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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0/06/03 16:50:05
Name 彌親男
Subject 양 방송사의 관계 변화와 MBC게임의 협상에 대하여...
이번 MBC게임과 그레텍의 협상은 단순히 두 회사간의 협상이 아니라고 보는 게 맞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 간단하게 정리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어서 글을 올려 봅니다. 요즘 너무 가쉽 위주의 글을 올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ㅠㅠ

1. 경쟁관계? 후발주자?

원래 양 방송사가 있으면 라이벌 의식이 생기면서 경쟁관계에 돌입하게 되지만,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이 MSL 출범 전까지 엠비씨게임은 온게임넷 보다는 한 단계 낮다는 의미가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KPGA와 스타리그가 다른 취급을 받았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이제 갓 1년된 리그와 이제 3년차가 되는 리그가 차이가 없다고 하면 오히려 온게임넷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겠죠. 실제로 2003년 정도까지만 하더라도 리그의 세련미로나 컨텐츠로나 온게임넷이 조금 더 나았던 것도 사실입니다.

이러한 온게임넷이 MBC게임에게 위협을 느낀 것은 팀리그의 출범입니다. 온게임넷이 겜티비에게 프로리그란 컨텐츠를 산 것은 잘 아실텐데요. 온게임넷이 프로리그란 컨텐츠를 산 이후에 엠비씨게임이 급하게 팀리그를 출범했는지, 아니면 그 반대인지 사실 관계는 명확하지는 않지만 어쨌건 팀리그가 프로리그보다 먼저 출범하고, 실제로 팀리그가 꽤나 호평을 받으면서 MBC게임의 입지가 상승합니다. 또한 MSL이 만든 더블엘리미네이션 방식 역시 리그 방식이 조금 어려울 뿐 경기 자체는 굉장히 질 높은 경기가 나오게 되면서, MBC게임이 이제는 명실상부한 양대 방송사로 발돋음 하는 발판을 마련하게 됩니다.

그 후 2004년까지 잇달은 MSL의 대흥행에 팀리그는 결승전만 열었다 하면 대박 터지고 (하지만 챔피언스 데이는 좀....) 겜티비와 함께 치른 1차 프리미어리그 역시 흥행. 그야말로 연속 대박 행진을 이어가며 MBC게임은 쭉쭉 성장했습니다. 그렇다고 온게임넷이 가만히 있었느냐. 독자적인 브랜드인 스타리그의 런칭. 프로리그의 지속적인 성장으로 인해, 당시 11개 구단이 모두 참여하는 연단위 리그인 SKY 프로리그 2004의 출범 등 양쪽 방송사 모두 승승장구하며, 이제 양 방송사는 경쟁자라는 관계를 가지게 됩니다.

그로 인해 2005년 양 방송사는 통합 프로리그를 열게 되고 (물론 어마어마한 진통이 있었고, 양 방송사 모두 막대한 손해를 감수했습니다. 온게임넷은 자신들의 이익의 반을, MBC게임은 현대자동차와의 스폰서 계약과 팀리그라는 고유 브랜드를 서로에게 양보했습니다.) 공통맵을 사용하면서 약간의 협동을 보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선의의 경쟁자 입장을 넘어서 약간의 권력 싸움을 하게 됩니다.

대표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2006년의 MBC게임 히어로의 창단인데요. MBC게임이 갑자기 POS를 인수하고 협회에 가입하게 되면서 온게임넷 역시 당시 스폰이 없었던 팀들 중 상대적으로 운영비가 저렴하고 알찼던 KOR을 인수하게 되었고, 이때부터 양 방송사는 협회에서도 서로에게 조금 더 경쟁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2. 경쟁자에서 동반자로

