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예고 : <프로토스 연대기> 1. 스타크래프트1 최후의 리그였던 티빙 스타리그가 끝난 지도 벌써 2년이 지났습니다. 그는 제가 스타리그를 챙겨보지 않게 된 지도 이미 2년 정도가 지났음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이제 그 무렵의 스타리그를 장식했던 선수들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서는 거의 다 모습을 감추었고, 그 때의 게임들은 좀처럼 사람들에 입에 오르는 경우가 없게 되었습니다.
저도 어느 정도 수준에서 스타크래프트1에 대한 저의 기억을 마무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한 지는 이미 꽤 되었습니다. <지니어스 : 게임의 법칙으로 돌아보는 폭풍 홍진호>는 그런 면에서 홍진호 선수에게 헌정한 저의 마지막 글이었고, <황제를 위하여>는 십 수년의 시간 동안 저의 우상이었던 (물론 아직도 우상입니다!) 임요환 선수에게 헌정한 저의 마지막 글이었지요. 예전에는 선수들 한 명 한 명이 은퇴할 때마다 그런 식으로 글 하나씩을 쓰곤 했었는데, 이제 <황제를 위하여>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그런 글을 쓰게 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스타리그에 대해서라면 아직 저는 저의 마지막 글을 쓰지 못했습니다. 사실, 본래 계획대로라면 So1 시리즈, DAUM 시리즈, 그리고 마지막 시리즈로 이루어진 삼부작이 그러한 글이 될 예정이었지요. 그런데 어떻게든 So1 시리즈와 DAUM 시리즈까지는 완결을 했는데, 마지막 시리즈가 도무지 손에 잡히질 않는 겁니다.
사실 마지막 시리즈는 진에어, 혹은 티빙이 될 예정이었습니다. 진에어의 결승과 티빙의 4강전 사이에서 참 많은 고민을 했었지요. 그냥 티빙-진에어 같은 식으로 어떻게든 묶어서 두 이야기를 다 같이 써볼 수는 없을까, 아니면 차라리 진에어 결승을 외전으로 따로 쓸까 등등 하는 생각까지 했더랬습니다. 결국 장고 끝에 일단 티빙 스타리그만 가지고서라도 써보려고 했는데, 정말이지 글이 이어지질 않더군요. 그러던 참에, 옛날에 쓰던 글에 대한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그게 바로 <프로토스 연대기>입니다.
2. <프로토스 연대기>는 원래 제가 공군에서 복무하던 시절에 심심풀이로 인트라넷 공사 홈페이지에 <프로토스의 역사>라는 제목으로 연재하던 글입니다. 말 그대로 기욤 패트리부터 허영무에 이르는, 스타크래프트1 프로게임계에서 프로토스의 역사를 다루려고 했던 글이었지요. 총 10부 중 어찌저찌해서 2부까지 올리고, 3부를 막 올리려던 참에 공사 게시판이 날아가면서 흐지부지 끝나기는 했지만요.
그 다음에 제대를 하면서 <프로토스 연대기>는 제 기억 속에서 그대로 잊혀졌습니다. 심지어 3부까지 썼던 내용조차 보존하질 못했어요. A4로 인쇄를 해서 가지고 나올까 했었는데, 분량이 거의 3, 40페이지 가깝게 나오는 걸 보고 사무실에 민폐겠다 싶어 그만 두었습니다. 그 뒤로도 가끔씩 이 글을 마저 써볼까 했지만 3부까지 한 번 썼던 내용을 다시 기억을 되살려가며 써야 한다는 것이 내키질 않아 좀처럼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게다가 아직 삼부작의 마지막 시리즈를 쓰지도 못했다는 압박감에도 시달리고 있었고….
그러던 참에, ‘벌려놓은 일을 이제는 어떻게든 마무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와 맞물려, 차라리 <프로토스 연대기>를 삼부작의 마지막으로 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차피 프로토스의 역사를 논하면서 진에어와 티빙을 빼놓을 수는 없는 노릇이고, 리그 후반기 프로토스의 가장 강대한 적이었던 리쌍과 정명훈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갈 수밖에 없으리란 생각이 들더군요. 하지만 다른 무엇보다도, 이도 저도 안 된 상태에서 잠수 타는 것보다는 이런 형태로라도 마침점을 찍는 편이 옳다는 생각이 가장 강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 <프로토스 연대기>는 제 나름대로의 어떤 타협점이기도 합니다.
