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16/10/31 17:03:55 |
Name |
Vesta |
File #1 |
Sac_팬아트___아무런_위험없이_승리하는_것은_영광없는_승리에_다름_아니다.png (444.2 KB), Download : 25 |
Subject |
[LOL] 시즌 6를 반추해보다 - Memories |
롤드컵 여운덕분인지 어제 오늘 롤 글을 엄청 쓰는 것 같네요. 아니, 올 시즌 자체가 슼팬 입장에서는 작년 이상으로 힘겹고 빡센 시즌이었기에 더 만감이 교차하는 듯 합니다. 그리고 슼팬이 아니라 LCK 팬, 그리고 LOL 리그를 즐겨보는 팬으로서도 올 시즌은 정말 너무나 흥미진진했습니다. 대체로 하나의 큰 줄기가 흘러가는 느낌이었던 예년 시즌들에 비해서 올 시즌은 정말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격동과 변화의 밀물 썰물 짝짝꿍이 정신없을 정도였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난한 이슈들은 물론 그 속에서 온갖 재밌는 밈이나 흥미로운 스토리들, 드라마와 같은 순간들도 많았죠.
이제 시즌 6 롤드컵도 끝난 마당에 정리해본, 두서 없이 꼽아본 올 시즌 기억에 남는 장면 혹은 이야기들입니다.
(짤방 원작자 : 슼갤 팬아트메이커 Sac님)
북미잼 → 북미가 달라졌다! → 결국 북미...잼
올 시즌처럼 LOL 경기보면서 빵터지게 웃은 경험이 많은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특히 IEM 월드 챔피언쉽과 MSI에서 난무한 온갖 북미잼쇼에 당황과 황당을 오가던 클동준 콤비의 리액션은 정말 우울할 때 보면 이보다 더 웃길 수가 없었죠. 그리고 이 대회를 통해 '큰 그림'이라는 유행어가 대두되기에 이르죠. 아직도 IEM 월챔에서 TSM의 퍼포먼스에 충격으로 몸서리치던 클템과 아니시에이팅을 연발하던 동준좌의 새된 목소리가 떠오릅니다. 그리고 클템의 북미 멸시 게이지는 더욱 상승했죠. 급기야 혼파망의 조별예선을 보여준 MSI에서는 IEM 월챔 이상의 북미잼이 지역을 가리지 않고 난무했죠. 그 자극적인 맛에 많은 사람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클템: ...??? 이게 이렇게 되네요!? 참 재밌네요..? 동준좌: (빵터져서 호흡 곤란) 용준좌: 아니 해설자가 해설을 안하고 뭐하는...! 클템: 예상대로 하-나도!!!(분노) 안됐어요(어이없음).
그러나 MSI에서 CLG는 소라카와 같은 신문물을 앞세워 레딧의 북미팬들을 환호하게 만들며 결승까지 진출합니다. 비록 어우슼모드 발동한 SKT에게 3 : 0으로 깔끔하게 스윕 당했지만, 북미팀이 드디어 라이엇 주관대회에서 결승에 올라갔다는 점은 올해 벌어질 홈그라운드에서의 롤드컵 전망을 장미빛으로 물들였죠.
그리고, 북미에서 벌어진 대망의 롤드컵. 작년 Fnatic과 같은 탈지역급 팀이라는 평가를 받는 TSM과 기세가 주춤하긴 했어도 MSI 준우승에 빛나는 CLG, '탑 다이' 임팩트를 앞세운 C9는 북미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습니다. 그러나 이 북미팀들은... (Cause you are my girl~♬)
내년엔... 잘하겠죠...? 북미님들...?
정글러 금수저 잼-구와 고통받는 KT 정글러의 정점에 오른 스고수
올시즌을 돌이켜보자면, 못할 때의 블랭크는 정말 끔찍하다는 말로도 설명이 안될 정도의 경기를 보여줬습니다. 우스갯소리가 아니라 무슨 프로씬에서 구릿빛과 은빛이 가득한 고향의 냄새를 이렇게 자주 맡을 수 있다는 건 이해 불가능의 경지였으니까요. 그건 도저히 어떤 변명도, 어떤 평가의 반전도 용납하기 어려운 수준이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스프링 시즌에 IEM-롤챔스 스프링-MSI를 모두 제패할 수 있도록 훌륭한 모습을 보여준 것도 또한 블랭크였습니다. 잘할 때는, 정말 잘합니다. 절대 버스 정글러가 아닙니다. 스프링 때 킨드레드는 지금봐도 경이롭습니다. MSI에서는 니달리를 제외하고는 리신, 그브, 킨드, 엘리스까지 정말 잘했죠.
