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틀필드 하드라인은 여러모로 색다른 작품입니다. 늘 시리즈를 맡은 다이스가 물러나고, 데드 스페이스 시리즈를 맡았던 비서럴 게임즈가 개발을 맡았는데다가, 경찰과 강도 간의 싸움이라는 독특한 소재를 택했습니다. 물론 이 컨셉이 슈팅 액션 게임에서 전혀 볼 수 없는 소재는 아니죠. 오히려 흔히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64인 간의 대규모 전장을 묘사하던 게임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었던 소재이기에 관심이 갑니다.
그리고 E3의 정식 발표 이후로 곧장 베타 테스트를 시작했는데요. 처음부터 꽤 흥미가 가던 게임이라서 베타 테스트에 참여해봤습니다. 비록 서버 상태가 좋지 않고, 하는 사람이 적어서 제대로 즐기긴 어려웠습니다만, 베타 테스트 내의 컨텐츠는 대부분 해볼 정도는 플레이해봤습니다.
1. 새로운 소재
전 경찰과 강도 간의 싸움이란 컨셉은 생각보다 재미있게 받아들였습니다. 이는 플레이에서도 어느 정도 잘 드러났기 때문이었고요. 대표적인 예로 게임 모드가 신선하다는 점입니다. 일단 블러드 머니는 중앙의 금고를 서로 탈취한 다음에 아군의 금고로 수송하는 모드입니다. 일종의 깃발 뺏기죠. 재미있는 부분은 아군 금고에 넣은 돈을 적이 훔쳐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잔뜩 훔쳐간 돈을 적이 한꺼번에 털어가서 역전패당하는 사례도 나오죠. 이 점은 흥미로웠습니다.
반면에 헤이스트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기존의 러시 모드의 확장에 가까운 모드로 탈취한 물건을 가지고 도망쳐야 하는데, 이게 생각보다 일방적인 결과가 너무 자주 나옵니다. 이는 아직 게임을 막 시작한 유저들의 이해도 부족도 원인이지만, 넓은 전장에서 싸움이 벌어지는 장소는 매우 한정적이고, 트레일러처럼 추격전 자체가 발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극단적인 캠핑 때문에 한 쪽이 압승을 거둘 때도 많고요.
다만 전반적으로 새로운 게임 모드는 기존 작품과 크게 다르지 않으면서도, 제법 하드라인이 선택한 컨셉과도 잘 맞는 편이라서 좋았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져야 하는 점이라면 단연 밸런스 조정이고요. 제 생각에는 3~4편 내내 다이스의 밸런스 조절 능력은 옹호할 부분조차 없는 최악이라 생각하는 편인데(특히 PC는 답이 없습니다.) 비서럴 게임즈는 조금 다르길 기대해봅니다.
2. 경찰과 강도들의 전장
이들은 군인도 아니고, 군인과 싸워야 하는 테러리스트나 용병도 아닙니다. 그러니 기존의 배틀필드 시리즈와는 약간 다른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일 재미있는 요소는 기존에 접할 수 없었던 독특한 장비들에 있습니다. 제일 재미있는 장비는 테이저였는데요. 적을 사살하는 것도 아니지만, 맞추기만 하면 적은 곧장 제압되어버립니다. 물론 쓰기 어렵긴 합니다만.
그리고 4편까지 이르면서 보병 하나가 갖는 화력이 너무 강력했는데요. 이건 밸런스도 밸런스지만, 기본적인 양상이 별로인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 부분에서 하드라인은 기껏해야 병과 중 하나만이 RPG-7V2 같은 로켓 병기를 들고 다닐 수 있어서 예전 시리즈로 돌아간 느낌이었습니다. 여기에 진압 방패를 들고 돌격한다거나, 집라인을 이용해서 건물 사이를 뛰어다닌다거나 하는 플레이는 게임을 풍족하게 만들어주었습니다.
또 배틀필드 시리즈의 핵심인 장비도 크게 바뀌었죠. 일단 전차가 없습니다. 대부분의 차량은 그냥 자동차에요. 거기서 더 발전하면 장갑을 두르고 무장 정도를 달아준 개조 차량이 전부고요. 헬기도 공격 헬기란 물건이 무장으로 기관총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게 꼭 단점이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수많은 시리즈에서 최소 30명이 넘는 인원 간의 전투에서 오로지 한 두명만이 헬기나 전투기로 적진을 초토화시켰던 양상에 비하면 훨씬 재미있는 게임이 자주 나왔습니다. 전체적인 진영 간의 실력 차와 밸런스적인 부분에서 압승이 나올지언정, 한 개인이 모든 걸 끝내버리는 모습이 적어도 예전보단 줄어들었거든요.
