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어느덧 병신년 한해가 가고 신년의 첫날이 발았습니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해를 보내며, 사람들은 올해는 뭐가 좋았지~ 하며 올해의 영화, 올해의 드라마, 올해의 예능인, 올해의 가요를 꼽느라 정신이 없었죠.
처음에는 '그래도 PGR이 명색이 게임 사이트인데 게임 게시판에 올해의 게임을 논하는 글 하나정도는 있어야지~' 하고 그 주제로 글을 쓰려 했는데, 작년이 마침 '병신년'이기도 하고, 남들 다 하는거 해봐야 별 재미도 없겠다~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2016년 최고의 (망한) 게임 어워드!
- 선정 기준 -
1. 최초 발매국 기준 2016년 발매된 게임에 한정함
2. 필자가 해본 게임에 한정함
3. 일정 이상 인지도를 갖추고 기대치가 있었던 게임에 한정함
4. 기본적으로는 필자 마음대로 하되 그래도 최대한 보편적인 정서를 고려했음
No Mans Sky - 노 맨즈 스카이
제작사 : Hello Games
최초 발매일 : 2016년 8월 9일
메타크리틱 리뷰 평점 : 61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 :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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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시는대로 2016년 올해의 망겜 첫번째 후보는 2016년 기대작 게임을 꼬박 꼬박 사서 했다면, 아니 최소한 실황 플레이 영상이라도 꼬박꼬박 봤다면 그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바로 그 게임. 헬로 게임즈의 야심찬 데뷔작 노 맨즈 스카이입니다.
[연예대상의 유재석처럼 그야말로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후보]
노 맨즈 스카이는 '여러분은 우주인이 되어 무한한 우주의 무한한 행성을 여행하며, 생물종을 발견하고, 자원을 채집하고, 무기를 제작하고, 우주선을 건조하고, 개조하여 함대를 만들어 적대적 우주인과 전투도 하고, 우호적인 우주인과는 거래와 협상을 하며 우주의 근원을 찾아 환상적인 모험을 하실 수 있습니다!' 라는 말로만 들어도 최다고티를 그냥 쓸어갈만한 초갓게임이 되려는 듯한 기획 의도를 가지고, 개발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초기 기획 단계를 마치고, 2014년 E3에서 공개된 트레일러와 짧은 게임 플레이 영상, 이는 게이머들을 기대하게 만드는데 충분했습니다. 항성계간을 초공간 워프로 뛰어넘어, 아직 쥐라기 시대의 지구처럼 공룡이 사는 행성부터 시작해서 어느정도 문명이 발달한 행성을 넘나 들며 그래픽은 조금 부실하지만 컨셉은 매우 재밌어 보이는 함대전을 거쳐, 미려한 음악과 느낌있는 비주얼이 살아있는 자연을 탐험하는, 우주라는 소재를 좋아하는 게이머는 취할래야 취할수밖에 없는 그런 느낌의 영상이었죠.
[이때는 많은 사람들이 이것이 또 하나의 마이너 취향 갓겜 탄생의 서막이 될 줄 알았다.]
그 기대치는 PC 포팅이 발표된 E3 2015때도 크게 떨어지지 않았고, GTA 5처럼 모든 게이머들이 전부 손 모아 기다리는 정도는 아니여도, 꽤 많은 헤비 게이머들이 이 게임의 개발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발매되면 재밌게 즐겨주겠다~ 의외로 대 성공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해를 넘겨 발매를 얼마 안 남겨둔 여름, 그 기대하는 사람들의 뒤통수를 쌔하게 만드는 사건이 터지고 맙니다. 바로 테스트용 카피가 유출되어 플레이 동영상이 하나둘씩 인터넷에 올라오게 된 것이죠.
당시 카피본 유출이 심각한 문제가 된 이유가 뭐였을까요? 게임이 이쁘고 까리하게 뽑혔는데, 유출본 때문에 복돌이가 늘어날까봐였을까요? 게임 내러티브에서 반전이 중요한 요소를 차지하는데, 핵심 스토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당하는 유저들이 생겨나서 였을까요? 정답은 둘다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그 유출본 플레이 영상이랍시고 올라오는 영상들이, 하나같이 핵심 게임 플레이 요소가 뭔지 모를 정도로 지루한 채집과 이동의 반복이었기 때문이었어요. 즉 '아 뭐야 기대했는데 보니까 노잼이네' 이게 문제였던거죠.