롤드컵에서도 블랭크의 재미있는(...) 경기력 기복은 여전했습니다. 그러나 8강 RNG에서의 자크, 올라프의 활약으로 많은 부분 평가를 반전시켰습니다. 비록 결승에서는 또다시 레드지역 잼구존 근처에서 거대한 젤리똥을 투척해서 정말 회생불능의 대역적이 될뻔 했지만 더정글의 자비로 인해서 불지옥도에서는 벗어난 셈이 되었습니다. 아마 4강이나 결승에서 블랭크가 계속 출전해서 졌으면... 정말 팬덤에 의해 꼬치-쵭감독-블랭크 동시에 거대화형식이 거행되었을지도 크크크크 저야 뭐 KT에게 패패승승승한 이후로는 그냥 더이상의 원망이나 비판도 다 접은 마인드였지만, 잠깐 상상만 해봐도 정말 무슨 상황이 되었을지... 더정글님은 역시 평화의 수호자입니다. 아 평화로워라...
그리고 지난 시즌부터 제가 타팀 선수들 중에 가장 눈여겨보고, 가장 높이 평가한 정글러(또는 모든 포지션의 선수)인 스코어. KT는 정글 명가입니다. 인섹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낸 인섹과 KT의 첫 롤챔스 우승을 캐리한 카카오, 그리고 포변했지만 경기력면에서 역대 최고의 밸런스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과하지 않은 정글 완전체 스코어. 하지만 관운이 너무 없다는게 참 안타깝습니다. 참... 너무 잘하는데... 어떻게 우승이 없네... 그래서 올스타전에 개인적으로 더정글님이야 롤드컵 3회 우승도 했겠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팀 구원하시느라 고생하셨으니 흑염룡도 휴식을 통해 내년을 준비해야 하고... 들리는 풍문으로는 손목도 좋지 않다고 하니 그 부분도 신경쓸 겸 올스타전 정글러는 스코어가 갔으면 싶네요.
많은 사람들이 그럽니다. 라이너들이 지고 있을 때 상황을 반전시키는 정글러가 정말 뛰어난 정글러라고. 하지만 저는 시즌 3부터 본 모든 정글러중에서 라인전에서 그토록 압도적으로 불리한 상황에서 완벽하게 정글러의 힘으로 정반대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정글러는 정말 처음봤습니다. 한라인이 크게 밀린다거나, 혹은 두라인에 다소 불리한 상황에서 반전시키는 경우는 간혹 나왔지만... 그렇게 전라인이 다 밀리는 상황에서 정글러가 그냥 싹다 해결하는 장면은 정말 경이로웠습니다. 물론 명품 조연 블랭크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겠지만 크크... 허나 그런 기회를 살리는 능력은 아무에게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전 그 경기가 3억제기 역전보다도 더 나오기 힘든 경기라고 봅니다. 괜히 위대한 정글러 소리 나온게 아니죠. 그리고 그 경기에서 중금슼을 과도하게 흡입한 나머지 결승과 롤드컵 선발전에서...
※ 주의: 중금슼중독 ※
스프링 시즌 정규시즌에서 모두 승리를 거두며 드디어 SKT와의 천적관계를 청산하나 싶었던 락스 타이거즈는 결국 갑자기 딴 사람이 되어 나타난 블랭크와 급 미친놈이 되어버린 페뱅 캐리라인, 그리고 울프와 듀크의 활약으로 인해 15 SKT 서머에 버금가는 포스로 평가받던 시즌에 준우승의 굴레에 다시 빠지고 맙니다. 하지만 절치부심, 다소 흔들리던 그들은 서머 시즌에서도 정규시즌 1위를 달성하고 결국 결승에서도 치열한 명승부 끝에 KT를 잡고 드디어 우승의 한을 풉니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맞라인전 메타라는 악재였고, 다시 한번 슼을 만나 슼을 구렁텅이까지 몰아넣지만 웬 미췬넘의 볼링공놀이와 흑염룡의 부활을 막지 못하고...
