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te |
2002/03/24 10:03:37 |
Name |
안개사용자 |
Subject |
[잡담]30대 프로게이머들을 위하여 |
"약간은 뒷북일지도 모르겠다.
1주일 전쯤 임요환 선수가 라디오에 나온 적이 있었다.
DJ가 그에게 물었다.
임요환선수의 꿈은 뭔가요?
그때 그는 그의 첫번째 꿈으로 프로게이머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30대까지 설 수 있는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 할 거라고...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솔직히 난 적지 않게 놀랐다.
30대의 프로게이머의 시대...
처음에는 약간 황당하게 다가왔던 이 단어는 이 후 임요환 선수를 바라볼때마다 떠오르는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내가 처음 30대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놀랐던 것은
아마 프로게이머를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나 자신 조차 프로게이머의 수명은 1-2년이라고 의심없이 믿어왔기 때문이리라.
흔히 바둑, 야구, 골프 등등 스포츠의 경우,
특별히 적정 연령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던 내가 유독 프로게임에 대하여는 그런 고정관념을 갖고 있었던 걸까?
사람들이 늙어서까지 게임하면 손가락질을 곧잘 한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일까? (불행히도 난 그런 글들을 본 적이 있다)
아니면 스타크라는 게임의 수명이 끝남과 동시에 게임중계의 시스템 자체가 쇠퇴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일까?
어떻게 보면 지금 역시 프로게임 자체는 불완전한 상태가 아닌가?
하지만 난 긍정적으로 보려한다.
무엇보다 그러한 믿음에 희망이 되어주는 것은 게임문화의 놀라운 발전에 있다.
작년까지만 하더라도 프로게임계는 특수한 매니아계층만이 선호했던 분야일뿐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한번쯤은 게임리그에 대하여 들어본 적이 있고, 그 확산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스타크라는 게임자체가 이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체계를 만들어낼 것이라 믿는다.
게임시청문화에 있어 스타크는 하는 게임이라는 틀을 초월하여 보는 게임으로서는 3-4년은 족히 더 갈 것 이다.
그와 함께 게임 자체의 다양한 시도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다는 점 역시 프로게임계를 암울하게만은 보지 않게 한다.
난 더 나아가 뜬금없이 마이클 조던도 생각한다.
마이클 조던이 작년 농구계 불혹의 나이에 불구하고 농구장으로 복귀할 때 난 솔직히 반갑기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
당시 코비를 비롯한 젊고 생생한 신인들이 한창 농구장을 달구고 있던 때이기에
난 그의 플레이가 그 사이에 묻혀지지는 않을까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
하지만 그가 농구코트에 서자 그때서야 비로소 진정한 나의 속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난 다시 한번 그가 농구장에서 땀흘리는 것을 진정으로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단순히 승리나 우승에 대한 감동이나 기대때문만은 아니었다.
경기의 승패를 떠나 그가 농구장에 서 있는 것 자체는 나에게 뭔가 말로 표현 못할 뭉클한 감흥을 선사한다.
그건 예전 그의 플레이에 미쳐서 열광하던 나의 시간들이 그의 플레이에 그대로 녹아 있기 때문이리라.
그 감흥을 프로게임계에서 못 느끼라는 법 없지 않은가?
난 몇년 후에도 계임계에 멋지게 서있을 프로게이머를 정말 갈망하고 있다.
막상 말하려니까 쑥스럽지만 난 그들과 프로게임세계를 조금이라도 더 오래 붙들고 싶은 만큼 사랑하고 있다.
30대 게이머가 활동해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시대...
지금은 뚜렷히 머리에 그려지지는 않지만 왠지 올것만 같다.
임요환 선수와 같이 투철한 프로정신을 가진 선수들이 있다면...
그 선수들을 위해 충분한 여건을 마련해줄 매니아들이 있다면...
그들이 만들어 낼 경기에 아낌없이 박수를 쳐줄 팬들이 있다면...
그 시대는 결코 한 젊은이의 꿈에 불과한 것만은 아닐 것이다.
처음 들었을때는 자신이 서지 않았지만 이제는 분명히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난 게임에 향해 자신의 열정을 다 바칠 30대 프로게이머들을 위하여 확실히 열광할 준비가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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