[최악의 스포는 '그 영화 재미없대' 라는 말이 있는데 말이지...]
당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본 유출본을 보면 거의 플레이 타임의 대부분을 광맥을 캐서 자원을 모으고, 그 자원으로 우주선을 업글하고 무기를 만글고, 옆 행성으로 날아가고를 반복하는데, 플레이 하는 사람이 게임을 그렇게 잘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그 광경이 솔직히 유저들에게 너무나 지루해 보였음은 당연했습니다. 하우징도 없고, 우주선 내부를 꾸미거나 하는 작업도 없이, 그저 행성을 옮겨 다니며 자원을 캐고 또 캐서 아이템이나 제작하는, 온라인 게임 노가다중에서도 가장 재미 없어서 사람이 아니라 봇들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채집 노가다를 방불케 하는 광경이었으니, 실망할만도 합니다.
그 이후 꽤 호의적이었던 여론은 점점 의심의 색으로 물 들어갔습니다. '이 게임 망할것 같은데? 개노잼같은데? 그렉 오든급 버스트 같은데?' 하는 부정적인 의견이 올라오기 시작하고, 그래도 괜찮아 보인다는 의견들은 하나둘씩 사라지기 시작합니다. 제작사측에서는 이런 사태를 막기 위해 '유출본이랑 실제 게임이랑 다를거임. 특히 데이원 패치하면 더 달라짐 그럴로 판단하지 마셈' 이라는 이야기로 논란을 종식시키려 했지만, 오히려 데이원 패치 어쩌고 운운하는걸 본 게이머들은 '아니 그럼 데이원 패치 안하면 저거랑 똑같은 겜이란 얘기냐? 데이원 패치로 뭐 대격변이라도 내주실건가여?' 라며 의심을 전혀 거두지 않았죠.
[노 맨즈 스카이는 안전합니다! 다들 안심하고 구매하세요!]
2016년 8월 9일, 마침내 그 우려 90% 기대 10%의 여론 속에 게임이 발매되었고, 그 결과에 대해선 위의 메타크리틱 점수들과 여러분이 게임 포털들에서 자주 보았을 '노 잼스 스카이' 라는 표현이 충분히 잘 설명해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플레이 해본 이후 느낀 노 맨즈 스카이의 가장 큰 문제점은, 결국 이 게임이 그렇게 대대적으로 광고한 게임의 '핵심 요소' 들이 플레이어의 재미있는 경험으로 치환 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노 맨즈 스카이의 핵심적인 게임 플레이는 결국 탐사이며 게임에서 탐사가 재미를 주기 위해서는 그 환경이 다양해야 하고 또한 분명하고 확실하며 동기부여가 될법한 보상이 있는 목표가 있어야 하는데, 이 게임은 그 두마리 토끼를 다 놓쳤습니다.
먼저 환경의 다양함에 대해서 짚고 넘어가봅시다, 이 게임 제작진들이 그렇게 자랑하던, 자랑하다 못해 기술 저작권 시비가 붙을 정도였던 Superfomula에 의해 구해진 난수로 인해 생성되는 천문학적인 숫자의 행성들은 수십곳, 아니 십수곳만 가봐도 바로 그 난수 생성이 대충 어떤 패턴인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그 깊이가 터무니 없이 얕습니다. 새로운 행성을 탐사해서 완전한 미지의 무언가를 보고 경이를 느낀것은 게임 플레이 초반 2시간에 한정되어 있을 정도라면 말 다했죠.
게이머들은 기계가 아닙니다. 실제로 이 행성은 저 행성과 어떤 점에서 다른가~ 하고 분석하여 다르다고 인식 될 경우 신선함을 느끼는식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소리에요. 게이머들이 중요시하는건 환경 자체가 아니라 그 환경이 가져다주는 경험이고, 노 맨즈 스카이의 셀수도 없을만큼 다양하다고 주장하는 환경은 게이머들에게 손가락으로도 셀 수 있을 종류의 비슷비슷한 경험만을 제공합니.
[이번 새새새새새참새 행성은 새새새새참새 행성이랑은 전혀 다른 행성이라구!]
두번째로는 탐사 자체의 목표가 불명확하다는점이 문제입니다. 혹자들은 샌드박스 게임인데 목표가 분명한게 이상한게 아니냐고 되물을 수 있겠지만, 이 게임의 문제는 그런 장기적인 게임의 목표의 부재뿐만 아니라, 단순히 근근하게 탐사를 이어나갈 수 있을만한 단기적 피드백조차 비참할정도로 엉성하다는데에 있어요.