패패승승승으로 시작된 원한은 패패승승승으로 갚는다!를 달성했지만, 서머 결승과 롤드컵 선발전에서 간발의 차로 패배하며 [그러나 이 사진이] 흑백모드가 되어버린 KT...
스타일리쉬하고 강력한 개싸움 능력을 보여준 아프리카 프릭스는 우리야말로 슼 킬러! 명장 강현종과 악동들! 페더열! 기믹으로 시즌을 수놓았으나 결국 리라의 웃음으로 16 SKT의 신호탄을 장식하고 롤챔스 상위라운드 광탈, 롤드컵 진출에 실패...
스프링 시즌과 서머 시즌 모두 슼의 부진의 스타트라인에 위치한 진에어 역시도 그 이후 미친듯한 연패를 거듭하며 롤드컵 진출에 실패...
이 강력한 중금슼은 해외팀들도 예외가 아니었으니.
해외의 아프리카 프릭스, 한국팀만 잡고 광속 점멸을 내갈긴다는 FW는 롤드컵에서 더정글의 귀환과 함께 광탈... RNG는 슼을 상대로 가장 분전한 해외팀이었으나 결국 첫세트를 잡으면 그다음에는 귀신같이 패배가 따라오는... CLG는 신문물 전파로 매운맛을 보여줬다가 결승에서 해일에 휩쓸리고 죽창에 난도질 당하고 빛나는 미사일에 폭-발...
사실 예전부터 역사가 유구한 중금슼이었지만 올해는 유독 악랄했던 것 같습니다.
(끼워맞추기 농-담입니다)
Gap is Closing
MSI 이후로 전 해외리그의 경기력을 당초보다 더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습니다. 올해 롤드컵은 작년보다 확실히 더 빡셀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었죠. 실제로 조별 예선에서는 아웃라이어급 한국팀이 나오지 않았고, 1라운드에서 북미는 한국팀과 동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심지어 와일드카드 팀들이 우승후보로 불렸던 EDG를 때려잡질 않나 심지어 락스까지 잡질 않나...
그러나 그 모든 것들이 뒤로 가면 갈 수록 레딧 유저들의 한때의 달콤한 꿈으로 변해가는 것을 보면서 참 LCK 대-단하다! 하는 감탄이. 특히 한국팀들끼리의 명승부는 정말 엄청나다는 말로도 모자랐죠. 슼을 응원하는 슼팬으로서는 참 식은땀 나는 순간들이었지만, 정말 멋지고 화려한 장면들이 그 어느때보다 많았던 것 같습니다. 비단 LCK 팀 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의 팀들이 고르게 멋진 모습을 보여줬죠. 적어도 그 어떤 팀도 아주 무기력하진 않았고, 반전의 결과가 쉴새없이 튀어나왔습니다. 다만 조별예선에서 모든 힘을 쏟은 해외팀들은...
결국 LCK팀간의 갭이 줄었다 + LCK 제외 타지역간의 갭이 줄었다는 허망한 결론에 도달하긴 했지만, 모든 지역에서 가능성을 보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라고 봅니다. 특히 와일드카드팀들의 선전은 정말 인상적이었습니다. 조별예선에서의 ANX는 정말 놀라움의 연속이었죠.
노력은 배신하지 않는다 - 삼성 갤럭시
질문게시판에 소위 현재의 삼성, 신 삼성이 이렇게까지 강해진 이유가 뭔지 궁금해하는 글이 올라왔더군요.
