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말씀드리지만 공연중 소녀들 나온 사진은 없습니다. 요즘은 콘서트 중 사진 촬영에 대해 엄격하기도 하고,
제가 사진에 큰 관심이 없어서 고작 들고 있어봤자 아이폰4인데 어차피 찍는다고 찍어도 소녀들 구분도 안될 거,
몇 장 찍겠다고 감시의 눈초리를 피해 가슴 선덕거리느니 그냥 편하게 콘서트나 즐기자... 하는 마음이었지요.
게다가 공연 시작 전 몇 차례 안내방송이 나올 때 "사진/영상 촬영 적발시 데이터를 모두 삭제하고 퇴장조치됩니다."라는 내용이 있었고,
실제로 계속해서 카메라 셔터를 누르던 한 학생이 보안요원에 의해 끌려 나가는 걸 (순순히 따라나가더군요..) 보고 나서는,
"아무리 그래도 돈 주고 티켓 산 고객을 그렇게 멋대로 퇴장시켜도 되느냐"의 논란 여부에 관계없이 그냥 욕심을 버렸습니다.
그리고 세트 리스트 별 후기까지 디테일하게 적지도 않을겁니다.
요는, 그저 소녀시대 콘서트를 다녀온 한 소덕의 후기 정도로 봐주시면 감사하겠네요~
아무튼!!!! 지난 번 첫 단콘 때에는 결혼한 첫 해이기도 하고 (뭔 소리인지는 아마 예상을 하실거임....) 이래저래 정신없어서
가보지 못했던 소녀시대의 콘서트를 올해는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 모두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작년에 대한 보상일까요?
일단 토요일은 직접 원하는 좌석 찍고 예매를 해서 다녀왔습니다.
마눌님이 뭘 하건 가정에만 소홀하지 않으면 이해한다~~는 주의라서 제 두 팬질(소녀시대와 서태지)을 인정해주는 덕에
생일 선물로 받은 것이 이번 소녀시대 콘서트 티켓이었지요. 티켓 값이 좀 비싸다보니 소녀시대를 딱히 좋아하지 않는 마눌님까지
굳이 돈 들여서 가려고 하지는 않았고 "너나 다녀와라"여서 제 것만 예매했던 것이에요.
그리고 콘서트 4일 전.... 지금은 다른 팀이지만 처음 입사하고 팀장님으로 모셨던 분께서 슬그머니 오셔서 봉투를 한 장 내미시는 겁니다.
그리고 그 안에는 무려 소녀시대의 2일차, 일요일 티켓 세 장이 들어 있었어요. -_-;; 후덜덜~
제가 회사 안에서 일반인 코스프레를 안합니다. 대놓고 소녀시대의 팬인데, 그 팀장님께 표가 생겼는데 별로 관심이 없다고
"니가 광팬이니까 너나 가라"로 주시는 선물이었어요. 그 분 입장에서는 그냥 "처분"이었지만 저는 그걸 "로또"라고 읽었죠. -_-
이렇게 해서 토요일은 저 혼자, 일요일은 마눌님과 친구 한 명까지 데리고 이틀의 공연을 모두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냥 콘서트만 보는 게 아니라 콘서트 공식 오피셜 굿즈를 몇 가지 손에 넣고 싶었습니다.
뭐 포토카드도 있고(멤버별로 해서 9장 든 게 9천원.... 좀 터무니 없지만 그래도 하나 정도는 갖고 싶은지라...) 브로셔도 있고....
그런데 그걸 사려고 마음먹은 후에 인터넷 분위기를 보니 경쟁이 좀 치열할 듯 해서... 아예 토요일 1시에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뭐 굿즈 얼른 사고 시간 남으면 찜질방 가서 사우나나 하면서 체력 비축하자.... 이런 생각이었던 거죠.
그런데..... 제 순서가 돌아와서 원하던 굿즈를 손에 넣은 시간이 오후 5시였습니다.
토요일의 땡볕을 기억하시나요? -_-;;;;; 거기에서 네 시간을 서 있었습니다.
그렇게 오래 서 있게 될 줄 몰라 양산도 땀 닦을 수건도 물도 준비 안했는데.... 진짜 정신력으로 버텼습니다.
내가 이만큼 버텼는데 얼마나 더 버틸 수 있는지... 뭐 이런걸 시험하고 있는 중이라고 합리화 하면서... 크크크~
그나마 줄 서 있는 중간에 땀으로 다 빠져나갔는지 소변이 마렵지 않았다는 것 하나 아주 하늘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제 앞에 몇 만명이 서 있었던 것도 아닙니다. 1천명.....도 아니지.... 한 5백명 있었나요? -_- (1시에 갔는데도요.)