비슷한 우주 배경의 탐사 샌드박스 게임인 스타바운드를 보면 특정 자원을 열심히 채집해서 정보를 얻은 뒤, 특정 아이템을 제작하면 기존에는 감히 접할 수 없었던 어려운 환경의 행성을 탐사할 수 있고, 그 행성을 탐사하면 내 모험에 도움이 되거나, 혹은 두고두고 벽에 걸어놓을 수 있는 전리품을 얻거나 하는, 도전 - 보상의 순환고리가 굉장히 자연스럽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 게임은 튜토리얼같지도 않은 튜토리얼에서의 억지스러운 강제력을 제외하면, 유저가 특정 행위를 하는데 있어서 어떠한 매력적인 유도책도 없으며, 앞서 이야기한 다양한 경험의 부재와의 시너지로 대부분의 유저들은 '난 무엇이든 할 수 있어' 라는 생각으로 탐사를 계속하기 보단 '아 대체 뭘 하라는 얘기야 개재미없네' 라며 전원을 끄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들어요
여기까지가 제가 플레이 해보고 느낀 이 게임의 핵심적인 문제점입니다. 보통 게임 포럼들의 리뷰를 보면 마치 확대경을 쓴것처럼 그냥 좁은게 아니라 이상하게 좁은 시야각이나, 다양한 재료를 수집해야 하는데 비해 쓰잘데기 없이 칸수 제한이 심한 인벤토리, 그 좁은 인벤토리를 이중으로 불편하게 만드는 UI등에 대한 단점 등 이 게임이 가진 많은 자잘한 단점들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제가 생각하기에 그 정도 결점은 좋은 게임에도 있습니다. 심지어 최다고티를 타는 게임에도 있어요. 엘더스크롤 스카이림의 PC판의 경우 이 게임보다 과연 더 나은 UI와 인벤토리 환경을 제공했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까놓고 그런 문제는 모딩 환경이 열려 있다면 모딩만으로도 극복이 가능하고, 콘솔판의 경우에도 제작사가 게임을 놓지 않는다면 패치로 충분히 해결 가능한 부분들이니까요.
게임의 추구한 핵심적인 가치가 바로 서 있다면 충분히 극복 가능할 문제들이 여러 매체들을 통해 정말 심각한 문제인양 다뤄지고 있다는것은, 이 게임의 근본적인 재미가 그것들을 극복할만한 동기부여를 줄만큼 충분치 않기에 일어나는 일입니다. 만약 탐사 자체가 주는 재미가 충분했다면, 위의 요소들은 그냥 게임 발매 초기의 해프닝정도로 치부되고 넘어갈 수 있었을거에요.
Mighty No. 9 - 마이티 넘버 나인
제작사 : Comcept, Inti Creates
최초 발매일 : 2016년 6월 21일
메타크리틱 리뷰 평점 : 52
메타크리틱 유저 평점 :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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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노 맨즈 스카이의 소개 글에서 이미 많은 암시를 주었기에 눈치채신분들이 많겠지만, 올해의 망겜 어워드 두번째 후보는 캡콤 사옥문을 시원하게 걷어차고 나간 이나후네 케이지의 공전절후의 걸작(이 될줄 알았던) 마이티 넘버 나인이 차지했습니다. 아니 우리 마넘나가 어때서! 라고 말할 팬보이들이 제 생각엔 아마 거의 남아있지 않겠지만, 혹시나 남아 있다면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립니다.
이 게임이 왜 응가 게임인지를 설명하기전에, 마이티 넘버 나인의 탄생 비화를 좀 이야기 해봅시다. 모두가 알디시피 마이티 넘버 나인은 캡콤이 단꿀을 쪽쪽 빨다가 스스로 망가뜨려서 단물이 더 나오지 않자 미련없이 내다 버린 비운의 프렌차이즈, 록맨 시리즈의 정신적 후속작입니다. 록맨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나후네 케이지가 직접 킥스타터 펀딩부터 시작해서 게임 제작 프로듀싱까지 모든걸 다 도맡아서 진행했으며, 주인공의 비주얼이나 게임 플레이 방식등 모든면에서 클래식 록맨 시리즈를 계승해 미래로 이어나가겠다는, 그런 의지를 가지고 탄생한게 바로 이 마넘나입니다.