제가 작년, 그리고 올해 봐온 삼성은 정말 바닥부터 차근차근히, 하나하나 공든탑을 쌓아올려온 팀이었습니다. 정말 이팀은 0에서부터 시작한거나 다름없죠. 앰비션이라는 정신적 지주+운영에 강점이 있는 베테랑 정글러의 영입과 룰러라는 대형신인의 등장을 통해 완성된 신 삼성의 단단함은 짜황으로 거듭난 큐베와 '노력'의 가치를 증명한 일품 미드라이너 크라운을 통해 거대한 시너지를 만들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그런 그들의 단단한 정석은 유연하고 스피디한 아웃복싱을 구사하는 락스에겐 선전했지만, '상위호환'인 SKT와 '기습전'에 능한 KT에게 말그대로 유린당했습니다. 결국 롤드컵에 가기 위해서는 모든 라인과 정글, 서폿마저 안정감 일변도로 갈 수는 없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겠죠. 그리고 여기서, 코어장전이라는 마지막 퍼즐이 맞춰집니다.
레이스는 분명 뛰어난 서포터입니다. 그리고 불운하다고밖에 표현할 수 없는 선수죠. 그런데... 가끔 그런 생각을 합니다. 정말 잘하는 선수지만, '그게 다라면?'. 팀에 필요한 선수는, 그리고 그 팀에 어떤 역할을 맡는가를 볼 때 레이스는 분명 흔들림없는 활약을 보여주긴 했지만, 삼성의 컬러에서 변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선수는 아닙니다. 결국 '정석'이라는 큰틀에서 같이 가는 선수였던 거죠.
하지만 코어장전은 '탐 켄치'를 비롯해 온갖 변수로 무장하며 KT에게 예상밖의 상황을 전개합니다. 봇 라인전이 탄탄하지 않은 KT는 코장의 변수로 인해 예상밖의 '누수'를 경험하게 되고 하차니의 맵지배력과 변수창출능력이 소거되는 상황이 연출됩니다. 그리고 이는 순수 라인전 구도를 좋아하지 않는 KT에게는 껄끄러움을, 그 정반대인 삼성에게는 커다란 선물이 됩니다.
신 삼성 선수들의 프로 생활에 있어 가장 큰 벽과도 같던 KT. 이건 뭐 어지간해야 천적 극복이라는 말도 하지... 19 대 0 이 뭡니까. 이건 그냥, 당시 감독과 선수들의 표현대로 '아예 기대를 안하고' 경기를 치러도 이해가 백번 가는 상황이죠. 이정도면 트라우마가 아니라 그냥 당연한 세계의 질서로 받아들일 정도니까요. 그런데 그 결정적인 순간에 극적으로 맞춰진 코어장전이라는 퍼즐 조각은 삼성 선수들에게 '편한 게임 환경'을 제공했고 결국 순수 라인전 구도에서 큐베가 섬데이를 압도하고 크라운이 플라이를 제압하면서 모든 전황이 변해버렸죠.
금제가 풀린 삼성의 롤드컵 연승행진은 그야말로 아름다웠습니다. 벽처럼 단단한 라인전과 칼같이 통제된 바론오더와 라인 운영은 마치 SKT를 보는 듯 했습니다. 그들이 만난 상대들이 워낙 약했기 때문에 벌어진 착시효과가 아닌가? 하는 의문도 결승전에서의 지독한 끈기와 강력한 라인전 능력으로 인해서 사라졌죠. 비록 그들의 성장스토리가 이번에는 해피엔딩이 아니었지만, 아직 그들의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했습니다.
지금의 삼성을 만든 것은, 온전히 삼성 선수들의 치열한 노력과 의지입니다. 이번에 슼이 한끗 더 앞섰던 것은, 슼이 가진 경험, 그리고 슼 역시도 삼성 못지 않게... 아니 어쩌면 그 어깨에 짊어진 왕좌의 무게를 견디기 위한 연습과 노력이 삼성을 뛰어넘었기 때문이겠죠.
LCK의 미래 - MVP와 ESC Ever
서머 시즌, 롤챌스에서 올라온 이 두팀에게 저는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저 뿐만 아니라 많은 분들과 전문가들도 그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죠. 리그가 개막하고, 이 두팀이 보여준 경기력은 소위 망경기력으로 비판받던 기존의 승강팀들과는 사뭇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두려움 없이 자신들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을 정말 높이 사고 싶었습니다.
