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하며 작성했지만 스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대체로 호였지만 바지 가랑이 붙잡고 추천할 영화는 없었습니다.
1. 천박사 퇴마연구소 -설경의 비밀- (불호)
불호인 입장에서 써놓고 보니 악평이 길어 지웠다 씁니다. 입소문의 영향력이 강해지고 영화계도 힘들다 하니까요.
간단히 적으면 유치하고, 촌스럽고, (자체 심의)합니다. 어떤 관점으로 봐도 앞에 웰메이드를 붙이긴 어렵습니다. '부담없이 볼 수 있는' 이라면 몰라도요.
유치하고 촌스러운 건 잘 살리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이 집은 그렇진 않습니다. 저는 보면서 심형래류 어린이 대상 영화나 일본 애니 실사화가 조금 떠올랐습니다. 같은 급이란 얘기는 아닙니다. 영화가 cg도 그렇고 만화적?이라고 느꼈어요. 과연 눈이 높아진 관객들이 이 영화에 만족할 수 있을까. 그래도 첫 의뢰인이 나오는 오프닝 신이나. 괴천에서 첫 대면까진 꽤 좋았습니다.
부제나 엔딩을 보면 시리즈로 계획한 듯합니다. 원톱 주연이나 칠성검 한 방 액션은 범죄도시 흥행을 분석한 것 같기도 합니다. 원작은 안 봤지만 전통적인 퇴마보다도 더욱 판타지에 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장르물에 엄격하긴 합니다만 판타지는 만만한 장르가 아니고 더 어려운 장르라 생각합니다.
영화의 장점은 광고만 봤을 때 경쟁작 중 가장 무난하게 재미있어 보입니다. 이건 큰 장점입니다. 추석이기도 하고요. 예매율도 1위로 시작했더군요. 다른 한편으론 이 영화가 1위인 게 추석 한국 영화도 쉽지 않겠구나 느낍니다. 밀수만큼이라도 흥행할 영화가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래도 제일 무난한 소재이고 가벼운 마음으로 볼 수 있을 영화입니다. 김수미 씨의 말을 빌리자면 그래도 가문의 영광보다는 좀 더 생각을 하며 봐야 하긴 합니다. 그리고 강동원이 나옵니다. 파트너인 인배(강도령)의 유머에 관객들이 웃습니다. 짧게 나오지만 지수가 이쁩니다.
2. 1947 보스톤 (호)
제목대로 1947 보스톤 마라손 대회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손기정 님이 감독으로 나옵니다.
이 집은 아는 맛인데 재료가 괜찮습니다. 천박사가 유치했다면 여긴 오글거리는 느낌이 있긴 합니다. 여름 텐트풀 영화로 치면 비공식작전과 더문을 합쳐놓은 것 같습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성적이 안 좋은 영화긴 합니다만; 두 영화 이야길 간단히 하자면
더문은 신파로 개봉 초기부터 까이고 시작했습니다. 신파는 입소문을 내는 계층이 좋아하는 소재가 아니고 지금 극장은 입소문이 굉장히 중요해졌습니다. 그럼에도 저는 문제는 신파가 아니라 그걸 다루는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신파는 빌드업과 소재가 중요한데 더문은 소재도 소재인데 빌드업부터 틀렸습니다. 비극은 원기옥처럼 차곡차곡 모아서 터뜨려야 더 강력합니다. 최소한 첫 우주 신은 가볍게 터치하고 지나갔어야 했습니다. 그 장면에서 저는 전작들의 성공 때문에 감독이 아집에 빠진 게 아닌가 생각이 들더군요.
비공식작전은 제목과는 반대로 아주 공식 대로 만든 상업 영화였습니다. 흥행보증 수표 하정우의 코미디, 브로맨스, 총격신, 카체이싱, 추락신, 해외로케, 뽕, 감동 등등 뭐 하나 빠진 게 없었죠. 흥행 실패는 복합적인 이유가 있겠지만 공식 대로 만든다고 흥행하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 같습니다. 사실 창작자 입장에선 시나리오를 최대한 대중적으로 쓴다고 해도 그게 흥행으로 이어진다는 보장은 전혀 없습니다.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가 있어야 합니다.
아무튼 두 영화를 먼저 이야기한 건 이 영화 역시 신파와 뽕을 아주 교과서 공식처럼 버무려 만든 영화라 느꼈기 때문입니다. 나이 먹으면서 감수성이 예민해졌다고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저는 반대로 점점 신파를 보기가 힘들어지더군요. 특히 알량한 신파가 그렇습니다. 이 집의 신파가 알량했냐고 묻는다면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고 답(회피)하겠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신파는 소재가 치트키 급이라 실제로 훌쩍이는 분이 계시더군요. 더문과의 차이점이 여기서 있다 생각합니다. 영화 시작하자마자 선임이 죽는다고 따라서 우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예요.
