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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te 2017/01/17 16:42:44
Name
Subject [질문] 취직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진 친구에게
(다 쓰고보니 좀 길어졌네요; 바쁘신 분은 걍 스킵하시고 막문단만 보시면 되겠습니다.)

한 친구가 있습니다,
지방에서 꽤 좋은 회사를 한 2년정도 다니다가
아무래도 같은 직종의 서울에서 일하는게 커리어도 좋고, 대우도 좋고 아무튼 이래저래 좋았던 것이라
과감하게 사표를 쓰고, 상경하여 공부를 하고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일하던 것도 있긴 하지만 경력으로 옮기기는 힘든 상황이었고, 같은 직종의 다시 공부를 통해서
신입을 목표로 하고 있었었지요. 그만큼 지방에서의 일이 힘들기도 했고, 대우도 사람도 많이 안좋았나 봅니다.

많은 이들이 그렇겠지만 공부시작하는 초기에는 공부하는 기간이 얼마나 되겠어 하고 시작됐지만 생각처럼 풀리지 않아
시간은 흐르고 흘러 나이만 먹어가게 되고, 급기야는 신입으로는 조금 부담스러운 나이까지 오게 되고 맙니다. (30 초반이라고 하기엔 많고 중반이라고 하기엔 뭔가 좀 아쉬운) 물론 요새는 나이많은 신입도 간간히 보이는 상황이고, 좋은 능력도 보여줍니다만,
이 친구가 공부하는 직종은 아무래도 나이가 많이 걸림돌이 된 것 같아요.

결국 공부하는 컨디션도 점점 안좋아지고, 조금씩 자존감을 잃는 모습을 보이더니, 더이상 이대로 있으면 안되겠다 싶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직종은 비슷하지만 미래가 불투명한 스타트업 (확실친 않음) 하는 작은 회사로 최근 출근을 시작하긴 했습니다. 딴 거는 할 줄 아는게 없고 공부했던 것을 놓고싶진 않고, 그나마 현실과 타협한 모양새가 된 셈이지요.

일단 지금 다니기 시작한 직장이 이전에 다니던 직장에 비해 연봉이 터무니없이 낮은 수준인데다가, 영업을 통한 인센티브를 수당으로 받는 곳이라, 한창 적응 중이긴 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연봉이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라서, 한달동안 숨만 쉬고 살아도 적자인 모양입니다.

이놈의 돈이 뭔지, 공부할때만해도 이전에 있었던 직장도 있었고 꽤 모아둔 돈이 있는걸 알기에 돈없다고 징징대도 장난이려니 했었는데, 최근들어서는 지나치게 자존감이 낮아졌더라구요. 당구내기를 하더라도 게임비가 부담스러운 눈치가 종종 보이고, 같이 놀러가거나 밥먹는것을 더치페이하는것도 웬지 소심해지더라구요. 그러다보니 친구들 만나는걸 꺼려하는 모습도 보이고, 여자친구랑 데이트하는것도 힘들어보이고;

아무래도 현실과 타협한 맘에 들지 않는 직장 + 지방에서 회사다닐때 좀 더 참고 다닐걸 + 과거시험도 아니고 몇년이나 한 공부 지겨워 + 모아둔돈도 떨어져감
등등이 겹쳐서 요새는 얼굴도 상당히 푸석해 보여서 내색은 안했지만 참 안쓰러웠더랬습니다.

오래된 친구지만, 제가 뭐 감성적으로 힘내라, 할 수 있어 이렇게 힘 복돋아주는 말은 하는 성격이 아니구, 가끔 모른척하고 밥값이나 커피나 등등을 주로 먹을걸 사주긴 합니다만, 이것도 한두번이지 그 친구 입장으로선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싶어서 요새는 어찌 연락해서 만나기도 제가 어려워지고말았네요;

소심해져가는게 이해가 되기는 합니다. 가장 가까이 살고 있고 자주 보는 저랑 본인을 자꾸 비교하게 될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좋은 직장은 아니지만, 나이에비해 평균이상, 친구에 비해 약 두배 가까이 되는 연봉을 받고 있고, 그 친구도 알고 있거든요) 이 친구 앞에서는 어쩌다 회사 얘기가 나오게 되면 욕만 드립다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욕먹을만한 회사긴 하구요;(지금처럼 월급루팡이 쉽긴 합니다;)