이 두팀에 속한 선수들의 경기력 면면을 보면 당초 기대보다 이상이었던 비욘드, 템트와 같은 선수도 있고 기대했던 만큼이지만 그래서 아직은 좀더 경험이 쌓여야 하는구나 싶었던 로컨과 같은 선수도 있었고 기대에 많이 못미친 선수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선수들이 보여주는, 가끔씩 번쩍이는 그런 플레이들을 볼 때면 세계 최고의 리그라는 명성에 빛나는 LCK의 미래는 앞으로도 밝을 것 같습니다. 당장 다가오는 케스파컵에서 이 두 팀, 그리고 시즌을 통째로 날리다시피한 팀 운영을 보여줬으나 막판에 인상적인 경기를 보인 승강전의 SKT, 롱주까지 어떤 경기력을 보여줄지 기대가 됩니다. 한단계 더 올라가려고 절치부심하는 아프리카 프릭스도 마찬가지구요.
God is on our side - Return of The Jungle
벵기는 역체팀 15 SKT의 서막을 알린 톰톰벵벵벵 퍼포먼스와 그 시점부터 시작된 15 세체정글러로서의 화려한 부활을 통해 저를 포함한 많은 슼팬들에게 고마움의 대상이 된지 오래입니다. 팀내 선수들의 평가에서도 보듯 선한 그의 인성과 여유와 경험을 앞세워 유연하게 협곡을 지배하는 그의 플레이는 SKT에게는 어느새 빠질 수 없는 조건으로까지 발돋움했죠.
올 시즌 정글에게서 캐리력을 요구하는 시대가 도래하고, 벵기는 다시금 변화를 요구받습니다. 하지만 팀에서 요구하는 '커버형' 정글러로서의 입지가 이러한 급변한 메타에서는 결국 '성장의 부재', '딜링 능력 부족'이라는 큰 약점이 있는 정글러로 만드는 원인이 되어버렸죠. 그리고, 흑염룡은 다시금 깊은 잠에 빠지게 됩니다. 그 빈 공간은 블랭크가 메웠죠(동어반복?).
하지만 블랭크는 벵기처럼 상대 정글러의 동선과 위치를 파악하면서 동시다발적으로, 유연하게 게임을 풀어나가는 능력을 따라가기에는 경험도, 게임 스타일도 모두 부족했습니다. 팀에서 할당한 역할과 다분히 본능에 의존한 플레이가 양날의 검처럼 팀의 운영을 흔들었고, 이는 기본적으로 SKT의 '변수 제거 운영'에는 맞지 않는 색깔이었죠. 어느 순간에서부터인가 블랭크를 키운다는 전혀 슼답지 않은 운영은 교착상태에 이르렀고, 역체급 라이너와 서포터의 미친 캐리력과 탑의 분전에도 불구하고 무적함대가 가라앉는 것은 시간문제처럼 보였습니다.
서머 시즌 후반부로 접어들수록 팀의 경기력와 운영의 방향이 망가지고 매번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나아지진 않자, "왜 벵기를 쓰지 않느냐"는 팬덤의 성화가 빗발쳤습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박을 펴는 분들의 단골멘트는 "그야 팀내부 평가에서 블랭크>벵기니까"라는 것이었죠. 이것이 비화되면 "저런 블랭크보다도 못하는 벵기"로까지 나아갔구요. 출전 기회의 형평성을 논하고 싶어도, 그 출전 기회를 만드는 것마저도 팀 내부평가에 달린 거라는 반박에 막다른 골목으로 몰리기 일쑤였습니다. 어쨌든 이것은 지극히 정론에 입각한 반박이기 때문에, 당장 현재 보이는 경기력과 결과에만 치중해 벵기를 안쓴다고 코칭스탭을 비판하는 것도 분명 한계가 있었습니다. 또한 팀 내부 사정을 가장 잘아는 것은 어쨌든 코칭스탭과 선수들 본인이라는 것은 결국 절대 부정할 수 없는 것이구요.
결국 KT에게 패패승승승으로 패배하고, 그 와중에 서머 시즌에 보인 모든 문제점들의 종합선물세트와도 같은 장면들의 연속은 슼팬들을 강제로 '무소유'의 마인드로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당장 저부터가 이젠 화도 안나고 그냥 올해는 안되는거구나. 이 정글난을 어떻게 해결을 못하는구나. 니달리 망할년... 뭐 이런 생각만 들었으니까요 크크크크... 그러고나니 시즌 초에 올해는 팬이랍시고 너무 욕심부리지 말아야지 하는 초심으로 강제귀환을 타게 되었습니다. 참 안기다려지는 롤드컵이 되더군요. 롤드컵 가서 13 삼성 오존, 14 나진 쉴드, 15 LGD처럼 망신 당하는거 아닌가 싶은 생각만 들었습니다.