[스타일리쉬 횡스크롤 액션! 록맨의 아들 마이티 넘버 9! (웃음)]
이 게임이 펀딩을 시작하고, 캡콤의 록맨 시리즈에 대한 홀대에 굉장히 화가 나 있던 전 세계의 록맨 팬들은 모두 환호했습니다. 캡콤을 향한 저주와 이나후네를 향한 응원, 축복의 메시지가 하나둘씩 모여서, 킥스타터 사상 가장 빠르고 큰 후원금이라는 형태로 제작진에게 전달되었죠. 그 열망이 얼마나 대단했냐면, 록맨 못지 않은 좋은 게임을 많이 만든 옵시디언이 무려 1년이나 앞서 모금을 시작한 프로젝트 이터니티를 단기간에 상당히 많이 따라잡을 정도였어요. 프로젝트 이터니티, 즉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의 경우 상당히 오랜 기간 킥스타터 모금액 1위를 유지할정도로 거의 많은 세계의 CRPG 매니아들의 후원을 받은 킥스타터 역대 최대의 규모, 최대 관심사 프로젝트였는데, 그에 준하는 금액을 모금했다는거 자체가 록맨을 향한 팬들의 열정이 얼마나 대단햇는지를 보여줍니다.
그렇게 차곡 차곡 모금액이 쌓이고, 펀딩 도전 과제들이 달성되고, 게임은 쌓이는 돈으로 인해 멀티 플랫폼, 온라인 배틀 레이스 모드 등등의 요소가 추가 확정 되면서 탄탄한 기반이 마련됩니다. 돈도 모였고, 방향성도 모였고, 잠재적인 고객 수요층도 확인했으니 남은것은 게임을 제대로 만들기만 하면 되는거였죠. 그러나 대다수의 킥스타터 게임이 그렇듯, 이 게임도 그 단순하지만 가장 어려운 단계 하나를 남기고, 드라마틱한 추락을 시작합니다.
[원기옥은 크라우드 펀딩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기술입니다.]
킥 스타터 게임이 발매를 미루거나, 추가 펀딩을 하는 케이스는 그리 드물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뒤에서 궁둥이를 걷어 차는 퍼블리셔가 있는것도 아니니 개발 일정이 조금은 나태해지는것도 무리는 아니며, 대부분의 킥 스타터 모금인들은 본인들의 프로젝트가 얼마나 커질지, 그 규모에 따라 추가로 들어가는 비용이 얼마나 될지에 대한 정확한 회계 계산을 거친게 아니기 때문이죠. 연기나 추가 펀딩 절차를 거친다고 해서, 꼭 킥 스타터 게임이 버스트가 된다는 보장은 없어요.
그러나 그것도 정도가 있는거고, 어느 선을 넘어가면 분명히 문제가 생깁니다. 마넘나는 당시엔 몰랐지만 그 선을 넘고도 남을만큼 계획 변경이 잦았어요. 킥스타터 펀딩이 끝나고 페이팔로 추가 꽤 적지 않은 금액을 추가로 모금하고, 개발중 게임 플레이 영상이나 플레이 가능 테크 데모등은 공개한다고 한 방식과 일정을 대부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당시엔 킥 스타터 펀딩이 초기에서 중기로 넘어가는 과도기였기 때문에, 이런 잦은 계획 변경 현상에 대해 모두가 심각하게 생각한것은 아니었다는게 마넘나에겐 다행인 부분이죠.
[이것이 패망의 전조임을 알았어야 했는데...]
그렇게 말 바꾸기와 일정 변경, 기대 이하의 데모로 인해 이나후네에 대한 사람들의 믿음이 식고, 캡콤 재평가라는 웃지 못할 촌극까지 벌어지기 시작할 즈음, 펀딩 4년만에 마침내 실 발매 버전의 게임 플레이를 담은 3차 트레일러가 공개되고, 사람들은 아비규환에 빠지고 맙니.
플레이 영상을 보고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고 생각할수도 있어요. 그러나 이 게임은 펀딩 금액 400만 달러, 순수 개발금액엔 240만 달러가 들어간 게임이다. 아무리 개발 금액이 100% 다 퀄리티로 변환되는게 아니라고 쳐도, 이 게임의 개발 금액의 1/10, 1/100, 1/1000이 들어간 Braid, Dust, Limbo 같은 게임들과 비교했을때, 마이티 넘버 나인의 플레이 영상은 너무나도 평이하고, 성의가 없었으며, 이게 과연 킥스타터로 400만을 모금한 게임인지 아니면 아마추어 1인 개발자가 팬심으로 간간히 만든 비매용 게임인지 도저히 구분할 수가 없을만큼 아마추어의 냄새가 심하게 났습니다.