이 친구가 지금 다니고 있는 맘에 들지 않는 회사에서 재기의 발판을 노려보라고는 하지만, 아무래도 그냥 공부할때보다 일과 병행해야하니 쉽지 않아 보이기도 합니다. 일, 돈, 현실, 생활 때문에 자존감이 격하게 낮아진 이친구에게 거창하게 뭐 어떻게 뭔가 하는건 성격상 어렵고 그냥 제가 평소랑은 다름 없는 모습으로 힘좀 내라고 액션이나 뭘 좀 하고싶은데 뭐 좋은 방법이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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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1/17 16:48
수정 아이콘
솔직히 까놓고 말씀드리면 어떤 직종 쪽인지 잘 모르겠지만 욕심 너무 내 공부만 하며 눈만 높여 오다가 질질 끌게 되버렸네요 ㅠㅠ 이걸 친구한테 말 하기에 상처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라 솔직하게 말 하긴 그렇고... 그냥 친구라지만 또 너무 깊게 개입하면 오지랖이 될 수 있으니 다른 직장 한번 찾아보면 너 데려갈 괜찮은 직장 나올 거라고 응원해주는 수 밖에요 ㅠㅠ
17/01/17 16:52
수정 아이콘
사실 공부 한창 할때부터 농담반 진담반으로 계속 얘기하긴 했습니다. 직종의 문이 넓은게 아니라서 저는 일찌감치 포기했거든요;
그래서 포기하면편해~ 걍 때려쳐때려쳐 하긴 했는데, 그게 벌써 몇년전; 저도 그 친구도 이렇게 시간만 흐를줄은 몰랐네요;
아무튼 댓글 감사합니다잉!
17/01/17 17:00
수정 아이콘
여담이긴 한데 20대 후반쯤에 어떤 친구가 있었는데 대학도 학점관리 꼬이고 망해서 코스모스 졸업하고 1~2년을 취업의지도 없어 보이고 뭔가 취업준비를 위한 특별한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탱자탱자 허송세월 보내는것 같아보이길래 걱정하는 차원에서 좀 자극되라고 "너 언제 취업할거냐고 곧 나이가 30대인데 공부도 안 하고 커리어도 안 쌓고 그러면 되겠냐" 이런식으로 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던 적이 있었는데 자기 딴에는 그렇게 허송세월 보내놓고선 민감했던 부분이였는지 그 때 이후로 걔가 나한테 미운털 박고는 절교 수준으로 사이 틀어졌습니다 허허;;
그 때 이후론 친한친구라도 민감한 부분은 돌직구로 조언하지 말자고 생각했어요 크흠;;
대장햄토리
17/01/17 18:25
수정 아이콘
저도 Mindow님이랑 비슷했던 경험이 있네요...ㅠㅠ
취업문제는 아니었지만 제 딴에는 걱정해서 직접적으로 말해줬는데..
사이 엄청 틀어졌었습니다...
그때 느꼈던건 진짜 엄청엄청 친한 친구(목숨을 맡겨도 괜찮을만한..크) 아니면 직접적으로 뭐해라 뭐해라 말하는건 안하는걸로..;;;
17/01/17 19:17
수정 아이콘
정확히 어느정도 친한 사이셨는지 모르겠지만 전 중학교쯤부터 알고 지냈던 심심하면 가끔 주말에 모여 술 마시고 누구 생일 되면 같이 모여 술 마시고 너무 모여서 하는게 뻔한 것 같지 않냐 해서 1년에 한두번 정도 여행도 가고 할 정도로의 동네 베프 패밀리 중 하나였긴 했는데 그 에피소드 포함 해서 또 다른 에피소드가 겹쳐져서 결국 배신감 심하게 느끼고 제가 탈팸 했어요 ^^;;
전 그때 당시 그래도 그정도로 자주 볼 정도로 친하다고 생각했고 벽 같은건 크게 안 느꼈기 땜에 별로 눈치 안 볼 필요 없었다고 생각 했었고 그러는 모습이 그 녀석 미래 생각해서 걱정도 되었기에 여느 다른 사람들이 방치하거나 "잘 될거야~" 입 발린 말보단 자극을 받아야 정신차리고 취업의지에 불태워보겠지 생각해서 좀 돌직구 날렸더니 그렇게 된거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아무리 그런 사이라고 해도 좀 너무 했던 것 같기도 합니다...;; 그게 또 큰 계기가 되어 배움 하나 생기는거고요...;;
그냥 저도 여느 누구나 마찬가지로 입 발린 말이나 하렵니다
유스티스
17/01/17 16:51
수정 아이콘
서른셋정도인듯한데... 그냥 스스로 이겨내는거 말곤 궁극적 해결책은 없을테고, 그걸 아시는듯한데 그저 가끔 그 분 좋아하시는 식사 사드리시는게 제일일듯합니다. 영양제정도도 챙겨드리고요. 아, 그리고 너가 뭘하든 응원한다 넌 잘난 놈이니 잘될거야 라는 밑도 끝도 없이 편들어주는 정도? 제가 20대 후반에 시험준비할 때 미리붙은 형이 해준것들인데 못잊어요.
17/01/17 16:55
수정 아이콘
영양제나 비타민제 같은거라도 줄까 생각해보긴 했습니다...만;
신기하게 이놈이 영양제같은건 또 오지게 잘챙겨먹어요; 집에 가보니 꾸준히 먹는 약이 다채롭게 있더군요; 크크
아무래도 전 그 형처럼 말하고 하는게 성격상 잘 안맞긴 한데, 언제 한번 얘기는 해봐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17/01/17 17:02
수정 아이콘
가끔 만나서 이야기한번 들어주고 마음 편하게 해주는거 말곤 딱히 방법은 없어보이네요.