벵기가 C9전에서 마치 15 SKT 시절의 엘리스를 보는 듯한 경기력을 선보였을 때도, 저 개인적으로는 저게 얼마나 갈까 하는 회의적인 생각이 지배적이었습니다. 이후에 올라프로 좋은 경기력을 보였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꾸준히 유지될지가 의문인거였죠.
뭔가 조금씩 기대를 하기 시작한 것은 FW전에서 벵기의 투입을 통해 올시즌 지긋지긋한 FW전 연패를 끊은 순간이었습니다. FW는 '설계'가 장점인 팀이고, 이것을 막기 위해서는 상대의 심리를 예상하고 위치파악을 정말 쉴틈없이 꼼꼼하게 해야 합니다. 또 정글러가 거침없는 라인개입을 통해서 상대가 헛짓거리 못하도록 단속하는 것도 중요하구요. 대만팀들이 중국팀에게 약한 이유는 선공권을 가져가지 못해서가 크다고 보는데, 그점에서 벵기는 과거 13 SKK 시절에도 대만팀을 만나면 바이, 리신 등을 활용해 갱으로 다 박살을 냈었죠.
벵기가 가진 최고의 장점, 그건 무수한 경험과 본인이 자신있어 하는 게임센스(이건 임팩트나 여타 선수들을 통해서도 입증이 된 부분)를 토대로 한 정말 영리한 동선 설정과 효율적인 시야 장악에서 시작하는 전방위적인 스캐닝입니다. 커버형 정글러의 정점 답게 라이너를 정말 편하게 해주고, 단순히 상대 정글러의 위치 체크뿐만 아니라 그로인한 오브젝트 체크와 역갱 혹은 빈곳을 찔러 갱으로 이득보는 플레이까지... 운영이라는 측면에서 벵기는 15 시즌을 거치면서 거의 달관한 지경에 올라갔었죠. 이 자연스러움과 여유로움, 효율성이 벵기의 최대 장점이며, 톰이 이 점을 많이 배웠다고 하더군요.
그러나 롤드컵에서 1티어 정글러는 부동의 사기챔 니달리, 그리고 변수 유발과 강력한 막싸움 능력을 보유한 리신이었고 이는 모두 벵기에겐 약점과도 같은 픽이었습니다. 그래서 전 벵기가 올라프, 엘리스를 쥐지 못한다면 결국 블랭크가 잘해주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었고 그게 8강에서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났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 조별예선에서 보여준 경기력은 벵기가 확실히 우위였지만, 거기에 픽의 변수라는 함정이 있다고 봤거든요. 그리고 그것을 블랭크가 자크라는 카드를 통해서 메꾸면서, 올해는 벵기에게 의지할 상황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결국 올해 SKT의 메인 정글러는 블랭크라는 것과, 블랭크가 각성하지 않는 이상 SKT의 롤드컵 우승은 불가능이라는 자체진단을 내리고 있었죠.
락스와의 4강전에서 1세트 승리 이후 벵기를 블랭크로 교체했을 때, 저는 그것에 딱히 반대하는 입장은 아니었습니다. 풍문으로 들리는 벵기의 손목 문제는 차치하고, 1세트를 선취한 상황에서 블랭크가 투입되어 활약해준다면 더없이 좋은 상황이었다고 봤으니까요. 왜냐면 그때 제 머릿속에 벵기는 [니달리를 필밴해야 하는 정글러고, 올라프와 엘리스를 쥐지 않으면 안되는 정글러]라고 단언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안은 렉사이 정도인데 상대가 정글밴에 투자해버린다면 정글 차이로 게임이 터질 수 있다고 봤거든요. 그래서 어쨌든 좀더 운신의 폭이 넓어보이는 블랭크의 투입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미포터에 모든게 망했고, 블랭크는 피넛보다 계속해서 한발 늦는 움직임과 에픽 오브젝트에서의 아쉬운 판단으로 인해서 어떤 변수도 만들어내지 못했죠. 돌이켜보면 올라프보다 차라리 자크나 리신이 나았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핀치에 몰린 4세트에서, 벵기가 니달리를 가져가고, 5세트에서 벵기가 리신으로 발차기쇼를 선보였죠. 전 정말 그 순간 꿈을 꾸는 줄 알았습니다. 마치 남의 팀의 경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죠.