그렇게 기대는 다 사라지고 의심과 한탄속에 발매된 마이티 넘버 나인. 과연 제작사의 불성실함과 과대 홍보 뿐만 아니라, 게임 자체도 망겜의 자격을 지니고 있었을까요? 대답은 이 글에 마넘나가 포함되어 있는것만으로 충분할것으로 보입니다.
마이니 넘버 나인의 게임으로서의 문제점은 노 맨즈 스카이와는 그 방향성이 완전히 다릅니다. 노 맨즈 스카이가 이것저것 그럴싸하게 만들어놓긴 했지만 그것들이 가져오는 게임 플레이 자체가 재미가 없는게 문제였던것과 달리, 마이티 넘버 나인은 솔직히 재밌어요. 일단 조작감이 좋다는것 만으로도 플랫포머 게임이 갖춰야 할 기본은 갖추고 있고, 핵심 시스템인 멀티 대쉬 시스템도 기존 록맨 시리즈의 느린 속도감을 보완해주면서도 게임성은 크게 해치지 않은, 상당히 괜찮은 시스템이에요.
이 게임의 문제는 그 게임의 재미 요소를 제외한 만듦새가 그야말로 엉망 그 자체라는데에 있습니다. 그래픽은 자기들이 처음 청사진을 제시할때 보여준 아트워크와 비교하지 않아도 그냥 2016년에 발매된 게임이라기엔 너무나 구린 수준이고, 그래픽이 구려도 Shovel Knight처럼 그게 개성으로 느껴질만큼의 정성이 있으면 괜찮은데, 3D 렌더링 게임이다 보니 그런 정성도 솔직히 조금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사운드 트랙은 뭔가 임팩트 있게 곡이 좋지도 않으면서 그 쓰임새가 엉망이고 바리에이션이 적어서 쓴 곡을 또 쓰고 또 쓰고 하는 재활용 많은 구성에, 전용 트랙이 있을법한 장면에서도 글로벌 음악이 나오는 등 보통 이런 게임이 강점을 갖는 사운드적 측면에서도 이 게임은 과장 좀 섞어서 낙제점입니다.
비주얼이랑 사운드만 구린것이 아니라 게임 전체적인 구성도 역시 현 세대의 게임이라기엔 부족한점이 많습니다. 숨겨진 요소, 수집 요소, 도전적 요소등도 굉장히 적고, 구성은 아주 정직한 리니어한 구성에, 아기자기한 즐길거리도 거의 없고 게임이 그냥 게임 플레이가 전부에요. 그런 게임 플레이 외적 구성 요소면에서 완벽했던 언더테일 같은 게임이랑 비교할것도 없이 그냥 패미컴으로 나온 록맨 6보다도 못합니다.
[20년동안 조금도 성장하지 않았어...]
그 결과 첫 인상이 좋았던 게임 플레이도 뒤로 갈수록 그 빛을 잃고 초라해져갑니다. 와 대쉬 재밌네, 와 조작 깔끔하네, 이건 게임을 몰입하게 만드는 요소지만 프리웨어 인디게임도 아니고 당연히 그 몰입 이후의 몰입한 게이머들을 즐거운 경험으로 인도할 무언가가 있어야죠. 근데 이 게임은 그런걸 만들 생각이 있었는지 조차 궁금할 정도로 끝까지 단조롭고 평탄합니다.
마이티 넘버 나인에서 훌륭한 부분은 결국 '이런 게임이 재밌겠다 - 대충 뼈대를 만들어봤다' 까지입니다. 세상에 프로 제작자가 몇년동안 크라우드 펀딩을 받아 만든 작품이 저 단계에서부터 진행이 망가졌다는건 그 어떤 변명으로도 수습이 안되는 문제에요. 마이티 넘버 나인은 게임 자체가 구린데서 그치지 않고 상당히 많은 게이머들을 '킥스타터 공포증'으로 내몰았습니다. 비슷한 돈을 먹고 내놓은 결과물인 필라스 오브 이터니티를 봤을때, 이 게임에 쓰인 돈은 대체 어디로 증발했을까가 궁금해집니다.