그러나, 그 두 경쟁자의 사이를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한 곳은 다름아닌 협회였습니다. 1년사이에 방송사의 힘이 강해졌다고 생각해서 일까요. 프로리그 중계권 사건을 놓고 양 방송사와의 파워게임을 하게 됩니다. 급기야 온게임넷의 신한은행 마스터즈 전날인 MBC게임의 서바이버 토너먼트 예선날에 기가막히게 예선 보이콧을 하며 일시 철수하게 되고, 가뜩이나 점점 더 나은 슈퍼파이트를 보여주며 이 판을 기웃거리는 CJ가 거슬렸던 양 방송사는 서로 힘을 합치기로 합니다. 양 방송사가 서로 경쟁하면 협회에 하나씩 박살나는 시나리오로 흘러가리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죠. 실제로 2007년 이전과 2007년 이후에 보면 양 방송사의 리그를 인정하는 태도나, 타 방송사에 대한 호의가 아주 눈에 띄게 바뀐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2008년에는 양 방송사간의 라이벌 매치를 치르며 ‘우리 친해요! 우리 친하다구요!’ 라는 것을 전 이스포츠 팬에 보여주고, 작년 광안리 무대에서는 우리가 그토록 바랐던 합동 해설을 이벤트 전에서나마 하게 됩니다.

3. 지재권 파동과 양 방송사의 입장

그러던 2010년, 블리자드와 협회의 지재권 협상이 결렬되었고, 양 방송사 역시 당장 개인리그와 프로리그에 큰 타격을 받을 위기에 처하게 됩니다. 양 방송사는 자신들이 속해있는 협회쪽에 붙을지, 아니면 그레텍과의 별도 협상을 하면서 협회와 갈라서게 될지, 중요한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그리고 오늘, MBC게임이 먼저 그레텍과 협상을 하기로 마음먹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걱정 반, 기대 반의 마음을 가지고 이 상황을 지켜보면서, 온게임넷의 향후 행보도 주목할 텐데요.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이번 협상이 단순히 MBC게임과 그레텍의 협상은 아닐 것이라는 겁니다.

4. 온게임넷이 여유가 있는 이유

제가 얼마전에 썼던 ‘블리자드와 그레텍에 대한 오해’라는 글에서 양 방송사와 그레텍의 사이가 좋은 편은 아니며, 온게임넷이 같은 계열이라는 이유로 단독 협상을 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예정된 수순대로 온게임넷보다 MBC게임이 먼저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어쨌건 온게임넷과 그레텍은 같은 CJ계열이기 때문입니다.

간단히 말씀드리면, MBC게임과 그레텍은 '협상‘관계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이익을 따져가며 협상을 하여 공통된 이익을 결정하는 관계이구요. 온게임넷과 그레텍은 ’결정‘관계입니다. 온게임넷이 그레텍과 협상을 맺을지 아닌지에 대해 결정을 하는 관계가 되는 것입니다. MBC게임은 상대적으로 절차가 복잡한 만큼, 온게임넷은 간단하죠. 그래서 MBC게임이 먼저 움직이는 것이라고 보면 됩니다. 온게임넷은 MBC게임이 협상하는 과정을 가만히 지켜보면서 나중에 그와 비슷하거나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죠. 물론 그레텍의 입장도 있으니 양 방송사는 아마 비슷한 조건으로 계약을 하게 될 겁니다.

5. 결론(?)

그렇다면 온게임넷 역시 이번 협상을 그냥 강 건너 불 보듯 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MBC게임과의 계약내용과 자기들이 해야 할 계약내용은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오히려 온게임넷은 양 쪽 모두, 특히 MBC게임 쪽과 같이 짱구를 굴려가면서 협상을 할 수 있을 것이고, 즉 이번 그레텍과 MBC게임의 협상은 사실상의 양 방송사와 그레텍의 협상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양 방송사는 서로 관계없는 개별의 관계가 아닙니다. 이번 계약에서의 온게임넷은 참관자가 아닌 사실상 협상에 참여하는 쪽이라고 봐도 될 듯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계약에 깊은 관심을 두고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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