3. <프로토스 연대기>의 성격은 공군 시절 계획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총 10부로 연재될 것이며, 그 10부 동안 기욤 패트리부터 임성춘과 김동수, 삼대 프로토스, 신 삼대 프로토스, 육룡에 이르는 프로토스 게이머들의 이야기를 다루게 될 것입니다. 물론 가을의 전설과 성전, 3.3 혁명 같은 이야기들도 빠질 수야 없겠지요.
그렇다면 왜 하필 세 종족 가운데 프로토스인가. 스타크래프트1 리그의 스토리텔링에서 프로토스의 역사란 기본적으로 항거와 저항의 역사입니다. 임요환부터 이윤열과 최연성, 양박과 리쌍을 거치는 당대의 정점들에 대하여 맞서고 또 맞서온 종족이 프로토스입니다. 자연히 적의 포지션에서 각 시대를 장식했던 정점들에 대한 이야기 또한 다루게 될 것이고, 그리하여 프로토스의 역사는 결과적으로 스타판 전반의 역사를 가장 흥미진진한 형태로 담아낼 수 있게 됩니다.
또 하나는, 프로토스 게이머들에 대해서는 필력 뛰어나신 분들이 많은 기록을 남기셨다는 점도 있습니다. 당장 김연우님과 pain님이 계시고요. 실제로, 이 분들의 글이 없었다면 저는 <프로토스 연대기>를 쓰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 겁니다. 몇몇 파트들의 경우에는 거의 이 분들의 글을 가져다가 재구성/각색한 수준인 경우도 있습니다. 매번 한 글이 끝날 때마다 어떠한 글을 어느 정도로 참고했는지 링크로 덧붙여놓을 예정이므로, 시간이 나신다면 이 분들의 명문을 다시 읽어보시는 것도 괜찮으시리라 생각합니다.
다만 <프로토스 연대기>는 게임 내적으로 치밀하게 파고들어 분석하기보다는,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글로 쓰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소 극적인 각색들이 들어갈 것이고, 어떤 점에서는 두루뭉술하게 넘어가는 부분이나 제대로 다루어지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프로토스 연대기>는 어떤 정확한 사료로써 진위 여부를 가리는 식으로 읽으시기보다는, <삼국지 연의>나 <로마인 이야기> 같이 ‘이야기 자체를 즐긴다’는 생각으로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만일 보다 정확한 내용이 알고 싶다 하시면, 각 부 마지막의 링크를 통하여 글을 쓰는데 참고한 원문들을 보시면 될 것입니다.
4. 아무튼, 오랫동안 고민해왔던 일을 마침내 끝마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일단 후련하기 그지없습니다. 아, 이런 이야기는 일단 10부 연재를 끝내고 나서 해야하려나요. 현재 예정하고 있는 10부의 제목은 다음과 같습니다.
1. 학자와 전사
2. 수라를 잡는 수라
3. 위대한 삼각
4. 제국의 역습
5. 전설을 소망하는 자
6. 변경백들
7. 성전, 혁명, 유산
8. 여섯 마리의 용
9. 적과의 동침
10. 마지막 전설
대충 어떤 이야기들이 나올지 감이 잡히시나요? 아무쪼록, 설령 단역 수준에 머무르더라도 가급적이면 많은 프로토스 게이머들에 대하여 다루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다른 종족의 게이머들도 각자의 역할을 갖고 등장할 겁니다. 가을의 전설 때문에 동네북 역할을 맡아주시리라 예상되는 머리 큰 형……이나 가을의 전설 이야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게 나올 것 같은 모 포풍……이라던가 말이지요. 이건 농담이고, 아무튼 최대한 많은 선수들이 극적인 이야기의 멋진 등장인물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그럼, 다음 주 <1부 : 학자와 전사>에서 찾아뵙겠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