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험기, 프리뷰, 리뷰, 기록 분석, 패치 노트 등을 올리실 수 있습니다.
Date |
2014/07/19 22:54:32 |
Name |
Love.of.Tears. |
Subject |
[기타] 임요환의 Ing |
나는 프로게이머 임요환이란 사람을 알고 난 후에는 사람들이 볼 수 있는 즉, 방송 중계하는 게임은 거의 다 시청했다. 수 백 수 천의 게임을 보면서 느는 것은 긴장과 한숨이었다. 그것은 그를 못 믿어서거나 실망해서가 아니다. 다만 만약 패배를 했을 때 부리나케 들어오는 질타와 비난. 그게 싫었다.
올림푸스 스타리그 對 서지훈 戰. 당시 퍼펙트 테란이라 불리던 서지훈은 같은 전략으로 박서와 맞붙었는데도 승리했고, 박서 특유의 전략을 걸어도 무너지지 않았다. 결국 스코어는 3:0. 아니나 다를까 팬들은 박서에게 실망감을 드러냈다.
에버 스타리그 對 홍진호 戰 3연속 벙커링이라는 전략으로 믿기 힘든 타이밍에 홍진호를 제압했다. 그 경기 후 지노동에서는 한 동안 임요환을 비난하는 글이 빗발쳤다. 이렇듯 이기든 지든 임요환은 비난을 듣기도 했다. 난 이런 비난들이 싫었다. ‘승패가 중요한 게 아닌데 그저 그가 흘린 땀과 노력이 중요한데….’라고 생각하며.
2006년에 나와 그는 기적적으로 만났고, 그에게 만나자마자 “2001년부터 임요환 선수의 팬이었습니다. 그동안 행사 있을 적마다 오고 싶었는데 못 와 봐서 죄송합니다. 저도 프로게이머 지망생입니다. 포기하고 싶었던 적 많았지만 그 때마다 임요환 선수를 보며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저의 게임 인생의 중심에는 항상 임요환 선수가 있었습니다. 한손이고 느리지만 언젠가 같은 팀에서 활동하기를 바라며 곧 군대 가셔서 심란하시겠지만 응원하는 제가 있는 만큼 아프지 말고 제대하실 때까지 건강하게 지내시다 돌아오셔서 꼭 30대 프로게이머의 약속 지켜주세요.”
이렇게 이야기 했다. 더 많은 이야기가 필요했지만 이게 최선이었다. 이게 내 마음이었으니. 승패가 중요하지 않은. 그저 임요환의 게임이 필요했다. 이게 순수한 내 마음이었다. 2006년 10월 입대. 만난 지 한 달 만에 이별. 그 쓸쓸함을 달래고 자대에 편지를 썼다. 부담 갖지 말고 게임하라고. 내 편지를 받은 그는 그의 계획대로 공군 임요환이 되었으나 부단히도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자신이 원하는 만큼의 연습량이 나올 수 없다는 스트레스… 그는 항상 웃었지만 그 이면에는 부담이 없을 수가 없었다. 한 번은 MSL 예선 불참을 선언한 적이 있다. 그 때 나는 기가 막힌 감사함으로 그와 통화가 가능했다. 그 때는 ‘임요환 은퇴설’이라며 기사가 떠돌 때여서 개인적으론 굉장히 심각했었다. 수화기 사이로 들려 온 그의 목소리는 명확했다.
“형은 은퇴 안 해. 형 알잖아. 확실하기 전엔 안 하는 거. 그러니 걱정하지 말고 있어.”
2009년 오랜만에 찾아 간 그의 생일 파티에서 나는 그에게 또 말했다.
“그래도 힘을 좀 내 봐. SKT도 중요하지만 나한테는 임요환이 본진이야.”
힘들었냐고 물어봐 놓고, 조금은 그랬다고 말하는 그에게 한다는 말이 이 따위 말 뿐이었다. 그 말을 듣고 한참을 있더니 알았다고 했다. 아니, 알고 있다고 했다. 한참 동안 벤치 워머라며 비아냥거리는 팬들이 많을 때다. 그리고 그 뒤에는 자유의 날개를 준비하고 있었다.
스타2로 돌아 와서 30대 프로게이머란 꿈을 꾸며 현실로 이뤄내고 있을 때도 난 계속 이런 주문을 했다.
“떨지 말고 당당하게 게임 하기를.”
임요환의 날개에서도 언급 됐듯이 어깨가 다 망가져 가고 있는 중에도 게임하고 있는데 난 촬영 카메라를 앞에다 두고 열심히 하라며 응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다 코치와 감독 그리고 프로포커플레이어로 여태 현재형이다. 생각해 보면 나란 녀석은 팬이라 할 자격이 없는 녀석이다. 그저 게임하라고 부추겼으니. 극심한 고통에도 죽어라 게임만 하는 바보 게이머. 자신이 전향한 프로포커플레이어를 알리기 위해 또 게임을 해야 하는 게이머.
그런 그에게 ‘은퇴, 은퇴식’ 이런 단어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1시간이고 2시간이고 회고하는 시간이 있은 들 무엇하랴. 난 은퇴라는 말을 지독히도 싫어한다. 그런데 그 역시 나만큼이나 그 단어를 싫어하는 모양이다. 내가 바라는 건 게임계의 임요환은 영원히 은퇴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절대라는 말은 존재하지 않는다’라는 미국 프로레슬링 업계에서 쓰이는 유명한 말이 있다. 이렇듯 앞으로 그의 활동 방향이 어떻게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그 방향이 무엇이든 그가 원하는 것을 쟁취하며 살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이 글을 쓰는 내내 눈물이 흘러 힘들었다.
Written by Love.of.Tears.
|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
"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
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