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4위 예상을 하면서 FTG와 T1 중 맞대결에서 승리하는 팀이 4위를 할 거라고 했었는데, 4주차가 끝나자 순위표에서 4위에 오른 팀은 FTG도 T1도 아닌 WAY였습니다.
지난주 까지만 해도 WAY가 4위에 오를 거라고 생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겁니다. FTG, T1, WAY 모두 3승 3패였지만 WAY 혼자 득실이 마이너스였기 때문에, (FTG +4, T1 +3, WAY -2) 진출하려면 팔콘과 T1을 모두 이기고, T1이 FTG를 이기는 경우의 수 말고는 올라갈 방법이 없었으니까요.
WAY의 경기력이 좋았다면 또 모르겠지만, 라쿤과 제타, FTG 에게 전부 3:0으로 셧아웃 당했고, 뉴에라와는 풀세트를 갔습니다. 그리고 3주차에 바뀐 볼토시 메타에서는 더 나쁜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에 거의 기대가 없었습니다. 첫 날 팔콘과의 경기에서 지고 라팔전을 7승팀간의 맞대결로 만들어주는 조연이 되는 줄 알았는데...
놀랍게도 팔콘을 잡았습니다. 그것도 3 : 2도 아니라 3 : 1로요. 팔콘 역시 볼토시 메타에서 많이 헤매는 팀이었지만, 작년도 OWCS 챔피언인 팀입니다. 그렇게 헤매면서도 T1과 FTG를 전부 이기는 저력을 보여줄 정도로 체급이 강한 팀이고요. 하지만 WAY의 선수들이 전 포지션에서 앞섰고, 두 번이나 연장 라운드를 가는 접전 끝에 WAY가 승자가 됐습니다.
다음 날 펼쳐진 T1전도 충격의 연속이었습니다. T1을 셧아웃하면서 어제의 경기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증명했습니다. 셧아웃 경기 치고는 굉장히 근소한 차이였지만, 승부처에서의 클러치 능력 차이로 WAY가 이겼습니다. 다른 명장면도 많았지만 게임을 마무리짓는 후아유의 겐지 플레이는 진짜 에이팩스 시절이 떠오르더라고요.
도대체 뭔 마법이 있었길래 1주일만에 팀이 바뀐건지 궁금합니다. 후아유를 빼면 그다지 주목받은 적이 없는 선수들이었고, 그 후아유 조차도 에이팩스 시절 이후에는 조연에 더 가까웠던 선수였으니까요.
하지만 이번주의 WAY는 이름표만 떼면 라쿤, 팔콘, 제타라고 착각할 정도의 경기력이었습니다. 에이드는 신들린 에임으로 2연속 POTM을 받았고, 후야유는 왜 본인이 겐지 GOAT인지 다시 한 번 증명했습니다. 페피의 시그마는 하디의 라인하르트 수준의 시그니처 픽이었고, 밀가루의 레킹볼은 볼로 유명한 동학이 있는 T1이 밴을 해야 할 정도였고요. 거기에 마카와 이수민이 만들어내는 변수 플레이와 적절한 케어가 어우러지며 환상적인 경기력이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아직은 갈 길이 멀긴 합니다. 이 정도는 작년의 예티나, 포커페이스도 이미 만든 결과니까요. 국제 대회를 나가기 위해서는 라쿤, 팔콘, 제타를 한 번이 아니라 많이 이겨야만 합니다. 이 경기력을 매 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라팔전
마지막 주차의 마지막 날에는 이번 시즌 첫 라팔전이 있었습니다. 비록 팔콘이 WAY에게 패배하면서 이미 라쿤 1위가 확정되었지만, 작년에 열번도 더 넘게 만난 두 팀이 경기하는데 순위가 뭐가 중요할까요. 3주차 경기력이 썩 좋지 못했고, 직전 경기에서 팔콘이 졌던 만큼 라쿤의 압도적인 우세가 점쳐졌지만, 풀세트 경기가 나왔습니다.