한국 영화에서 신파와 코미디는 세트 매뉴라고 볼 수 있는데 이 영화는 담담하게 흘러가고 웃기려는 시도를 많이 하진 않습니다. 초반엔 좀 심심하지 않나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이 심심한 구간을 하정우가 잘 끌고간 느낌입니다. 관객이 다 같이 웃는 장면은 몇 장면 있긴 해서 웃음 타율은 높다고 느꼈습니다. 후반부는 임시완의 매력이 느껴졌고요. 배성우나 김상호 배우님 역할도 아주 매력있었습니다. 대신 박은빈이나 아역 배우 등의 조연은 교과서에 나오는 도구 역할에 머물긴 합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좋았던 점은 1947년을 재현한 서울의 모습을 보는 것과 후반부 마라손 대회였습니다. 깨알 같이 대회 에피소드를 소개해주는 것도 재미있었고요. 무엇보다 추월신! 이게 아주 뻔합니다만 특유의 짜릿함이 있습니다. (본인 사이버포뮬러 좋아함) 거기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되었습니다'가 첨가 되니 그란투리스모 때도 당해버리고 말았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저는 그란투리스모보다 좋았어요. 액션은 몰라도 드라마가 그랬습니다.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어떨지 대충 예상 가능한 영화이고 엔딩 마저도 굳이 스포 안 붙여도 될 만큼 뻔합니다만 (이후 누구누구는 뭘 했고 뭘 했다) 저는 그래도 기분좋게 보고 나왔습니다. 국뽕, 신파 알러지 있으신 분들께 추천할 자신은 없습니다만. 사실은 저도 알라지가 좀 있긴 한데 대신에 실화, 스포츠 영화를 아주 좋아해서 이 쪽에 집중한다면 좀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3. 거미집 (호)
세 영화 중에 가장 마음에 든 영화입니다. 길게 이야기할 필요도 없을 거 같네요.
조만간 극장 갈 계획이 있고 영화를 좋아하고 0.1초라도 영화감독 혹은 예술가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이 영화 선택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큰 기대는 하지 마시고요. 거창하게 적었습니다만 단순히 오락영화로서도 평균은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막장극이고 극장 갈 계획 없는 사람까지 손 붙잡고 끌고 가긴 애매합니다. 베드신도 있지만 수위는 아주 약합니다. 혹시? 기대하실 분 그만하세요.
좋았던 영화이니 반대로 단점부터 적어보자면 전체적으로 좀 투머치한 인상이었습니다. 영화 감독이 영화 감독 영화를 찍으려니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고 찍고 싶은 장면도 많았겠지요. 저는 좀 더 다이어트를 했으면 완성도가 더 좋았을 것 같지만 감독 입장에선 더 뺄 살도 없었을 것 같습니다. 취향에 따라 정신이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꽤 갈릴 것 같네요.
올해 개봉한 바빌론이나 파벨만스 같은 영화도 있었지만 저는 '카메라를 멈추면 안 돼!' 나 '이마베프'가 떠올랐습니다. 영향을 받은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한국영화에서 더구나 추석 극장용으론 꽤 도전적인 시도가 아닌가 싶습니다. 추석에 손주부터 조부, 조모 온가족이 이 영화 보러갈 수 있느냐는 잘 모르겠어요. 안 된다가 아니고 순수하게 잘 모르겠다입니다. 그래도 70년대가 배경이기도 하고 어르신?들도 좋아하시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이거 쓰고 에그지수 확인해보니 좋지 않네요. 크크 저는 오락영화로서도 재미있다고 느꼈는데 영화에 애정이 있는 분이어야 할 것 같습니다. 천박사도 마찬가지고요. 취향 상관없이 무난하게 지인과 함께라면 보스턴입니다. 기억하세요.
영화는 시대극이기도 하고 창작,예술에 대해 이야기 하지만 결국은 코미디 영화입니다. 많은 예술 영화들이 코미디라는 장르를 달고 관객들에게 사기를 치는데 이 영화는 진짜 코미디 영화입니다. 심플한 웃음도 있습니다만 예술 영화처럼 취향에 따라 피식하게 되는 블랙코미디가 많은 것 같습니다. 어쨌든 쉴새없이 웃기려는 시도를 합니다. 그래서 코미디 영화입니다. 저는 송강호가 그냥 말만해도 웃기더군요.. 유머코드가 맞았습니다. 무대인사 회차로 봐서 꽉찼는데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사실, 무대인사는 배우 팬들도 있고 웬만해선 분위기 좋습니다.
