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당신을 2001년부터 보아온 사람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2001년부터 스타리그를 보아온 사람입니다.

4년 동안 당신네 종족은 늘 인원부족에 시달렸고

몇 안 되는 인원마저 자주 슬럼프를 겪는,

그야말로 '희귀종' 혹은 '천연기념물' 급 종족이었습니다.



한때 당신네 종족이 리그의 우승을 두 차례 연속으로 휩쓸며,

저는 드디어 당신네 종족의 전성기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전성기를 구가하던 4명 중 하나인 당신은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습니다.

꿈꾸는 듯한 전략의 소유자 k.

충실한 기본기로 다져진 p. (아, 당신하고 첫 글자가 같군요)

확실하고 안전한 운영의 j.

분명 당신은 이들보다 먼저 이름을 알렸는데도,

이들보다 좋은 성적을 거두지는 못했습니다.

저는 비록 꾸준하긴 하지만, 절정의 성적을 내지 못하는 당신을 보며,

이젠 당신이 전성기를 이미 지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온게임넷 스타리그에선 안타깝게도 저 세 명은 더 이상 볼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당신네 종족은 또다시 최악의 시련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신은 어떻게 된 겁니까?

당신은 종족 상성이라는 것도 모릅니까?

맵 상성이라는 것도 모릅니까?

왜 당신네 종족이 가장 힘들 때에, 가장 두각을 나타내는 겁니까?




당신, 너무하는 거 아닙니까?




...하지만, 그럴만 하다고 생각합니다.

당신은 '영웅'이니까요.



이번 시즌은 쉽지 않을 겁니다.

당신과 함께 8강에 진출한 사람들은 거의 다 우승의 경험이 있는,

적어도 당신과 막상막하의 실력을 지닌 사람들입니다.

어쩌면 당신의 승전보도 여기까지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당신을 믿겠습니다.

당신은 '영웅'이니까요.

* 관리자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4-10-04 1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