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시판
:: 이전 게시판
|
이전 질문 게시판은 새 글 쓰기를 막았습니다. [질문 게시판]을 이용바랍니다.
통합규정 1.3 이용안내 인용"Pgr은 '명문화된 삭제규정'이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분을 환영합니다.법 없이도 사는 사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 같이 이야기 나눌 수 있는 분이면 좋겠습니다."
11/04/22 23:30
스탈린 사후 재평가 움직임이 없었다면 솔제니친이라는 작가 자체가 없었을 겁니다.
솔제니친은 자기 작품을 발표할 생각이 없었던 걸로 압니다. 아시다시피 조국전쟁 중 포병부대 장교로 근무한 솔제니친은 친구와 나눈 서신이 빌미가 되어 8년 간 혹독한 수용소생활을 한 후 거주제한을 받으며 지방에서 생활해야 했습니다. 때문에 작품을 쓰되 주변에 미칠 영향을 우려해 출간 자체를 꺼려했죠. 예전에 솔제니친 저서에 소개된 일화를 읽은 기억을 더듬는거라 정확치 않을 수 있는데.. 작가연맹의 누군가가 강력히 추천하고 독려해 겨우 솔제니친이 출간을 결심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그 후원자가 작가연맹에서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를 낭독하기 까지 했고 신성으로 떠오르는 계기가 됐죠. 나중에는 작가연맹에서 쫓겨나고 결국 망명길에 나서야 했지만 어쨌든 당시는 이반이 출간되고 러시아 문학의 정통성을 이어받았다는 평가가 가능할 정도로 스탈린의 공포정치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오던 와중이었습니다. 초기작인 암병동,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가 탁월한 문학성과 인간에 대한 성찰, 깊이있는 풍자가 돋보였습니다만 (그래서 솔제니친이 작가로서 강렬한 대뷔에 성공케 됐지만) 추방의 빌미가 된 수용소 군도는 제대로 고발문학을 보여줍니다. 스탈린 시대 각계 각층의 희생자들이 전하는 무시무시한 압제의 기억들은 세밀하게 소개합니다. 아무리 해빙무드라도 독재체제에서 허용해주는 범위를 가볍게 넘어버렸죠. 고등학교 때 처음 읽은 후 매년 한두번은 읽는 작품이 이반데니소비치의 하루입니다. 제게는 단연코 최고의 소설이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