-Final Decision-
이 두 shit game의 공통점은 바로 '과장 광고, 지나친 언플'로 인해 게임이 본래 받아야 할 평가보다도 더 나쁜 평가를 받는다는 점입니다. 노 맨즈 스카이는 영국에서 과장 광고 관련 조사를 받았고 (무혐의가 나왔지만), 마이티 넘버 나인은 킥스타터 후원자들의 대규모 소송이 곧 진행될 예정이거든요.
그런데 사실 이 두 게임을 둘다 과장 광고나 사기극이라고 엮기에는 한쪽이 명백히 더 나쁜짓을 했고, 나머지 한쪽은 그에 비해서는 굉장히 억울한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노 맨즈 스카이의 경우, 제작진이 말한 요소 대부분이 어쨌든 인 게임에 녹아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못한 요소들은 데이원 패치로 상당수가 추가 되었으며, 앞으로도 추가할것임을 공인했습니다. 중간 중간 유료 DLC 관련 잡음은 있었지만, 그것도 어떻게든 수습이 된 모양새입니다. 이 게임은 솔직히 말해서 일부러 거짓을 고한 타입의 게임은 아니에요. 단지 그 요소들로 유추할 수 있는 결과물은 굉장히 재밌는것임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요소들을 다 녹여넣은 '노 맨즈 스카이' 라는 게임은 재미가 없었던게 문제죠.
함대전? 있습니다. 행성의 종류? 다양합니다. 공간 도약? 있습니다. 다른 외계인 과의 교류? 있습니다. 결국 만들겠다고 한건 대부분 만들었어요. 문제는 그 결과물이 구리다는점이고, 이것은 사기보다는 능력 부족에 가깝습니다.
[패티와 소스가 들어있는 맛있는 햄버거를 스웁과 함께 준다고 해놓고 해놓고 이걸 준 느낌]
그렇습니다. 이 두 게임을 같이 사기로 엮는건 노 맨즈 스카이에게 몹쓸짓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이티 넘버 나인은 킥스타터 후원자 일부에게 패키지도 제대로 보내지 않았으며, 멀티 랭귀지 관련된 이야기가 약속과 전혀 달라 특정 언어권 유저의 경우 아무런 이유 없이 같은 돈 내고 손해를 보는 문제도 있었고, 아예 추가하겠다고 말한 요소가 허공으로 증발해버리거나 (POE와 달리 별다른 납득할만한 설명도 없이 말이죠) 언젠가 해줄께~ 하고 기약없이 날려버린것도 있죠..
게임 내적인 요소만 해도 두 게임은 차이가 좀 있습니다. 노 맨즈 스카이가 방향 설정이 잘못 되었다면 마이티 넘버 나인은 아예 시대착오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거든요. 노 맨즈 스카이의 경우 그래도 다양한 오브젝트에서 자원을 채취할 수 있고, 뼈대와 세계 자체는 구성이 된 탓에 거기에 양념 몇개 쳐주고 가지고 놀만한거 몇개 던져 주면 재밌는 게임이 될 수 있고 패치로 그렇게 개선된 부분이 존재하지만, 마이티 넘버 나인은 양념을 아무리 쳐서 재밌게 만들어도 시대에 맞는 게임이라고는 도저히 볼 수 없을정도에요
노 맨즈 스카이는 모든면에서 부족하고 모자란 게임이지만, 그런 게임은 있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마이티 넘버 나인은 모자란 게임이 아니라 나쁜 게임입니다. 노 맨즈 스카이는 실패한 도전이었지만 마이티 넘버 나인은 그냥 사기극이에요.
마이티 넘버 나인은 프로듀어스이 이름값에도, 펀딩한 금액에도, 본인들이 제시한 청사진에도, 그 세곳 어디에도 미치지 못하는 조약한 게임입니다. 이름값에 못 미치는것과 청사진에 못 미치는것은 단순히 실망적인 요소라고 쳐도, 보상을 제시하고 모금한 금액에 못 미치는 결과물을 낸것은 거기서 끝날 이야기가 아니죠.
따라서 2016년 망게임 어워드 수상작은 콤셉트의 야심작 '마이티 넘버 나인'이 되겠습니다. 축하합니다! 이나후네 케이지씨!
[??? :먼저 이 상을 받게 해주신 캡느님 아버지에게 넘나 넘나 마넘나 감사드립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