그 5백명이 줄어드는 데 4시간이 걸린겁니다. 와~ 진짜 나중에는 욕이 목까지 올라왔네요. SM 진짜 일처리 요따구로 할래연? ㅠㅠ
게다가 가장 인기가 좋을 타월은 몇 백명도 지나지 않아 아예 품절이 되어버렸어요. 사람이 얼마나 올텐데 수량을 이렇게 찍나요. -_-
굿즈를 사고 나니까 시간이 되게 애매해서 어디 사우나를 갈 시간이 없었어요. 점심을 못 먹어서 허기도 졌고....
(처음에는 사우나 가면 거기서 식혜 먹어야지 헤헷~ 하고 있었지만 제가 너무 순진했음. -_-)
일부러 지하철타서 한 정거장 간 다음 사람없는 커피전문점에서 팥빙수 한 그릇을 먹는 것으로 몸을 식히고 에너지 충전까지 마쳤습니다.
콘서트 시간 다가오니까 어케저케 컨디션이 돌아오더라구요. 제 체력이 좋은 건지 덕심이 좋은 건지....
썰이 길었는데요.
첫 날의 제 자리는 여기였습니다. 2층(말은 2층인데 무대와 거의 눈높이인) 정가운데 앞에서 두번째 자리....
태연이가 손가락을 뻗으면 마치 저를 가리키는 듯한 판타스틱한 망상에 빠져들만한 위치....
정면이었습니다! 무대까지의 거리도 가까워서 제가 찍어서 예매했지만 정말 명당이라고 생각했어요.
주변에는 엄청나게 많은 외국인 팬들이 있었습니다.
과장 안 섞고 주변에서 일본어, 중국어, 태국어(..라고 생각합니다), 불어가 다 들렸으니까..
첫 날은 저 혼자 갔었으므로 마음껏 응원도 하고 소리도 질러가면서 덕후 오라를 팍팍 풍겼고...
둘째 날의 자리는 이 곳..... 첫날에 비해 자리는 그닥이겠다... 싶어 어차피 마눌님과도 함께 가니까...
첫 날에 볼 건 일단 다 봤으니까 조용히 앉아서 한 번 더 감상이나 하자.... 했는데 알고보니 이 자리는 더한 명당이었습니다.
첫 날이 해당 구역의 맨 앞이라면 둘째 날은 해당 구역의 맨 뒷줄이긴 했지만 어차피 그렇게 멀지도 않아서 첫날과 다름없이 잘 보였고,
오히려 소녀시대 멤버들이 번갈아 찾아오는 돌출 무대 두 곳과 아주 가까웠던데다가
제가 맨 뒷줄이었잖아요? 공연 후반부 "냉면"을 부를 때는 레일을 타고 멤버들이 그 곳을 지나는 곳이라... 첫 날보다 더 했죠.
일본에서 14회차를 뛰고 대한민국에서 2회차 공연을 연달아 하는 것이어서인지 공연의 레파토리는
일단 일본에서의 그것을 기본으로 해서 약간의 변화가 있는 식이었습니다.
일단 일본에서 발매된 정규 1집에 있는 곡은 다 했다고 보면 되고 그 중 "Let it Rain"과 "Mr. TAXI"는 우리말 버전으로...
("Tokyo, Seoul, London, NewYork!"으로 시작하는 첫 소절이 "Seoul 또 Tokyo, London NewYork"으로 나오더니
가사가 우리말로 나올 때의 함성이 장난 아니었어요.)
그 밖에 "Gee"나 "Oh!", "훗", "Run Devil Run"을 포함한 히트곡에 "동화", "첫눈에" 등등 앨범 수록곡들과
"하하하송"이나 "냉면"같이 앨범에 정식으로 수록되지 않은 곡들까지....
앵콜 무대에서는 "다시 만난 세계"와 "힘 내", "It`s Fantastic"을 불렀어요.
개인 무대 포함해서 딱 세 시간 정도의 공연은 소녀들의 무대도 무대였지만 관객들의 떼창 및 응원과
핑크색의 야광봉 물결 덕분에 더더욱 재미있는 기억으로 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유명한 노래... 예를 들어 "Gee"나 "Oh!"와 같은 히트곡의 경우에 터져 나오던 응원은 뭐... 무서울 정도!!)
개인적으로 소녀시대는 군무를 보는 재미가 있는데, 일본 정규 앨범 곡들의 안무를 차근차근 보는 즐거움도 있었습니다.
소녀들을 위한 이벤트도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예전에 2002년 월드컵에서 카드섹션 할 때처럼
이벤트 도우미들이 미리 준비를 해놓고 관객들은 그대로 하기만 하면 되는 식이었어요.
첫 날은 "보고싶었어"가 적힌 A4용지를 스탠딩은 나눠주고 좌석은 자리에 붙어 있는 식으로 전원 준비가 되어 있어서,
공연 후반부 "Complete"가 끝날 무렵에 모든 관객들이 일제히 그 문구를 들어서 보여주는 식이었는데....