선배 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정수정 배우가 의외로 비중이 높습니다. 배우 크리스탈을 새롭게 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임수정 배우는 실물을 첨으로 봤는데 특별히 좋아하던 배우가 아니라서 그런지 몰라도 실물이 훨씬 아름다우시더군요.
쓰다보니 글이 길어져 힘이 드네요. 나머지 개봉작은 간단히 언급하겠습니다.
4. 스크래퍼 (중립)
기대를 한 탓인지 조금 실망한 편입니다. 보고 나서 한 생각은 어린이 배우가 연기하는 캐릭터에 대해서 였습니다. 어린이 배우를 입체적으로 활용하면 호불호가 갈립니다. 여름에 개봉했던 비밀의 언덕은 꽤 호평을 받은 편이지만 영악한 초등학생 명은이에 대한 불호의 시선도 분명 있었습니다. 이후에 나온 이노센트는 더욱 나아가 불쾌할 정도로 어린이를 입체적으로 그렸습니다. 실제로 이 때문에 불호하는 분이 많더군요.
스크래퍼는 거기까지 가진 않지만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역으로 그치진 않습니다. 다 필요없고 나 혼자서도 자랄 수 있다고 당당히 외치는 어린이가 등장하고 생존을 위해 씩씩하게 뭔가를 저지릅니다.
예고편으로도 알 수 있는 내용이니 잠깐 소개하자면 철없는 아빠, 비행 어린이가 나오는 영화입니다. 엄복동 유니버스이기도 합니다. 일주일 전 개봉한 플로라 앤 썬과 성별이 바뀌고 비슷한 설정이네요. 저쪽 동네는 **이 비행 청소년 혹은 어린이가 흔히 저지르는 행동인가 봅니다. 다른 나라도 대체적으로 그럴 거 같긴 해요.
결국 마음의 문을 여는 과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플로라앤썬이 좀 더 좋았지만 이쪽의 부녀도 사랑스럽습니다. 어린이의 범죄는 불호도 있겠지만요.
5. 절해고도 (호)
소설을 읽으며 밑줄 긋는 감성의 영화였습니다. 줄긋고 싶은 대사가 많습니다. 이런 감성이 영상 매체와 어울리는지 조금 회의적인 생각도 있습니다만 영화는 좋았습니다. 문학적인 각본이라 시집도 함께 출판했더군요. 굿즈도 겸해서요.
독립영화 특유의 투박하고 엉성한 느낌은 있습니다만 이런 느낌 때문에 독립영화를 더 좋아하기도 합니다. 심하다 싶을 정도로 청승을 떨기도 하는데 정말 짠하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사랑꾼의 이야기다라고 느꼈습니다. 하지만 독립영화 취향(베스트극장, 드라마스페셜 취향)을 가진 분이 아니라면 꽤 지루한 영화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딸을 딸로 아빠를 아빠로 부르지 않는 부녀의 대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독함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더군요.
여담으로 gv회차로 봤는데 영화와 전혀 완전 무관한 박정민 배우가 작가로서 참석한 게 웃겼습니다. 이 배우 활동력 무엇인가요. 같은 날 개봉한 천박사도 있었는데요. 천박사 무대인사 일정도 있었던 것 같긴 합니다.
6. 킴스비디오 (호)
아무런 정보 없이 봤는데 중간에 좀 지루해지나 싶다가 마지막엔 감탄한 다큐 영화였습니다. 킴스 비디오는 뉴욕시의 비디오 대여점 이름입니다. 물론 망한지는 한참 되었습니다.
보기 전엔 그저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겠군 했습니다. 보기 시작하곤 오우 해외까지 가고 진심인데 했습니다. 고전 영화가 자주 언급되는게 좀 딥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중간부터는 이거 고발 영화인가? 정치인들 능글맞은 건 패시브군 했습니다.
그런데 제 예상과는 다른 전개가 되면서 이게 뭥미? 쩐다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야긴줄 알았는데 영화를 구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역시 덕중의 덕은 양덕이긴 하군요.
다큐는 영화를 소재로 하지만 그전에 덕후의 웅장한 활약상입니다. 고전 영화를 잘 알지 못해도 덕질을 하는 사람이라면 통하는 점이 있을 것 같네요. 주인공의 행동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지만 그 실행마저도 덕후스럽더군요. 분명 영상으로 박제할 업적은 맞습니다. 명분이 있었던 것도 맞고요.