그리고 어떤 점에서 또다른 핵심인 분대 플레이가 강조되는 작품입니다. 4편에선 분대 특성화 시스템으로 직접적인 혜택을 주어 분대 플레이를 유도했지만, 절반 정도의 성공이었죠.
그런데 하드라인은 이러한 요소를 줄였음에도, 오히려 플레이할수록 분대 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지하게 만듭니다. 우선 블러드 머니 같은 게임 모드에선 적의 금고를 혼자서 탈취할 수 있을까요? 매우 힘듭니다. 그리고 혼자서 훔쳐봤자 얼마 훔치지도 못하고요. 그래서 분대가 차량 하나를 빌려서 금고를 습격해야 비로소 제대로 된 강탈이 이루어집니다. 뿐만 아니라, 헤이스트에선 목표를 훔쳐서 달아나야 하는데, 그게 혼자서 가능할까요? 아군이 엄호해줘야 될까 말까입니다. 그래서 분대 플레이가 강조되고요.
물론 이해도가 낮은 유저들, 특히 상당수의 유저들은 이를 무시할 가능성이 높겠지요. 그래도 전작이 이를 그냥 방치했다면, 하드라인은 다른 방향을 제시했다고 봅니다.
3. 개선점
우선 게임을 하면서 버는 자금으로 자기가 원하는 무기를 살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전처럼 수없이 레벨을 올리려 애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돈만 모아서 자기가 원하는 무기를 사면 되거든요. 다른 장비들도 모두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아주 좋은 변화입니다.
그리고 전차 등의 전투 차량을 줄이면서, 일반적인 차량의 활용도를 늘렸습니다. 당장 트레일러처럼 자동차를 끌고 와서 장애물이나 엄폐물로 쓰는 모습은 게임에서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예전처럼 아무런 무장도 없는 차량을 그저 이동용으로 쓰고 버리던 모습에 비하면 훨씬 나아진 변화입니다.
4. 아쉬운 점
본격적으로 EA가 배틀팩을 가지고 장사를 해볼 생각인가 본데요. 제 기준은 딱 4편까지입니다. 이것보다 더 노골적인 배틀팩 장사는 용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아직 발매 전이니 지켜는 보겠습니다.
또한 맵은 4편만큼이나 넓고 복잡하면서, 싸움은 언제나 일부분에서만 일어납니다. 이는 예전부터 지적한 부분 중 하나로 배틀필드 시리즈의 맵 디자인의 완성도가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특히 4편 때도 그랬지만, 그 넓은 맵을 그저 배경으로 쓸거면, 그냥 맵 크기를 줄이는 게 나아보일 지경이에요. 특히 블러드 머니나 헤이스트나 모두 참신한 모드인데, 맵이 구식이어서 양상도 구식이 됩니다. 이건 개발진이 좀 생각을 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거기다가 늘 짜증나는 부분인데, 왜 무기 부착물을 오로지 킬 수를 기준으로 해제할 수 있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애시당초 이 게임이 오로지 상대를 사살하면 그만인 게임인가요? 경기관총 같은 무장은 사살도 사살이지만, 적을 제압하는 것도 역할인데, 이런 기본적인 요소를 아예 무시하는 설계입니다. 그냥 해당 무기로 얻는 점수로 맞춰도 될 일이고요. 설마 이런 걸로 유저들의 컨텐츠 소모 속도를 늦출 생각이면 모를까, 하드라인에서까지 이렇게 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마지막으로 인터페이스도 3편이 생각날 정도로 불편합니다. 당연히 PC 기준이며, 아이콘이나 창이 너무 작아서 잘 보이지 않을 때가 있어요. 그리고 보다 보면 당연히 콘솔 기준으로 만들어졌구나 하는 생각 밖에 안 듭니다.
5. 총평
부정보단 긍정에 가깝습니다. 비록 콜 오브 듀티 시리즈마냥 큰 변화 없이 게임을 찍어낸다는 비판을 피할 수는 없겠죠. 저도 그렇게 생각은 합니다. 그러나 어차피 그렇게 주구장창 나올 게임이라면 흔하디 흔한 현대전이나 미래 배경의 전장보다야 하드라인의 컨셉이 훨씬 풍부해보이고 색다르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여기에 좀 더 완성도 있는 싱글 플레이 캠페인과 제가 언급한 단점들, 그리고 미처 찾아내지 못한 단점들도 보완하는 멀티 플레이가 완성된다면 스탠드 얼론 확장팩의 느낌으로 해볼만한 좋은 게임이 될거라고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