요게 생각보다 대성공이었어요. 일단 소녀들은 이벤트를 준비중이다... 정도만 알고 있는 듯 했는데(...일단 믿는거죠. ^^)
뭐 어쨌거나 좋아하는 모습 보니까 저도 좋고요... 흐흐~ 덕분에 후반부 공연 분위기는 더 재미있어졌고 말이죠.
둘째 날에는 일부 좌석에 핑크색이 아닌 녹색 야광봉이 붙어 있었습니다.
타이밍은 역시 "Complete"를 부를 무렵이었고, 지정된 좌석에 있는 관객이 녹색 야광봉을 켜면
무대의 소녀들이 보기에는 "소녀시대"라는 글자가 보이게끔 기획된 것이었던 것 같은데,
사실 "전원"을 위해 준비된 게 아니라 "일부"의 자리에만 준비되어 있다보니 "내 자리에는 이거 왜 없어?" 하고 떼어가는 사람도
일단 저희 구역에는 좀 있었고 (저는 우연히 그 지정좌석이더군요. 녹색 야광봉 자리였습니다.).......
명색이 이벤트라 정해진 타이밍에 켜줘야 하는데 그게 그냥 선물로 준 야광봉인 줄 알고 초반부터 흔드는 분들이 계셔서.
저는 차마 그러지 못했습니다만 공연 초반에 멀리서부터 "초록색 끄시라고요!"하는 외침이 들려오기도 했지요.
(그래도 대충 소녀시대 멤버들 눈에는 글자가 보였나봅니다. 뭐 둘째 날 이벤트도 그럭저럭.... ^^)
외국인 팬들이 많았다는 얘기는 이미 했지만, 연령대별로도 참 많은 관객들이 오셨습니다.
머리가 살짝 벗겨진 노교수 이미지의 어르신께서 혼자 오셔서 쌍안경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무대에서 눈을 떼지 못하기도 하시고,
어머님들 단체관람도 많았고, 아버지와 딸이, 엄마와 아들이 같이 온 경우도 많았고...
심지어 백발의 어르신들도 많았는데, 혹시나 표가 남아서 그냥 온게 아닌가 했는데 호응도 좋았고 노래도 많이 알고 계시더라구요.
뭐 어차피 다~~ 연출이고 다~~ 알고 있고 다~~ 계산된 것인데 제가 순진하게 감동받은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마는,
콘서트 후반에 눈물 흘리며 인사하는 멤버들 모습 보니까 또 오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고..... 흐~
둘째 날 공연 마지막, 수영이가 한 말이 인상깊었어요.
"무대 끝나고 고개숙여 인사할 때 힐을 신고 있다보니 무게중심이 안 맞아서 앞으로 자꾸 쏠리게 되어 있다.
그런데 멤버들이 다 함께 손을 잡고 인사를 하면 서로서로 휘청거리는 걸 잡아주게 된다. 그런 마음으로 앞으로 쭈욱~ 가고 싶다"
이틀간 "나는 덕후다~~" 생각하고 열심히 즐기고 왔습니다. ^^
제가 티켓운이 좋은 편이어서 콘서트에 많이 다니는 편인데 저희 마눌님께옵서 딱히 찍어서 좋아하는 연예인은 없어도
그래도 콘서트 가면 재미있게 분위기에 편승해서 잘 놀거든요.
이벤트 설명이 나오는 걸 경품 주는 줄 알고 기대했다가 그게 소녀들을 위한 이벤트라는 걸 알고 나서
"와~ 내가 돈 주고 와서 봐주는데 심지어 가수를 위해 이벤트까지 해줘? 와~ 완전 공주대접이네잉~" 하던 마눌님이
수영이가 레일 타고 달려오자, 운동화도 아니고 조리를 신고서도 의자 한 줄을 점프해서 저한테 말도 안하고 달려갈 때의 배신감 크리~ 크~
말씀드렸다시피 둘째 날은 일반인 코스프레 하며 조용히 관람하려고 했는데 마눌님이 완전 분위기에 빠져들고 나니
저도 정신줄 놓고 첫째 날처럼 놀았지요. -_-)b 이틀이 모두 덕후 포스! 즐거웠습니다.
수영이 손은 마눌님한테 뺏겨서 못 잡았지만, 유리, 티파니, 제시카와는 아이컨택!
제가 개인적으로 효연 팬인데 정작 효연이는 그렇게 "효연아! 효연아아!"를 외쳤는데 안 들렸던 모양 ㅠㅠ
간단히 요약하자면.....................
성지순례 마치고 돌아오는 느낌이었지요.
그냥 괜히 누가 말한 것도 아닌데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_-;;;;;;;;;;;;;;;;;;;;;;;;;;;
이상 어느 소덕의 두서없는 감성 충만 콘서트 후기였습니다.
아마 저는 앞으로도 꽤 오랫동안 소녀시대 덕후일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