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태어나서 본 만화/영화 중 신체훼손, 장기자랑이 이렇게 적나라하고 빈번하게 나오는 건 처음입니다.
예컨대 1편에서 이 만화는 형사인 주인공과 수사팀이 전부 범죄자들에게 목과 사지가 뜯기면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만화가 어떻게 계속 진행이 되냐고요? 직접 확인 하시기 바랍니다 흐흐)
저도 아직 절반 정도만 봤는데, 아마 사람 몸이 안 찢기는 편은 단 한 편도 없었을 겁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만화다 보니 실사 고어 영화보단 멘탈 데미지가 덜 한 듯 합니다.
근데 이런 불쾌한 만화를 왜 추천하냐고요?
사실 저도 고어 영화나 만화를 찾아보는 건 고사하고, 오히려 싫어해서 잘 못 보는 편입니다.
그런 제가 잔인하다는게 이 쪽 세계(?) 분들에겐 귀엽게 보일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로서는 이 만화에서 너무나 큰 충격과 함께 그에 따라오는 이상한 만족감(???) 혹은 배덕감 같은 게 느껴졌는데,
그게 이 만화에 예술적 가치를 부여한다고 생각했거든요.
이 묘한 느낌을 다른 분들도 느낄까 궁금해 공유하는 마음도 있습니다.
개인적 감상을 좀 더 풀면, 사실 이 만화에서 줄거리, 인물들 간의 드라마, 감정 같은 건 포인트가 아닙니다.
솔직히 인물들의 대사들이 거의 80년대 극화만화 느낌에 개그는 90년대 스타일이라 별로 어울리지 않습니다. (작가님의 연배로 인한 것인 듯...)
대신 도드라지는 건 세계관, 설정, 시각적 상상력입니다.
만화의 배경이 되는 도시에서는 극단적인 성형, 신체변형, 인공장기, 신체부위 매매가 중요한 화제들입니다.
즉, 인간의 신체를 어떤 관점에서 보고 사용할 것인가가 만화에서 반복되는 주제입니다.
작가님은 캐릭터들의 신체가 예상할 수 없는 타이밍에 손상되고 접합하는 장면들을 너무나 공들여서, 단면까지 세세하게 그려서 보여줍니다.
다른 대중 매체에서는 이런 시도를 굳이 하지 않죠.
폼나는 무기로 스타일리시하게 적을 죽이는 주인공을 보고 멋지다고 느끼기야 하지만,
우린 총에 맞은 악당의 뇌와 두개골이 어떻게 부숴졌는지를 보고 싶지 않습니다.
보통의 액션물이 폭력의 쾌감만 취하고 불쾌함을 발라내 우리가 죄책감 없이 폭력을 소비하게 만든다면,
이 만화는 손사래치는 독자들의 손을 잡고 굳이 불쾌하고 역겨운 영역까지 끌고갑니다.
그리고 그런 시도를 굳이 한다는 점에서 전 이 만화가 쾌락적인 장면만 나열하는 흔한 성인만화들보다
예술적 가치를 지닌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린 인간의 몸이 찢어지고 으스러지는 걸 두려워하고,
그런 장면을 다루거나 상상하는 것은 강렬한 불쾌함과 역겨움을 유발하는 데서 더 나아가 도덕적으로 금기시되기까지 합니다.
저에게 이 만화는 그런 금기를 비웃고, 인간의 존언함의 경계를 탭댄스 추면서 지나가고, "사람 몸이 뭐 그렇게 특별하고 신성해? 척추랑 뇌랑 장기로 줄넘기 하고 무기로 쓰고 장난 좀 치면 안 되나?" 라며 일종의 사고 실험을 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인간의 신체도 나무나 돌처럼 그냥 자연계의 물질이고, 쓸만큼 쓰다가 필요하면 인공물로 대체도 하고, 때가 되면 멈추는 거 아니겠냐 묻는거죠.
우리가 익숙한 도덕 개념들을 작가가 거리낌 없이 깨부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묘하게 해방감 같은 게 느껴집니다.
그닥 즐겁지 않은 장면들이 이어지는데도 그를 통해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었던 인식의 벽이나 한계 같은게 허물어지는게 통쾌하다고 해야하나...
이런걸 배덕감이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는데, 단지 다이어트 중 치킨을 먹는 쾌감, 모탈컴뱃에서 적의 척추를 뽑는 통쾌함보단 도덕적, 관념적인 수준의 배덕감이 아닐까 합니다.
현대를 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신체 손상에 대한 공포, 그리고 그 공포를 덮으려는 듯이 신성화되는 우리의 신체를
마치 외계인 혹은 미래인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해부하면서, 우리의 도덕적 본능이 절대적인가를 묻는 작품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사이버펑크 특유의 희미한 인류애도 있습니다.
이렇다 보니 대중적 인기는 별로 없었던 것 같네요. 하지만 이런 실험적인 시도가 너무 인상깊었고 독자로서는 더 보고싶은 마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