다만 풀세트 경기가 나오긴 나왔는데, 매 세트는 마치 여우와 황새 우화를 보는 것 처럼 일방적이었습니다. 팔콘이 뉴 정크 시티를 3:1로, 이스페란자에서 무려 131.83m를 먼저 밀어버리는 괴력을 발휘하면서 해당 맵에서의 전승을 이어갔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하위권 3개 팀을 제외하고 전부 졌던 쟁탈 맵은 이번에도 2:0으로 끝났고, 화물 맵에서 한빈의 디바를 밴한다는 팔콘 공략 방식은 이번에도 유효했습니다. 그리고 왕의 길에서는 라쿤의 원조 볼토시가 위력을 발휘하면서 라쿤이 승리했습니다.
라쿤이 진짜 강하다는 것과, 팔콘이 아직까지도 100%는 아니다라는 것을 느낄 수 있던 경기였습니다.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라쿤과 풀세트를 가는 팔콘의 체급이 진짜 무지막지하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이번 시즌에도 두 팀은 진짜 많이 만나지 않을까 싶네요.
시드 결정전 & LCQ
이번 주에는 시드 결정전과 LCQ가 진행됩니다. 시드 결정전에서는 플레이오프 4강 직행을 두고 라쿤, 제타, 팔콘, WAY가 경쟁합니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늘 있는 3인방 + 신데렐라 팀의 구도입니다. 여태까지 시드 결정전에서는 신데렐라 팀이 항상 이변을 일으켰는데 (YETI의 라쿤 상대 승리, 포커페이스의 2위), 이번에도 그 법칙이 유지될 지 기대됩니다.
LCQ에서는 FTG, T1, 포커페이스, 뉴에라 4팀이 두 장의 플레이오프 티켓을 걸고 싸웁니다. 여기서 탈락하는 팀은 그대로 스테이지 1을 마치게 됩니다. 5위와 6위를 한 FTG와 T1은 코인이 하나 더 있고, 7위와 8위를 한 포커페이스와 뉴에라는 지는 순간 탈락입니다. 정규시즌 결과로는 FTG와 T1이 올라가는 것이 정배긴 한데, 이번 주에는 변수가 너무 많습니다.
특전 시스템 도입
지난 주에 오버워치 개발팀으로부터 엄청난 대격변이 공개됐습니다. 사실 그 동안 오버워치 개발팀이 발표한 것 중에 좋은 방향으로 예상을 뛰어넘는 것은 거의 없었던 것 같았는데, 이번에는 좋은 방향으로 예상을 뛰어넘었습니다.
특전 시스템이라든가, 영웅 밴, 그리고 앞으로 나올 치장품과 영웅 등 발표 내용 중 버릴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래도 블리자드가 오버워치를 여전히 열심히 만들고 있구나 하는 기대를 갖게 할 정도로 좋았고요. 새로운 시네마틱이 없고, 여전히 인칭 대명사를 표시하는 등 아쉬운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그럼에도 만족스러웠습니다.
오버워치 시리즈가 나온 지 워낙 오래 된 게임이고, 위협적인 하이퍼 FPS 경쟁작이 출현한 만큼 변화를 주는 것은 환영입니다. 하지만 당장 다음주에 열리는 경기부터 바로 적용되는건 좀 많이 걱정됩니다. 물론 OWCS가 들어온 이후 대회 서버가 사라지면서 신규 영웅이 바로 대회에 반영되기도 했고, 9시즌에 들어왔던 히트박스 크기 변화 같은 내용도 반영된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변화 내용은 앞에 말한 내용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변화입니다. 롤로 따지면 올해 들어온 아타칸 같은 패치를 LCK 컵 도중에 적용한다는 건데 말이죠. 그나마 밴 시스템 덕분에 완전히 획일화 된 조합은 안나오겠지만, 밸런스가 아예 잡히지 않은 출시 주차부터 진행하는게 맞나 싶네요. 어쩌면 몇 년간 2월에 대회가 없다가 갑자기 대회를 추가한 이스포츠팀이 잘못한 걸지도요.
그래도 제 걱정이 밴 시스템이 처음 도입됐을 때 처럼 기우였으면 합니다. 그 때도 팀들의 개성이 죽을 거고, 획일화 된 조합만 나올 거라고 걱정했었는데, 정작 지금은 팀들의 개성은 어느때보다 뚜렷하고, 모든 영웅이 한 번이라도 모습을 보였을 정도로 다양한 조합이 나오니까요. 이번에도 제발 잘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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