올 시즌 내내, 솔랭에서 그 어떤 선수보다 빡세게, 오랫동안 노력한 선수는 벵기였습니다. 하지만 노력이 꼭 항상 보상받는 것은 아니라는 것은 살다보면 씁쓸하게 마주하게 되는 현실입니다. 기적적인 플레이로 팀을 구원하는 퍼포먼스는 프로 생활에 한번 하기도 어려운, 커리어 최고의 하이라이트와 같은 순간입니다. 벵기는 톰톰벵벵벵으로 그것을 장식했었고, 두번이나 롤드컵을 우승했습니다. 페이커처럼 화려한 플레이어가 아닌 그의 프로 생활에 그와 같은 순간이 또 올 것이라고 누가 예견할 수 있을까요.
그것을 벵기는 다시 한번 보여줬습니다. 그리고 단순한 운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듯이, 결승에서도 또 한번 벵기는 절정의 폼으로 팀의 3회 우승을 견인했고, 생애 세번째 롤드컵 트로피를 가져가며 본인의 역체정으로서의 입지를 굳혔죠.
God is on our side. 올해 롤챔스 스프링 결승전 오프닝 영상의 BGM이었던 [Zella Day - High]의 가사 한 구절입니다. 블랭크가 뒤돌아보면서 미소짓는 장면에서 흘러나왔죠.
롤드컵 직전에 제가 번역해서 올린 ESPN 기사는 현실이 되었습니다. 팀이 위기에 몰린 마지막 순간에, 다시 한 번 협곡에 신이 도래했습니다. 다시 한 번 한계를 뛰어넘고 팬들에게 감동적인 선물을 안겨준 벵기에게 고맙고, 경의를 표합니다.
어.우.슼. - Unkillable Demon King
[쌓아올린 전리품이 많을 수록 원수는 많아진다]
언제부터인가 SKT는 미묘한 저평가에 시달렸습니다. 커다란 활약으로 인상적인 임팩트를 남겨도, 무수한 우승트로피를 쓸어담아도 그 커리어에 비해서 선수들의 평가와 같은 부분에서도 가끔 너무한다 싶은 저평가에 시달리는 경우가 왕왕 있어 왔습니다. 뭔가 절대자의 존재를 용납하지 않는, 대항마를 억지로 만들어내려는 느낌마저 들때가 있었죠. 압도적인 커리어에 비해 끊임없이 재평가를 강요받는 느낌, 그로 인해 커뮤니티에는 하루가 멀다하고 온갖 논쟁이 발발하고 그런 여론들로 인해 '가진자'의 위치에 있는 선수들이 가지는 부담은 가중되죠. 우승을 계속해서 하지 않으면, '재평가'라는 미명하에 그것이 세체-라는 타이틀이든, 아니면 그 선수의 경기력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든, 자기 주관과 직관으로 점철된 경기력 스카우터로 스캐닝해서 함부로 내뱉는 일부 극단적인 사람들의 난도질에 명예가 굴러떨어지고 만다는, 그런 벼랑같은 상황에 매번 내몰렸죠.
스프링 1라운드에서 7등까지 떨어졌을 때도, MSI에서 4연패의 지옥에 빠졌을 때도, 서머 시즌 2라운드에 동네북이 되었을 때도, 롤드컵 4강과 결승에서 절체절명의 순간에 몰렸을 때도. 그렇게 절대자 SKT는 올 시즌 매번 그 자리를 시험받았고, 벼랑 끝에 내몰린 적이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커뮤니티에서는 슼에 대한 온갖 재평가와 융단폭격이 쏟아졌습니다. 거기에 더러 선수들이나 코칭스탭의 부적절한 처신까지 맞물리면서 SKT를 응원하는 입장에서는 줄타기를 보는 듯한 조마조마한 순간이 참 많았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페이커가 있습니다.
