대통령을 욕하는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사찰을 당하고 불이익을 당했다더라는 소문이 들려도 어느 샌가 이게 무덤덤해졌습니다.
예전에는 위장전입을 이유로 고위 공직자후보가 낙마하는 것을 보았었는데, 요즘은 그게 고위 공직자들에게는 당연한 흠이 되어 있습니다.
보수를 자처하던 자가 돈을 위해 국가 안보를 파는 것을 보고도 그 사람은 원래 그렇구나 하고 맙니다.
다른 공약은 나몰라라 하더니 강바닥을 파내겠다는 공약만큼은 칼 같이 지키는 정권을 보고 있습니다.


이랬던 이들이... 옷 색깔 바꿔입고 나와서는 자신들을 지지해달라고 호소합니다. 그리고 아마 이들은 상당한 지분을 또 가져가겠지요.
욕이 목구멍까지 차 오르는데, 해 봐야 일회성 분풀이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기에,
화풀이 해 봐야 달라질 것은 없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단지 제 손에 남겨져 있는 무기를 바라보고 또 바라봅니다.


장대한 그들에 맞서기에는 참으로 미약하기 그지없는 무기이긴 합니다만,
술자리에서의 욕설과 화풀이에 비하면야, 제 손의 투표권만큼 확실한 무기는 없으니 말입니다.



저는 내일, 대제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들뜬 마음으로 다시금 제 무기를 손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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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4/10 07:58
수정 아이콘
투표하면 이길거고 4년동안의 그 미친 정권을 심판할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이 10일인데...빨리 11일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누는 마음
12/04/10 08:12
수정 아이콘
저 미친 쓰레기 정권 심판하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에서 살도록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올해 말 태어날 우리 아가에게 매일밤 약속합니다.
Grateful Days~
12/04/10 08:36
수정 아이콘
옷만바꿨다고 모든 잘못은 현정권보다 전대의 노무현정권 잘못이라고 다 뒤집어 씌우는것 밖에 안하고 있는 당입니다.

재미있는 투표를~!!
견우야
12/04/10 08:45
수정 아이콘
로그인을 안할수 없군요..
정말 잘 읽었습니다.
감동적인 글 이네요.. 추천합니다.
피로는가라
12/04/10 08:51
수정 아이콘
좋은글 감사합니다. 반드시 투표합시다.
켈로그김
12/04/10 09:32
수정 아이콘
우주의 평화가 이 손 안에 있다는 생각으로 투표합시다.
왕은아발론섬에..
12/04/10 09:47
수정 아이콘
이번 선거는 이명박 일당과 새누리당에게 면죄부를 주느냐의 싸움이죠.

지난 4년간 해 먹고 싶은데로 다 해 쳐먹고 선거 몇달 전부터 쇄신, 약자 코스프레를 한다고 그들의 본성이 어디 가겠습니까?
절대 속아넘어가서 면죄부를 줘선 안됩니다.
곱창전골
12/04/10 11:04
수정 아이콘
아. 투표하고 싶다..
여섯시에 티비에 나오는 출구조사 결과 보고싶다..
내가 지지하는 후보가 지지자들과 함께 당선확정 만세 부르는 모습 보고싶다..
대제전 맞네요. 월드컵 결승만큼 기대됩니다.
자유와정의
12/04/10 11:10
수정 아이콘
내일 불판이 몇개까지 올라갈지 기대됩니다.
12/04/10 12:13
수정 아이콘
그러고보니 내일 투/개표 불판은 불판 게시판에 세워야겠네요. 자게에 불판 올라오기 시작하면 혼돈의 도가니가 될 듯... 저야 이번 선거에 관심이 많지만, 아닌 분들 입장도 좀 생각해 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12/04/10 19:11
수정 아이콘
저도 작은 총 한 자루 들고 내일 나가 보려고 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틀림과 다름
12/04/10 20:09
수정 아이콘
낼 일하러 갑니다.
낼 같은 날에는 쉬는 날이 되서리 맘 편하게 투표를 하고 싶은데
그게 안되는군요.
이런 상황을 만들어준 그들이 싫어서라도 전 꼭 투표할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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