어줍잖은(확실하고 구체적이지 않은) 조언이나 충고는 역효과만 나더라구요.
17/01/17 17:03
수정 아이콘
웬만해서는 먼저 이야기 안꺼냅니다.
나는 좋게 이야기 한다고해도 듣는 사람입장에서는 기분나쁠수가 있어서요.
저런 친구가 있었는데 도저히 생활이 안되겠는지 먼저 일자리 없냐고 연락 오더군요.
17/01/17 17:05
수정 아이콘
그냥 솔직하게 친구에 대한 마음을 얘기해주심이 낫습니다
저도 친구가 한번에 대학가고 졸업한후에 취직까지 해서

재수하고 휴학까지 한 저보다 자리를 훨씬 먼저 잡았고
취준기간에 모아둔 돈도 떨어지고 서류도 떨어지고
면접간건 거기서 탈락하고 그러다보니 제 자존감이 많이 낮아졌는데

그 친구가 나는 어짜피 너 아니면 만나서 스트레스 풀 친구도 몇 없고
내가 지금 더 버니까 너 만나서 맛있는거 사주고 나도 먹고
맨날도 아니고 한달에 두어번 너랑 술한잔 하면서 내가 돈내는거

그러는거 미안해할필요 없다고
진심으로 얘기해줘서 그래서 많은 위로 받았던 기억 납니다.
여자친구도 잘 안만나도 그 친구가 부를때는 나가서 만나기도 했구요

솔직하게 마음에 있는 말 해주면서 위로해주심이 제일 좋을 것 같네요
사실 아픈말은 누가 안해도 본인이 본인한테 제일 많이 하고 있거든요
엣헴엣헴
17/01/17 17:07
수정 아이콘
그냥 아무 말 안 하시고 가끔씩 술이나 사주시는게 더 좋을거 같아요. 본인이 본인 상황 더 잘 알테니까요 ㅜㅜ
소와소나무
17/01/17 17:13
수정 아이콘
친구가 불러서 하소연하면 들어주는거고 피하는 것 같으면 그냥 냅두는게 낫다고 봅니다. 본인이 피하려는데 계속 불러봐야 스트레스 입니다. 일단 전 그랬어요;; 전 친구는 상관없는데 몇몇 친척들은 보기 불편하더군요.
17/01/17 17:20
수정 아이콘
그 기간엔 어떤 위로도 위로로 들리지 않고, 자학하고 자존감만 떨어지게 되더라구요;;
친구가 부르면 혹은 좋아하는 (저는 영화가 좋아서 매주 영화는 봤습니다) 정도로만 해주시고 나머지는 그냥 두시는게 좋아보여요
돈을 더 내고 이런 부분도 사실 부담될때가 있더라구요
대장햄토리
17/01/17 18:29
수정 아이콘
크게 위로하기 보단 그냥 친구분 힘들면 그거 들어주시면 좋을것 같아요..
이런 문제가..본인이 감내하고 견뎌야 하는거라...
이게 애매한게 옆에서 뭐라고 해서 자극되서 그걸 바탕으로 힘내는 사람이있고..
아니면 역으로 친구만나는데 까지 우울해지는 기분 들어야 되나 하고 더 우울해하는 사람도 있고..
참 애매하죠...ㅠㅠ
일단 옆에서 하소연정도 잘 들어줘도 큰 힘이 될것같습니다...
아르카
17/01/17 22:59
수정 아이콘
그럴땐 제 자신을 낮추면서 그 친구 자존감,사기를 높여주는 말을 합니다. 나도 별볼일없는데서 일하고 인생 막장이다, 인생 별거없고 넌 무조건 잘 될거다 이런식으로 크게 과장,오버하면서 기분 맞춰주는거죠. 결국 좋은 소리 들으려고 만나는거잖아요. 쓴소리 자꾸하면 베프라도 갈라지는거 순간입니다. 제가 전에 힘들었을때 쓴소리,냉철하게 말 해달라고 한 베프 있었는데 어느순간 절 무슨 아랫것 보듯 말하기 시작하더군요. 일 있어서 약속 취소하고 힘들어서 잠수 좀 탔다고 이해는커녕 짜증만 내는거 들어주다가 연락 끊었습니다. 사람 길들이기 마련이에요. 정말 좋은말만 해주고 입바른 소리해주고 힘주는게 맞는것 같아요. 제일 힘들때고 아무도 못만나겠고 멘탈 조각난 상황이거든요.
안토니오 산체스
17/01/18 08:17
수정 아이콘
무슨말을 해도 쓰잘데기 없습니다. 대개의 경우 조언은 아는 얘기 또 듣는거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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