아이러니컬하게도, 페이커를 제외한 다른 SKT 팀원들의 저평가에는 페이커의 지분이 큽니다. 저런 미드가 있는데! 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평가에 핸디캡을 부여하죠. 하지만 그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끼치는 선수라면, 경기 하나하나, 대회 몇개 날린다고 해서 퇴물 소리 듣는다거나 할 이유가 없습니다. 말그대로, 그냥 객관적으로 목도 가능한 '신'이죠. 평가를 불허하는 레벨입니다. 프로씬에서 미드 한명이 다른 모든 라인의 평가를 잡아먹을 정도라니. 그러나 그 어느 선수보다, 페이커는 매경기, 매순간 순간을 재평가의 칼날 위를 걷는 선수입니다. 오죽하면 선수 본인이 우승하면 본전이다, 이번 롤드컵 우승하지 않으면 모든 걸 잃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라는 어처구니 없는 말까지 하게 될까요.
비교 상대가 없을 정도의 커리어를 쌓은 페이커와 SKT는 항상 대항마의 존재를 강요받습니다. 그리고 그런 시나리오는 반드시 SKT를 '끝판왕'으로 설정하고, 드라마의 '최후의 희생자'로 설정하는 느낌이 강합니다. 최병훈 감독이나 슼팬덤 쪽에서 표출하는 서운함은 바로 그런 기류로 인한 것일 겁니다. 그리고 이건 어쩔 수 없는 최강자의 숙명과도 같은 것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때때로 [우승이 본전]이라는 미친 잣대에서 싸우는 선수들과 코칭스탭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 한켠이 답답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런 여론의 두려움에 팬덤은 외려 선수들과 코칭스탭에게 독촉하는 악순환을 낳죠.
그래서 올시즌 스프링 우승 이후로 나온 [어우슼]이라는 단어는 슼팬 입장에서는 다분히 반갑지 않은 용어입니다. 승리의 기분에 도취되어 잠시 잠깐 내뱉을 수는 있으나, 어느 팬덤이건 코어 레벨로 갈 수록 설레발을 좋아하는 팬은 없습니다. 누구나 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갈망하고, 매번 경기를 보면서 가슴 졸이게 되죠. 그런데 정작 팬덤에서는 부정탄다고 좋아하지도 않는 말이 무슨 유행어처럼 번지고, 그로인해 선수들과 코칭스탭이 가지는 부담이 배가되는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은 팬 커뮤니티에 어그로 끌리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하지만... 또 어쩔 수 없이 그런 말들도 감당해야 하는게 정상에 올라선 팀이 짊어져야 할 무게일 것입니다. 정말 어쩔 수가 없는거죠. 정답이 없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성과를 이루었고, 그만큼 경쟁자들의 견제는 필연적으로 따라오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숨쉬듯이 자연스러운 것입니다.
허나 그렇기에, 팬들은 이런 선수들과 팀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좀더 응원하고 좀더 날카로운 말들을 가려서 하는게 좋다는 생각을 합니다. 승리를 갈망한다면, 그 승리로 가는 길에 방해요인이 되는 것들을 팬들이라도 덜어주는게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생각이 롤드컵을 앞두고 블랭크에 대한 비난에 가까운 비판을 그만두게 된 제 나름의 계기였고, 롤드컵 내내 마음 비우고 본 까닭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에 대해 "Not anymore"라는 초절정 폭풍간지의 한마디를 경기력으로 입증해낸 페이커에게 존경을 표합니다. 어려도 롤 잘하면 형임. 우리형. 이응이응.
또 시즌 6에서 최고의 수훈갑으로 꼽고 싶은 뱅-울프 역체봇듀오와 든든한 방패역할을 수행해준 듀크, 또한 흑염룡이 재충전을 위한 안식기를 가질 동안 빈자리를 잘 메워준, 앞으로가 기대되는 흑염소 블랭크에게도, 한 해 내내 팬덤에게 더 욕 많이 먹은 최병훈 감독과 김정균 꼬치에게도... 팬으로서 모두모두 고마움을 표하고 싶습니다.
시즌 6, 참 재밌었다!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